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주행에 어울리는 비즈니스 세단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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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주행에 어울리는 비즈니스 세단 대결
  • 맷 샌더스(Matt Saunders)
  • 승인 2017.04.20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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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유럽 본토를 자주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영국 고속도로망이 상대적으로 한심한 상태라고 이야기하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프랑스의 오토루트나 독일의 속도무제한 아우토반과 비교하면, 영국 고속도로는 오랫동안 국가적인 창피거리였다. 혹사당하고 상처를 입어 널브러졌지만 영국 운전자들은 참고 견뎠다.


최근 영국 고속도로가 앓고 있는 중병은 특히 더 심각해졌다. 얼마 전 미들랜드(Midlands)에서 출발해 글래스고(Glasgow)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나는 M1, M6, A1(M), A74(M) 고속도로에서 길게 이어지는 공사현장을 맞닥뜨렸다. 주말에 모든 공사가 함께 진행되고 있었다. 아마도 160km 남짓한 거리를 공사하며 정체가 여러 시간 이어졌고, 내가 기억하는 한 이보다 인내력 시험을 경험한 일은 없었다. 차를 선택할 때 짜증나는 길 위에서 오랫동안 느리게 달리는 일에 완벽하게 알맞은 것을 기준으로 삼아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게 만들 정도였다.
 

여러분이 필요로 하는 것은 영국 고속도로를 달리기에 가장 훌륭한 신형 세단이다. 이제 우리는 정확히 어떤 차가 그 목적에 맞는지 알아볼 참이다. 신형 볼보 S90이 잘 어울릴 수도 있다. 9월에 영국에 출시되기 전부터 모든 이의 시선 앞에 각진 옆모습을 과시한 바로 그 차다. 5월부터 영국에서 팔리기 시작한 신형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가 알맞을 수도 있다. 아니면 이 차급에서 장거리 주행연비, 세련미, 편안함과 더불어 쓰기 좋아 듬직한 차로 자리매김한 렉서스 GS300h나 아우디 A6 2.0 TDI 울트라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우선 비슷한 차종 중 빠진 것을 간단히 살펴보자. 일반적인 비교 시승이었다면 신형 S90은 - 이번 시승에는 최상위 트림인 235마력 D5 모델이 나왔다 – 우리가 동급에서 즐겨 찾는 모델들(현행 재규어 XF 2.0d와 BMW 520d)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최대한 폭넓게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E220d는 이미 정확히 그런 유형의 시험을 거쳤고, 아주 작은 점수 차이로 승기를 놓쳤다. 우리가 기록한 결과에서 메르세데스가 패한 것은 차가 가진 능력이 아니라 환경이 주된 원인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그 시승에서는 어느 곳에서 몰더라도 더 스포티한 운전 감각을 주는 것을 염두에 두었다. 이번 시승은 훨씬 더 현실적이고 실용적이면서 솔직할 것이다.
 

이제 시작해 보자. 1년에 4만 km씩 주행할 비즈니스 세단을 새로 산다고 할 때,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측면에 아무리 마음이 끌린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속이 알찬’ 차를 원할 것이다. 언뜻 보아도 돋보이는 내장재 품질, 넉넉한 실내 공간, 편의 기능과 적잖이 고급스러운 꾸밈새로 설득할 수 있는 약점이나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운전석에 앉아서 보내게 될 시간을 고려한다면 더욱 그렇다.
 

여러 명의 시승자가 이번 시승에서 경쟁하는 네 대의 세단을 몰아보고 나서 그들이 오랜 시간을 보내기에 가장 좋은 차에 대해 일치된 결론을 냈다. E클래스의 실내는 보고 느끼기에 모두 탁월하게 좋았다. 화려하고 값비싼 모습, 수두룩한 스위치와 트림의 차가운 금속 느낌이 경쟁차 중 가장 고급스럽다. A6의 실내에 쓰인 소재가 더 뛰어나지만, 같은 방법으로 유혹하지는 않는다. 표현이 더 평범하기 때문이다. 한편, S90의 가죽, 플라스틱, 목재, 스위치, 크롬 분위기의 마감재는 A6의 것보다 훨씬 더 따뜻하고 더 고급스럽다. 다만 볼보는 전반적인 품질 수준이 아우디만큼 일관되게 높지는 않다. GS는 유일하게 실내가 오래 되었거나 세련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대시보드, 센터 콘솔, 스티어링 휠에 꽤 많은 플라스틱 느낌의 버튼이 자리를 잡고 있는 모습이 조금은 어수선해 보이는 것이 큰 이유다.
 

마찬가지로, 잘 꾸며진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요즘 기준에서 프리미엄 스타일의 실내 마무리만큼이나 과정에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리고 이 부분 역시 E클래스가 단연 선두이고, S90과 A6이 근소한 차이로 뒤를 따른다. GS와의 차이는 그리 작지 않다. 우리가 시승한 E220d에는 선택사항인 12.3인치 계기판 스크린 옆에 비슷한 크기의 코맨드 온라인(Comand Online) 멀티미디어 스크린이 놓여 있다. 두 스크린 모두 보기 좋게 처리한 배경 화면과 더불어 거의 방대한 수준의 처리 능력과 섬세함을 지닌 정보가 표시된다.
 

그와는 별개로, S90의 세로로 펼쳐진 센서스 커넥트(Sensus Connect)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9.0인치 액정 화면에 정보를 표시해 기술적으로 진보한 느낌이다. E클래스의 대시보드와 비교하면 아주 혁신적이지는 않지만, 나온 차들 중에서 자연스럽게 두 번째로 좋다. 볼보의 시스템은 터치스크린으로만 조작할 수 있고, 대시보드에 버튼으로 펼쳐 놓았다면 복잡했을 정도로 많은 조절기능이 통합되어 있어 선택의 여지없이 그대로 써야 한다. 볼보의 시스템은 깔끔한 상태에서는 보기에 훌륭할 뿐 아니라 쓰면 쓸수록 다루기 쉬워진다. 손가락으로 밀어 올리고 내리고, 왼쪽과 오른쪽으로 밀면 다른 조절 영역에 접근할 수 있으며 원하는 다른 윈도우를 확장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기름기 있는 손가락으로 만지면 얼룩지고 더러워져 자국이 남아 시각적인 매력을 떨어뜨린다. E클래스나 A6에 있는 로터리 조절장치가 더 나아 보인다. 그러면 최소한 몇 시간에 한 번씩 소매로 스크린을 닦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A6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여유 있게GS를 제치고 3위 자리를 차지한다. 렉서스의 컬러 화면은 훨씬 더 크지만, 아우디의 것이 항목을 찾기가 더 쉽고 최신식이다.
 

그렇다면 실내 공간은 어떨까? 네 차 모두 대체로 넉넉하다. 네 차 사이에 최대치 차이는 운전석 무릎 공간이 30mm(E220d가 가장 크다), 머리 공간이 40mm(A6이 키 큰 운전자가 앉기에 가장 여유 있고 스티어링 거리 조절 범위가 가장 크다)에 불과하다. S90은 차체가 큰 덕분에 뒷좌석 공간이 비교적 넉넉하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겠다.
 

나는 공연 매니저들이 공연장 스피커 시스템의 스테레오 균형을 설정할 때 항상 다이어 스트레이츠(Dire Straits)의 ‘머니 포 나싱’(Money for Nothing)이라는 곡을 쓴다고 들었다. 다행히도 내 아이폰에는 그 곡이 들어 있지 않다. 그렇지만 오디오 전문가들은 카 오디오 시스템의 재현능력을 시험하기 위해 데이비드 게타(David Guetta)의 ‘토이 스토리’(Toy Story)라는 곡을 쓴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었다. 그래서 그 곡을 내 휴대전화에 담았다. 음악적으로 뛰어나다고 하기는 어렵고, 불규칙적인 소음을 적당한 박자로 조화롭게 배열해 모아놓은 쪽에 더 가깝다(작곡자에게는 미안한 표현이다). 그러나 카 오디오의 특성을 확인하기에는 뛰어나다.
 

곡을 틀어 보니, E클래스의 선택사항인 13스피커 부메스터(Burmester) 하이파이 시스템이 최고였다. 다른 모든 시스템보다 출력이 훨씬 더 클뿐 아니라 음역대도 탁월했다. 뒤를 이은 것은 S90의 19스피커 바워스 앤 윌킨스(Bowers & Wilkins) 시스템이었다. 고주파 영역이 훌륭하고 소리가 아주 선명했다. 다음은 GS의 기본 오디오인 12스피커 하이파이 시스템으로, 저음은 좋지만 나머지 영역은 평범했다. 마지막은 A6의 기본 오디오였다. 완벽하게 알맞은 소리지만 특별한 매력이 부족했다. 공정하게 이야기하면, 렉서스와 아우디에도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을 선택할 수 있지만, 시승에 나온 두 차에는 달려 있지 않았다.
 

다음은 소음 수준이다. 같은 고속도로 노면, 같은 날씨 조건에서 시속 113km로 정속주행할 때 바람, 노면, 엔진, 변속기 소음이 실내를 어느 정도 채우는지 확인해 봤다. 조용한 휘발유 엔진을 갖춘 하이브리드차인 렉서스가 한데 모인 디젤 경쟁차를 능가하리라고 예상했겠지만, GS300h는 달릴 때 약간 거친 노면에서조차 소음을 잘 전달하고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데시벨 측정기에 기록된 것을 보면, 66.5dB을 기록한 GS300h는 사실상 이들 중 가장 시끄러웠다. A6 2.0 TDI(65.5dB), S90 D5 AWD(65.1dB), E220d(64.1dB)보다 높은 수치다. 메르세데스가 우세한 원인은 경쟁차보다 바람소리를 대부분 더 잘 억제한 덕분인 듯하다. 엔진은 회전수가 높아지면 소리가 커지지만, 자동변속기가 기어비 차이가 큰 9단인 상태로 회전수를 그대로 유지하면 멀리 떨어져 있는 작은 소리만 낸다.
 

그리고 나서 우리는 몇 가지 주행 시험을 했다. 우리는 네 항목의 시험을 통해 네 차 모두 같은 구간을 같은 시간에 함께 달리면서 트립 컴퓨터를 활용해 각각의 차가 어느 정도 효율적인지 적당한 수준으로 확인하는 방식으로 간단한 실제 주행 연비를 살필 수 있었다. 여러 교통 상황이 뒤섞인 조건에서, 하이브리드 카인 렉서스는 믿을만한 수준인 16.4km/L의 연비를 나타내 비교적 좋은 기록을 세웠다. 전체 차 가운데 가장 효율적인 것은 18.3km/L를 기록한 A6 울트라로, 17.8km/L인 E220d를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가장 연비가 좋지 않은 차는 14.8km/L 밖에 내지 못한 S90이었다. 비록 대단히 큰 차이는 아니어도, 이들 중 가장 강력한 차가 S90이라는 사실이 그나마 어느 정도 실망을 덜어 주었다.
 

이 차들의 수치상 출력은 도로를 달릴 때 각 차들의 상대적 성능 수준과 비례하리라고 잘못 생각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우리는 고속도로에서 적절한 주행 특성에 초점을 맞춰, 정지 상태에서 빠르게 가속하는 것보다 알맞은 기어 단수에서의 가속력과 중간 회전영역에서 쉽게 가속을 이끌어낼 수 있는 유연성을 중시해 평가했다. 그리고 S90이 시속 80km부터 가속해 나갈 때 탁월한 출력과 토크가 뒷받침해 가속감이 시원했다. 그렇다고 두 번째로 가속이 빠른 차가 두 번째로 강력하지는 않았다. GS는 모인 차들 가운데 가장 힘찬 느낌이 적다는 불명예를 놓고 A6와 막상막하였다.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강하게 밟을 때 탄력 있는 보여줬지만 반응은 비교적 둔했다. E220d는 그와는 뚜렷하게 대조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엔진은 중간 회전영역에서 강렬한 반응을 나타냈고 변속기의 여러 중간 단은 기어비가 힘을 활용하기에 좋았다. 아울러 액셀러레이터를 깊이 밟았을 때에 S90과 비슷한 수준의 가속력을 나타내는 느낌을 주었다.

 

이 차들 가운데 E클래스는 고속도로 주행 속도에서 승차감이 가장 편했다. 간격이 넓은 수직 방향의 요철에서도 너그럽게 움직임을 가다듬으면서도 정점에서 차체 앞쪽이 가벼워지거나 옆 방향으로 흔들리지 않아 고속 안정성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AMG 라인 트림에 포함된 19인치 알로이 휠을 끼운 E220d의 승차감은 흠이 없는 것은 아니어서 날카로운 요철에서 살짝 충격이 있다. 그러나 메르세데스의 경쟁차들은 일반적인 영국 고속도로에서 핸들링에 영향을 주지 않게 만드는 장치들이 부족해 그만큼 완벽한 움직임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A6의 경우, 기본적인 승차감이 줄곧 단단하기만 하다. 휠이 위아래로 움직일 때 종종 노면을 따라 불안하게 움직였고, 안정감을 유지하는 일이 드물었다.
 

S90의 승차감은 정반대다. 더 부드럽고 약간 붕 뜬 느낌이지만, 그러면서도 인스크립션 트림에 포함된 19인치 알로이 휠을 끼운 상태에서는 무척 가벼워서 안정감이 있어야 할 때에는 큰 소리와 함께 흔들렸다. S90은 스티어링도 약간 만족스럽지 못했다. 회전할 때에는 무겁고 직진할 때에는 둔하면서 차의 다른 특성들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 비정상적인 느낌이 든다.


GS의 주행 특성 상 주된 약점은 앞서 이야기했듯 서스펜션이 노면 상태를 이상하게 전달한다 것이다. 다른 관점에서 훌륭한 점을 찾아보면, 운전하기에 매우 편안하고 특히 차분하며, 막히는 구간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잘 해소한다. GS는 고속도로에서는 운전 조작에 잘 따르고 스티어링은 적당한 무게와 회전 반응을 나타내, 많은 사람이 상상하는 것보다 동적인 면에서는 더 잘 다듬어진 차가 되었다. GS가 평범한 참가자에서 진정한 경쟁자로 올라서려면 더 폭넓게 활용하기 좋은 파워트레인과 좀 더 나은 고무 부싱을 섀시에 써야 한다. 20년이 넘고 4세대에 걸친 역사에도 GS는 여전히 원래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는 듯하다.현재로서는 전체 순위에서 가장 밑바닥 에 남아 있어야 한다. 정체가 심한 곳에서는 비교할 나위 없이 훌륭하고 나름의 방식으로 튼튼하게 만들었지만, 렉서스는 보고 느끼기에 곳곳이 낡은 느낌이어서 기대했던 만큼 정속 주행 때 탁월한 세련미를 나타내지도 못했다. 경제성에서도 탁월한 인상을 주지 못할 뿐 아니라 고속도로 성능조차 돋보이지 않는다.
 

2위 자리를 둘러싼 접전은 S90과 A6 사이에서 펼쳐졌다. 볼보는 실내가 더 매력적이지만 앞좌석 공간 여유는 부족하고, 대시보드 장비는 질서있게 배치된 느낌이 덜하다. S90의 내장재는 더 고급스럽고 따뜻한 분위기이지만 세련미의 일관성이 떨어진다. S90은 더 빠르고 확실히 더 나은 모습이지만, A6는 더 조용하게 달리고 한 번 주유로 더 먼 거리를 달릴 수 있으며 중고차 가치가 더 높다. 승기는 전반적인 목적에 부합하는 차 쪽으로 기울었고, 그런 점에서 아우디가 볼보보다 설득력이 더 컸다. 결국 2위는 아우디의 차지였다.


그러나 뚜렷한 차이를 두고 우리가 고속도로에서 몰기 가장 좋은 차로 꼽은 것은 E220d였다. 아주 많은 부분(실내 분위기와 뚜렷한 기술적 세련미, 주행 중 안락함과 전반적인 섬세함)에서 경쟁자들이 다가갈 수 없음은 당연했다. 정속 주행 연비는 근소한 차이로 앞섰고 성능은 완벽한 우세였다. 정말 보기 드문 능력을 갖춘 장거리 주행용 차다. 게다가 나머지 차들에 쓰인 것보다 차로이탈 방지 시스템과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더 잘 작동했다.
 

공식적인 결과는 이렇다. E220d를 사면 영국 고속도로에서 접하게 될 모든 일을 감당할 준비가 된 것이다. 할 수만 있다면, M6 고속도로의 관리 상태나 M25 고속도로의 교통량에 관해 불평하는 것만 잊지 않으면 된다. 어쨌든, 우리는 앞으로 계속 써먹게 될 기준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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