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와 함께 춤을, 폭스바겐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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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와 함께 춤을, 폭스바겐 업!
  • 최주식
  • 승인 2011.12.16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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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소형차 업!은 모던 아트적인 디자인 감각과 경쾌한 주행성능이 돋보였다

 

‘작은 것이 위대하다’

폭스바겐의 새로운 소형차 업!(UP!)의 주제는 ‘작은 것이 위대하다’는 것. 지난 10월 26일 이탈리아 로마 시내의 화이트갤러리에서 열린 업!의 글로벌 론칭 현장은 너무 익숙해서 지나쳤던 이 명제가 폭스바겐에 의해 새롭게 정의되는 순간이었다. 변화하는 자동차시대의 요구를 가장 폭스바겐다운 방법으로 해석하고 제안한 것이 바로 이 업!인 것이다. 다스 오토(Das Auto), 즉 ‘이것이 자동차’라는 폭스바겐의 철학은 업!을 통해 이것이 바로 진정한 시티카라고 말한다. 업!의 비전은 ‘모두를 위한 자동차’(A car for everyone)라는 것.

예술작품과 컨템포러리 패션을 모은 스토어 갤러리인 화이트갤러리는 업!의 데뷔무대로 잘 어울려 보였다. 그래서인지 갤러리 앞에 세워진 업!의 첫인상은 모던 아트 감각이 물씬했다. 그 자체로 패션쇼의 런웨이가 되는 대리석 계단 위로 커다랗게 쓰인 UP! 전광판을 따라 론칭 행사장으로 올라가는 길은 흥분과 설레임을 주기에 충분했다. 항상 느낌표를 동반하는 차 이름처럼, 무브 업!(move up!)

‘4 seat, 3 door, 2 engines, 1 PID, 0 gimmick’
이것이 업!을 말하는 4개의 키워드라고 테크놀로지 커뮤니케이션 담당 하스마우스 호프먼은 말했다. 여기서 ‘0 gimmick’이란 꾸밈이 없는, 가식적이지 않다는 의미. 단지 보여주기 위한, 또는 과시하기 위한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오직 자동차의 본래 기능에만 충실한 차라는 의미다. 심플한 디자인에서 오히려 돋보이는 것은 차체의 전면과 휠 가운데의 큼직한 폭스바겐 엠블럼이다. 이것이 폭스바겐(=이것이 자동차)이라는 자신감의 표현에 다름 아니다. 20대와 50대를 동시에 겨냥하는 업!은 작지만 견고한 보디, 작지만 덩치 큰 사람도 쉽게 운전할 수 있는 패키징을 추구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이상적인 것에 가깝다.

행사장에는 일본 기자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일본에서는 곧 판매가 이루어지기 때문. 우리나라와 중국은 아직 판매 계획이 없다. 업!은 내년에 5도어 모델이 나오고 2013년 전기차 모델이 나온다. 그리고 업!의 특징은 68마력짜리 CNG 모델을 갖춘 점이다. (폭스바겐에서는 파사트와 투란 등에 CNG 모델을 갖추고 있다) 호프먼의 말에 따르면 독일에 현재 850개의 충전소가 있는데, 2천 개 정도는 있어야 한단다.

이탈리아 특히 로마는 CNG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곳. 이것이 업!의 론칭 무대로 로마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인지 모른다. LPG는 멀티 퓨얼이 가능하지만 CNG는 오로지 CNG만 전용으로 한다. CNG의 장점은 CO2 배출량이 적다는 것. 업! CNG의 경우 79g/km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그리고 시승차에는 달리지 않았지만, 블루모션 기술이 적용되면 스톱-스타트 시스템과 에너지 회생 시스템 등으로 뛰어난 연비와 함께 CO2 배출량 100g/km를 만족시킨다.

설명에 이어 시승에 나설 시간. 1차 시승코스는 해안도로를 다녀오는 61km 구간. 출발에 앞서 먼저 이모션 브레이크 체험이 준비되었다. 시속 30km 이하에서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그대로 직진했을 때 앞차와 충돌하지 않고 멈추는 긴급 제동 시스템이다. 업!과 같은 모양의 벌룬을 설치해 놓고 시속 25km 정도로 달리다가 모든 페달에서 발을 뗐다. 그러자 차는 스스로 제동을 걸며 모형차 바로 앞에서 멈추었다. 한 번 더 시도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볼보에서 이미 상용화한 기술인데, 업!과 같은 소형차에는 처음 달았다. 단순함을 강조한 업!에서 의외의 장비이긴 하지만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옵션으로 590유로(약 90만원)를 내면 된다. 참고로 볼보는 컨티넨탈 제품, 폭스바겐 업!의 것은 보쉬 제품이다.

생각보다 작아 보이는 차체는 그러나 실내에 들어서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골프나 시로코에서 느꼈던 운전석 공간과 거의 비슷한 느낌이다(물론 뒷좌석과 트렁크 공간은 작지만). 우리나라에서 경차급인 1.0L 차의 수준이라고는 믿기 어렵다. 단지 공간만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스티어링 휠과 속도계 역시 작은 차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무엇보다 심플한 인스트루먼트 패널이 인상적이다. 모두 수동으로 조작하는 단순한 계기조절장치는 옛날 방식이지만 “그래 이것이면 충분했어”라는 정서적 공감대를 끄집어낸다.

심플하고 간결함 속에 센터 콘솔과 양쪽 도어 패널의 보틀 홀더라든지 뒷좌석 3개의 컵홀더, 2개의 가방 후크 등 실용성과 공간 활용성이 돋보인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대시 패널 위의 탈부착할 수 있는 포터블 내비게이션. 마치 스마트폰 같은 모양의 모니터를 따로 떼어내 사용할 수 있다. 실제 13시간 정도 가지고 다니면서 GPS를 이용한 길 찾기를 할 수 있다. 옵션(320유로 : 약 50만원)으로 선택할 수 있다고.

3기통 1.0L 휘발유 엔진을 얹은 업!은 60마력과 75마력짜리 모델 두 가지가 준비되었다. 먼저 레드 컬러의 60마력 모델을 탔다. 변속기는 수동 5단. 업!에 어울리는 세팅이다. 기어 레버는 손에 착 감기고 각 단수에 정확히 맞물린다. 움직임은 경쾌하고, 가벼워서 불안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행사장에 오면서 시로코 2.0을 타고 왔다. 물론 성능의 차이는 크지만 위화감은 없다. 이것도 역시 폭스바겐 차라는 인상이 강하다. 작은 엔진에 작은 출력이면 그 덩치에 맞는 성능을 내기 마련이다. 이 성능이 탄탄하다는 데 신뢰감이 있다. 질적 수준 역시 말할 나위 없다.

조금씩 도심을 벗어난다. 드로틀을 적극적으로 열기 시작하면 초기가속도 만만치 않다.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재미가 있다. 시속 120km까지 순식간에 치고 올라간다. 순발력과 폭발력은 기대 이상이다. 시속 150km도 가뿐하게 돌파한다. 브레이크 역시 잘 반응한다. 템포가 좋다. 중간에 쉬었다 돌아오는 지점이 있는 줄 알았는데, 내비게이션 안내에 따라 코스를 돌다보니 어느새 출발지점으로 복귀했다. 논스톱으로 한 바퀴. 61km 구간 주행에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재미있게 달렸다.

다음 2차 시승은 시티 코스. 이번에는 블랙 컬러의 75마력 모델. 그러고 보니 순서가 바뀐 듯한데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15마력의 차이는 출발부터 확연하게 다가왔다. 구위가 달라진 느낌은 확실히 에이스의 등판이다. 로마의 도심은 운전하기에 다소 거친 환경. 로터리에서는 무조건 먼저 진입한 차가 우선인데, 이 부분에서 한 치 양보 없이 밀어붙인다. 클랙슨 소리도 자주 들린다. 업!은 여기서 전혀 밀리지 않는다. 치고 들어가는 순발력이 중요한 이유다. 감을 잡은 업!은 날렵하게 빈 공간을 파고들었다. 이 동작에 의외로 포스가 있다.

콜로세움을 지나 포로 로마노의 전경이 펼쳐지는 시티 코스는 로마의 유적지를 돌아보게 짜여졌다. 책이나 스크린을 통해 읽었던 고대의 장면들이 상상력을 자극한다. 로마는 테베레 강을 따라 7개의 언덕으로 이루어진 도시. 그중 하나의 언덕에 오르니 로마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잠시 차에서 내린다. 길가에 주차하는데 앞뒤 공간이 많이 남는다. 왠지 흐뭇한 기분이 든다. 시티 구간 21km 달리기는 아쉬움 속에 금세 끝났다. 업!의 수동 기어는 혼잡 구간에서도 다루기쉬웠고 동력을 효율적으로 전달했다. 달리는 순간 뿐 아니라 멈춘 순간에도 재미있는 차의 감각은디자인의 힘이 아닐까. 그밖의 효율성은 데이터가 말해 주겠지만, 업!은 여태껏 만나본 소형차 중 가장 매력적인 차임에 틀림없다. 아직 국내 수입 계획은 없다는데, 내심 들어오길 기대해본다.

글 · 최주식 

FACTFILE
VOLKSWAGEN UP!
  1.0 60마력 1.0 75마력
크기            3540x1640x1480mm  
휠베이스 2420mm  
무게  929kg  
엔진 3기통, 999cc, 휘발유  
최고출력  60마력/6000rpm 75마력/6200rpm  
최대토크  11.1kg·m/3000rpm  
연비  21.3km/L 22.2km/L  
CO₂ 배출량  105g/km 108g/km  
변속기 5단 수동  
서스펜션(앞/뒤) 맥퍼슨 스트럿 / 토션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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