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태어난 혼다 NSX와 라이벌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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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태어난 혼다 NSX와 라이벌 대결
  • 맷 프라이어(Matt Prior)
  • 승인 2017.01.1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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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들. 이번 시승에서 빠진 것이었다. 여기 등장한 배지는 3개였고, 그중에 말이나 황소는 없었다. 10년 전이면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올해 가장 짜릿한 슈퍼카 테스트로 꼽히는 이번 시승에 포르쉐, 페라리 또는 람보르기니가 전혀 없다니 상상하기 어려웠다. 이번 시승에 출전하는 모델의 최저가는 수많은 슈퍼카 비교시승의 평균보다 낮다. 한데 그런 계산을 하기 전에 한 가지만은 분명히 해두겠다. 전통적인 기존체제는 눈에 띄지 않았지만 그 위상과 흥분이 결코 뒤지지 않았다는 것을.

 

그렇다, 혼다 NSX가 돌아왔다. 모두가 알고 있다. 나는 평상시에 이처럼 긍정적인 전제를 깔고 나선 적이 없다. 자칫 자기몰입적이고 어느 모로나 과학적이라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데 십년 넘게 이 일을 하면서 이같이 긍정적인 반응을 얻은 3대 라이벌을 본 적이 없다. 페라리 또는 화끈한 포르쉐 911을 며칠 동안 몰았을 때 대여섯 번쯤은 욕설을 들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전통적으로 원한과 시기의 표적이 된 메이커의 차가 한 대도 없는데도, 또는 그러기 때문에 웨일스에서 이틀간 몰 때 긍정적인 관심이 하늘을 찔렀다. 이전에 나는 복스홀 코르사를 탄 4명의 젊은 친구에게 10km나 추적을 당한 적이 있었다. 그들은 경쟁적으로 혼다를 찍고 있었다.
 

아마 이중 2개 배지는 장벽이 없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너덜거리는 낡은 차를 살 정도의 여유만 있다면, 낡은 시빅 또는 3시리즈 컴팩트를 손에 넣을 수 있다. 맥라렌은 그 대상에 들 수 없고, 내가 보기에 맥라렌은 여전히 대중에게 아주 ‘새로운’ 차다. 게다가 맥라렌은 영국차이고, 이 차는 오렌지색이다. 그리고 570S는 엔트리급 슈퍼카로 폭을 넓히고 있는 맥라렌의 하나다. 14만3250파운드(약 2억513만원)로 13만7950파운드(약 1억9754만원)의 NSX보다 약간 비쌀 따름이다.

 

게다가 유사성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570S는 미드십 V8 3.8L 트윈터보 엔진으로 출력은 570마력. NSX의 출력은 그와 크게 다를 바 없는 580마력이었다. 그러나 상당히 다른 방법으로 돌아다녔다. 미드십 V6 3.5L 트윈터보 엔진이 그중 500마력을 차지했다. 한편 49마력 전기모터가 뒷바퀴를 도왔고, 2개의 38마력 모터가 앞바퀴를 도왔다(하지만 모두가 동시에 최고출력을 내지 않는다. 따라서 631마력이 아니라 581마력이다).
 

그처럼 복잡한 모든 것이 묵직하게 들려왔고, 현실이 그랬다. 혼다는 좌석이 2개뿐이고 알루미늄 섀시를 복합소재 보디로 덮었다. 스펙에 따르면 무게는 1725kg이었다. 탄소섬유 터브의 맥라렌은 거의 알루미늄 보디인데 로드테스트 계랑기에 따르면 1445kg이었다. 거기에는 NSX의 배터리가 들어있지 않았다. 그 배터리는 BMW i8과 같은 수준의 여력이 있었다. 게다가 BMW는 여기서 다른 2개 모델과는 가장 큰 차이를 보여줬다. 사실 i8을 슈퍼카로 가름한다면 정확히 판단했다고 하기 어렵다. 동시에 똑같이 과대평가이면서 과소평가이기도 했다.
 

10만4540파운드(약 1억4970만원)짜리 BMW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GT/스포츠카. 전력만의 주행반경은 30마력 남짓이었다. 혼다는 전력만으로 20초 이상 달리기는 어려웠다. 전기모터는 성능향상을 위해 달려있었다. 한데 BMW는 7.1kwh 배터리와 다른 두 라이벌에는 없는 2인승 뒷좌석을 달고도 우리 계량기에 따르면 무게는 1575kg이었다. 그 까닭은 보디와 터브가 다 같이 탄소섬유 복합소재라는 데 있었다. 다른 한편 요란한 미드십 V6 또는 V8이 아니라 미니에서 가져온 3기통 1.5L 엔진을 얹었다. 그 출력은 231마력으로 뒷바퀴를 굴렸다. 그리고 131마력 전기모터가 앞바퀴를 담당했다. 따라서 ‘겨우’ 363마력을 냈고, 이 비교시승에서 영양실조 걸린 듯한 인상을 줬다. 한데 모두가 스마트폰이나 대시캠과 유튜브를 이용하는 요즘이다. 따라서 도로에서 363마력이 역부족일 경우는 드물다.

 

게다가 i8에는 단순히 고성능 세팅 이상의 무엇이 들어있었다. 2014년 우리가 도로시승에서 결론을 내렸듯 지금 시장에서 그보다 재미있는 차를 찾기는 어렵다. 적어도 당시에는 그랬다. 여기 나온 흰색 차는 그럴 가능성이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i8은 뛰어난 GT 모델. 흔들리지 않는 승차감과 정면을 바라보는 좌석위치가 돋보였다. 실내는 아늑하고 미래지향적이었고, 다른 BMW와 마찬가지로 믿음직하게 친숙했다. 인체공학적 성능이 뛰어났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쓰기 쉬웠다.

 

이들 모두가 환상적인 일상용 스포츠카 i8을 뒷받침했다. 스포츠카 기준에 따르면 스티어링은 가볍고 아득했으나 기름처럼 매끄럽고 반응이 탁월하고 정확했다. 엄청나게 강화된 터보 엔진의 노이즈는 스피커를 통해 더욱 증폭됐다. 따라서 3기통보다 훨씬 우렁찼고, 반응도 그와 마찬가지였다. 액셀을 밟자마자 뒤쪽의 터보엔진이 본격가동하기 전에 앞쪽 전기모터가 실력을 발휘했다. 이처럼 모든 전자장치가 설쳐대는 데도 i8은 여전히 유기적으로 직접 개입하고 자연스러웠다. 한편 전기추진력이 완전히 통합될 뿐 아니라 순수한 즐거움을 아울렀다. 그래서 BMW는 업계의 벤치마크로 테슬라와 맞먹었다.

 

맥라렌도 상당히 잘해냈다. 한데 P1은 거의 100만파운드(약 14억3200만원)에 가까웠다. 570S에는 편리하게 P1과 비슷한 데가 있었다. 그런 까닭에 지나치는 고객들은 곧잘 실제보다 더 비싼 차로 오판했다. 이 차에는 8000rpm 가솔린 엔진뿐이었으나 어려운 일은 없었다. 그렇다, 맥라렌은 슈퍼 시리즈가 아니라 스포츠 모드에 570S를 담았으나 570에는 슈퍼카답지 않은 구석이 전혀 없었다. 심지어 공회전마저 성난 목청을 돋웠다. 저속 승차감도 평균 이상으로 나긋했고, 시야와 운전위치는 딱 들어맞았다. 언제나 S의 잠재력을 느낄 수 있었다. 심지어 시가지에서도 전자식 아닌 유압 스티어링은 상큼하고 섬세하게 걸러진 정보를 풍성하게 전달했다. 우리 시승차에 달린 고정 등받이 버킷시트(옵션)는 몸을 똑바로 단단히 잡아줬다. 한편 스티어링은 랠리카 수준이었다.


게다가 570S는 혼다보다 훨씬 가벼워 3대 라이벌중 놀랍도록 민첩했고, 스티어링 인풋에 반응이 가장 뛰어났다. 스티어링이 2.5회전이지만 혼다보다 0.5회전 이상 더 돌아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봤다. 시골길에서 범프와 캠버를 단단하지만 거칠지 않게 타고 넘었고, 경이적인 보디컨트롤을 과시했다. 570S는 보다 비싼 650S의 정교한 유압 서스펜션이 없어도 한결 수월하게 호흡하며 부드럽게 달렸다. 얼마나 빨리 네 바퀴가 보디를 평탄하게 받쳐주는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등마루, 내리막, 범프와 나무뿌리가 맥라렌의 트랙션을 흔들만큼 도로가 거칠었다. 그래도 어느 섀시/파워트레인 모드(접근하기에 너무 다양하고 복잡했다)에서나 570S의 트랙션&안정 컨트롤은 신중한 판단의 귀감이었다. 하지만 달리기, 정차, 사운드와 코너링 등 모두가 언제나 슈퍼카다웠다. 활력을 불어넣고, 정직하며, 몰입하고, 아날로그적 경험을 안겨줬다.

 

혼다도 그렇기를 바란다면 불공정하다고 할까? 이 차는 주로 미국에서 디자인됐다. 그리고 캘리포니아 팜 스프링스의 부유한 은퇴자들이 집과 골프클럽을 오갈 때 몰고 다니기에 알맞게 만들었다. 따라서 도어는 다른 두 라이벌과는 달리 윙도어 아닌 재래식 도어를 달았다. 그리고 낮은 문턱(그래서 루프도 낮은)과 3대 라이벌 중 가장 넓고 가장 안락한 좌석을 갖췄다. 시야도 아주 좋았다. 스커틀이 낮았고, 미러 탓에 차폭(2217mm)이 아주 넓지만, 1940mm의 보디폭은 570S의 1915mm보다 약간 넓었다. 때문에 도로에서 조종하기 거북하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운전위치는 건실했다. 맥라렌보다 주행성능이 앞섰고, BMW보다 시원했다. 실내 소재는 세련됐고, 반들거리는 플라스틱이 많아 3대 라이벌 중 유럽보다는 일본/미국형에 가까웠다. 큼직한 다이얼은 드라이브 모드 사이에서 절망적인 엔터테인먼트/내비게이션 터치스크린 변환에 더 적합해 보였다. NSX는 스포츠(Sport) 모드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스포츠+(Sport+)와 트랙(Track)이 한 방향이었고, 콰이어트(Quiet)가 또 다른 방향을 가리켰다. 이들은 2개 댐퍼 세팅, 2개 스티어링 비중과 나아가 더 많은 파워트레인/기어시프트 세팅 사이를 오갔다. 듀얼클러치 자동박스는 맥라렌의 7개와 BMW의 6개에 비해 9개 기어를 담았다. 한데 제9단은 상당히 길었고, 제1단은 정차할 때까지 선택되지 않았다. 따라서 사실상 사용할 기어단수는 7개였다.

 

모든 기능을 활발하게 살리지 않으면 NSX는 즐겁고 경쾌한 느낌이 들 뿐이었다. 3.5L 엔진에 507마력을 요구하자 터보래그가 일어났다. 그러나 전기모터가 잘 감싸 가속은 직선적이고 매끈했다. 시가지에서의 거친 반응(과 언제나 대기하고 있는 10여대의 전화)을 제외하고 NSX는 자신있는 일상적 슈퍼카였다. 스티어링, 록간 1.9회전인 스티어링은 스피드가 비슷한 페라리보다 덜 예민했다. 그리고 중간 비중에 자동적인 중심찾기가 좋았다. 브레이크는 바이와이어(배터리를 재충전한다)였고, 그와 비슷하게 믿음직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줬다.

 

하지만 이번 시승은 슈퍼카 테스트. 때문에 NSX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해야 했다. 그러자 잘 호응했다. 놀랍게도 혼다 개발팀은 스포츠카 개발 경험이 거의 없었다. 그렇더라도 이번에 당당한 성과를 거뒀다. 서스펜션 모드는 도로에서 지나치게 거칠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더 부드러운 세팅이 영국의 시골길에 더 알맞았다. 보디 컨트롤은 경이적이었고, 토크가 앞뒤로 가기 때문에 트랙션이 눈부셨다.

 

저회전대에서 혼다는 맥라렌보다 긴박하지 않았다. 무게 탓이라 할 수 있었다. 한데 V6 엔진의 레드라인이 7500rpm으로 치솟자 눈이 튀어나오도록 빨랐고, 반응은 광적이었다. 스티어링 감각은 BMW보다 컸고, 맥라렌보다 작았다. 핸들링은 언제나 감칠맛나게 그립이 좋았고, 약간 뒤쪽으로 기울어졌으나 애스턴 마틴이나 메르세데스-AMG처럼 섬뜩하지 않았다. 으레 기민하고 보답이 있었다. 오직 이따금 뜻밖에 빠른 스로틀 반응(전기모터의 판단에 따른)이 자연스럽고 유기적인 수준을 살짝 밑돌 뿐이었다.

 

그렇다면 궁극적으로 NSX는 3대 라이벌의 어느 위치에 자리잡는가? 570S와 NSX는 다같이 BMW보다 한층 진지한 드라이버즈카라는 느낌이 들었다. 한데 그건 i8 자체에 대한 비판이 아니었다. i8은 여전히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고, 매혹적이었다. 두 라이벌에 비해 차값과 유지비가 적게 들었다. 전기전용 주행거리가 30km에 달해 드라이버즈카로서 경쟁력을 뽐냈다.

 

그러나 혼다와 맥라렌은 정상급 스포츠카였다. 결국 맥라렌이 한층 감칠맛이 나고, 짜릿하며 긴박하고 민첩했다. 때문에 NSX보다 한층 ‘슈퍼카’다웠다. 따라서 이번 스포츠카 그룹 테스트에서 승리는 맥라렌에 돌아갔다. 하지만 그 갭은 작았고, NSX가 적어도 맥라렌 못지않게 매력적인 경우가 많았다. 시골길을 달리고 고속도로의 장거리 크루징에서 그랬다. 시승을 끝냈을 때 현대의 가장 재미있고, 감칠맛나고 유능한 스포츠카를 몰았다는 감회가 절실했다. 그리고 차를 나와 뒤돌아볼 때 자신의 선택에 단 한 치의 후회도 없었다. 그렇다, NSX는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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