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인 추세와 인구변화는 우리들 대부분이 반기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영향을 자동차 메이커에 미치고 있다. 그럴 필요가 있다. 개발주기가 길기 때문에, 자동차업계는 잘못된 제품을 잘못된 시기에 내놓는 오류를 피하기 위해 미래의 유행을 계속해서 주시해야 한다.
지난 세기의 사회적 변화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서방 세계의 풍요가 성장하는 것이 두드러진데 반해, 지난 수십여 년 간은 생활양식의 선택에 의해 주도되었다. 소비자들은 특정한 방식으로 생활할 수 있고, 관심사와 취미에 의해 정의된다는 발상이다. 그러한 변화는 자동차 메이커들을 도시형 SUV와 프리미엄 브랜드의 부상으로 대표되는 자동차 형태의 엄청난 확산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소비자의 풍족함이 급증한 이래 향수가 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개인적인 운송수단의 자율성을 원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세대마다 운전하는 법을 배우고 자동차를 갖고 싶은 열망은 더하리라는 데 대해서는 별다른 의문이 제기된 적이 없었다. 그런 습관들은 평생 계속될 것처럼 보였다.
지난 9월에 열린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는 놀랄 만큼 비슷한 세 종류의 작고, 휠이 개방된 전동 도시형 소형차 컨셉트카가 선보였다. 모두 길이가 3m 남짓한 아우디 어번 컨셉트, 오펠 RAK e와 폭스바겐 NILS는 각각 한 번 충전으로 약 64km를 달릴 수 있으며 배터리 완전 충전에 2시간에서 3시간 사이가 걸린다. 오펠과 아우디는 작은 차체에 두 사람이 비집고 앉는다.
같은 장소에서 BMW는 탄소섬유 차체의 i3 전기 도시형차를 일반 공개했고 전동 스쿠터에 대한 계획도 발표했다. 한편 GM은 자사의 EN-V 전기구동 유선형차의 2세대 모델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에스파스와 세닉에서 그랬듯이 새로운 시장 세그먼트를 만드는 데 열성적인 르노는 지붕이 있는 사륜 전동 스쿠터의 일종인 트위지를 내년 봄에 전시장에 내놓는다.
폭스바겐의 브랜드 개발 책임자인 울리히 하켄베르크(Ulrich Hackenberg) 박사는 “더욱 효율적이고 환경적으로 양립할 수 있도록 개인 운송수단을 구조조정하기 위해, 기술적으로 견고하며 경제적으로 타당한 초단거리 이동용 차량 개념을 연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폭스바겐은 NILS를 ‘2030년의 통근용 차를 위한 매우 현실적인 제안’이라고 표현하지만, 2010년대 말이 되기 전에 이런 – 혹은 매우 유사한 – 것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모든 자동차 메이커들이 지금 기업 차원에서 미래 전망에 대한 예측에 힘쓰고 있는 이유는 널리 알려진 ‘메가시티(거대도시)’의 부상 때문이다. 사람들이 교외 지역에서 떠나 도시로 모여들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고, 결국 전 지구 인구의 60퍼센트 이상이 도시 거주자가 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도시 생활로의 이전은 좋은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메가시티들은 독자적인 자급자족 경제구조, 성장 동력과 인구, 상품 및 서비스가 하나의 지역으로 집중된다. 그러나 한 지역에 너무 많은 사람이 몰리면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게 된다.
교통정체, 주차공간의 부족, 연료비, 보험료, 대기오염, 환경운동가들의 압력, 직장 가까이에 사는 것, 운전면허시험 합격의 어려움, 운전조차도 금지하는 지역 법규가 대단히 강력한 압력이 되어 주민들이 차를 소유하는 것을 꺼리게 만들 것이다. 2015년까지 스쿠터의 세계 시장 규모가 3천만 대를 넘어설지도 모른다는 예측은 전혀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다.
이 모든 것들의 정점에, 특히 확대되고 있는 아시아 지역 도시들을 중심으로 대중교통의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도쿄는 이미 이런 과정을 거친 바 있다. 자동차의 소유는 주차공간의 소유가 전제되어야 하고 1.0L 미만의 엔진으로 달리는 특히 좁은 차인 도시형 차(경차)라는 특정한 장르를 낳기까지 했다. 도쿄는 또한 경유에 어두운 시선을 두고 있다. 그곳의 공공서비스 차 중 많은 수는 가스로 움직인다. 오늘날, 일본의 수도에 사는 젊은이들은 개인적인 교통수단을 구입하는 것에 관심을 잃어가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전면적인 변화들이 결합되어 현재 구성된 폭넓은 자동차업계의 기반을 심각하게 약화시킬 것이며, 일반적인 철제 차체의 4인승 자동차로부터의 매우 뚜렷한 이탈이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래서 이러한 초단거리 이동용 컨셉트카들이 나오게 된 것이다. 어번 컨셉트, NILS, RAK e를 대중적인 연구 단계로 이끌어낸 논리는 쉽게 설명할 수 있다. 환경적으로 의심할 여지가 없도록 하기 위해, 자동차 메이커들은 도시형 교통수단을 움직이게 하는 방법이 전력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자동차를 이런 형태로 구동하기 위해서는 크고 값비싼 배터리가 필요하다.
급진적인 다운사이징은 많은 문제를 제거하고 선순환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차들은 최대 두 사람이 탈 정도의 크기만 가지면 되고, 작은 차체는 복잡한 거리에서의 주행과 주차에 이상적이다. 또한 크기가 작기 때문에 5~7kWh 용량(닛산 리프의 24kWh와 비교할 만하다)의 저렴한 배터리 팩이면 통근에 충분한 56~72km 거리를 달릴 수 있고 재충전은 한두 시간이면 된다. 유지비는 오늘날의 물가로 약 35펜스(약 630원)를 넘지 않을 정도로 낮을 것이다. 교통정체는 운전자의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실시간 정보를 활용함으로써 줄어들 것이다.
단순성은 초단거리 이동용 자동차의 좌우명이 될 것이다. 그런 차들은 기어가 없기 때문에 운전하는 것은 엄청나게 쉬울 것이다.
이러한 차들은 SF 소설에 나오는 것들이 아니고 – 폭스바겐, 아우디, 오펠 모두 양산을 위한 방법을 찾을 것이다 – 새로운 도시형 차라는 차급을 만들기 위한 극적인 다운사이징의 장점들은 충분히 현실적이지만, 매력적이든 강제로 사야하는 상황이든 간에 실제 소비자들이 그러한 개념을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다.
내년이면 구입 가능한 도시형 전동 교통수단인 르노 트위지가 초단거리 이동 개념의 첫 실제 테스트에 나선다. 아우디, 폭스바겐, 오펠이 한 것은 앞으로 다가올 20년 동안 어떻게 개인 도시형 이동수단으로의 대대적인 변화가 이루어질지에 대한 준비다.
오펠 RAK e
디자이너 마크 애덤스(Mark Adams)가 ‘바퀴 달린 우주선’이라고 부른 이 모터사이클 겸 전투기 같은 차는 양산 비용을 낮추기 위해 값비싼 복합소재를 쓰지 않았다.
아우디 어번 컨셉트
날렵한 모습의 휠이 개방된 컨셉트카는 경주차 스타일의 푸시로드 서스펜션과 앞뒤로 앉는 좌석 구성을 자랑한다. 쿠페와 스파이더 형태로 공개되었다.
폭스바겐 NILS
폭스바겐의 초현대적인 버블카는 맥라렌 F1 스타일의 좌석 배치와 걸윙 도어가 특징이다. 2030년까지는 나올 것 같지 않다.
르노 트위지
르노의 도시형 초소형 탈것은 내년 초에 영국에 출시된다. 세 가지 모델이 예상되며 출력이 낮은 버전은 운전면허가 없는 사용자들을 위한 것이다.
BMW i3
BMW의 프리미엄 라인업인 ‘i’ 시리즈 중 두 번째이자 저렴한 모델. 0→시속 100km 가속 8초 미만인 준 핫 해치급 성능을 보장한다.
GM EN-V
세그웨이와 협력해 개발된 이 초현대적 2인승 차는 제자리에서 회전이 가능하고 사고를 막기 위해 충돌감지센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