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 교수와 류청희 평론가의 1월 신차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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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와 류청희 평론가의 1월 신차 비평
  • 구상 교수, 류청희 평론가
  • 승인 2017.01.25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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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컨티넨탈

구상: 미국의 고급 승용차들은 오일 쇼크와 치밀한 품질의 일본 고급차 등장 이후 위세가 꺾이긴 했지만, 여전히 미국 승용차 나름의 독특한 색채를 가지고 있다. 드넓은 국토와 풍요로움이 바탕이 된 미국 문화 속에서의 고급 승용차는 유럽의 그것과는 확실한 차별성을 가진, 안락한 탈것 그 자체이다. 청교도에 의해 세워진 미국은 귀족의 위엄이란 개념이 있지도 않았고, 자동차 운행 조건도 시속 55마일(약 시속 88km, 1996년 이후부터는 65마일, 약 104km로 바뀌었다)이어서 아우토반에서 요구되는 딱딱한 서스펜션도 필요치 않았다. 그런 미국 문화에서의 고급 승용차는 유럽의 그것과는 차이를 보여준다.


포드의 럭셔리 브랜드 링컨의 플래그십은 단연코 컨티넨탈이다. 역대 미국 대통령의 의전차로 쓰였고, 지금도 캐딜락과 더불어 쌍벽을 이루는 미국산 최고급 승용차이다. 신형 컨티넨탈에서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링컨 브랜드를 상징하는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아울러, 도어 패널이 아닌 벨트라인 몰드 상에 자리 잡은 도어 핸들 디자인이다. 도어 개폐의 편의성을 높임과 아울러 전체적으로 정돈된 외관을 보여주는 ‘실용적 디자인’이다.


실내의 구성도 자동차라기보다는 생활공간이라는 인상이 들 정도로 여유 있는 구성을 보여준다. 은근히 긴장되는 독일 차량의 운전석 인터페이스 분위기와 비교하면, 링컨 컨티넨탈의 운전석은 서재에 앉아있는 느낌이라고 할 법하다. 팔기 위해 만드는 경향의 일본차, 달리기 위해 만드는 독일차보다, 편하게 타기 위해 만드는 것이 미국차의 특성이라고 할 때 링컨 컨티넨탈의 실용적 내/외장 디자인은 그것을 가장 잘 보여준다.
 

류청희: 21세기 들어 링컨은 모기업 포드가 한동안 어려움을 겪으면서 조금 맥이 빠진 분위기였다. 한편으로는 하이테크를 강조하는 오너 중심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지향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같은 값에 좀 더 많은 기능과 장비로 승부하는 소극적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이제 안정을 찾은 포드는 그런 분위기를 바꾸면서 시장을 넓히기 위한 전략을 펼치기 시작했다. 한동안 라인업에서 사라졌던 컨티넨탈을 부활시킨 것도 그런 전략의 일부다.


앞바퀴굴림 플랫폼을 주로 쓰는 포드는 새로운 컨티넨탈도 앞바퀴굴림 기반의 AWD 차로 만들었다. 수치로는 아쉬울 것 없지만 프리미엄 대형 세단에 V6 3.0L 엔진을 쓴 데에서도 포드의 한계와 링컨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면서 뒷좌석 편의사항의 수준을 높이고 하이테크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여러 기술을 담았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섬세한 조절이 가능한 앞 시트나 e-래치라고 부르는 전자식 도어 핸들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다. 여전히 같은 값에 많은 기능과 장비를 강점으로 내세울 수밖에 없는 것도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다만 변화의 표현은 혁신 대신 안정을 추구했다. 보수적이면서 여러 고급차에서 익숙한 디자인에서 모험을 피하려는 포드의 조심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미국 시장만으로는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없고, 그래서 글로벌 시장에 먹힐 차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미국 프리미엄 브랜드가 처한 현실이다. 이름이 갖는 상징성만큼 존재감이 커야 하는 차가 컨티넨탈인데, 알찬 내용물만큼 소비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기에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캐딜락 XT5

구상: 1990년대까지만 해도 캐딜락은 미국에서 ‘할아버지의 차’라고 불릴 정도로 보수적 인상을 주었지만, ‘아트&사이언스’라는 새로운 슬로건으로 첨단 이미지의 디자인으로 시도해 지금은 모든 캐딜락 모델들의 디자인이 젊고 샤프하다. 중형급 SUV로 등장한 캐딜락 XT5 역시 젊고 역동적 인상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전의 캐딜락이 격자형 라디에이터 그릴로 경직된 인상이었던 것에서 수평적 기조를 강조하면서도 캐딜락 브랜드 특유의 중앙부에 날을 세운 스타일로 정교하면서도 전통적인 인상을 주고 있다. 여기에 헤드램프에서 범퍼까지 길게 이어진 LED 주간주행등으로 인해 더욱 더 미래지향적이고 첨단적인 인상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SUV로서는 콤팩트한 크기의 차체이지만, 무려 20인치의 거대한 휠과 여섯 개의 너트로 체결된 휠의 디자인은 건장한 이미지를 한눈에 보여준다. 물론 앞바퀴굴림 방식의 승용차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크로스오버 SUV이기에 전반적인 인상은 도시 지향적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캐딜락 XT5의 디자인 특징은 오히려 실내에서 더 두드러지는 인상이다. 전반적으로 수평적 이미지를 강조한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목재와 가죽의 천연적 색채와 질감으로 마무리한 상부와 어두운 톤의 인공적 질감과 색채의 하부 트림류의 구성은 이전 미국차들의 약간은 느슨했던 실내 디자인과는 다른 인상을 주고 있다. 게다가 실내의 가죽과 직물 등에 쓰인 이른바 ‘낙타색’ 계열의 온화한 색채로 미국차 특유의 느긋한 감성을 풍겨주고 있다. 이런 느낌은 분명 일본이나 유럽의 차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점인 것만은 틀림없다. 미국의 감성을 가지고 국내에 들어온 캐딜락 XT5가 국내에서 어떤 호응을 받을지 궁금하다.
 

류청희: CT6에 이어 캐딜락의 새로운 이름짓기 체계를 쓴 두 번째 모델로 나온 것이 XT5다. 실질적으로 SRX의 뒤를 잇는 모델로서, 프리미엄 중형 SUV라는 중요한 시장에서 SRX의 입지를 이어나가는 것이 XT5의 역할이다. 이전 모델인 2세대 SRX는 국내에서는 여러 이유로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디자인과 꾸밈새, 성능 모두 경쟁력이 있는 차였다. 더 커진 실내공간에 여러 새로운 기술을 더한 XT5는 주목할 만한 차임에 틀림없다.


‘같은 값에 더 많은 장비와 기술’이라는 미국 프리미엄 브랜드 차의 공식은 캐딜락에도 이어진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비디오 스트리밍 룸 미러를 포함해 안전 및 편의장비 면에서는 아쉬운 점을 찾기 어렵다. 특히 최근 꾸준히 개선되고 있는 내장재와 꾸밈새는 XT5에서도 빛을 발한다. 넓은 뒷좌석과 트렁크 공간은 뒷바퀴굴림 바탕의 4륜구동 시스템을 갖춘 유럽 프리미엄 모델에서 볼 수 없는 XT5의 장점이다. 다만 파워트레인이 V6 3.6L 314마력 가솔린 엔진에 AWD 조합 하나뿐이라는 점, 실린더 비활성화 기능과 오토 스톱/스타트 기능을 갖췄는데도 탁월하다고 하기 어려운 연비, 모델 선택의 폭이 좁다는 점은 아쉽다.


다만 앞바퀴 굴림 바탕의 플랫폼을 쓴 XT5는 디자인을 빼면 뒷바퀴 굴림 플랫폼을 강조하는 세단들과의 연결고리를 찾기 어렵다. 실용성이 중요한 크로스오버 SUV로서의 가치는 인정하지만, 브랜드의 일관성이 부족하다. 프리미엄 브랜드일수록 정통성과 일관성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XT5는 정체성을 좀 더 뚜렷하게 강조할 필요가 있다.
 

기아 K7 하이브리드

구상: K7 하이브리드 모델은 지난 10월에 새로 등장한 K7 풀모델 체인지 모델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새로운 K7은 기아의 아이덴티티를 살리기 위해 이전의 모델보다 더 젊어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매우 스포티한 이미지다. 그런데 같은 플랫폼의 신형 IG그랜저 역시 젊고 스포티한 이미지로 바뀌어서, 사실 K7과 IG그랜저의 차이는 정말 디테일뿐인 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게 사실이다. 본질적으로 K7과 IG그랜저는 다른 느낌이 들지 않는다.


K7 하이브리드 모델의 차체 내외부의 디자인은 기본적으로 가솔린 모델과 동일하고, 휠과 뒤 범퍼의 모서리 처리 디자인이 차이가 난다. 그런데 휠의 디자인이 마치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모델의 것에 방향성을 준 디자인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론 납작한 접시처럼 생긴 것이 대체로 하이브리드 모델들의 공통적인 특징인데, 휠이 회전할 때 생기는 와류로 인한 항력 증가를 조금이라도 줄여 항속거리를 늘리려는 하이브리드 모델들의 기능적 요구가 가장 큰 이유이다. 게다가 17인치여서 조금은 작은(?) 인상도 든다.


뒤 범퍼의 모서리에 각을 세운 것은 주행 시의 와류 발생을 조금이라도 줄여서 효율을 높이려는 이유라고 할 수 있겠지만, 사실 이런 효율 향상은 하이브리드가 아닌 일반 모델에서도 필요한 것이기는 하다. 단지 하이브리드 모델에서는 이런 디테일로 하이브리드임을 더욱 강조하려는 방법일 것이다. 라디에이터 그릴 역시 음각면의 형상으로 디자인되어 가솔린 모델과 같은 이미지이지만, 그릴 안쪽에 셔터를 달아 필요에 따라 공기를 차단해 공기저항계수를 높일 수 있게 했다.


전반적으로 본다면 K7 하이브리드의 전체적인 디자인의 완성도는 높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선입관이 조금씩 바뀌고 있지만, 정말로 하이브리드 모델의 장점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어쩌면 그게 더 큰 숙제인지 모른다.
 

류청희: 2세대 모델이 나온 뒤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기아 K7에 하이브리드 모델이 추가되었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이전 세대에도 있었고, 기본적인 구성은 비슷하다. MPI 방식 연료분사 기술을 쓴 앳킨슨 사이클 세타 II 개선 엔진은 이전과 같은 159마력의 최고출력에 21.0kg·m의 최대토크를 낸다. 그러나 전기 모터는 출력이 35kW에서 38kW로 높아졌다. 마력 단위로 환산하면 48마력에서 52마력으로 높아진 것이다.


차체는 넓어졌지만 무게를 10kg 정도 줄인 덕분인지 이전 세대보다 연비가 근소하게 개선되었다. 디젤 모델보다 비싼 값을 절약되는 연료비로 상쇄하기에 적당한 수준이다. 이전 세대도 그랬듯, 겉보기에 하이브리드 모델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치장이 심하지 않은 것은 차급을 고려하면 수긍할 만하다.


물론 신뢰성이 충분히 되어야겠지만,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요즘 현대기아차의 장점 중 하나다. 특히 K7과 같은 가격대에서 공간과 편의성, 경제성을 고루 갖춘 차는 현대 그랜저를 제외하면 거의 없다. 이 영역에서는 현대기아차가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셈이다. 한정된 범위 안에서라도 선택의 여지를 만든다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다만 과점 상태인 내수 시장에 안주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파워트레인 구성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데에서도 알 수 있듯, 기술의 숙성은 물론 효율과 성능의 기준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경쟁은 필요하다.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뿐 아니라 국내외에서 K7 자체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뚜렷한 방향성을 잡는 것이 앞으로의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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