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 시티카, 푸조 208 GT 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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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 시티카, 푸조 208 GT 라인
  • 전상현 에디터
  • 승인 2017.01.0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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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프랑스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이미지가 아닐까 싶다. 조르주 퐁피두 대통령이 정의한 중산층의 조건도 다소 낭만적이다. 외국어 하나 정도는 유창하게 할 수 있어야 하고, 스포츠도 몸소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여기에 악기까지 다룰 줄 알아야 하고 남들과는 다른 요리를 만들 수 있는 실력도 쌓아야 한다. 지극히 프랑스답다.

이런 이유에서 프랑스 사람들은 낭만적인 삶을 살 것 같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검소함을 바탕으로 실용성을 추구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자동차. 프랑스는 전 세계에서 소형차가 가장 많이 팔리는 나라다. 전체 판매에서 소형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80% 정도다. 경차의 나라 일본과 비교해도 약 15% 나 더 많다. 따라서 프랑스 브랜드가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당연 소형차다. 프랑스의 소형차를 만날 때는 믿음이 간다.


푸조 208은 국내에 들어오는 푸조 모델 중 가장 작다. 프랑스에서는 108이 라인업의 막내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국내에는 들어오지 않기 때문. 이번에 새로 출시한 뉴 푸조 208은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유로6 기준을 맞춘 새 엔진을 달고 약간의 디자인을 변경했다. 트림은 알루어와 GT 라인 두 가지가 준비됐다.
 

뉴 푸조 208 앞모습은 크게 그릴과 범퍼 그리고 헤드램프의 모양이 변했다. 그릴은 기존의 두 겹으로 꾸민 모양을 하나의 크롬 테두리를 입혀 단정해졌다. 범퍼는 안개등 주변을 검은 플라스틱으로 덧대고 얇은 크롬라인으로 포인트를 줬다. 헤드램프는 단순하고 세련되게 모양을 정리했다. 뒷모습의 가장 큰 변화는 테일램프. 모양을 깔끔하게 다듬고 안에 3줄의 LED램프로 꾸몄는데 그 모습이 흡사 사자가 할퀴고 간 것 같다. 또한 앞 펜더와 트렁크에 GT 라인을 알려주는 배지를 더하고 차체에 비해 커 보이는 17인치 휠을 달았다.


실내의 전체적인 구성은 이전과 동일하다. 하지만 단정한 외관과 달리 스포티함이 물씬 풍긴다. 콤팩트한 D컷 스티어링 휠, 버킷 시트, 강렬한 레드 스티치가 GT 라인을 돋보이게 한다. 실내 공간은 겉으로 보이는 크기에 비해 제법 넉넉하다. 특히 GT 라인은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를 적용해 개방감을 느낄 수 있다. 뒷좌석은 평균 신장의 성인 2명이 타기에 부족함이 없지만 3명이 탄다면 가운데 사람은 어느정도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트렁크공간은 시트를 세우면 311L 접으면 최대 1152L까지 늘어난다.
 

뉴 푸조 208의 가장 큰 변화는 엔진이다. PSA 그룹이 새로 개발한 BlueHDi 엔진으로 유로 6기준을 충족한다. 4기통 1.6L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99마력/3750rpm, 최대토크 25kg·m/1750rpm의 성능을 낸다. 푸조가 자랑하는 SCR 기술과 DPF 기술을 더해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기존 엔진 대비 90% 줄였다. 상대적으로 부족해 보이는 출력이지만 작고 가벼운 208을 무리없이 이끈다. 저회전대에서 나오는 최대토크로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주행에서 가속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없다. 또한 고속도로의 추월성능 또한 당차다.


다만 수동기반의 MCP 변속기는 여전히 소비자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프랑스에서 수동변속기 비율은 약 80% 정도. 따라서 프랑스에서는 수동변속기의 효율은 그대로 살리면서 직접 클러치를 밟았다가 뗄 필요없이 스스로 그 역할을 대신하는 MCP 변속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자동변속기에 길들여진 국내 소비자에게 그 느낌은 익숙하지 않다. 만약 208을 구입한다면 변속타이밍에 맞춰 액셀러레이터에서 살짝 발을 뗐다가 다시 밟는 요령을 익히는게 좋겠다.
 

뉴 푸조 208의 소형차지만 안전장비도 알차게 구성했다. 총 6개의 에어백이 탑승객을 안전하게 보호한다. 또한 시속 30km 이하에서 작동하는 ‘액티브 시티 브레이크‘(Active City Brake)는 같은 방향이나 움직이지 않는 다른 차량을 레이저 센서가 감지하여 자동적으로 비상 브레이크를 잡아주기 때문에 저속에서 사고 위험이 그만큼 줄어든다. 뉴 푸조 208의 진가는 복잡한 도심에서 나온다. 작은 차체로 인해 좁은 골목길을 빠져나가는데 수월하며 어느 정도 공간만 확보되면 주차도 매우 편리하다. 세련된 스타일은 도시 어디에 갖다놔도 어울린다.


촬영 당일 하루 종일 비가 내려 성가시게 만들었다. 바쁜 일정을 마치고 나니 그제서야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잠시 차를 세운 다음 시트를 뒤로 젖히고 멍하니 밤하늘을 바라보며 순간의 여유를 즐겼다. 프랑스 사람들이 철저하게 실용성을 추구하는 것은 낭만을 즐기기 위함이 아닐까? 뉴 푸조 208은 넣을 것은 넣고 뺄 것은 뺀 지극히 실용주의적인 차였다. 그 속에 숨겨진 프랑스식 낭만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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