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쌍용 티볼리, 더 듬직해진 ‘효자’ 의 위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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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쌍용 티볼리, 더 듬직해진 ‘효자’ 의 위엄
  • 안정환 에디터
  • 승인 2017.03.20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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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볼리는 효자 중 효자였다. 요즘 같은 자동차 시장에서 이렇게 큰 기쁨을 안겨주는 자동차도 없을 것이다. 노사 갈등으로 벼랑 끝에 내몰렸던 쌍용차를 살려냈고, 9년 만에 흑자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브랜드 위상을 드높이는데 혁혁한 공까지 세웠다. 쌍용차의 막내가 가문의 영광을 실현 한 셈. 판매량을 놓고 보면 덩치 큰 형들은 막내 앞에서 고개조차 들지 못할 정도다. 티볼리(티볼리 에어 포함)는 작년 1월에 출시돼 누적 내수 판매 10만대를 돌파했다. 쌍용차의 전체 판매량 중 티볼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이상이다.
 

바깥에 내놔도 자랑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유럽과 중동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티볼리의 글로벌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40%의 성장을 이뤘다.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막내에게 상을 안 줄 수 없는 법. 쌍용차는 맏형이자 가장 비싼 체어맨에도 넣어주지 않았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2017년형 티볼리에 달아줬다. 이로써 티볼리는 형제 중에서 가장 똑똑한 차로 승격. 그뿐만 아니라 편의사양까지 개선되면서 상품성까지 더욱 탄탄해졌다. 

 

티볼리는 소형 SUV의 기본을 잘 가르쳐 준다. 예쁠 것, 잘 달릴 것, 실용적일 것, 그리고 믿음직스럽게 안전할 것. 이 모든 것은 자동차가 기본적으로 지녀야 하는 덕목이기도 하다. 여기에 고급 세단에서나 볼 수 있던 첨단 주행보조시스템까지 갖추고도 2400만원대라는 가격표를 달고 있으니 달콤하지 않을 수 없다. 쌍용차의 막내가 발산하는 유혹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아보기 위해 시승차에 올랐다.
 

연식변경을 거친 신형 모델이라고 해서 디자인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완성도 높은 디자인 그대로다. 유순한 외형의 다른 소형 SUV와는 달리 듬직하고 강인한 인상이 두드러진다. 실내도 마찬가지. 화려한 멋을 낸 것은 아니지만 세련되고 직관성 있는 인테리어가 매력적이다. 여기에 D컷 스티어링 휠과 카본 느낌을 주는 도어트림 장식이 스포티한 분휘기를 내기도 한다. 이는 티볼리의 주 소비자층인 20~30대 선호도를 반영한 것.
 

2017년식으로 업그레이드되면서 편의사양도 같이 업그레이드됐다. 기존엔 스티어링 휠을 위아래로만 조절할 수 있었는데, 텔레스코픽 기능을 추가하면서 앞뒤로도 조절이 가능해졌다. 여기에 통풍시트를 동승석에도 확대 적용했고, 뒷좌석에 열선을 더했다. 운전자뿐만 아니라 같이 탑승하는 승객까지 고려한 부분이 매우 고맙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이밖에 티볼리 에어에 적용됐던 뒷좌석 리클라이닝 시트 및 암레스트 등의 사양을 티볼리에서도 선택할 수 있도록 했고, 2단 러기지 보드 및 사이드커버를 전 모델에 기본 적용해 트렁크 이용 편의성을 개선했다.
 

디자인과 기본적인 편의사양을 둘러봤으니 이제는 달려볼 차례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자 계기판의 바늘이 반갑게 인사하며 운전자를 맞이한다. 소소하지만, 나름 기분을 좋게 한다. 그러나 이내 실내로 들어오는 거친 디젤 엔진음과 스티어링 휠을 타고 전해지는 진동으로 ‘살짝’ 불쾌해진다. 다른 디젤차들에 비해 다소 거친 느낌. 그리고 가속페달에 발을 가볍게 올려본다. 살짝만 올렸을 뿐인데 가뿐하게 앞으로 나아간다. 발에 좀 더 힘을 주자 이번엔 경쾌하게 치고 나간다. 물론 폭발적인 것은 아니다. 1.6L 디젤 엔진 치고는 꽤 괜찮은 수준이라는 것. 주로 도심에서 달리게 될 소형 SUV이므로 저회전에서 강한 토크를 내뿜을 수 있도록 세팅된 결과다.

 

티볼리의 디젤 엔진은 1000rpm에서 토크의 55%를 낸다. 최대토크 구간은 1500rpm부터 시작해 2500rpm까지 이어지고, 2500rpm에서는 이미 최고출력의 86%인 약 100마력의 힘을 발휘한다. 최고출력 115마력은 3400~4000rpm까지 균일하게 이어진다. 경쾌한 가속으로 도심 주행에서 차선을 변경하고 앞 차를 추월하는데 별 무리 없이 해낼 수 있다. 하지만, 시속 120km 이상으로 접어들면서 낮은 배기량의 한계가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체 세팅은 약간 단단한 편, 그렇다고 불쾌할 정도의 승차감은 아니다. 노면의 진동과 충격을 잘 흡수하고 과속방지턱도 무리 없이 넘는다. 하지만, 급선회 하거나 급차선 변경 시 약간의 보디롤이 발생한다. 빠른 속도로 코너에 진입하면 그립을 놓치고 차선을 벗어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길 성격은 아니다. 
 

여기까지는 기존 티볼리와 다를 것이 없던 부분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중점적으로 봐야 할까? 바로 새롭게 탑재된 첨단 주행보조 및 안전장치다. 2017년형 티볼리에는 전방추돌 경보 시스템(FCWS)을 비롯한 긴급 제동 보조 시스템(AEBS), 차선 이탈 경보 시스템(LDWS),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LKAS) 등이 대거 들어간다. 물론 이런 첨단 장치들을 적용하려면 가장 고급사양인 LX에서 60만원 상당의 스마트 드라이빙 패키지를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이 장치들은 훨씬 비싼 고급 세단에서나 볼 수 있는 것들이다. 2000만원대의 소형 SUV에서 그것도 60만원만 추가하면 이런 호사스런 기능들을 누릴 수 있게 한 것은 선물이나 다름없다. 쌍용차에 따르면 실제로 신형 티볼리 구매자 중 3분의 1 정도가 이 패키지를 선택한다고 한다.

 

자 그러면 본격적으로 장치들을 테스트해볼 차례다. 센터페시아 중앙에 있는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 버튼을 누르자 계기판에 작은 운전대 표시가 뜬다. 그리고 속도를 시속 60km로 높이자, 운전대 표시는 초록색으로 바뀌었다. 티볼리에게 조향을 맡겨도 된다는 신호다. 결과는 기대 이상. 차선을 곧잘 인식하고 차선 중앙에 맞춰 그대로 달린다. 약 10초 뒤 스티어링 휠을 잡으라는 경고 문구와 경고음이 울리지만, 10초면 잠깐 가방에서 물건을 꺼낸다든지 아니면 선글라스를 쓴다든지 약간의 딴 짓을 부리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그리고 스티어링 휠을 1초 정도 잡았다가 다시 떼면 또 스스로 조향한다. 그 순간 작은 티볼리가 너무나 믿음직스럽게 느껴졌다. 다른 차들의 조향 보조 장치들과 차이가 있다면, 차선을 벗어나려고 할 때 스티어링 휠을 조작해 주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조향해준다는 것이다. 때문에 운전대를 잡고 있으면 약간의 어색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자동차가 알아서 차선 중앙에 맞춰 달려준다는 생각에 든든함이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과 차선 이탈 경보 시스템을 사용해봤으니 전방추돌 경보 시스템 및 긴급 제동 보조 시스템을 테스트해봐야 한다. 조금은 위험하지만 속도를 올려 앞차에 가까이 붙여봤다. 그런데 경고음이나 스스로 제동을 걸어주지 않는다. 겁을 먹어 미리 제동을 걸었나 싶어 다시 한 번 시도해봤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다른 차의 추돌 경보 시스템이었으면, 반응을 보였을 정도의 테스트였다. 알고 보니 티볼리의 전방추돌 경보 시스템은 센서 감도를 조절할 수 있었다. 시승차의 센서 감도는 가장 둔감하게 세팅되어 있던 것. 빠른 반응을 보일 수 있게 가장 예민하게 세팅한 뒤 다시 테스트를 진행했다. 앞 차에 빠르게 돌진하자 이번엔 경고음이 울린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으니 스스로 긴급 제동을 건다. 다소 충돌의 위험이 있어 뒤늦게 브레이크를 밟아 주긴 했지만, 정확하게 제동이 걸렸음을 느낄 수 있었다. 운전자가 앞차 또는 보행자를 미처 보지 못했더라도 자동차 스스로 충분히 충돌을 막아주는 수준이다.
 

티볼리에 적용된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은 구색만 갖춘 장치가 아니었다. 쌍용차가 효자 티볼리에게 보상이라도 하듯 걸출한 기능들을 선물했다. 그리고 티볼리는 이 고마운 선물을 통해 한층 더 진화한 소형 SUV가 되었다. 잘생기고 기본기 탄탄한 티볼리가 똑똑해지기까지 했으니 소형 SUV 시장에서의 1위 자리는 더욱 탄탄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무튼 효자 티볼리는 불효자들에겐 얄미운 존재. 그러나 이런 본보기의 차가 있어야 자동차 시장이 더욱 성장하는 법. 얄밉더라도 배울 점은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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