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주행감과 낭만, 아우디 R8 스파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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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주행감과 낭만, 아우디 R8 스파이더
  • 존 호웰(John Howell)
  • 승인 2017.01.31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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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다듬어진 차, 아우디 R8. 실제로 R8은 현존하는 최고의 슈퍼카들 중 하나다. 이탈리아의 마라넬로, 산타아가타, 독일의 슈투트가르트, 영국의 워킹 등에서 만들어지는 세계 유수의 슈퍼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도 말이다. 그러나 이 강력한 슈퍼카들도 지붕을 잘라 오픈카로 만든다면 차체 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주행성능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R8도 마찬가지일까?
 

기존 R8 쿠페의 구조적 견고성을 유지하기 위해 차체의 보강이 이뤄졌다. 센터터널과 뒤쪽 벌크헤드에 복합소재를 대거 적용했고, 단단한 알루미늄 스페이스프레임을 사용했다. 덕분에 이전 스파이더 모델에 비해 차체 강성이 50% 향상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쿠페 모델보다는 차체 강성이 40% 낮다. 소프트톱의 무게는 44kg에 불과하며, 엔진 커버에는 탄소섬유를 사용해 무게를 줄였다. 그 아래엔 쿠페 모델과 동일한 540마력의 V10 5.2L 자연흡기 엔진이 들어간다. 실린더-온-디맨드 기술이 들어가 엔진 부하가 적은 상황에서는 5개 실린더의 분사 장치를 꺼서 연료를 절약한다. 또한, 직분사와 간접분사 두 가지 방식이 조합돼 효율성을 더욱 끌어올렸다.

 

R8 스파이더는 시속 100km까지 3.6초 만에 주파한다. 이는 같은 출력을 내는 포르쉐 911 터보 카브리올레보다 약 0.5초가량 뒤지지만, 무게는 911 터보가 좀 더 가볍기 때문에 결코 더딘 가속성능이라 할 수 없다. 시속 200km까지는 11.8초가 걸리고, 최고속도 317km까지 주저 없이 밀어붙인다.
 

최근 들어 슈퍼카에도 터보차저가 심심찮게 장착되고 있다. 엔진 크기를 줄이고 강력한 힘을 효율적으로 뽑아내기 위함인데, R8 스파이더는 자연흡기 엔진을 고수했다. 시대 흐름에 뒤처지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전통방식의 자연흡기 엔진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R8 스파이더의 가속페달을 밟으면 터보엔진만큼의 폭발적인 토크는 아니더라도, 즉각적인 반응으로 호쾌하게 달려나간다. 터보엔진은 인공적으로 공기를 불어 넣으면서 반응이 약간 이질적일 수 있는데 R8 스파이더에서는 그런 이질감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가속페달에 발을 올리자마자 rpm 바늘이 6500까지 치솟고 55.1kg·m의 최대토크가 뿜어져 나온다.
 

여기에 아우디의 콰트로 시스템이 더해져 안정적인 드라이빙을 선사한다. 운전 실력이 미숙한 사람이 타더라도 어떤 상황에서든지 차체를 안정적으로 컨트롤 할 수 있다. 또한, 이 시스템은 이질적이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반응한다. 탁월한 주행안정감으로 드라이빙의 짜릿함이 줄어든 게 아니냐고 물을 수 있지만, 파워풀한 힘이 뒷받침해주기 때문에 R8 스파이더의 운전재미를 염려할 필요는 없다.
 

R8 스파이더의 무게는 1795kg으로 쿠페 모델보다 125kg가량 무겁다. 그리고 스티어링을 타고 전달되는 미묘한 떨림과 룸미러의 흔들림으로 40%가량 줄어든 차체 강성을 직접 느낄 수 있다. 그러나 회피 기동성과 급격한 코너에서의 차체 밸런스는 여전히 우수하다. 노면 상황을 재빠르게 읽어 서스펜션 스프링과 댐퍼를 알맞게 조율해주는 마그네틱 댐퍼가 선택 사양으로 구성되지만, 영국에 들어오는 모델엔 기본 탑재돼 따로 업그레이드할 필요는 없다.
 

서스펜션 세팅에도 약간 변화를 줬다. 쿠페 모델보다 무게가 증가하면서 그에 맞는 서스펜션 세팅이 이뤄진 것이다. 안락한 주행을 원하거나 거친 노면을 달리게 된다면 컴포트 모드가 진가를 발휘하게 될 것이다.
 

엔진 소리에 대해 얘기해보자. 람보르기니 우라칸과 엔진을 공유하는 만큼 엔진 소리는 끝내준다. V10 엔진의 비명은 저음과 고음으로 나뉘어 발산하는데, 지붕을 연 채 터널을 질주하면 그 매력적인 소리는 더욱 배가 된다. 또한, 강력하고 매혹적인 엔진음은 질주본능을 더욱 불러일으킨다.
 

만약 근사한 저녁 식사 자리에 지붕이 열린 컨버터블을 몰고 간다면 헝클어짐 없이 단정한 매무새로 도착할 수 있을까? 세찬 바람이 실내로 들이치기 때문에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R8 스파이더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유리로 된 윈드 디플렉터와 옆 유리창이 안으로 들이치는 바람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프트톱을 여는데 걸리는 시간은 20초에 불과하다.
 

하지만, 두 가지 걸리는 점이 있다. 하나는 지붕을 닫았을 때 머리공간이 좁아 키180cm 이상의 성인이 탄다면 다소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두 번째는 컨버터블 구조상 트렁크 용량이 쿠페에 비해 다소 부족하다는 점이다. 소프트톱이 접혀 들어가는 공간을 제외하면 적재 용량은 112리터에 불과하다.
 

R8 스파이더를 드라이빙 본질로만 따진다면 쿠페에 비해 부족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낭만적인 요소를 놓고 본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소프트톱을 열어 따스한 햇볕과 신선한 공기를 즐긴다면, 어떤 도로든 천국을 향해 달리는 기분을 선사할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R8 스파이더가 V10 자연흡기 심장을 이식한 마지막 컨버터블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인데, 이점만 놓고 봐도 R8 스파이더의 가치는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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