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코다 예티 타고 예티(설인) 찾아 떠난 부탄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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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코다 예티 타고 예티(설인) 찾아 떠난 부탄여행기
  • 레이첼 버제스(Rachel Burgess)
  • 승인 2017.03.03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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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앞에서 커다란 트럭으로 인해 교통 혼잡이 빚어졌다. 우리는 산사태로 굴러떨어진 바위와 솟아난 절벽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빠져나갔다. 나는 절대로 되돌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고생 끝에 여태껏 본적 없는 웅장한 국경에 도착했다. 드디어 예티의 무리를 들이라는 명령에 따라 왕국에 어울리는 금빛 출입구가 열렸다. 그렇게 우리의 부탄 여행은 시작되었다.
 

당신은 슈코다 예티를 잘 알 것이다. 지난 2010년 출시된 박시한 스타일을 갖춘 SUV다. 지금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세그먼트의 초창기 경쟁자 중 하나다. 기아 스포티지와 닛산 캐시카이 등 신 모델이 등장했지만 슈코다는 시장에서 여전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2015년에는 영국에서 이전보다 더 많은 예티가 팔렸다.
 

내년에는 현행 모델보다 경쟁력을 갖춘 신형 예티를 만날 수 있다. 판매는 2018년에 시작할 예정. 조제프 카반(Jozef Kaban) 슈코다 디자인 총괄은 올해 초 <오토카>에 신형 모델은 기존의 독특한 스타일을 완전히 버리지는 않지만 보다 평범한 SUV인 신형 코디악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우리가 부탄에서 정확히 무얼 했느냐고? 부탄은 세계에서 가장 외진 국가이자 최후의 지상낙원으로 꼽힌다. 부탄은 슈코다 예티가 거친 환경에서 제대로 견딜 수 있는지 알아보는 최적의 장소다. 그리고 사소한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부탄 사람들은 차 이름과 똑같은 ‘예티’의 존재를 믿고 있다. 목적지는 야생 동물 보호구역인데, 이곳 사람들에 따르면 예티( 부탄에서는 ‘megoe’라 부르기도 한다) 가 사는 지역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그 지역에 가기 위해 우리는 부탄인 가이드를 따라 인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부탄 남쪽 끝에 있는 삼드룹 종카르(Samdrup Jongkhar)라 불리는 마을에서 출발했다. 소란스러운 마을을 뒤로하자 산악 도로가 나타났다. 방황하는 소와 웃고 떠드는 사람들 그리고 불교 사원이 가득한 예상과 정반대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나는 바로 자동차가 지날 수 있는 곳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곳에는 몇 대의 차가 있을 뿐이었다. 가장 일반적인 차는 덜덜거리며 검은 매연을 뿜어내고 종교를 상징하는 여러 가지 색으로 칠한 ‘타타 터보’(Tata Turbo) 트럭이었다.
 

체링 토브가이(Tshering Tobgay) 부탄 총리는 이런 상황과 대조적으로 차를 늘리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는 모든 차가 전기차이길 바란다. 전체 면적의 60%가 숲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환경 정책 - 현재 부탄은 전체 면적에서 숲이 차지하는 비율이 72%이다 - 의 일환이다. 부탄은 또한 전 세계에서 유일한 ‘탄소 흡수’(carbon negative) 국가다.
 

2014년 토브가이 총리는 닛산과 협약을 맺고 여러 대의 전기차 리프를 공급받았다. 그중 한 대는 토요타 랜드크루저를 소유한 왕에게 전달했다. 참고로 여왕은 토요타 프리우스를 몬다. 리프를 소유하고 있는 다소 벤지(Dasho Benji) 전 환경부 장관은 나에게 전기차가 자리 잡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빨리 보급될 수 있도록 기술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기차가 부탄 수도인 팀푸(Thimphu)에서는 실용적일지 몰라도 부탄 동부의 산악지대에서는 5분도 버티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탄은 전기차 보급과 관련하여 영국과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지만 그 관점은 아주 다른 곳에서 출발한다. 부탄의 인구는 75만명이고 도로에 굴러다니는 차는 5만대를 넘지 않는다. 그래도 1971년, 왕의 가정교사로 부탄을 방문한 영국인 마이클 러틀랜드(Michael Rutland)가 국가 전체에 차가 47대뿐이라고 충격적인 수치를 밝힌 것에 비해 많이 늘어난 것이다.
 

앞서 말한 ‘죽음의 도로’의 교착상태는 오래가지 않았다. 부탄인 가이드가 절벽에서 몇 인치 떨어져 있다고 알려줘 빠져나올 수 있었다. 우리가 외국인인 것이 도움이 됐다. 친절한 지역민이 맞은편 트럭을 도로의 가장자리까지 인도해 우리가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길을 터줬다. 우리는 시속 30km로 천천히 통과했다. 너무 많은 먼지와 바큇자국으로 인해 보이지 않던 까마득한 낭떠러지가 우리 왼쪽에 불과 몇 인치 차이로 펼쳐졌다.

우리는 점심을 위해 도착한 곳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예티 무리의 행운을 빌어주는 라마를 만났다. 의식은 비현실적인 노래와 함께 향을 태우고 이내 끝났다.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지만 우리의 여정이 안전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우리가 더 높이 올라갔을 때, 가이드가 이제부터 펼쳐지는 풍경이 굉장히 아름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첫날의 전경이 뇌리에 남아 그보다 더 아름다울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이드가 옳았다. 산소가 점점 희박해져 말하기가 어려웠지만 경치는 갈수록 환상적이었다. 동시에 도로 또한 점점 위험해졌다.
 

해발 3530m의 우리 여행 경로 중 가장 높은 지점까지 안내하는 도로는 2년 전에 새로 건설되었다. 벨벳처럼 부드럽지 않았지만 레이싱 트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분명 지역 주민이 기뻐했을 것이다. 3일 동안 고생 끝에 도로다운 도로를 만났다.
 

우리가 더 높이 올라갔을 때, 가이드가 이제부터 펼쳐지는 풍경이 굉장히 아름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첫날의 전경이 뇌리에 남아 그보다 더 아름다울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이드가 옳았다. 산소가 점점 희박해져 말하기가 어려웠지만 경치는 갈수록 환상적이었다. 동시에 도로 또한 점점 위험해졌다.


해발 3530m의 우리 여행 경로 중 가장 높은 지점까지 안내하는 도로는 2년 전에 새로 건설했다. 벨벳처럼 부드럽지 않았지만 레이싱 트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분명 지역 주민이 기뻐했을 것이다. 3일 동안 고생 끝에 도로다운 도로를 만났다.
 

우리는 설인이 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삭텡(Sakteng) 야생동물보호구역 근처에 있는 메락(Marek)까지 숨 가쁘게 달려왔다. 이 마을에는 단 한 대의 차도 보이지 않았다. 사실 1년에 약 30명 정도의 여행객이 찾아오는 아주 외진 곳이다. 우리는 마을 사람들과 설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지만 대부분의 이 지역 사람들은 제대로 말해주지 않았다. 그저 얼버무리며 눈으로 확인해야 믿음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예티의 존재는 믿을 수 없었지만 슈코다 예티는 훨씬 믿음이 갔다. 솔직히 처음에는 이 서사적인 여정을 예티와 함께 할 생각이 없었지만 흠잡을 부분이 전혀 없었다. 예티의 장점은 네바퀴굴림 시스템과 차체 하부를 보호하는 장비가 포함된 210파운드(약 31만원) 짜리 ‘러프 로드 패기지’(Rough Road package)다. 모서리가 예리한 바위와 깊은 협곡을 수없이 만났지만 아무 문제가 없었다. 또한 ‘HDC’(hill descent control)는 최고의 파트너였다.
 

물론 예티는 랜드로버가 아니다. 하지만 네바퀴굴림 시스템은 5세대 할덱스 클러치를 적용해 예상을 뛰어넘었다. 영국 오너의 1/3이 예티의 네바퀴굴림 시스템을 선택한다. 하지만 그 많은 사람들이 우리만큼 힘든 길을 오가는지 의심스러웠다. 적어도 우리 여정의 3/4은 극한의 한계를 시험하는 상황이었으나 그 누구도 다치지 않고 무사히 해쳐 나왔다.
 

나는 지금도 펑크가 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틀 후에 일반 차로 갈아타는 게 싫을 정도로 예티는 내 마음에 쏙 들었다. 비록 실내는 슈코다의 다른 모델보다 철지난 것처럼 느껴졌지만 편안하고 잘 갖춰졌다. 내가 예티를 타면서 가진 불만은 USB 포트가 없는 것(영국 모델에는 있다), 뒤 시트가 다소 꼿꼿한 것 그리고 거친 지형에서 운전자를 애먹이는 클러치까지 딱 3개였다.
 

마지막 날 우리는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680km에 이르는 긴 여정이었다. 전에 이 여정에 참여한 어떤 사람은 코너를 하나하나 세었다고 한다. 그가 말한 코너의 수는 4만개다. 오랜 시간 동안 멀미가 났던 이유가 여기 있었다.
 

우리는 14시간 동안 달려 삼드룹 종카르에 다시 도착했다. 우리 모두 약간 피곤함을 느꼈다. 예티는 이 힘든 일정을 무리 없이 소화했다. 물론 울퉁불퉁한 도로에서 힘든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사실 680km가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1km를 가는데 6분이 걸렸으며 6단 기어 중 4단 이상을 사용하지 않았다. 차에 기록된 평균연비는 8.8km/L였다.
 

우리는 새로운 친구들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나는 예티를 두고 부탄을 떠나야 하는 사실이 슬펐다. 아름다운 부탄과 사람들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생각보다 예티에게 더 마음을 뺏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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