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의 반란, 르노삼성 SM6 & QM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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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의 반란, 르노삼성 SM6 & QM6
  • 최주식 편집장
  • 승인 2017.03.07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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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2016년 12월호를 준비하며 르노삼성 SM6과 QM6을 함께 만났다. 중형 세그먼트를 나타내는 6이라는 숫자는 7처럼 행운을, 8처럼 부를 상징하지도 9처럼 꽉 채운 숫자도 아니다. 말하자면 그런 숫자로 가기 위한 과도기 또는 가능성의 숫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숫자의 의미는 부여하기 나름이겠지만 2016년의 6이라는 의미, 그리고 6 둘을 더하니 12가 되는 것이 무언가 맞아떨어지는 듯하다. 아닌 게 아니라 2016년은 르노삼성에게 중요한 전환점이 된 해다. 그 중심에 바로 SM6과 QM6이 있다.

 

QM6
첫인상은 단정하고 안정감 있다. 앞에서 보나 뒤에서 보나 균형이 잡혀 있어 듬직하다. 덩치가 큰 것은 아니지만 어깨가 단단해 보이는 스타일. 이 듬직함은 익숙한 친밀감에서 오기도 하는데, 바로 SM6과 판박이다. 프로포션이 완전히 다른데도 어색하지 않다. 아무튼 르노의 색채가 점점 더 강해지는 느낌이다.


도어를 열고 실내에 들어서는 접근성이 좋다. 타고 내리는 데 편안한가 하는 것은 중요한 요소다. 시트는 인조가죽 특유의 뻣뻣함이 있지만, 불편함을 주는 정도는 아니다. 첫 접촉의 생경함은 금세 무뎌졌다. 헤드레스트는 앞부분을 따로 잡아당길 수 있다. 운전 스타일에 따라 조절하면 될 것이다. 시트 높낮이 변동 폭은 매우 크다. 꽤 높은 자세로 운전할 수 있는데 험로를 달릴 때 유용해 보인다. QM6이 흔한 도심형 SUV와 차별되는 지점, 4WD를 강조하는 오프로더 성격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계기판은 시트를 가장 낮추었을 때의 시야에 맞추어 배치되었다. 시트 위치를 높이면 그만큼 눈을 내리깔아야 한다.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있으면 좋겠다. 계기판은 가운데 디지털 속도가 나타나고 테두리 rpm 미터가 크게 표시되며 5천rpm부터 레드존 영역이다. 오른쪽에 4WD AUTO 표시가 나타난다.(스티어링 휠 왼쪽 아래에 4X4-i 시스템의 세 가지 모드- 2WD, 4WD AUTO, 4WD Lock-전환 버튼이 있다) 그리고 앞뒤 바퀴의 구동력 배분 표시가 나타난다. 평소에는 거의 앞바퀴에 100% 구동력이 전달되어 2WD와 별반 다르지 않다.
 

서 있을 때는 디젤음이 크게 들린다. 세로로 긴 모니터는 디지털 세대에 어울리는 스타일. 터치식 볼륨 조절과 주행보조 시스템, 내비게이션 버튼 등이 있다. 주행보조 시스템은 차선 이탈 경보 시스템, 자동 긴급 제동 시스템, 사각지대 경보 시스템 on/off 선택 기능인데 대부분 on이 필요한 기능으로 보인다. 대신 설정 버튼을 만들어 좀 더 세부적인 세팅을 하거나 멀티미디어 버튼을 따로 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라디오를 켜려고 해도 잠시 머뭇거리게 된다. 스티어링 휠 아래 오디오 조절뭉치는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 프랑스 감성이다. 새로운 트렌드 변화를 따르면서도 바뀌지 않은 부분들이 아쉬운 까닭이다. 좀 더 직관성이 필요하다.
 

SUV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유틸리티를 살펴보자. 도어 포켓은 넓어 페트병을 놓기 알맞다. 센터페시아 아래 깊숙하고 넓은 수납공간. 12V 아웃렛이 벽면에 자리하는데 usb 포트가 이쪽에 자리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usb 포트는 센터콘솔 안쪽에 자리한다. 공간은 넓지 않은데 깊다. 컵홀더 공간은 좌우로 각각 조금씩의 여유가 있어 키 등 작은 소지품을 두기 적당하다.


뒷좌석에 앉으면 시트가 높아 답답하지 않고 앞시트 등받이가 움푹 패어 있어 더 넓어 보인다. 실제 무릎공간도 넓다. 헤드룸도 여유가 있다. 센터 콘솔 후면의 송풍구는 공간에 비해 사이즈가 작아 보인다. 그리고 usb 포트가 두 개나 달려 있다. 뒷좌석에 아이들이 탄다면 좋아할 아이템이다. 근데 뒷좌석 열선 기능은 있을까? 암레스트를 내리면 앞면에 시트 열선 버튼이 달려 있다. 그리고 2개의 내장형 컵홀더가 있다. 암레스트는 면적이 너무 넓어 앉은 자리가 좁아지는 기분이다. 크게 열리는 파노라마 선루프가 개방감을 더해준다.
 

짐칸은 적당히 넓다. 묵직한 트렁크 게이트는 버튼을 눌러 열면 스르르 올라간다. 플로어 덮개를 열면 잭 등의 공구함이 있고 그것을 또 들어 올리면 컨템포러리 타이어가 자리한다. 트렁크 문을 닫을 때 파워 버튼이 없는 점은 아쉽다. 손으로 내리기에 좀 무겁다.


출발이다. 스티어링 그립은 무난한데 안쪽 바느질이 좀 거칠다. 초기 가속은 힘들이지 않고 가뿐하게 나아간다.  시속 80-100km 구간에서 조용하고 편안한 느낌이다. 가속이 세찬 성격보다는 차분하면서도 힘이 있다. 두드러지는 힘은 아니지만 부족할 것도 없는 힘이다. 가속 100-120km 구간에서 소음이 커진다. 엔진 소리는 조용한 편인데 A 필러쪽으로 들어오는 바람 소리가 좀 크다. 주행중 둔턱을 만나도 크게 요동치지 않고 잘 타고 넘는다. 뒷좌석에서의 승차감이나 안정감도 괜찮은 수준이다.

 

2WD 모드에서의 주행은 역시 앞바퀴에 힘이 실리고 가뿐한 움직임이 이어진다. 전반적으로 다루기 쉬운 움직임이다. 원하는 방향을 따라오는 핸들링도 정확한 편이다. 역시 프랑스차의 나긋나긋한 핸들링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시속 100km 에서는 2000rpm 아래, 120km에서도 2100rpm 정도에 머문다. 계기판의 5개짜리 풀잎은 정속주행이나 경제속일 때 모두 불이 켜지고 가속하면 하나 둘 꺼진다. 풀가속을 하면 마지막 잎새마저 떨어진다. 시각적 경고인 셈이다.


이번에 4WD로 모드를 바꾼다. 대부분 앞바퀴 100%의 구동력으로 움직여 별다른 차이는 없다. 가속에 따라 조금씩 뒷바퀴에 5%, 10% 토크가 배분되는 것이 보인다. 직선도로를 달릴 때보다 곡선도로나 코너링을 할 때 효과가 여실히 드러난다. 빠르게 뒷바퀴에 토크를 보내면서 코너링 안정성을 높여준다. 확실히 언더 스티어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오르막에서도 뒷바퀴에 힘이 실린다.

 

액셀러레이터 반응은 끝까지 밟아야 원하는 가속을 얻을 수 있지만 지속적인 것은 아니다. 펌프질을 하듯 다시 가속 페달을 눌러주어야 한다. 물론 빠른 가속이 필요한 차의 성격은 아니다. 브레이크 응답성은 매우 좋다. 배기 사운드는 속도를 높이면서 잦아든다. 잔잔한 승차감, 회전질감은 매끈하다. 스티어링 휠은 속도를 높여가면서 무거워져 안정감을 준다. 2.0L 디젤 터보 177마력 엔진과 자트코 무단변속기의 조합은 속도가 진행되는 과정보다 진행된 이후의 만족감이 크다.


QM6은 주행을 멈추고 P 레인지로 옮기면 자동으로 주차 브레이크가 걸리고, 다시 주행할 때 D로 옮기면 자동으로 해제된다. 차에서 내린 다음 도어를 닫으면 따로 잠금 키를 누르지 않아도 잠기고 반대로 다가서면 열린다. 편리하기도 하지만 차가 주인을 알아봐주는 느낌이어서 기분이 좋다. 사실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가격대비 성능을 생각하면 수긍할 만한 수준이다. 좋은 디자인이 좀 더 직관적이라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SM6
국내 중형차시장의 공고한 벽을 깬 SM6은 올해의 중형차시장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SM6은 실질적으로 SM5의 후속 개념이지만 6이라는 숫자를 고수하며 그 윗급으로 자리했다. SM5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희미해지는 것은 결과가 말해줄 터. 어쨌든 SM6은 지리멸렬했던 SM5의 잔상을 날려버리고 새로운 이미지로 다가왔다.


시트에 앉으면 같은 듯 다른 분위기가 전해진다. 살짝 D컷인 스티어링 휠과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같지만 나머지는 다르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퀼팅 시트. 도어 패널까지 감싸는 퀼팅 무늬가 고급스럽고 여성스런 느낌으로 아늑한 분위기다. 센터페시아 아래는 덮개가 달린 깊숙한 수납함 그리고 기어 레버 오른쪽 덮개를 열면 (마치 예전 재떨이 같은) 12V 아웃렛과 2개의 usb 포트가 자리한다. 좀 더 꼼꼼한 구성이다.

 

기본적인 모니터 구성은 같지만 SM6은 로터리식 다이얼이 있다는 점이 차이. 홈버튼, 돌아가기, 메뉴 버튼이 있다. 아래쪽 눈꽃 모양은 멀티-센스라는 드라이빙 모드. 스포트, 컴포트, 에코, 퍼스널(스티어링, 서스펜션, 엔진 변속기 등을 컴포트, 내추럴, 스포트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4가지로 구성된다. 디스플레이 역시 4개의 스타일 중 고를 수 있다. 스타일4에서 속도계는 255km까지 표시된다.


기어 레버 오른쪽에 2개의 컵홀더. 센터콘솔은 보기엔 좁아 보이는데 안쪽에 푸시(push) 라고 쓰여진 곳을 누르면 별도의 비밀 공간이 드러난다. 퀼팅 무늬는 뒷좌석 도어 패널에도 이어진다. 뒤에서 보면 앞 헤드레스트 위를 반듯하게 잘라 시야의 답답함을 줄였는데 재미있는 모양이다. 뒷좌석용 헤드레스트도 머리를 잡아주는 방식인데 자세가 편하지는 않다. 뒤로 더 기댈 수 있거나 소재가 부드러우면 좋겠다. 무릎공간은 충분한 여유가 있다. 웨이스트 라인은 어깨선에 딱 맞아 아늑하면서 바깥 경치를 바라보는 시야도 좋다. 암레스트를 내리면 커버가 달린 듀얼 컵홀더, 뒷좌석용 2개의 시트 열선 버튼이 있다. QM6보다 고급스럽다. 사이즈는 길고 폭이 적당하다. 그리고 트렁크는 상당히 깊다.

 

시동을 걸면 헤드업디스플레이를 비추는 플라스틱 패널이 스르르 올라온다.(시동을 끄면 내려간다) 푸조, 시트로엥에서 보던 방식과 비슷하다. 프랑스 감성은 통하는 구석이 있다. 스티어링 휠 아래 손으로 더듬어 조작하는 오디오 조절뭉치도 비슷하다. 스티어링 휠의 그립은 QM6보다 좋다. 손에 착 감긴다. 6천rpm부터 레드존이다. 부드러운 출발 뒤 저음의 터보음은 점차적으로 커지지만 거슬리기보다는 스포티한 사운드다. 거슬리는 소리는 차선을 살짝 넘었을 때 나는 괴이한 반응과 소리다. 이게 좀 싫어서 절대 차선을 넘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1.6L 휘발유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26.5kg·m을 낸다. 여기에 자동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맞물려 앞바퀴를 굴린다. 빠르고 부드러운 변속을 위해 게트락(Getrag)의 습식 듀얼 클러치를 적용했다. 다운사이징이 대세라지만 중형차급에 1.6L 엔진은 약해보이는 게 사실이다. 확인을 위해 도로로 나섰다.

 

출발과 가속은 가뿐하게 이루어진다. 약간의 터보랙이 나타나지만 가속에 지장을 주지는 않는다. 먼저 컴포트 모드로 바꾸자 디스플레이 4로 변경된다. 에코 모드로 바꾸면 온통 초록색이다. 에코 구간으로 그려놓은 영역은 시속 118km까지. 제한속도가 가장 높은 고속도로에서도 법정속도 이하로 달리라는 얘기다. 이 구간에서는 풀잎 5개가 오래 켜진다. 전반적인 주행 감각은 컴포트와 비슷하다. 다만 액셀러레이터를 똑같이 밟아도 가속은 살짝 억제된다.


스포트 모드로 바꾸면 성격은 확 달라진다. 온통 붉은색으로 변한 계기가 달리기의 열정을 불러온다. 서스펜션은 하드해지고 스티어링도 조여지는 느낌. 기어레버를 왼쪽으로 밀면 수동변속인데 아래쪽이 시프트업, 위쪽이 시프트다운이다. 운전석에서 기어레버를 잡기 좋은 위치다.

 

내추럴은 컴포트와 스포트의 성격을 합쳐 놓았다. 평소에는 이 모드로 달리는 게 좋을 듯하다. 둔턱을 넘을 때 충격흡수력은 토션 빔과 멀티링크의 딱 중간 성격이다. 부드럽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충격이 크진 않다. 진동이 전해지지만 추스르는 속도가 빠르다. 불평할 정도는 아니다. 보기보다 강성이 있고 강단이 있다. 물렁물렁한 성격은 아니다. 차체 밸런스가 좋기 때문에 코너링도 안정적이다. 달리기는 경쾌하다.


스포트 모드에서 특히 그렇지만 전반적인 탄탄한 가속력은 기대 이상이다. 고속에 접어들면 배기음은 커지지만 풍절음이나 노면 소음은 억제된다. 디젤 QM6과 확연하게 반대되는 성격이다. 그러고 보니 각각의 성격이 꾸밈이 없고 담백하다. 무엇보다 다양한 주행모드의 차이점이 뚜렷하다는 것이 주행의 장점이다. 여러 가지 색깔이 드러나면서 호감이 커진다. SM6은 생각보다 잘 달리고 매력 있다. 잘 팔리는, 베스트셀러의 이유일 것이다.
 

epilogue

QM6은 갓 나온 새차이지만 SM6은 1년이 다 되어간다. 그럼에도 신선함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SM6의 저력이 있다. QM6은 SM6 성공의 후광을 입었지만 데뷔 순서가 뒤바뀌었다고 해도 좋은 반응을 얻었을 것이다. 두 대의 차를 주차장에 나란히 세워두고 보니 디자인이 정말 똑같다. 보닛의 볼륨 선도 모두 6개. 그러면서도 사소한 차이점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가령 A필러 아래 사이드 에어벤트는 무늬만인데 SM6은 펜더 쪽에, QM6은 A필러 안쪽 사이드미러 아래 위치한다- 평소 출퇴근에는 SM6, 주말 나들이나 장거리에 QM6 구성이면 위화감 없이 편하게 쓸 수 있지 않을까. 같은 브랜드에서 잘 고려하지 않는 일이지만 둘의 조합은 의외로 그런 생각이 들게끔 했다. 르노삼성은 2016년 두 대의 6 모델로부터 중대한 터닝 포인터를 맞았다.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앞으로의 변화가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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