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에 더한 운전 재미, 어코드 하이브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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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에 더한 운전 재미, 어코드 하이브리드
  • 전상현 에디터
  • 승인 2017.03.28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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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만큼 불을 지피지 못했던 하이브리드 바람은 점점 불씨가 살아나는 느낌이다. 수입차 시장에서 그 바람은 더욱 거세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수입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총 1만6259대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그 전년도와 비교하면 판매량은 약 66% 증가한 수치다. 수입 하이브리드차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역시 일본차다. 최초의 양산 하이브리드차를 선보이며 대중성을 높여온 브랜드가 토요타라면 혼다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전문성을 강조한다. ‘진정한 하이브리드 전문가’라는 혼다의 캐치프레이즈가 그러한 의지를 드러낸다.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역사는 지난 2005년, 7세대 어코드를 기반으로 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어코드가 8세대로 진화하면서 하이브리드 모델은 그 명맥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2014년 9세대 어코드를 기반으로 2세대로 진화한 어코드 하이브리드가 나왔다. 이번에 국내에 출시된 모델은 9세대의 페이스리프트 버전을 기초로 보다 강인한 성격을 불어넣었다. 연료소비 효율 및 이산화탄소 저감 기술에서 동급 최고를 목표로 한 것. 그러면서도 ‘스포츠 하이브리드’를 강조해 운전재미를 추구했다. 모터스포츠에서 출발한 혼다의 기업정신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새로운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욕심’을 도로에서 직접 확인해보기로 한다.
 

외관 디자인은 하이브리드만의 요소를 더했을 뿐 일반 모델과 큰 차이가 없다. 앞모습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크롬 그릴이 눈길을 잡는다. 하지만 아래 부분을 피아노 블랙으로 처리해 일반 모델과 차별화 했다. 범퍼 아래를 가로지르는 바와 안개등 주변 또한 피아노 블랙으로 마무리했다. 뒷모습은 리어 스포일러를 더하고 트렁크의 가로 바를 무광 블랙으로 처리해 차별 포인트를 줬다. 또 하나 하이브리드 모델의 특징은 앞뒤 헤드램프와 테일램프인데, 마치 컬러 렌즈를 낀 듯 블루 익스텐션 탑코트로 색을 입혔다. 멀리서 봤을 때 푸른빛이 감돌면 하이브리드 모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푸른색은 대부분 하이드리드 모델이 상징색으로 많이 사용하는데 친환경을 의미한다.
 

실내에 들어가 앉으니 가죽 시트가 부드럽게 와닿는다. 전체적으로 편안함을 주면서도 든든하게 받쳐주는 시트가 인상적이다. 혼다는 어코드 하이브리드 운전석에 8방향 파워 시트(동승석은 4방향 시트)를 적용했다. 최적의 운전 자세를 잡는데 한층 편리하다. 뒤로 자리를 옮겨도 편안함은 그대로 이어진다. 넉넉한 헤드룸과 레그룸으로 움직임이 한결 여유롭다. 패밀리 세단으로서 어코드의 기본자세를 알 수 있다. 

대시보드는 수평적 구조에 곡선을 가미해 정갈하고 고급스럽다. 센터페시아는 2개의 디스플레이를 적용했다. 상단 디스플레이는 차량 정보를 제공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주행중 오른쪽 방향지시등을 켜거나(왼쪽은 해당 안됨) 주차할 때 화면에 차량 주변 상황을 보여준다. 하단 디스플레이는 내비게이션, 오디오, 차량 설정 등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조작할 수 있다. 터치 반응이 빠른 것은 아니지만 직관적이라 사용하기 편하다. 센터페시아 아랫부분 수납공간에는 스마트폰 무선 충전이 가능하고 HDMI, USB 포트 그리고 파워 아웃렛이 있다. 기어 레버 주변에는 열선기능 버튼과 함께 하이브리드 모델임을 알려주는 EV와 스포츠2개 버튼이 새로 추가됐다.
 

하이브리드 전용 계기판은 가운데 큰 원형 디스플레이에 속도와 연비 구동계의 상황 등 정보를 나타낸다. 왼쪽은 출력 상태를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회생 에너지가 어느 정도 발생하는지 알려준다. 오른쪽은 배터리와 연료의 양을 표시한다. 스티어링 휠 오른쪽의 빨간색 파워 버튼을 누르면 전기모터가 작동하고 계기판 중앙에 시동이 걸렸음을 알려주는 메시지가 뜬다. 전기모터 특유의 소리가 실내로 들어오지만 내연기관차와 비교하면 소음과 진동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인텔리전트 멀티 모드 드라이브’라는 i-MMD 하이브리드 파워 트레인을 탑재했다. 한 개의 하이브리드 전용 엔진, 두 개의 전기모터가 매칭된 무단 변속기(e-CVT), 리튬 이온 배터리로 구성된다. 앳킨슨 사이클 방식의 4기통 2.0L i-VTEC 엔진은 6200rpm에서 145마력의 최고출력, 4000rpm에서 17.8kg·m의 최대토크가 나온다. 하이브리드 모드에서 발전용 모터를 지원하지만 고속이나 언덕 등 더 큰 힘이 필요할 때 직접 바퀴를 굴린다. 2개의 전기모터는 주행용과 발전용으로 나뉜다. 안쪽에 위치한 주행용 모터는 출발 직후부터 토크와 출력을 발휘하며 감속 시 에너지 회생에 기여한다. 바깥쪽에 위치한 발전용 모터는 주행용 모터에 전력 공급 및 배터리 충전 기능을 한다. 모터는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32.1kg·m의 성능을 내고 엔진과 모터의 힘을 더한 시스템 출력은 215마력/6200rpm의 성능이다.
 

가속 페달에 힘을 주니 계기판 중앙의 디스플레이 화면이 실시간으로 EV 모드, 하이브리드 모드를 오가며 주행 상태를 알려준다.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순간부터 전기모터에 의해 강력한 토크로 빠른 가속이 이어진다. 체감 가속도가 그에 못 미치는 것은 하이브리드 특유의 부드러운 감각 때문. 액셀러레이터를 더 강하게 밟으니 엔진이 깨어나 한층 소란을 떤다. 이때 엔진은 직접 구동에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전기모터를 보조한다. 계속해서 속도를 올리면 디스플레이에 전기모터가 사라지고 엔진으로만 주행중임을 알려준다. 기어 레버 아래 위치한 버튼을 눌러 ‘스포츠 모드’로 바꾸자 배기음이 커지면서 반응이 한층 빨라진다. 도심에서 연비를 생각하며 달리다가도 뻥 뚫린 도로가 나오면 언제든지 다이내믹한 성능을 맛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성격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EV 버튼을 눌러 강제로 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조건이 까다로워 주행하면서 지속적으로 유지하기는 힘들다. 대신 초반에 액셀러레이터를 강하게 밟아 원하는 속도까지 올린 다음 크루징 하듯 그 속도를 유지하면 계기판 EV 램프에 불이 들어오며 EV모드가 유지된다. 기어 레버는 P N R D 외에 B가 따로 존재한다. B는 회생 제동을 보다 강력하게 작동해 연료 효율을 높여준다. 그 강도가 강해 발로 브레이크를 자주 밟지 않고도 도로의 흐름을 따라 자연스런 주행이 가능하다. 또한 고속으로 크루징할 때는 엔진 직결 클러치가 효율성을 높여준다. 탑 기어에 해당하는 기어비 설정으로 고속에서 힘의 손실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를 관통하는 두 개의 키워드는 편안함과 스포티함이다. 앞 스트럿, 뒤 멀티 링크 서스펜션은 일반 모델과 같지만 진폭 감응형 댐퍼를 더해 주행 품질을 높였다. 줄어든 노면 충격은 가속시는 물론 장거리 운전에서도 피로감을 줄여준다. 스티어링의 무게감이나 브레이크 답력 또한 너무 무겁지 않게 편안한 운전을 돕는다. 스포츠 드라이빙은 엔진이 깨어날 때 위력을 발휘하고 속도에 계속 몸을 얹을 때 운전 재미가 살아나지만 기본적인 세팅은 부드러운 주행에 맞춰져 있는 느낌이다.
 

고속주행에 이어 코너에서도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기 때문에 어느 순간에나 운전하는데 자신감을 더해준다. 이뿐 아니라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을 차단한 것도 수준급이다. 차체 설계 단계부터 소음 차단에 집중하는 한편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ANC)과 액티브 사운드 컨트롤(ASC) 기술을 더했다. 스포츠 모드에서 엔진을 쥐어 짜낼 때만 소리가 요란할 뿐 도심 주행이나 고속 크루징에서 소음으로 불편함을 느끼기 힘든 이유다.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공인연비(복합)는 19.3km/L. 다양한 환경에서 연비를 측정한 결과 그 편차가 꽤 컸다. 도심 주행에서 나온 연비는 트립 컴퓨터 기준으로 17.6~26.3km/L가 나왔다. 또한 고속도로에서 스포츠 모드를 오가며 약 100km의 거리를 달린 후 기록된 연비는 11.9km/L. 혼다는 운전자의 경제적 운전을 돕기 위해 에코 드라이브 디스플레이와 에코 스코어 기능을 넣었다. 이를 참고해 운전습관을 교정한다면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장점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가격은 4320만원이다. 하지만 정부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구매 지원금 기준을 충족해 10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이럴 경우 가격은 어코드 3.5 모델보다 40만원 싸다. 이 정도면 “굳이 하이브리드를 사야 할 이유가 있을까?” 라는 질문을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하이브리드의 자질 또는 가치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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