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 세단의 유망주 줄리아 vs 베테랑 C63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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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능 세단의 유망주 줄리아 vs 베테랑 C63 S
  • 맷 샌더스Matt Saunders
  • 승인 2017.02.15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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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 동안 알파로메오는 고성능 브랜드로 부활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로써 알파 정신은 새로 빛났고, 벅찬 희망에 다시 불을 댕겼다. 그 상승궤도가 영원히 이어지길 성원하는 소리가 높다. 전문 시승그룹은 GPS 장비나 반복 가능한 고난이도 테스트를 통하지 않고는 판정을 내리지 않는 법이다. 마침 우리는 알파로메오의 최신형 줄리아 콰드로폴리오를 영국에서 처음 비교시승하는 기회를 맞았다. 새차의 최고난이도 대결을 앞두고 먼저 이탈리아 브랜드 알파가 여기까지 달려온 노력, 신념, 실행과 기량에 찬사를 보내고자 한다.
 

되돌아보면 4C는 완벽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차는 알파로메오의 야망을 힘차게 드러냈고, 신뢰를 회복하는 장정의 출발점이었다. 따라서 우리를 흥분시킬 또 다른 알파로메오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드디어 새로운 ‘클로버잎’ 콰드로폴리오가 등장했다. 뒷바퀴굴림 세단으로 오늘 대결을 펼칠 메르세데스-AMG의 510마력 6만7450파운드(약 9658만원)짜리 괴물 세단의 맞수다. 알파로메오는 정면대결에서 만만찮은 자신감을 과시했다. 불과 몇 년전 쇼룸에 브레라와 159같은 둔감하고 육중하며 감동을 전혀 느낄 수 없는 모델을 내놨던 브랜드였다. 이런 정면대결을 기꺼이 받아들인 알파로메오의 용단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골수 알파로메오 팬클럽 멤버든 아니든 환영할 일대 변화였다. 지난 봄 우리는 이 차를 몰았다. 따라서 화끈한 줄리아가 얼마나 좋은지를 이미 알고 있었다. 지난 20년 동안 알파 충성파를 간신히 지탱해 온 빈약한 모델에 비해 몇배나 좋았다. 알파로메오 역사를 볼 때 꽤 획기적인 차였고, 그것만으로도 시장에서 당당한 성공을 거두기에 충분했다. 아무튼 치사는 이쯤해두자. 먼저 토리노(알파로메오 본거지)와 아팔터바흐(AMG의 본거지), 위대한 유망주와 군림하는 제왕의 대결. 그렇다, 알파와 막강 메르세데스-AMG C63 S가 맞붙었다. 불타는 타이어에 대비하자.
 

우리는 이 결투를 한결 단순화할 필요가 있었다. 처음 만난 줄리아의 눈부신 핸들링이 뇌리에 깊이 박혔다. 그에 따라 콰드로폴리오를 동급 최고로 꼽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BMW M3과 렉서스 GS F를 끼워넣는다면 깔끔한 비교시승이 가능하고 새차와의 비교평가 폭을 좀 더 넓힐 수 있을지 모른다. 과연 그럴까? 알파로메오의 플래그십인 줄리아는 역동적 성격, 성능과 기계적 매력을 앞세워 가장 화끈한 C클래스를 뛰어넘으려는 야망을 숨기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이런저런 담론을 잠재우기에 충분했다. 그렇다면 지금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스포츠 세단이 이탈리아에서 다시 태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게 된다.
 

분명히 알파는 그런 테마를 증명하기 위해 총력전을 폈다. 때문에 줄리아 콰드로폴리오는 스펙상 C63 S와 조금도 뒤지지 않는 파워로 무장하고 이 결투에 뛰어들었다. 75kg을 밑도는 앞 더블위시본 서스펜션, 탄소섬유 프로펠러샤프트와 액티브 디퍼렌셜로 무장했다. 모두가 알파로메오의 라이벌 AMG 기술진이 고개를 끄덕일 요소였다.
 

하지만 이날 줄리아 V6 2.9L 트윈터보 엔진의 상대는 V8 4.0L 트윈터보다. 게다가 적수는 AMG. AMG는 ‘좋은 엔진을 내놓는’ 브랜드로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줄리아 엔진도 결코 족보가 빈약하지 않다. 알파로메오는 지금까지 가장 뛰어난 V6 엔진을 만들었고, 현행 페라리 캘리포니아 V8에서 영향을 받았다. 페라리 V6과 AMG V8의 대결은 아주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고속 세단에 뛰어난 엔진은 대단히 중요한 항목이다. 좋은 평판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산문적이고 다소곳한 차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게 운전경험을 꿰뚫고 흐른다. C63 S를 굴리는 V8 터보 엔진은 위대한 반열에 올랐다. 대다수 스포츠 세단 엔진을 거침없이 뛰어넘어 그 위상을 선명하게 보여줬다. 엔진 사운드는 현란했고, 그 파워는 막강했다. 게다가 파워 전달은 강력하면서도 매끈했다. 나아가 뛰어난 크루징 매너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엔진은 너무나 매끄럽게 돌아가 어리둥절했다. 용솟음치는 토크는 몇 길이나 깊으면서도 바다처럼 넓었다. 어느 기어에서나 깊숙이 파고들 수 있었고, 그럴 때마다 토크의 너울이 C63 S를 힘차게 실어갔다. 페달 압력과 딱 들어맞았고, 터보의 기미조차 없었다. 그 어느 자연흡기 엔진도 AMG V8 터보의 힘찬 토크를 따를 수 없었다. 성난 포효는 윤택하고 듬직하고 경이로웠다. 5000rpm을 넘어서자 V8의 표독한 아우성이 황홀했다. 힘은 점차 쌓이고 마침내 C63 S 파워트레인의 지고한 존재가 라디에이터 그릴에 박힌 삼각별 엠블럼처럼 뚜렷했다.
 

BMW 직렬 6기통 3.0L 터보는 이 막강한 V8의 압력을 도저히 견딜 수 없다. 게다가 수없이 내세운 벤치마크 앞에서 무력했다. 자연흡기 5.0L 엔진을 단 렉서스 F의 V8도 마찬가지. 알고보면 알파의 신형 V6 터보도 그 경계를 뛰어넘기는 역부족이었다. 줄리아 콰드로폴리오의 첫 번째 좌절이었다. 알파로메오를 따로 떼놓는다면 그런 문제를 둘러싸고 불평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메르세데스-AMG와의 직접 대결에서 줄리아의 스로틀 반응은 연약했고, 파워밴드는 폭이 좁았다. 사운드트랙 경쟁에서도 뭔가 부족했고, 위력적인 성능도 조금 미흡했다.
 

그런 결과는 이미 예상됐다. 알파는 배기량과 실린더수가 뒤지면서도 AMG와 대등한 파워를 노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두 라이벌의 핵심적 스펙에서 똑같은 ‘510마력’을 보고 대등한 실력을 기대했다. 엔진 형태의 격차를 무시하고 보닛 아래 대등한 파워를 예상했다는 말이다.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었다. 실제 도로에서 알파는 중회전대에서 1~2초의 간격을 두고 액셀에 반응했다. 회전계 바늘이 3000rpm까지 느릿하게 올라갔고, 그런 다음 4000rpm에 이어 7000rpm까지 열나게 올라갔다. 그러나 AMG의 철퇴같은 강펀치가 없었다. 알파의 DNA 로터리 모드 셀렉터에서 레이스(Race) 모드를 골랐다. 그러자 V6의 쇳소리가 요란하게 합창했다. 하지만 때로는 전체적으로 약간 공허하고 조작된 느낌이 들었다. 결코 통쾌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알파로메오의 요구에 따라 콰드로폴리오의 성능 테스트는 하지 않기로 했다. 가령 테스트를 했더라도 결정적 숫자를 확인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알파가 우리에게 제공한 차는 6단 수동변속기뿐이었다. 영국에 정식으로 수입될 콰드로폴리오는 8단 자동변속기다. 따라서 우리 장비를 동원하는 검증은 뒷날로 미뤘다.


그보다 걱정스런 대목이 있었다. 알파가 스펙에 밝힌 0→시속 100km 3.9초를 돌파할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 실제로 그만큼 빠르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이전의 비교시승에서 C63 S의 주행시험을 목격했다. 그때 0→시속 97km 가속에 4.1초. 바로 지난해 M3과 복스홀 VXR8 GTS를 뿌리치고 현행 슈퍼 세단급 챔피언의 자리를 굳혔다. 게다가 메르세데스는 알파보다 훨씬 강력한 느낌을 줬다.
 

콰드로폴리오 고객들이 새 차의 가장 큰 매력으로 위력적인 페이스를 꼽을지는 의심스러웠다. 그보다는 시장에서 동급의 가장 핸들링이 뛰어난 세단으로 평가할 공산이 컸다. 핸들링에 관해서는 나중에 설명하기로 한다. 아무튼 고성능차는 브랜드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당장은 예감일 뿐이지만 이 차가 스펙을 충족할 능력이 있다고 단언하기는 어려웠다.


아무튼 줄리아는 알파로메오가 명성을 회복하려는 결의를 입증시켜야 했다. 요컨대 위대한 핸들링과 뒷바퀴를 굴리는 고성능차의 꿈을 이뤄야 했다. 그 점에서 알파로메오 충성파에게는 아주 좋은 소식이 들렸다. 분명히 콰드로폴리오는 꼬부랑 산길의 평탄하고 매끈한 구간에서 C63 S를 따돌렸다. 또한 알파로메오의 핸들링 반응이 한층 상큼했고, 롤링컨트롤과 그립 수준이 더 컸으며, 코너링 밸런스가 좀더 정확했다. 둘중 어느 모로나 더 가볍고 민감하고 첨예했다. 줄리아의 유일한 승리였으며, 뜻깊은 승리였다.
 

하지만 두 라이벌은 감칠맛나게 드라이버를 끌어들였고, 똑같이 직접적이고 정확했다. 그립한계에 접근해도 지극히 침착하고 놀랍도록 평탄했다. 둘다 어느 4도어 패밀리카보다 운전성능이 까마득히 뛰어났다. 그리고 디테일에서 알파가 간발의 차로 앞서자, AMG가 반격을 가했다. 노면이 보다 험악하고 보디동작이 커지자 C63 S는 한층 뛰어난 컨트롤 피드백과 댐핑을 과시했다.


전체적으로 줄리아가 더 뛰어난 드라이버즈카였던가? 궁극적으로 개인의 취향이 결정할 문제다. 나는 그렇다고 단정할 수 없었다. 줄리아는 C63 S보다 거주성이 뛰어났다. 때로는 AMG의 거친 승차감이 드라이버의 열성을 시험했다. 아울러 줄리아는 나름대로 핸들링이 앞섰다. 하지만 전형적인 영국 B급 도로에서는 달랐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알파로메오의 스티어링과 이따금 막연한 수직 보디컨트롤이 허점을 드러냈다. 메르세데스의 탄탄한 무게, 유압스티어링과 일관된 댐핑이 알파를 따돌렸다.
 

C63 S는 한층 거친 에지로 목구멍에 화상을 남기면서도 동시에 감미로운 뒷맛으로 사로잡는 독한 위스키같은 골수 세단이었다. 이 차의 뒤 서스펜션 마운팅은 너무 딱딱했다. 때문에 차가 타고 넘는 모든 맨홀 뚜껑의 문자를 읽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편한 것은 아니었다. 스프링 탄성은 알맞았고, 적응형 댐퍼는 나긋하게 몸을 받쳐줬다. 시트와 스티어링을 통해 흘러가는 도로와의 연결 감각이 탁월했다.


때문에 여기서 줄리아는 추격자의 지위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막 등장한 알파로메오의 스포티 모델은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라이벌과 맞섰다. 지난 10년간 가장 눈부신 고성능 세단과 왜건을 꾸준히 만든 명문, AMG는 알파로메오를 꺾었다. 그러나 토리노는 대결에 나선 것만으로도 더 큰 성과를 거뒀다. 아팔트바흐는 수많은 승리에 다시 성공을 추가했다. 알파로메오는 대담한 도전을 통해 빛나는 새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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