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볼보의 미래 그리는 이정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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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볼보의 미래 그리는 이정현 디자이너
  • 오토카코리아 편집부
  • 승인 2017.03.13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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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동차회사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디자이너가 많다. 이정현 볼보자동차그룹 시니어 외관 디자이너도 그중 하나다. 하지만 이 남자, 디자이너로서 다소 독특한 길을 걸었다. 기계공학을 전공했지만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꾸며 스웨덴 유학길에 오른 것. 스웨덴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북유럽 디자인을 동경했고 남들과 다른 길을 가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런 확고함 때문일까? 남들보다 그 시작이 늦었지만 2010년 볼보에 외관 디자이너로 입사한 후 차세대 XC60의 메인 외관 디자이너로 발탁되는 등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이정현 디자이너는 신형 XC60 프로젝트를 마치고 선행 디자인을 연구하고 있다. 선행 디자인이란 미래 양산차를 위한 콘셉트를 개발하는 작업이다. 지난 2일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휴가차 한국을 방문한 이정현 디자이너를 만났다. 그의 입을 통해 최근 볼보 디자인 변화 과정, 신형 XC60에 대한 힌트 그리고 친환경차를 준비하는 볼보의 자세 등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 전공이 디자인이 아닌 기계공학이었다. 자동차 디자인을 하게 된 계기와 볼보 XC60의 메인 디자이너가 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나?

전공과 관련된 일을 즐기면서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했다. 결국 원래 미술 분야에 관심이 많다보니 자동차 디자인을 선택했다. 그래서 스웨덴으로 자동차 디자인 유학을 떠났다.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점점 볼보 브랜드에 매력을 느꼈다. 볼보의 역사를 봤을 때, 가치가 있고 앞으로도 잠재력이 많은 브랜드라고 생각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경력에 상관없이 디자이너는 모두 같은 선상에서 경쟁하게 된다. 나는 기계공학적 지식을 알고 있어 엔지니어와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했고 공학적 지식과 디자인 지식을 결합해서 더 나은 결과를 만들 때도 있었다. 이런 부분이 도움이 됐다. 신형 XC60 프로젝트는 내가 처음으로 참여하면서 양산 프로그램이다. 한 대의 차가 어떻게 나오는지 처음부터 끝까지의 과정을 함께하면서 개인적으로 배운 것이 많았다.

 

볼보는 신형 XC60을 준비하면서 콘셉트카로 먼저 디자인을 제시했다. 콘셉트카의 디자인이 실제 양산차에 반영된 부분은 무엇인가?

콘셉트카는 볼보 디자인 비전에 대한 힌트라고 생각하면 된다. 양산차 디자인에서도 콘셉트카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배제하려고 노력했다. 콘셉트카의 느낌, 비율을 최대한 양산차에 표현했다. 따라서 콘셉트카와 양산차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또한 내가 표현하고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최종 결과물에서 잘 반영돼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차세대 XC60을 소위 ‘작은 90 시리즈’로 만들지 않기 위해 집중했다. 90시리즈가 자신감 넘치면서도 차분하고 중후한 매력이 있다면, 60시리즈는 그런 부분을 유지하면서도 더 스타일리시하고 다이내믹한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지금은 XC60 디자인에 대해 세세하게 말할 수 없는 점 이해해 달라. 다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XC90에서 크기만 줄인 차는 아니라는 점이다.


볼보는 프리미엄 브랜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디자이너로서 프리미엄 브랜드가 갖춰야 할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개인적으로 프리미엄이라고 써놓는 순간 프리미엄이 아니고 럭셔리라 써놓는 순간 럭셔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프리미엄 브랜드라면 시선을 끌기 위해 과장하기보다 튀진 않지만 누가 봐도 존재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점이 브랜드에 표현됐을 때 진정한 프리미엄이라고 할 수 있다.

볼보 디자인을 이야기 할 때 늘 동반되는 단어가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이다. 여기서 핵심이 바로 ‘덜어냄’이다. 단순하면서도 다른 것이 가장 어렵다고 생각한다. 단순하게 하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된다. 다르게 하는 것은 무언가 더해서 이리저리 틀어보면 된다. 하지만 단순하면서 다르다는 것은 디자이너에게 굉장히 큰 도전이다. 덜어내는 과정을 끊임없이 거쳐서 사람들을 사로잡는 것이다. 이런 부분에서 볼보만의 프리미엄이 있다고 생각한다.

 

XC90, S90을 보면 이전 볼보 디자인과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볼보의 디자인 변화를 이끄는데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한 부분이 무엇인가?

볼보가 다른 브랜드와 가장 차별을 두는 부분은 사람에서 시작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볼보가 오랫동안 지켜온 가장 핵심적인 가치다. 따라서 디자인 때문에 안전을 등한시 하거나, 안전을 포기한다거나 그런 부분은 없다. 예를 들어, 볼보는 아무리 새롭고 뛰어난 기술이 있어도 안전을 생각했을 때 불필요한 요소라고 판단되면 굳이 적용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디자인을 완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앞으로 새로운 제품을 통해 볼보의 비전, 디자인에 대한 자신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볼보는 모든 차종에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며 하나의 패밀리로서 브랜드를 발전시키고 있다. 하지만 볼보 디자인의 가장 큰 경쟁력은 90시리즈, 60시리즈, 40시리즈의 각 개성을 많이 존중하려고 노력하는 점이다. 시리즈별로 다른 느낌을 추구하는 것이 토마스 잉엔라트 볼보 디자인 수장의 비전이다. 그래서 사이즈만 줄인 차가 아닌 각각의 시리즈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확실하고, 각 메시지가 다를 것이다.


볼보는 탑승자뿐 아니라 보행자 안전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디자인에 안전이라는 요소를 어떻게 반영하는가.

볼보는 안전에 대해 볼보만의 기준을 따로 두고 있다. 볼보의 안전 규정은 항상 유럽 기준보다 높다. 따라서 이 기준을 고려해서 디자인해야 한다. 안전과는 절대 협상하지 않는다. 때문에 디자이너로서 어려운 도전과제다. 하지만 안전에 관련된 요소를 적용했을 때 오히려 더 나은 디자인이 나오는 경우도 많이 있다. 아무리 예쁘고 디자인일지라도 사고가 발생했을 때 운전자, 동승자 보행자 등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그저 예쁜 차일 뿐 볼보 기준으로 완성도 높은 디자인이라고 할 수 없다.

 

볼보는 2019년 순수 전기차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새로운 디자인으로 나오는지, 그리고 이러한 친환경차를 디자인할 때 기존 내연기관차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개인적으로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디자인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고, 굳이 같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하나의 브랜드이기 때문에 확립해 나가고 있는 아이덴티티를 유지할 것이다. 큰 그림은 같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히 다를 것이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는 다른 구동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전기차가 좀 더 디자인적으로 자유로움이 있을 것이다. 디자인 요소가 줄어들면서 새로운 접근이 가능해질 것이다. 예를 들어 그릴이 사라져서 인간미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새로운 자동차의 얼굴이 나올 수도 있다.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디자이너들의 도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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