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혜의 영화와 자동차] 라라랜드 - 프리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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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혜의 영화와 자동차] 라라랜드 - 프리우스
  • 신지혜
  • 승인 2017.01.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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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은 꿈을 꾸는 곳. 그 곳은 꿈을 꾸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 그 곳은 꿈을 이룰 수 있는 곳. 혹은 꿈을 이루지 못한 이들의 절망이 또한 꿈이 되는 곳. 미아는 배우지망생이다. 열심히 오디션을 보러 다니지만 그녀가 감정을 이끌어내어 열심히 연기를 하고 있노라면 심사위원에게 급한 전갈이 온다든지 집중을 해주지 않는다든지 하는 일이 생기고야 만다. 수없이 오디션을 보고 결과를 기다리고 또 다시 실망하고 또 다시 용기를 내면서 어쨌든 생계를 위한 돈을 벌어야 하기에 카페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런 미아에게 용기를 주는 것은, 힘을 주는 것은 좋아하고 동경하는 배우가 카페에 들러 커피를 주문하고 아름답고 우아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렇게 미아는 마음을 다잡는다. 세바스찬은 재즈를 사랑하고 재즈가 모든 것인 피아니스트다. 하지만 그를 고용하는 곳에서는 대중들이 쉽게 들을 수 있는 곡을 연주해주기를 원하고 세바스찬이 연주하고 싶은 곡은 치열하고 열정적인 재즈 넘버이다. 게다가 그를 슬프게 하는 것은 재즈로 가득 찼던, 그래서 사랑해 마지않았던 그 공간이 삼바와 타파스로 채워져 버렸다는 것이다.

 

그런 세바스찬에게 용기를 주는 것은, 언젠가는 그 공간을 재즈로 채우고 재즈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재즈를 들려주기를 꿈꾸는 것. 그렇게 세바스찬은 마음을 다독인다. 미아와 세바스찬은 파티에서 만났다. 아니 그보다 먼저 두 사람은 이러저러한 곳에서 이미 만난 적이 있다. 교통체증 때문에 짜증스러웠던 도로에서, 미아가 일하던 카페에서 (하필 오디션을 보러가려고 흰 셔츠를 입은 그녀에게 세바스찬은 음료를 쏟고야 말았다), 세바스찬이 재즈를 연주하고 그 자리에서 해고당한 레스토랑에서. 그래서 두 사람은 서로를 알아보고는 서로에게 경멸의 미소를 날린다.


그러나 운명은 두 사람을 마주 세워 놓는다. 그리고 이내 서로의 꿈을 이해하고 격려하고 응원하면서 미아와 세바스찬은 사랑에 빠진다. 미아와 세바스찬. 라라랜드에서 꿈을 꾸던 두 사람. 꿈과 가까워지고 멀어지기를 반복하고 서로를 사랑하고 지지해주다가 다투고 멀어지는 두 사람. 두 사람은 자신들 꿈의 교차로의 접점에서 만나 강렬하게 반짝인다.

 

미아의 자동차는 토요타 프리우스. 그녀의 차 안에는 언제나 오디션을 위한 대본이 있다. 막히는 도로 위 프리우스 안에서 미아는 대사연습을 한다. 카페에 일하러 갈 때도 프리우스와 함께다. 활기차고 화려한 도시 곳곳에서 열리는 파티에 참석할 때도 미아는 언제나 프리우스와 함께한다.  그래서 프리우스는 미아의 오디션을 도와주는 조력자이기도 하고 일터에 데려다주는 믿음직한 친구이기도 하고 파티에 데려가고 불평 없이 언제까지든 기다려주는 마음편한 대상이다.

 

아마도 프리우스는 미아의 꿈을 소중히 여겼을 것이다. 수없이 반복해서 연습하는 미아의 목소리를 들었을 것이고 찡그리고 울고 웃는 미아의 얼굴을 보았을 것이고 가끔씩 내쉬는 한숨 소리와 떨군 고개와 처진 어깨를 알고 있을 것이다. 미아의 꿈을 알고 있고 미아의 꿈을 응원하고 미아의 슬픔을 감싸주고 미아의 기쁨을 함께 나누었던 프리우스. 미아가 꿈을 향해 용기를 내고 고개를 들고 마음을 다잡을 때 프리우스는 안도했을 것이다.


영화 <라라랜드>는 엄청난 영화다. 이렇게 단순하게 이렇게 간단하게, 꿈과 영화와 개인의 삶의 방향을 보여주는 가치관을 이야기할 수 있다니. 게다가 시네마스코우프 화면위에 뮤지컬 형식으로 아이리스 인, 아웃까지 사용하면서 화면을 채워가는 감독의 역량은 정말이지 입을 딱 벌리게 만든다.


영화 내내 미아와 세바스찬을 이어주고 그들의 꿈을 이야기하고 그들의 관계를 잡아주는 곡이 있다. ‘시티 오브 스타’(city of stars). 이 곡은 주연을 맡은 엠마 스톤과 라이언 고슬링이 함께 부른다. 세바스찬이 연주하는 피아노 소리는 여러 장면에서 여러 효과를 주며 주제가로 들리는데 아마도 영화를 보고 난 후 오래도록 이 노래가 마음을 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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