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로운 벤테이가를 지탱하는 내부 설계의 치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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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로운 벤테이가를 지탱하는 내부 설계의 치밀함
  • 리처드 브렘너(Richard Bremner)
  • 승인 2017.03.3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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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보이지 않는 내장을 이루는 부품은 기능과 모양이 실로 다양하고 숫자가 엄청나다. 벤틀리 벤테이가의 경우 숨어있는 전자장치가 90개를 넘는다. 게다가 파워트레인, 에어 서스펜션과 안티롤바 그리고 냉각장치까지 더해진다. 그래야만 40℃의 이글거리는 사막에서도 W12 엔진과 4개의 광폭타이어를 잘 굴릴 수 있다. 디자이너의 세계에서 이들은 그 차의 'B-사이드'라 불린다. 시각효과를 뒷받침하는 보디패널의 반대쪽이라는 뜻이다.


A-사이드를 디자인하는 작업은 실로 벅찬 과제다. 한마디로 자동차 스타일은 시장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할 만큼 중대한 역할을 한다. 때문에 디자인에 그토록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고뇌와 영감이 투입된다. 그러나 B-사이드에서는 흡배기부터 디퍼렌셜까지 모든 기능과 기술을 실현한다. 거기에는 공력성능, 충돌성능과 실내 패키지가 들어있다. 게다가 램프 위치, 범퍼 높이, 실내 장비를 비롯해 자동차의 핵심요소를 소화해야 한다. 또한, 그에 못지않게 어려운 것이 보디 패널 안쪽을 설계하는 작업이다. 벤테이가의 덩치는 크지만 승객과 짐을 실을 공간 이외에는 온갖 기능의 부품과 장치로 가득 차 있다. 디자인 스튜디오가 제시한 큰 틀안에 이 모든 것을 배치하는 것은 대단한 도전이다. 지금부터 그 과정을 살펴보기로 하자.
 

여기 나온 단면도는 벤틀리가 시각화 작업실에서 거둔 성과를 한눈에 보여준다. 벤틀리의 보디와 트림 기술이사 사이먼 브레이크에 따르면, 차량을 개발하는 동안 매주 수요일 오후 2시간 30분에 회의가 열렸다고 한다. 벤테이가가 나오기까지 적어도 79회의 작전회의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집단개발과 소규모 재검토 작업이 줄을 이었다. 그들을 가리켜 ‘포럼’이라 했고, 그 토론이 벌어진 장소는 실제로 로마 시대의 포럼 광장과 흡사했다. 좌석은 원형극장처럼 계단식이었다. 물론 로마인들이 보지 못한 첨단장치가 있었다. 실내 전면에 걸린 28㎡ 사이즈의 스크린은 헤드램프 이미지를 사람보다 크게 키울 수 있으며, 3GB용량의 880만 픽셀 영상을 투사할 수 있다. 이처럼 높은 화상도를 살리기 위해서는 약 1만5000m의 케이블과 1만W가 필요했다.
 

고도의 디지털 3차원 이미지가 나오기까지는 첨단 공학기술 뿐만이 아니라 미술을 비롯한 건축적인 기법까지 필요하다. 디자인 감독 크리스핀 마쉬필드는 ‘자유형 스케치’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점차 구체화하며 정확한 형상을 만들어낸다. 이와 같은 스케치와 하드웨어를 통해 완전한 차로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2~3개의 디자인을 골라 3D 데이터 측정과 클레이 모델 작업을 했다” 마쉬필드의 설명이었다. “3D 데이터를 풀사이즈 클레이 모델로 빚은 뒤 정밀 작업을 시작했고, 온갖 난제를 풀어나가는 2년의 공정 과정에 돌입했다. 그리고 우리는 3개의 풀사이즈 모델을 만들었다.” 일단 한 개 디자인을 선택한 뒤 기술진과 함께 작업을 시작했다.


“나는 디자인을 보호하는 역할을 맡았다.” 마쉬필드가 말을 이었다. “우리는 정기적으로 검사를 진행해 정밀 모델을 만들었다. 12~13개월이 걸렸고, 이때 차의 규격과 패키지가 결정됐다.” 블레이크에 따르면 시각화 작업실은 디테일을 결정하는 포럼으로 쓰였다. “여기서 공정관리를 해야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큰 혼란이 벌어졌을 것이다.” 벤테이가의 정확한 풀사이즈 모델이 나오기까지 22개월이 걸렸다. 이 모델은 끊임없이 업데이트된 가상 모델에서 나왔다. 하지만 어디서 시작했을까? “자동차를 각 부분으로 갈라야 처리하기 쉬웠다. 도어, 보닛, 센터콘솔, 계기패널, 좌석, 앞머리, 엉덩이와 옆구리로 분할했다.”
 

브레이크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 과정에 기술과 공정도 훨씬 세련됐다. 우리는 지금 벤테이가에 쓰던 것보다 한층 현대적 도구를 쓰고 있다. 시가지에서 닥칠 모든 상황을 재현할 수 있다. 게다가 시간은 훨씬 단축된다. 앞으로 헤드셋을 이용하여 한층 깊숙이 가상현실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 투입된 기술과는 상관없이 럭셔리카를 만드는 데 무엇이 필요한가를 생생히 보여줬다. 리드미컬한 교향곡처럼 고도로 치밀하고 상호협력적인 벅찬 노력의 결정이었다. 
 

라디에이터 그릴(Radiator Grille)
벤틀리를 비롯해 어느 자동차 메이커에게나 라디에이터 그릴 설계는 비교적 단순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공기를 빨아들인다. 벤틀리의 전통을 이어받아 벤틀리 배지를 담은 보디컬러 프레임으로 아름다운 메시 그릴을 에워싸고 있다. 그릴은 냉각용 공기를 빨아들일 뿐아니라 대담하게 이 차의 정체를 알려주는 구실을 한다. 벤틀리의 범퍼기능 감독 닉 게임이 지적했듯 자동차규정 R127의 ‘법적 의무’를 실천했다. 따라서 어른과 어린이를 가리지 않고 보행자의 머리와 다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일정한 부분을 손질했다.” 게임의 설명. “우리는 디지털 표면을 채택하여 시험구역[범퍼와 보닛의 충격부분]을 선별하고 단단한 부분을 찾아냈다. 따라서 파워트레인을 비롯해 많은 부품에 영향을 줬다.” 이 경우 냉각시스템의 일부가 대상에 올랐다. 보행자의 머리와 다리에 대한 충격을 가정한 CAD 모델이 도움을 줬다. 그에 따라 스타일을 바꿔야 할 경우가 있었다.


주간 포럼과 시각화 스크린에서 그 실체가 드러났다. 이 기술의 막강한 위력을 업고 디자인팀과 기술진이 벤테이가의 보디패널 밑으로 파고들었다. 공기흡입구 하나와 그릴 뒤에 비좁은 공간이 나왔다. 공기흡입구도 보행자 충격의 일부를 흡수한다. 따라서 보행자의 다리에 중상을 입히지 않도록 충돌 에너지를 줄이는 완충기능을 담았다. “다리를 최대한 굽힐 수 있게 하여 무릎관절을 보호하기로 했다. 벤테이가는 그 한계를 넘어섰다.” 게임의 설명이었다.
 

프론트 윙(Front Wing)
벤테이가의 단면도가 보여주듯 앞윙 뒤의 공간은 놀랍도록 빡빡하다. 앞윙의 B-사이드는 아름다워야 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모든 기능을 다하려면 상당히 우아한 해법이 필요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의 하나가 드러났다. 서스펜션이 완전히 압축됐을 때 휠과 타이어가 보디에 부딪치지 않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윙안의 공간이 그만큼 넓어야 했다. 특히 22인치 휠을 달 수 있는 경우가 그랬다. 그럼에도 휠이 해결하기 제일 까다로운 문제는 아니었다. “램프가 제일 큰 난제였다. 할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다.” 마쉬필드가 말했다. “그 밑에 너무 많은 것이 들어있어 스타일을 크게 제약했다.”


첫 단계는 ‘휠이 3D 패키지를 감싸는 방식을 결정하는 것이었다.“ 거기서 휠아치 라이너가 태어났다. ”그런 다음 공간 찾기 싸움이 벌어졌다.“ 마쉬필드가 지적했다. 워셔병부터 에어스프링 연결 파이프, 서스펜션 업라이트, 범퍼 마운트와 이너윙을 연결하는 브레이싱 스트럿과 상당히 큰 헤드램프를 담아낼 공간을 마련해야 했다. ”그러나 스타일이 왕이다“ 마쉬필드가 덧붙였다. 워셔병에 가까운 크롬윙 환구기가 놓일 공간을 찾는 일이 힘들었다.
 

앞 범퍼(Front Bumper)
앞범퍼와 그릴을 연결하는 일은 간단하다고 생각했으나 상당히 까다로웠다. 두 부품이 만나는 자리가 너무 눈에 띄어 0.1~0.5mm 간격을 메워야 했다. 문제를 이해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드는 데 6주일이 걸렸다. 그때 마쉬필드가 범퍼를 뒤로 물려 흔적을 감출 언더플러시를 달도록 지시했다. “그러자 감쪽같이 플러시로 보였다.” 마쉬필드가 말했다. 엄청난 시간이 들어간 사소한 디테일이었다.
 

헤더 레일(Header Rail)
이 차의 헤더 레일은 자동차 지붕의 옆구리를 보강하는 구실을 했다. 운전대를 잡고 있으면 헤드라이닝 뒤 오른쪽 위에 자리잡아 보이지 않았다. 커튼 에어백을 제외하면 아무 장비도 없었다. 그럼에도 이 단면도가 보여주듯 구조는 다층적이다. 온갖 고무실, 선루프의 가이드채널과 알루미늄 루프레일이 달렸다. 심지어 이들은 강철 헤더레일처럼 이중구조였다. 차가 옆으로 굴러도 실내를 지탱할 만큼 튼튼했다.


밀폐용 실은 먼지와 물을 막아내는 것 이외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덩치 큰 SUV가 공기를 가르고 나가는 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형태, 위치와 소재를 결정했다. 헤더와 부딪치는 도어가 삐거덕 덜덜거리는 소리를 낼 수 있었다. 그래서 이른바 ‘충돌탐지팀’에게 그 문제를 맡겼다. “이웃 부품의 강성을 알고 있으면 소음을 예측할 수 있다.” 차량기능 총책 조너선 레이필드의 설명이다. 이같은 구역을 회색지대 곧 그레이존으로 불렀다. 차의 안과 밖 사이에 있는 공간을 가리킨다. 차안에서 보이지 않는 부분이지만 디자인팀이 A필러, 도어힌지와 보닛밑 방음에도 눈길을 돌렸다. “보닛을 열면 보기에 좋아야 한다.” 블레이크의 말이다.
 

대시보드 B-사이드(Dashboard B-side)
거의 모든 오너들이 결코 보지 못할 대시보드의 속살을 가리킨다. 이처럼 뒤쪽을 보면 벌크헤드와 큼직한 크로스브레이스가 어떻게 연결됐는가를 알 수 있다. 에어컨 일부와 스티어링 컬럼의 합금 서포트가 보인다. 전체 그림을 똑똑히 보여주기 위해 배선은 모두 걷어냈다(이처럼 복잡한 차에 배선은 엄청나다). 한편 헤드업 디스플레이 투사구가 계기비너클 뒤쪽에 자리잡았다. 차를 조립할 때 대시보드 달기가 상당히 복잡하다. 조립라인에서 이 작업을 하는 절차를 결정하는 게 그보다 더 어려웠다. “우리는 이 작업을 가상현실 방식으로 해냈고, 부품을 조립하는 글라이드 패스를 찾아냈다.” 벤틀리의 프리시리즈 센터장 알라 엘-샨티의 말이다.
 

헤드램프 클러스터(Headlight Cluster)
시각화 스크린의 고해상도가 디테일을 엄청나게 확대해줬다. 스크린에 비췄을 때 헤드라이트 클러스터의 렌즈는 어른의 키만큼 커졌다. 물론 실제로 그만큼 크게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스크린의 초정밀 해상도가 디자인팀이 빈틈을 메우고 부품을 좀더 정확하게 설계하도록 이끌었다. 아울러 비용과 개발시간을 절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이 장비가 없어도 차를 디자인할 수 있다.” 알라 엘-샨티가 한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린다. 48개월이 아니라 54개월이 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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