구상 교수와 류청희 평론가의 4월 신차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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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와 류청희 평론가의 4월 신차 비평
  • 구상 교수, 류청희 평론가
  • 승인 2017.05.08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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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크로스 컨트리

구상: 볼보 크로스 컨트리는 S90 세단 모델의 차체를 바탕으로 개발했다. 차체의 상당수 부품들, 가령 후드와 앞 펜더, 앞 도어 전체, 뒤 도어 패널 등과 실내의 인스트루먼트 패널 등 주요 차체 부품들을 공유했다. 보다 더 정확히 말한다면 S90의 세단형 차체를 긴 스테이션 왜건형 차체로 바꾸어 놓은 것을 바탕으로 다시 SUV를 만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크로스 컨트리의 첫 인상은 긴 후드를 가진 육중한 이미지이지만, SUV보다는 승용차에 가까운 이미지다.

최근의 볼보 디자인은 혁신과 진화를 통해 보다 강인하고 세련된 이미지로 변화하고 있다. 물론 1990년대 초반까지 각지고 튼튼한 이미지에 의한 강한 개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한편으로 보수적인 이미지로 보이기도 했다. 이후 곡선화되면서 트렌드를 따라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볼보만의 특색을 잃었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렇지만 최근의 볼보 디자인은 북유럽의 ‘냉정함의 미학’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볼보 브랜드만의 튼튼하고 기능적인 디자인 이미지를 기하학적 조형으로 보여주고 있다.

과거 볼보의 직선적 디자인이 경직된 이미지도 가지고 있던 것에 비해 새로운 볼보의 직선적 디자인은 알맞게 유연해진 곡선과 볼보 고유의 조형 요소들, 가령 음각면의 라디에이터 그릴 리브 형태를 비롯한 긴 수직형 테일 램프 등으로 한눈에 볼보임을 알 수 있는 디자인 요소를 브랜드의 시그니처로 사용하고 있다.

최근 차량의 차별화 요소는 하드웨어에 의한 기능이나 성능보다는 브랜드의 특성을 어떻게 소비자들에게 호의적인 방향으로 인식시키느냐로 귀결되고 있으며, 새로운 볼보 차들은 디자인을 통해 그것을 성공적으로 완성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볼보 크로스 컨트리는 그런 디자인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류청희: 한동안 몇몇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가 왜건을 들여오며 ‘왜건 불모지인 한국 시장의 개척자’인양 홍보를 한 적이 있다. 정작 훨씬 전부터 국내에 왜건을 팔았고, 왜건의 명가로 인정받는 브랜드 중 하나로 손꼽히는 볼보 앞에서는 큰 소리를 치기 어렵다. 심지어 야심차게 들여온 독일 브랜드의 중형 왜건은 대부분 오래 가지 않았다. 대신 볼보는 새로운 중형 왜건인 크로스 컨트리로 꾸준함을 다시금 입증한다.

볼보는 SUV 특성을 반영한 왜건을 선도한 브랜드 중 하나다. 나름의 지지층을 확보할 만큼 오랫동안 매력 있는 모델을 만들었다. 시장 흐름이 SUV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데도 오프로더형 왜건을 꾸준히 내놓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전 모델의 공식을 그대로 따르기는 했지만,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을 바탕으로 만든 차라는 점, 그리고 국내에서 팔리는 왜건 중 가장 덩치가 크다는 점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다. 

볼보를 포함해 왜건의 장점을 알리려는 여러 시도가 대형 왜건인 크로스 컨트리가 설 자리를 만들었다. 같은 뼈대와 심장으로 만든 XC90과 S90이 자리를 잡은 것도 좋은 밑바탕이 되었다. 시장에 큰 영향을 줄 정도로 많이 팔릴 차는 아니지만, 성공여부는 가격에 달려 있다. 많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아직 볼보가 완전한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정받기에는 조금 부족하기 때문이다. 크로스 컨트리가 정통 왜건인 V90이 설 자리를 만든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푸조 2008 SUV

구상: 푸조 2008은 승용차 모델 208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SUV이다. 푸조는 공간 활용성이 큰 콘셉트의 차량들에는 숫자 0을 두 개 넣어서 200X 등의 명명법을 쓰는데, 2008 역시 크로스오버 콘셉트의 SUV이다. 2008 모델의 전면은 푸조의 특징을 나타내기 위한 ‘펠린 룩’(Felin Look) 디자인을 세련되게 다듬은 새로운 디자인으로, 508 모델에서부터 쓰이고 있다.

헤드램프에는 주간주행등(DRL)이 들어가 있으면서 마치 사자의 발톱을 형상화 한 듯한 외곽 형태로 개성을 강조하고 있다. 범퍼의 아래쪽과 차체 측면의 로커 패널은 검은색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서 비포장도로에서도 차체를 보호하는 기능의 암시로 스포티한 SUV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차체 측면의 이미지는 A필러가 상당히 누워있어서 벨트라인이 역동적인 이미지를 주고, 카울도 앞쪽으로 이동되어, 실내공간의 비중이 매우 큰 비례를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B필러 뒤쪽에는 지붕을 높이면서 측면의 윈도 그래픽 위쪽으로 별도의 크롬 몰드를 적용해 새로운 이미지를 주고 있다. 전체적인 차체 면의 흐름은 곡면의 이미지인데, 여기에 날카로운 모서리를 강조한 형태이다. 차체 측면의 전반적인 형태 이미지와 자세(Stance)는 마치 웅크린 고양이 같은 이미지를 주고 있어서, 전체적으로 푸조 차량의 추상성이 표현되어 있다.

최근 푸조의 디자인은 이전보다 더 성숙하고 세련된 느낌을 주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의 푸조가 펠린 룩을 일괄적으로 적용하면서 중형차급에는 어울리지 않기도 했는데 이제는 완성도와 품질감도 향상된 느낌이다. 푸조의 디자인은 다양한 가치의 또 다른 모습일 것이다.  국내 소비자들의 디자인 안목도 다양해질 수 있게 되기를 바래본다.

류청희: 국내 브랜드에서 여러 소형 SUV가 쏟아져 나오던 시기에 수입차이면서도 동급 국내 브랜드 차와 차이가 크지 않은 가격대에 나와 나름 인기를 얻은 차가 푸조 2008이다. 적당한 시기, 적당한 상품성, 적당한 값을 모두 갖춘 덕분이었다. 국내 브랜드 소형 SUV가 시장에서 자리를 잡으면서 인기가 한풀 꺾였지만, 푸조 전체 판매에서 2008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크다.

그리고 모델 수명이 중반에 이르러 페이스리프트한 새 2008이 나왔다. 변화의 중심은 좀 더 SUV 성격을 강조한 치장에 있다. 사실 2008은 소형 SUV를 표방했지만 실제로는 미니밴에 더 가까운 차였다. 차체 아래쪽은 208과 별 차이 없으면서 지붕을 높여 실내 공간을 키웠으니 당연한 일이다. 새 2008에서는 바퀴 주변에 범퍼 아래에서 이어지는 검은색 무광 플라스틱을 두르는 등 조금이나마 더 SUV에 가까운 분위기를 냈다. 본질적인 변화는 아니어도 이미지를 바꾸는 데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나머지 부분에서는 크게 변화가 돋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새 2008의 가장 큰 약점이다. 그런 약점을 보완하려 장비 구성을 달리한 모델을 더해 소비자의 폭을 넓히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그러나 근본적인 장점만큼 약점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2008이 다시 한 번 붐을 일으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현대 쏘나타 뉴 라이즈

구상: 쏘나타의 페이스 리프트 모델이 뉴 라이즈 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다. 최근의 쏘나타 판매 하락에 따라 거의 풀 모델 체인지 수준의 변화를 단행한 모델로 등장했다는데 정말로 앞, 뒷면 이미지를 대폭적으로 변경한 모습이다. 전면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최근 현대가 지향하는 캐스캐이딩 그릴의 모티브를 살린 디자인이다. 이 그릴은 신형 i30과 IG 그랜저에 이어 쏘나타 뉴 라이즈에 적용되었다. 그리고 뒷모습은 이전의 LF 쏘나타와도 다르고, 현대 브랜드의 다른 모델들과도 차이가 있는 디자인으로 마무리돼 있다. 얼핏 포르테 쿠페 뒷모습의 인상이 스치는 스포티한 이미지다. 

대체로 유럽의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차종별 개성보다는 브랜드의 디자인 통일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고, 가령 토요타나 포드 같은 대중적 브랜드에서는 오히려 차종별 개성을 강조하는 디자인 경향을 볼 수 있다. 그런 맥락으로 본다면 고급 브랜드로 제네시스가 독립된 마당에 대중성을 지향해야 하는 현대 브랜드에서 라디에이터 그릴에 의한 통일성 추구보다는 각 차종별 개성과 가치를 강조하는 전략이 더 타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캐스캐이딩 그릴을 가진 쏘나타 뉴 라이즈의 앞모습은 적극적이고 강렬한 인상이다. LF 쏘나타의 차분한 이미지를 벗고 강렬한 얼굴을 보여준다. 무릇 새 차는 멋있어야 하고 보는 순간 감탄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자꾸 보고싶어지면서 사고 싶어지게 된다. 쏘나타 뉴 라이즈의 캐스캐이딩 그릴은 그것이 처음으로 적용됐던 i30에서 느꼈던 생경함은 여전하다. 이젠 구형이 된 LF 쏘나타는 비록 강한 인상은 아니었어도 차분했던 장점이 있었다. 그렇다면 새로운 쏘나타 뉴 라이즈는 강해진 건 분명한데, 그렇게 바꾼 새 얼굴의 장점은 무엇일까 자꾸 생각하게 된다.

류청희: 현대 쏘나타는 지난해 쉐보레 말리부와 르노삼성 SM6의 협공에 큰 위협을 받았다. 쏘나타에 대한 위협은 밖에서 뿐 아니라 안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위에서는 그랜저, 아래에서는 아반떼가 탄탄히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럼에도 현대는 쏘나타를 소홀히 할 수 없다. 여전히 폭넓은 수요를 소화해야 하는 세단 라인업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LF 쏘나타가 데뷔할 때부터 방어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지금은 한층 더 강화된 방어력으로 맞서야 한다.

현대가 내놓은 자료를 바탕으로 살펴보면, 주행특성과 관련된 부분은 세부적으로 손질하고 내구성을 높이는 정도로 변화의 선을 그었다. 파워트레인도 2.0 터보 모델에 8단 자동변속기를 올리고 나머지 모델의 6단 자동변속기를 개선한 것, 스톱 스타트 기능을 추가한 정도다. 편의 및 안전장비는 스마트폰 연동 기능을 비롯해 소소한 기능만 추가되었다. 그러나 현대의 강점 중 하나인 상품성과 가격은 무시할 수 없다. 엔진부터 선택사항 패키지 등은 경쟁 모델보다 여전히 선택의 폭이 넓고, 값도 전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묶었다. 

관건은 취향이 젊어지고 있는 중형 세단 소비자층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느냐다. 쏘나타는 장점도 있지만 한계도 있다. 페이스리프트로 모델 자체의 성격이 달라졌다고 소비자를 설득하기에는 이미지가 그리 새롭지 못하고, 시장에서 아반떼나 그랜저와 역할이 겹치는 영역이 너무 커졌다. 쏘나타에게는 이제 이름을 바꿀 정도의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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