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귀한 로드카, CLK DTM AM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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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귀한 로드카, CLK DTM AMG
  • 리차드 브램너(Richard Bremner)
  • 승인 2017.03.2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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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K DTM AMG가 남다르게 보이는 이유는 이 차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벤츠는 CLK DTM AMG를 단 100대만 생산했다. 그중에서도 운전석이 오른쪽에 위치한 모델은 40대에 불과하다. 약간의 홍보와 함께 출시됐으며, 초청된 사람에 한해 판매가 이뤄졌다. 2004년 출시 당시 가격은 23만6060파운드(약 3억4889만원)에 달했지만 순식간에 팔려나갔다. 구매자 중에는 F1 레이서인 젠슨 버튼(Jenson Button)과 키미 라이쾨넨(Kimi Raikkonen), 타쿠마 사토(Takuma Sato)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2년 후, 벤츠는 80대의 카브리올레 버전도 발표했다. 이 모델 역시 레이서인 후안 파블로 몬토야(Juan Pablo Montoya)와 미카 하키넨(Mika Hakkinen)이 주인이 됐다. 그리고 그들은 이 차를 아직까지 팔고 있지 않다. 이렇게 매물이 적으니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는 것이다.
 

CLK DTM AMG라는 이름부터 차의 성격을 잘 나타내고 있다. DTM은 ‘Deutsche Tourenwagen Masters’의 약자로 독일 투어링카 마스터즈를 의미한다. 맞다. 이 차는 일반도로에서도 달릴 수 있도록 개조된 경주차라고 보면 된다. 2003년 DTM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거둔 베른트 슈나이더(Bernd Schneider)의 경주차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으며, 582마력의 엄청난 출력을 발휘한다. 이 터무니없는 괴력을 통해 0→시속 100km까지 단 3.9초만에 가속하며, 최고시속은 321km에 달한다.
 

신호를 받고 멈춰서 있을 땐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오른쪽의 알루미늄 페달을 살짝이라도 밟으면 타이어는 맹렬히 땅을 밀어내고 차는 미친 듯이 달려나간다. 그렇다고 CLK의 기본적인 성질을 버린 것은 아니다. CLK의 디자인을 그대로 따르면서 약간의 변화를 준 것. 변속기와 스티어링 휠이 바뀌긴 했지만, 기본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성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 드러난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뒤 시트를 제거하고, 센터콘솔을 비롯해 B필러, 도어트림 등에 탄소섬유 소재를 적용했다. 앞의 두 좌석은 경주용차의 시트와 다를 게 없다. 스웨이드 소재로 덮여 격한 드라이빙에서도 몸을 잘 지탱해줄 수 있으며, 5점식 안전띠는 버튼 하나로 해제시킬 수 있다. 센터콘솔에 위치한 3개의 금속 토글 스위치는 다소 기계적이고 어색하지만, 섀시와 변속기의 반응을 조절할 수 있는 장치다. 이것만 봐도 이 차가 시각적인 부분을 포기하고 성능에 초점을 맞춰 튜닝됐음을 알 수 있다. 
 

정신 차려야 한다. 이차는 가속 페달을 가볍게 밟는 것만으로도 치타처럼 변신할 것이다. 그리고 만약 수동 모드에서 패들 시프트를 당긴다면, V8 5.4L 슈퍼차저 엔진은 우렁찬 천둥소리를 내며 반응할 것이다. 5단 자동변속기는 요즘에 즐비한 8단, 9단 변속기에 비해 부족해 보일 수 있지만, 걱정할 것 없다. 충분히 힘을 잘 전달하고 충분히 빠르다. 그리고, 제트비행기가 음속 장벽을 통과하듯 빠른 속도로 엔진에 산소를 공급하기 때문에 토크저하를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탄탄하게 보강된 섀시는 코너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여기에 민감한 스티어링 휠을 통해 코너를 예리하게 파고들 수 있다. 그러나 19인치 휠 안에 들어가는 브레이크는 영민한 편이 아니다. 거대한 캘리퍼에 10개의 피스톤이 들어가지만, 경주차만큼 타이트하게 쪼여 주진 않는다. 그럼에도 이 차는 케이터햄의 스포츠카만큼이나 큰 재미를 갖고 있다. 그리고 계속해서 운전석으로 유혹한다.
 

2004년에 나온 모델이지만 이렇게 현재까지 남아 있다. 그리고 무서울 정도의 성능을 지녔고, 엄청난 AMG 모델이다. 21~25만파운드(약 3억1000~3억6900만원)의 가격이 터무니없어 보일 수 있지만 직접 몰아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이 차가 얼마나 희귀한 차인지를 알아야 가치를 판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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