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 교수와 류청희 평론가의 2월 신차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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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와 류청희 평론가의 2월 신차 비평
  • 구상 교수, 류청희 평론가
  • 승인 2017.02.2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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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올 뉴 크루즈

구상: 크루즈가 9년 만에 풀 모델 체인지 돼서 나왔다. 8년이란 시간은 경쟁차가 두 번 바뀌는 동안 한 번 바꿨다는 의미이니, 매우 긴 변경 주기를 가진 셈이다. 물론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전 크루즈가 디자인적으로 상당히 높은 완성도를 지니고 있었던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처음 크루즈는 한국GM의 신형 라세티로 나왔는데, 이전의 라세티보다 차체가 커지면서 좀 더 국제적인 감각으로 나왔다. 물론 뒷모습에는 여러 의견이 있긴 했지만. 


신형 크루즈는 최근 쉐보레 차량의 새로운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 이른바 듀얼 포트라는 이름의 두 개 층으로 구성된 그릴을 가지고 있다. 이전 쉐보레 그릴이 중앙의 가로 바를 강조하던 것에서 이제는 가로 바를 기준으로 아예 크기와 돌출량이 다른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위쪽 그릴은 슬림하면서 헤드램프에 연결된 형태이고, 아래쪽은 마치 육각형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별도의 그릴처럼 보이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런 구성은 윗급의 신형 말리부와도 거의 같은 구성이다. 게다가 앞 펜더의 역동적인 캐릭터 라인과 A필러에 만들어진 삼각형의 보조 유리창, 그리고 레이싱 머신의 것과 비슷한 형태로 만들어진 리어 뷰 미러 등은 스포티하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강조한다. 전체적으로 최근 쉐보레 볼트 양산형 모델을 연상시키는 모노 볼륨 형태는 마치 UFO처럼 미래지향적 이미지를 강조한다. 8년 만에 진화한 신형 크루즈는 새로운 세대의 쉐보레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류청희: 전 세대 크루즈는 9년이나 큰 변화 없이 치열한 경쟁에서 버텼다. 수요가 많은 만큼 모든 면에서 작정하고 경쟁력을 높여야 성공할 수 있는 시장이어서, 오랜만에 나온 새 크루즈는 어깨가 무겁다. 앞서 나온 스파크, 말리부가 탄탄한 뼈대와 기본기에 충실한 주행특성 등으로 쉐보레 차의 이미지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크게 준만큼 가장 나중에 나온 새 크루즈도 뛰어난 자질을 갖추었을 것이다.


오래된 플랫폼을 쓴 전 세대 모델은 풍부한 편의장비와 고급스러운 꾸밈새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의 취향을 맞추기에 한계가 있었다. 새 크루즈는 그런 점을 고려해 현실적으로 차에 탄 사람이 접할 수 있는 영역에서 꾸밈새와 기능 및 장비를 충분히 갖추려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실내 공간, 안전장비 등에서는 일부 비교우위를 내세울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새 1.4L 터보 엔진도 성능과 연비 모두 우수한 편이다. 1.6L급 엔진이 주력인 동급 시장에서 우선 1.4L 터보 엔진 한 가지만 내놓은 것도 주목할 만한 행보다.


그러나 완전 새 모델의 경쟁력은 당연히 뛰어나야 한다. 크루즈처럼 오랜만에 나온 모델이라면 더욱 그렇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에게 경쟁력을 효과적으로 알리는 것인데, 새 크루즈는 가장 민감한 부분인 값이 비싸다는 인상을 준다. 예상을 웃돈 쌍용 티볼리의 성공에서 알 수 있듯, 많이 팔아야 하는 시장에서는 소비자가 실제 지불하는 금액이 어떻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야 한다. 어차피 값이 정해진 이상, 새 크루즈가 비싼 값어치를 하는 차라는 것을 충분히 입증하는 것이 한국GM의 과제다.


기아 올 뉴 모닝

구상: 6년 만에 완전 변경된 모닝이 등장했다. 매번 신형 모델이 나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다. 새로운 모닝은 물론 전면부의 얼굴 표정이 이전의 귀여운 이미지였던 것에서 신형은 조금 로봇 같은 인상으로 바뀌긴 했다. 그렇지만 차체 측면 이미지는 이전보다 부드러워진 이미지다. 휠 아치에는 두 개의 선이 사용됐는데, 그래서 두툼한 인상으로 마치 SUV의 휠아치처럼 보이기도 한다. A필러가 상당히 앞으로 이동된 구조로 거의 1.5박스 구조의 차체처럼 보인다. 그래서 카울 탑 패널(와이퍼가 달린 부분)이 거의 앞바퀴 중심선에 가까이 위치하고 있다. 즉 차체에서 승객을 위한 캐빈 공간의 비중이 가장 높고, 후드는 매우 짧은 비례가 돼서 전체 차체 형상이 귀여운 비례를 보여준다. 게다가 극히 짧은 앞뒤 오버행으로 차체의 접지율이 높다. 즉 각 바퀴의 중심선을 연결한 사각형과 차체의 전체 평면도의 사각형 면적 차이가 크지 않아 안정적인 설계가 되고 있다.


경승용차의 디자인은 감각적이어야 하는 요구가 크다. 차량의 성능보다는 연비와 같은 합리적 요인이 더 높은 비중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런 합리적 기준의 경쟁은 사실 기술적으로는 매우 치열한 과정은 물론 시장의 경쟁에서도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한 기준을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방향으로 공감대를 얻기 위한 것이 결국 감각적인 부분이 더해져야 하고, 그것이 바로 디자인의 창의성 영역이 요구되는 것이다. 모닝은 그처럼 제한된 조건에서 감성적 가치를 얼마나 살려내느냐가 중요한 비중을 가지므로, 디자이너들에게는 매우 어려운 차종이다. 새로운 모닝의 디자인 감각이 사람들의 마음을 더 움직이게 되기를 바래본다.
 

류청희: 경기침체로 경차 시장이 자리를 잡은 뒤 기아 모닝과 쉐보레 스파크의 경쟁은 무척 뜨거웠다. 고가의 가전제품을 내세우는 판촉까지 벌어지는 모습에서 쓴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그만큼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 되었다는 뜻이다.


10년간 지켜온 경차 시장 1위 자리가 위협받는 시점에 나온 새 모닝은 여러 면에서 인상적이다. ‘통뼈경차’라는 광고문구를 내세울 정도로 튼튼해진 뼈대를 강조하는 것도 그렇고, 토크 벡터링 시스템이나 긴급제동 브레이크 등 최신 안전 장비를 더한 것도 그렇다. 무엇보다도 눈길을 끄는 것은 값이다. 웬만큼 장비를 갖추려면 윗급 모델을 고르고 선택사항을 추가해야 해 실제 값은 올라가지만, 값이 싸 보이도록 장비구성을 절묘하게 맞춘 것을 고려하더라도 전 세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값을 묶었다. 나중에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고 어딘가에서는 그만큼 비용을 줄였겠지만, 판촉활동으로 티 나지 않게 값을 깎기보다 실속을 채우고 제 값을 받겠다는 의도로 여겨진다.


경차 규격에 묶여 크게 나아질 수 없는 거주성, 별로 달라져 보이지 않는 겉모습처럼 새 모델의 장점이라 내세우기 어려운 점들도 있다. 그래도 선택사항 조합의 폭을 넓힌 점이라든지, 최신 트렌드를 따른 대시보드 구성 같은 장점들은 분명하다. 흡인력 있는 상품성을 갖추는 기아의 영리함이 돋보인다. 호화판 경차가 달갑지는 않아도, 치열한 경쟁은 소비자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준다. 반가운 일이다.


BMW M2

구상: BMW의 신형 M2는 1시리즈 M 쿠페의 감각적 해석을 계승하면서 고성능 소형 승용차, 특히 쿠페의 모습으로 실용성도 포기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보통 우리는 ‘쿠페’ 라고 하면 대체로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등 고성능 슈퍼카를 떠올리거나 아니면 포르테 쿠페 등과 같은 ‘2도어 세단’ 형식의 차를 떠올리곤 한다. 물론 이들은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결국 이들은 일상적 실용성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의 차이가 서로의 성격 차이를 구분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M2는 알맞은 거주공간과 트렁크라는 실용적 요소를 모두 갖춘 실용적 쿠페의 범주에 들어가는 차량이다.


그렇지만 한눈에 봐도 강조된 앞뒤 펜더와 굵게 파인 캐릭터 라인 등으로 옆모습은 강력한 성능의 소형 쿠페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앞모습은 다소 귀여운 인상이다. 사실 BMW 앞모습의 디자인 요소, 이를테면 키드니 그릴이나 네 개의 원형 헤드램프 베젤 등을 동일하게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소형차에 걸맞는 이미지를 잘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M시리즈의 강력함을 나타내는 디자인 요소들을 잘 가지고 있다. 그래서 한눈에 BMW M의 정체성을 알아볼 수 있는 역동적인 디자인이 보인다.


차체는 기존의 2시리즈를 바탕으로 M 모델임을 나타내기 위해 부풀려진 펜더를 볼 수 있다. 게다가 고성능 차의 상징과도 같은 대형 공기 흡입구 등이 어우러져 귀엽지만(?), 강력한, 마치 귀여운 악동 같은 인상을 준다. 사실 차의 성능이라는 것은 직접 몰아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런 디자인적 요소들을 통해 높은 성능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고성능 표현의 또 다른 방법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BMW M2는 사람들이 감성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모습으로 고성능을 어필하는 디자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류청희: M2의 키워드를 꼽자면 ‘정통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BMW의 자랑인 직렬 6기통 엔진과 뒷바퀴굴림 구동계, 일반 승용 모델을 대대적으로 보강해 한 차원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린 주행특성의 역동성, 초대 M3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소형 2도어 쿠페 보디 등은 BMW의 정통성을 계승하고 있는 M2의 특징들이다. BMW 마니아뿐 아니라 스포츠카 마니아라면 대부분 인정할 법하다. 일찌감치 단종된 1M 쿠페 이후 같은 공식을 따라 만든 M2가 나오기까지 무척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손에 넣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있다는 사실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물론 정통성이 M2의 전부는 아니다. 2시리즈 쿠페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사기 캐릭터라 해도 좋을 정도로 하체에서부터 엔진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분을 바꿔 놓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갑 사정만 허락한다면 차와 씨름하지 않고도 고성능을 경험할 수 있게 만든 것은 다른 요즘 BMW 차들과의 공통점이다. 정통성에서 벗어난 모습들은 전통적인 마니아들에겐 아쉽겠지만 꼭 나쁘다고 할 수는 없고 피할 수 없는 대세이기도 하다. BMW에게 중요한 것은 M2의 상징성과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M2는 BMW의 의도가 잘 반영된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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