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베르트 디스 CEO “우리는 폭스바겐의 명예를 회복할 것이다”
상태바
헤르베르트 디스 CEO “우리는 폭스바겐의 명예를 회복할 것이다”
  • 짐 홀더(Jim Holder)
  • 승인 2017.03.16 12: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0월 파리 모터쇼에 마련된 폭스바겐 스탠드를 찾았다. 모터쇼장에 마련된 순백의 복도를 따라 들어가는 사무실의 분위기는 차분했으나 보안은 눈에 띄게 철저했다. 사무실 안은 시원하고 조용하며 질서정연했다. 눈앞에 나타난 사람은 지난 1년간 내가 꾸준히 대담할 기회를 찾던 바로 그 인물이었다. 넥타이를 매지 않고 빙그레 웃으며 나를 반갑게 맞았다. 브랜드 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은 폭스바겐을 이끄는 주역이라는게 믿기지 않았다. 아무튼 폭스바겐의 운명을 돌려놓을막중한 책무를 지고 있는 헤르베르트 디스(Herbert Diess) CEO였다.

폭스바겐은 파리에서 ID 콘셉트를 발표했다. 아마도 그의 어깨에 실렸던 짐이 덜어졌을지도 모른다. ID는 폭스바겐이 2020년 시장에 내놓을 전기차. 실생활 주행반경 400km, 골프 크기에 파사트의 실내공간을 담고 디젤과 대등한 가격을 목표로 한다. 요즘 폭스바겐의 미래를 둘러싼 비관론자가 적지 않지만 그들은 ID 콘셉트를 주목해야할 필요가 있다.


ID는 단순히 새 차 이상의 경지를 보여준다. 한층 빛나는 미래를 향한 의지와 새길을 널리 알리는 메시지다. 디젤 게이트라는 가장 암담한 시점을 벗어났으나 앞으로도 어두운 날이 기다리고 있다. 그럼에도 폭스바겐은 ID 콘셉트를 통해 대세를뒤집으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따라서 ID는 단순히 새 차에 그치지 않고 완전히 재발명한 폭스바겐이라 해야 한다.
 

“솔직히 우리가 지향하는 회사는 내 스타일에 좀 더 가깝다.” 디스가 말했다. “아주 솔직히 말해 과거에 폭스바겐은 약간 과장된 평가를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내가 골라 써야 할 낱말은 겸손이다. 이 회사는 범죄 집단이 아니다. 선량하고 명예로운 사람이 모인 회사다. 디젤 게이트는 도덕적으로 잘못됐다. 그러나 우리는 변화하고 있다. 동시에 고객들이 우리와 함께 할 이유가 있다는 것을 증명할 준비가 돼있다. 그러나 우리가 신뢰를 회복하려면 할 일이 많다.”


사실 폭스바겐이 아무리 사과를 해도 부족하다고 할 사람이 있다. 나도 긍정적인 이야기 거리가 있는 지금에 와서야 디스를 만나게 되어 아쉬웠다. 하지만 그는 진지했고 내 눈을 똑바로 볼 준비가 돼 있었다. 짧게나마 아주 조심스럽게 현실을 인정했다. 문제를 피하지 않고 과거의 잘못을 시인했으며, 스캔들이 확대될 때의 격정을 뼈저리게 맛봤고, 앞으로 만날 문제의 본질을 내다보고 있었다.


“불신, 충격 등 나는 사태가 전개되는 상황을 바라보던 관계자들의 격정을 그대로 체험했다”고 디스는 시인했다. “나는 뼛속까지 믿고 있는 이 명예로운 기업을 이끌 책임을 지고 있다. 마침 이 위기를 맞아 조직을 재편하고 앞으로 밀고 나갈 막중한 임무를 지고 있다. 시간이 걸린다. 지난날 대형 스캔들을 치른 카 메이커를 봤을 때 줄잡아 2년이 걸렸다. 하지만 나는 3~4년을 내다보고 있다. 다행인 것은 폭스바겐이 줄 것이 많은 브랜드라는 점이다. 우리는 그동안 쌓아온 부정적인 것이 있다. 이제 우리는 위기의 길모퉁이를 돌아 전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ID가 잉태할 양산 전기차 패밀리는 2020년부터 줄을 잇는다. 그때 디스가 예측한 ‘고통스러운 4년’이 끝난다.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지난 4년간 전기차 판매는 미미했다. 따라서 세계최대 메이커(그룹 차원에서)가 미래의 희망을 걸 기술로는 가당찮아 보인다. 하지만 디스와 휘하 기술진은 아주 다른 미래상을 바라보고 있다.


“시간은 모든 것을 바꾼다.”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폭스바겐이 전기차 개발을 늦게 시작한 것은 올바른 전략이었다. 하지만 2020년에 전환점이 될 강력한 징후가 보인다. 그때 전기차 제작비는 재래형과 대등하게 된다. 전기차 생산기반이 완비되고. 앞으로 몇 년 사이에 전기차는 아주 바람직한 교통수단이 된다. “게다가 점차 늘어나는 시장수요가 길을 트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는 폭스바겐 그룹의 시장몫이 14%에 이르고, 정부의 전기차 구매압력이 엄청나다. 따라서 밀고나갈 동기는 충분하다. 그때 한몫을 하고, 최선을 다 할 수 있게 대비해야 한다. 상황이 무르익고, 우리가 예상한대로 한해 전 세계 전기차 수요가 100만대에 이른다. 그러면 우리가 하고 있는 주문형 플랫폼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만일 모든 파워트레인을 받아들일 플랫폼을 쓰게 되면 수준미달로 경쟁력을 잃을 위험이 있다.”


그 말은 라이벌(많은 경우 지금 팔고 있는 전기차가 선구적이어서 2020년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단호하게 주장하는)을 겨눈 노골적 비판으로 들렸다. 하지만 동시에 디스는 자동차계에 뛰어든 신참의 위협을 잊지 않았다. 애플, 구글, 다이슨의 공세를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고 했다. “나는 기존 라이벌보다 자동차계의 첨단 스타트업이 더 두렵다.” 그가 솔직히 털어놨다. “지금부터 전기차를 위한 플랫폼으로 시작하면 수많은 가능성이 열린다. 통합 파워트레인 개발도 복잡하지 않다. 모든 조건에서 모든 방법으로 모든 부품을 시험할 수 있다. 생산주기를 크게 줄일 수도 있다. 얼마나 단축할 수 있는지를 알지만 말하지 않겠다. 
 

우리는 전통적인 메이커보다 훨씬 빨리 처리할 수 있다.” 전기차 연구개발은 자동차계 전반이 맞서야 할 도전이다. 디스의 과제는 디젤게이트의 후유증과 획기적 전기차 전략에 그치지 않는다. 가령 폭스바겐이 강세를 보이는 대형시장은 유럽과 중국뿐이라고 지적했다. 한데 신형 티구안을 선두로 SUV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시장용 대형 SUV 투아렉과 보다 작은 폴로급 SUV도 세계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다. 폭스바겐이 세계적이라고 할 때 미국시장이 반드시 들어간다. 디젤게이트 이후 명성이 뚝 떨어졌지만 세계최대를 겨냥하는 폭스바겐이 미국을 포기할 수는 없다. “사실 그곳에서 우리 명성은 유럽보다 빨리 회복되고 있다. 우리가 가져오는 제품으로 미국에서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디스는 폭스바겐의 유명한 최소 이익마진을 돌려세울 전략을 짰다. 벌써 몇 달동안 노동생산성과 임금 문제를 둘러싸고 독일 노조와 결투를 벌이고 있다. 한편 다른 부문에서는 ‘단순화’를 추구하고 있어 일부 모델은 단순화할 가능성이 보인다. “차세대 골프 라인업은 버전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비용 효율을 좀더 강화하고, 한층 민첩하고 혁신적인 사고방식을 키워야 한다. 이익이 큰 SUV와 함께 혁신적인 전략을 편다면 약20억 유로를 투자할 신세계가 열린다.”


끝으로 디스는 폭스바겐 그룹 총수 마티아스 뮐러가 제시한 신세계로 폭스바겐을 이끌어 가야한다. 따라서 지배구조를 분권화하여 지역 책임자의 전략과 제품의 조정권을 강화한다. 그들에게 플랫폼 ‘슈퍼매니저’의 역할을 맡겨 앞으로 한층 진취적으로 대처할 자유를 주게 된다. 경영철학으로는 단순하게 들리지만, 60만명이 넘는 인력을 포용한 거대 그룹이 실천하려면 철벽과 같은 난관을 뚫어야한다. 더구나 폭스바겐은 지금까지 경영방식이 독일 중심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폭스바겐은 대단히 기능적이지만 상명하복형이다. 그게 바뀌어야 한다”고 디스는 말한다.
 

앞으로의 과제가 얼마나 중차대할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디스는 그 앞에서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고, 앞으로 부닥칠 과제를 잘 알고 있었다. 장차 아무리 좋은 일을 해도 디젤게이트의 후유증을 먼저 해결하지 않는 한 폭스바겐의 명성을 되찾을 수 없다고 시인했다. 아울러 유럽고객들은 보상을 받지 않으리라 확신했다. “미국 사정은 유럽보다 훨씬 복잡하다. 똑같은 연비, 소음이나 진동을 지킬 방법이 없다. 유럽에서는 똑같은 기준을 보장할 15분 업데이트가 있다.”


그럼에도 디스는 정중하게 사과했다. “우리는 그 문제를 풀어야 하고,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 그런 다음 현행 엔진의 품질을 고객에게 확실히 알려야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엔진에 들어간다. 그 문제를 해결할 동안 우리는 그늘 속에 갇혀있게 된다. 하지만 거기서 나올 날이 오고 말 것이다. 그때 우리는 경제적 가격에 프리미엄 브랜드와 경쟁할 좋은 제품을 내놓게 된다. 우리 차를 사면서 많은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한층 좋은 회사가 된 폭스바겐이 그늘에서 벗어나게 되리라 확신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