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바퀴굴림 전쟁에 뛰어든 아우디 TT 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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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바퀴굴림 전쟁에 뛰어든 아우디 TT RS
  • 맷 샌더스(Matt Saunders)
  • 승인 2017.04.18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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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에서 벌어진 당혹스럽고 잘못된 속임수가 다시 문제가 되고 있다. 이번에는 자동차에서 배기가스 시험을 조작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코드 몇 줄이 추가로 발견되었다. 주류 미디어를 통해 침통한 얼굴, 주름진 이마, 못마땅한 반응이 전달되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으니, 굳이 여기서 다시 이야기하지는 않겠다.


나는 부정을 용서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점점 커지고 있는 비난에 훨씬 더 큰 경멸의 목소리를 더하기에 앞서, 자칭 평론가라면 여러 현역 자동차 엔지니어와 시간을 보내고 그들로부터 종종 예상했던 것과 다른 결과를 얻기도 하는 새 차의 상태와 기능에 관한 거의 모든 측면들을 포함하는 끝없이 많은 부분들에 관해 어느 정도 균형 있는 시각을 얻어야 한다.

 

그렇게 보면, 만약 아우디 본사가 아니라 아우디 스포트(Audi Sport)에서 승용차를 담당하는 엔지니어라면 필요한 곳에서 손쉬운 해법을 찾기 위해 ‘창의적인’ 소프트웨어 코딩에 의지할 필요가 없다는 점은 모순적이다. 네카줄름에 있는 아우디 스포트 본사에서 뉴턴의 물리학 법칙을 바탕으로 갈고 닦은 특별한 노하우를 활용하기만 하면 된다. 최근 <오토카> 로드테스트 측정장비로 검증했듯, 무게가 2톤에 이르는 RS6 퍼포먼스 왜건이 겨우 3.4초만에 정지 상태에서 시속 97km까지 가속할 수 있는 비결이 거기에 있음은 분명하다. 그리고, 여러분도 예상했겠지만, 이번 비교 시승의 중심이 된 신형 TT RS도 마찬가지로 놀라운 성능을 발휘한다. 공식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이 3.7초로, 입이 쩍 벌어질 정도인 것은 마찬가지다. 로켓 부스터나 다름 없다.

 

이 TT는 718 카이맨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현세대 포르쉐 911보다 정지가속 시간이 훨씬 더 짧다. BMW M2 역시 상당히 느리고, 현행 M3, M4, M5, M6의 모든 버전도 마찬가지다. 페라리 F430과 997 시대의 911 터보도 시속 100km에 이르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터무니없는 성능 아닌가?


아우디 TT는 평범한 스포츠카였던 적이 없다. 규칙을 무시하고 미드 엔진이나 뒷바퀴 굴림 방식인 경쟁차들이 운동특성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선택하는 기계적인 공식을 따르기를 거부한다. 물론 콰트로 4륜구동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대부분의 회사들이 두 바퀴만 굴리면 충분하다고 여기는 차급에서는 더 특별하게 여겨지도록 만들 뿐이다.


그리고 여하튼, 이 RS 버전을 내놓으면서 TT는 훨씬 더 유별난 영역으로 숨어버린다. 마치 더 좋은 스포츠카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엄청나고 거물급 경쟁차를 위협하며 값에 비해 폭발적인 구동력을 재현하면서 911 터보 S나 닛산 GT-R처럼 가속하지만 값은 훨씬 더 현실에 가까운 차를 만드는 것이 아우디의 목표였던 것처럼 느껴진다. RS라는 서브브랜드에는 확실히 새로운 컬트 영웅이 필요했다. 그래서, 아우디 스포트가 정확히 어떤 능력을 가진 차를 내놓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우리는 가장 빠르면서 가장 인상적인 4륜구동 고성능 차로서 특징이 비슷하게 만들어진 것들을 모았다.

 

TT RS가 나오기 전까지는 5만파운드(약 7390만 원) 이하의 가격표가 붙은 차 중에서 노면과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눈이 튀어나오는 듯하게 엄청난 속도를 낼 수 있는 차로 381마력 메르세데스-AMG A45를 꼽을 수 있었다. 지난 12개월 사이에 무척 중요한 기계적 손질이 이루어진 A45는 4륜구동 시스템과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를 갖추었으면서 TT보다 1만파운드(약 1478만 원) 더 저렴하고 시속 97km까지 4초를 살짝 웃도는 시간 안에 가속하는 능력이 있다.


그리고 2016년에 새롭게 등장한 터보 엔진 네바퀴굴림 5도어 차가 있다. 아우디보다 2만파운드(약 2956만원) 더 저렴한 이 차는 출력과 현실적인 가속력이 거의 차이가 나지 않으면서 이전까지 핫 해치 시장에 선보인 적이 없는 가장 교묘한 4륜구동 장치를 갖췄다. 바로 350마력인 포드 포커스 RS다. 만약 TT RS가 정말 발표한 대로 0→시속 100km 가속 3.7초의 성능을 내고, 8만파운드(약 1억1824만원)인 GT-R을 낮은 값으로 대신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접지력이 뛰어나며 가장 실용적이고 재미있는 고성능 차에 합당한 자격을 갖추었다면 지금 대가 대접을 받는 이 차들부터 제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시작하기에 앞서 보충 설명을 해야겠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듯, 여러분이 이 분야에서 스바루 임프레자 터보나 미츠비시 랜서 에볼루션을 빼놓고는 완벽한 비교가 될 수 없다고 느낀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요즘 TT가 확장하고 있는 고성능 틈새 모델을 대중화하고 있는 자동차 회사들 탓에 더 이상 믿을만한 모델들이 끼어들지 못한다는 사실을 유감스러워하는 것 뿐이다. 랜서 에볼루션은 오래 전에 단종되었다. 우리가 아는 한, 이런 종류의 차는 이런 모습으로 절대 다시 나오지 않을 것이다. 임프레자 터보는 현재 WRX STI라는 이름으로 명맥을 잇고 있지만, 선대 모델의 그늘에 가려져 왔을 뿐 아니라 헤비급 권투 선수권 대회에서 과거 챔피언인 마이크 타이슨과 현역 챔피언인 앤서니 조슈아가 맞붙는 것처럼 이 아우디에 걸맞은 상대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믿어도 좋다. 그런 경기가 열린다면 아주 엉망이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 이 차들이 펼치는 경쟁에 온전히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아주 작은 차인 TT의 앞에 실려 지저귀는 소리를 내는 5기통 400마력 엔진도 여러분이 그러기를 바랄 것이다.

산길에서의 대결

시승을 처음 시작한 곳은 일반 도로다. 11월의 미끄럽고 안개가 자욱하며 울퉁불퉁한 웨일즈 지방의 산길은 빠른 4륜구동 차에 딱 알맞은 곳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런 길에서 터보 차저가 더해진 5기통 엔진, 네 개의 굴림 바퀴, 패들로 선택할 수 있는 7개의 전진 기어와 충분한 힘이 이 아우디에게 콜린 맥레이가 몰고 1995년 랠리 선수권에서 우승한 임프레자 랠리카를 능가할 능력을 줄 수 있을까?


간단히 답하자면 ‘충분하다’고 하겠다. 길게 답하자면 여러분에게 설명하기 위해 화려한 표현까지 써야할 지도 모른다. 승인받아 편하게 쓸 수 있는 공간의 코너를 달리는, 그리 조용하지 않은 작은 차에 눈이 휘둥그레질 것이다. 현대적인 수퍼카가 내는 수준의 성능에 꽤 익숙해져 있다고 하더라도, TT RS는 아주 빠른 느낌이다. 우리가 그렇게 이야기하는 데 동의할 수 있다면, 이 차의 탁월한 점은 폭발적인 과격함을 아주 자유롭게 조절하며 다스릴 수 있게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그런 특성이 이 차를 훨씬 더 잘 다룰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그 점이 앞으로 우리가 이야기할 정말 아찔한 부분이다.

 

그러나 A45를 몰면서 룸 미러부터 살펴보자. TT RS의 달리기 실력을 판단하는데 있어 특히 흥미로운 관점이 되는 부분인데, 이는 A45의 룸 미러에 비치는 차들은 대개 점점 더 작아지기 때문이다. 포커스 RS는 분명히 그렇다.


나는 좀 더 공정한 경쟁을 기대했지만, 포드와 그보다 비싼 상대의 특정 구간 속도 비교에서 이렇게 큰 차이가 난다는 사실은 조금 실망스럽다. 출력이나 토크만큼이나 구동계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이 차들은 고속, 저속, 오르막, 평지 등 모든 곳에서 빠르게 가속하지만, 아우디와 메르세데스-AMG는 항상 적절한 기어 단수를 활용하는 느낌인데 비해 포드는 변속 패들로 직접 알맞은 기어를 선택해야 한다.

 

포드의 파워트레인은 좀 더 구식이고 물리적으로 몰두하게 만드는 유형이다. 함께 나온 다른 차들의 것보다 여전히 더 빠르고 만족감도 큰 편이지만, 다른 두 차들에 비해 제어능력과 상호작용이 더 필요한 여러 가지 특성에 포함된다. 포커스는 운전자가 최상의 운전 실력을 발휘할 때에만 차가 가진 능력을 가장 잘 발휘한다. 내가 좋아하는 점이 바로 그런 특성이다.


그러나 A45를 몰고 뒤따르는 TT RS와 간격을 벌리려고 할 때, 룸 미러에 비친 TT RS의 모습은 작아지기를 꾸준히 거부한다. 메르세데스-AMG의 4기통 터보 엔진이 위협적으로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뱉어 내는 동안, 아우디의 직렬 5기통 엔진이 내는 음악 같은 소리가 점점 더 크고 가까워지는 것을 들을 수 있다. 그러는 사이에, 룸 미러로 보이는 낮고 넓게 퍼진 붉은 LED 조명도 점점 더 커진다. TT RS는 떨쳐버릴 수 없다. 적어도 텅 비고 시야가 확보된 직선 구간에서 만큼은 A45에게 TT RS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경쟁자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이제 다른 차로 갈아 타고 우리가 놓친 것이 무엇인지 확인해 보자. 아우디의 5기통 엔진 토크 곡선을 보면 최대토크가 1700rpm부터 시작해 6000rpm에 가까워질 때까지 고르게 이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감각적으로는 확실히 그렇지 않다. 가속할 때 엔진이 부드럽게 느껴지거나 강력한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아서가 아니다. 엔진 회전계 바늘이 약 2000rpm을 지날 때와 4000rpm을 지날 때 뚜렷하게 힘이 약해져서, 짧은 시간 동안 최대한 긴 거리를 달리기 원한다면 엔진 회전수를 4000rpm부터 7000rpm 사이로 유지하고 싶어질 것이다. A45의 엔진은 토크 감각이 주로 중간 회전영역에서 두드러지는 반면, TT는 더 균형이 잡혀 있다. 대단한 이야기 같지만, TT의 엔진은 수수께끼 같은 ‘부르릉’ 소리보다 훨씬 더 많은 능력을 보여준다. 이 엔진은 정말 대단하다. 극적이고, 부드럽고, 풍부하고, 유연하고, 흥미롭고, 잠재력이 아주 뛰어나다. 포르쉐 카이맨이 잔디 깎는 기계처럼 느껴지는 시대인 만큼, 이런 차는 소중하게 여길만하다.

 

그렇지만 뭔가 사라진 것도 있다. TT RS는 A45와 포커스보다 든든하고 고르며 훨씬 더 직접적인 느낌이지만, 코너링 때의 균형감은 나은 점이 없다. 스티어링 휠은 한쪽 끝에서 다른쪽 끝까지 겨우 두 바퀴를 조금 더 돌아가고, 턴인 할 때에는 차가 거의 기울어지지 않는 듯하다. 그러나 커브 정점에서 통쾌하게 가속하는 느낌도 거의 들지 않는다.

그러나 아우디를 몰면서 가장 뚜렷하게 부족함을 느끼는 것은 스티어링 피드백이다. 그리고 그런 특징은 우연히 나타나지 않는다. 수많은 고성능 아우디가 그렇듯, TT RS는 정보를 전달하지 않으면서 점잖게 움직이는 존재 그 자체다. 스티어링 감각이 나빠지거나 토크 스티어가 생기는 느낌이 크지 않으면서 대부분 앞바퀴에 구동력이 전달되는 구동계를 통해 48.4kg·m이 넘는 토크를 노면으로 전달하는 능력은 신기하다. 마찬가지로 서스펜션을 아주 단단하게 설정했으면서도 범프 스티어와 노면의 골을 타는 현상도 적다. 생생하게 대조하기 위해 살펴보면. 포커스 RS는 가속할 때 노면의 굴곡을 심하게 타거나 스티어링 휠이 이리저리 흔들린다.

 

그래서 아우디는 서둘러 가게에 갈 때처럼 아무렇지 않게 마하 2의 속도로 달릴 수 있을 것 같은 반면, 포드는 집중력의 아주 작은 조각까지 모두 필요하다. 그러나 TT RS는 안타까울 정도로 정보가 전달되지 않고, 큰 요철을 지날 때에는 서스펜션이 너무 뻣뻣해진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포커스는 모는 사람을 지치게 만들 정도로 야단스럽고 어수선하다.


그리고 A45는 상당히 노련하게 두 차의 사이를 파고든다. 스티어링은 제법 직접적이지만 무게가 적당하고 감각이 풍부하다. 팽팽하게 설정한 서스펜션은 차체를 기울지 않게 억제하면서도 노면의 거칠고 파인 부분들로 인한 충격을 흡수하기에 좋을 만큼 너그럽다. 아울러 접지력에 악영향을 주기보다 접지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정도로만 차체가 기울어지도록 허용한다. AMG의 핸들링은 점진적이고, 예측 가능하며, 정확한 특성을 모두 갖고 있다. 이런 차에서 재미와 믿음을 얻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 특성을 모두 갖춘 셈이다. AMG는 일반 도로에서 만큼은 탁월함에 가까운 차다.

 

랠리처럼 치른 결승

우리의 시승은 울튼 파크(Oulton Park) 서키트에서 끝난다. 접지력이 낮은 포장도로 랠리 스테이지가 훌륭한 곳으로, 세 종류의 경쟁차들이 위험한 노면에 대처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어느 차가 케빈 에릭손(Kevin Eriksson, FIA 세계 랠리크로스 선수)이 놀라운 드리프트 실력을 가장 잘 보여줄 랠리크로스 경주차로 어울릴지 확인하기에 완벽한 장소다.


이곳에서 만큼은 포드가 영광의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포커스의 미쉐린 타이어는 TT의 피렐리와 A45의 던롭 타이어에 비하면 젖어서 미끄러운 노면에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듯하고, 우리가 다른 곳에서 보았던 수준으로 자연스러운 주행 라인을 과시할 수 있을 정도로 힘차게 달리기에는 언더스티어가 너무 심하다.

 

다른 두차 중에서는 일반 도로에서 역동적 주행특성 면에서 확실한 우위를 차지했던 AMG가 이번에도 승자의 자리를 잘 방어했다. TT가 갑자기 접지력을 잃고 움직임이 흐트러지며 차를 직진 상태로 바로잡을 때에만 4륜구동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과 달리, A45(AMG 선택사항인 앞 차동제한 디퍼렌셜이 설치되었다)는 접지력을 잃기 시작할 때 훨씬 더 차를 다루기가 좋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은 상태를 유지하면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상태에 들어가고, 액셀러레이터를 다시 밟으면 더 균형 잡히고 예측 가능한 느낌을 주는 A45는 포커스로 할 수 있는 만큼 파워 드리프트가 되지는 않지만, 접지력 균형이 탁월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


TT RS에게는 더 힘든 시험이 남아 있다. 정식 로드 테스트를 통해 놀라운 0→시속 100km 가속 수치를 실제로 낼 수 있을지, 그리고 차 안에 담겨 있는 것을 더 자세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지금 당장으로서는 최신 4륜구동 고성능 차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모델 자리를 차지하려면 강력한 5기통 엔진과 가속력 이상의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TT는 아직 영웅 반열에 오르기에는 부족하다는 것도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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