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른 개성, 메르세데스-벤츠 GLE 쿠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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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른 개성, 메르세데스-벤츠 GLE 쿠페
  • 안정환 에디터
  • 승인 2017.05.01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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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 시장의 성장세가 가히 폭발적이다. 많은 자동차회사들은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부지런히 SUV를 찍어내고 있고, 새로운 SUV 라인업을 확충하고 있다. SUV를 단 한 번도 만들어본 적 없는 브랜드도 SUV 시장에 뛰어들고 있으니 SUV의 전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불어 도로의 풍경도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세단이 즐비하던 시절은 끝나고 여기저기 키 큰 SUV 천지다. 


갓 취업한 옆집 청년도 SUV를 사고, 골프를 즐기는 앞집 아저씨도 SUV를 산다. 아이를 키우는 윗집 아주머니도 SUV를 사고 주말마다 여행을 즐기는 아랫집 부부도 SUV를 산다. 너도나도 SUV를 타다보니 이제 평범한 SUV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SUV지만 멋스러우면 좋겠고, 잘 달렸으면 좋겠다. 메르세데스-벤츠 GLE 쿠페가 바로 그런 차다. SUV들 사이에서 단연 돋보이는 외모와 스포츠카 못지않은 달리기 실력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SUV로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험로주행 능력과 실용성도 놓치지 않았다.
 

GLE 쿠페에 오르기 전 한참을 둘러봤다. SUV와 쿠페의 조화.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나쁘지 않다. 먼저 BMW X6을 통해 비슷한 타입을 경험해 본 적이 있어서다. 그보다 앞서 쌍용 액티언도 이런 모습이었다. 비록 저마다 다른 디자인 언어를 갖지만. 쿠페형 SUV라는 출발점은 같다. 차에서 조금 떨어져 GLE 쿠페의 아랫부분을 손으로 가려봤다. 그러자 벤츠의 최신 디자인이 반영된 스포츠 쿠페가 눈에 들어왔다. 이번엔 반대로 윗부분을 가려봤다. 영락없는 SUV다. 기존 GLE의 뒷부분을 매끄럽게 깎아 만든 쿠페형 SUV로 얼굴은 그대로지만 보다 역동적인 라인을 갖고 있다. 또한, 루프라인뿐만 아니라 GLE 대비 81mm 긴 길이, 68mm 넓은 너비, 68mm 낮은 높이를 통해 한층 더 날렵한 비율을 만들었다. 육중한 몸을 가졌지만, 탄탄하게 다져진 근육으로 제법 잘 달릴 듯한 모습이다. 특히 빵빵한 보닛과 커다란 21인치 휠은 강렬한 인상을 완성하는데 한몫한다.
 

뒷모습은 살짝 아쉽다. 강인한 앞모습에 비해 다소 힘이 빠진다. 좀 더 과격한 라인을 넣어도 좋았을 것이다. 그래도 GLE 쿠페의 광폭 타이어는 압권이다. 앞바퀴 사이즈만 하더라도 275mm인데 뒷바퀴에는 315mm 사이즈의 타이어가 들어간다. 뒤에서 정면으로 보면 마치 코끼리 발목을 가진 신사가 슈트를 차려입은 듯한 모습이다. 과장을 보태면 몬스터 트럭의 뒷모습이다. 테일램프는 벤츠의 쿠페답게 가로로 긴 형태다. 양쪽의 램프 사이를 가느다란 크롬장식으로 이어 세련되면서도 차체를 더욱 넓어 보이게 한다. 그리고 중간에 위치한 벤츠의 상징 삼각별은 후진 시 아래에서 위로 열리며, 안에 숨겨진 후방 카메라가 뒤를 비춘다.
 

찬찬히 외관을 살폈으니 실내를 들여다볼 차례. 스마트키를 지닌 채 문손잡이를 살짝 당기자 안전하게 올라타라고 사이드스텝에 은은한 빛을 비춘다. 그리고 문을 활짝 열자 이번엔 사이드미러에서 빛을 쏴 바닥에 큼지막한 메르세데스-벤츠 엠블럼을 띄운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차가 나를 반긴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다. GLE 쿠페의 전체적인 인테리어는 호화롭진 않지만, 무난하면서 실용성에 바탕을 둔 디자인이다. SUV다운 투박함도 살짝 보인다. 아랫급 모델 GLC보다 세련미가 부족한 것은 아쉽다. 그래도 실내의 만듦새는 역시 벤츠답다. 허술해 보이는 곳이 없다. 10년을 타든 20년을 타든 버튼 하나 떨어지지 않고 지금 모습 그대로 유지할 것만 같다. 
 

아랫부분이 잘린 D컷 스티어링 휠은 스포티한 느낌을 준다. 실제로 감아쥐는 느낌도 좋다. 질 좋은 가죽으로 감싸  그립감이 우수하고 크기가 적당해 돌리는 맛도 괜찮다. 1억대의  차답게 시트는 나파가죽으로 씌웠다. 그리고 컵홀더에는 냉온 기능이 들어가 차가운 음료는 시원하게 하고 뜨거운 음료는 따뜻하게 유지시켜준다. 뒷좌석 역시 남다르다. 앞좌석 헤드레스트에 각각 대형 디스플레이가 있어 영화감상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다. 또, 하만카돈 오디오 시스템으로 풍부한 사운드를 만끽할 수도 있다. 뒤쪽 지붕을 깎은 쿠페형 디자인으로 뒷좌석 머리공간은 약간 손해를 봤다. 180cm 이상의 성인이 타기에 무리는 아니지만 답답함이 느껴진다. 그나마 위쪽을 움푹하게 파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다. 트렁크는 기본 GLE에 비하면 작지만, 웬만한 캠핑장비, 골프백 4개 정도는 가뿐히 실을 수 있다. 여기에 2열 시트까지 폴딩하면 성인이 누울 수 있을 정도로 넓은 공간이 나온다.

이제 본격적으로 달리기 위해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상당히 조용하다. 디젤 엔진이 맞나 싶을 정도다. 디젤 엔진 특유의 진동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디젤차를 타면 항상 소음과 진동이 거슬렸는데 GLE 쿠페는 이점을 완벽히 상쇄시켰다. 가속페달에 힘을 주자 2.4톤의 차체를 가볍게 이끌고 나아간다. 시승차인 GLE 350d 4매틱 쿠페에는 V6 3.0L 디젤 엔진을 얹었다. 최고출력 258마력, 최대토크 63.2kg·m의 힘으로 0→시속 100km 가속 7초의 성능을 낸다. 커다란 몸체와 육중한 무게를 고려하면 거침없는 가속성능이다. 묵직한 토크는 고속에서도 꾸준히 밀어붙인다. 출력에 대한 아쉬움은 전혀 느낄 수 없다.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의 힘을 네 바퀴에 충분히 쏟아낸다. 넉넉한 파워의 배경에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자체 개발한 9단 자동변속기(9G-TRONIC)가 한몫한다. 듀얼클러치가 아닌 토크컨버터의 방식이지만, 직결감이 좋고 변속 속도도 상당하다. 스포츠 모드에선 굳이 패들시프트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알아서 영민하게 변속한다. 또한, 수동으로 다운시프트를 하더라도 능수능란하게 엔진회전수를 바로잡는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서스펜션이다. 어댑티브 댐핑 시스템(ADS)을 장착한 에어매틱(AIRMATIC) 에어 서스펜션이 탑재돼 승차감과 탄탄한 주행성능을 모두 챙겼다. 노면의 정보는 필요한 만큼 전달하면서 충격과 진동은 덜어내 고급스러움까지 만족시킨다. 코너에서 격하게 몰아붙여도 보디 롤을 억제하며 안정적으로 대처한다. 그립력도 우수하다. 무게가 상당한 SUV이므로 연속적으로 굽이진 길에서 속도를 높이면 미끄러지거나 언더스티어가 일어날 법한데 노면을 놓치지 않고 꽉 움켜잡으며 달려 나간다. 브레이크 성능도 우수한 편. 급제동 시에도 차체가 흐트러지지 않고 정확하게 차를 멈춰 세운다. 짧은 시승 일정으로 오프로드를 달려보진 못했지만, 차고 높이 조절이 가능한 에어 서스펜션과 내리막길 속도 조절 시스템(DSR) 등이 탑재돼 험로주행에서도 준수한 실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GLE 쿠페는 시장의 요구를 잘 반영했고, 그 기대를 모두 만족시켜주는 제품이다. SUV도 벤츠가 만들면 다르다는 것을 새삼 확인시켜 준다. 비록 스타일이 비슷할지라도 자기만의 색을 불어넣고, 노하우를 담아낸다. 삼각별에 대한 믿음은 듬직함으로 가득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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