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디자인 비평 : 현대 i30, 토요타 시에나, 혼다 시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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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디자인 비평 : 현대 i30, 토요타 시에나, 혼다 시빅
  • 아이오토카
  • 승인 2011.12.1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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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의 카디자인 담론

현대 i30
현대의 i30이 풀 모델 체인지됐다. 2005년에 나온 1세대 i30 이후 6년만의 대변신이다. 새로 나온 i30은 현대자동차의 역동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모습이다. 대개의 후속 모델들은 같은 이름을 쓰는 선대 차의 이미지를 계승하고 진화시킨 모습을 가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신형 i30은 앞서의 i30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그 변화는 단지 겉모습의 변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최근의 현대자동차의 달라진 위상과 기술적 자신감, 그리고 독자적인 조형 철학 등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 유럽에서 프랑크푸르트모터쇼를 통해 공개된 신형 i30은 폭스바겐의 회장을 비롯한 임원진들이 크게 높아진 현대차의 품질과 디자인의 완성도에 놀라움을 표시하는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이제 유럽 메이커들조차도 현대자동차를 강력한 경쟁자로 의식하기 시작하고 있음을 보여준 바 있다. 게다가 차체 디자인 역시 보다 분명한 주관과 확신을 가지고 작업했음을 느낄 수 있을 만큼 강렬한 인상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1세대 i30에서 필자가 받았던 첫인상은 잘 다듬어진 디자인이지만, 이렇다 할 개성이 없는 느낌이었고, 뒷모습은 BMW의 1시리즈를 연상시키기도 했었다. 또한 내외장의 품질은 나무랄 데 없었지만, 무언가 1%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새로운 i30은 자신감으로 가득 채워진 모습이다. 부릅 뜬 매의 눈초리를 연상시키는 헤드램프가 그렇고, 육각형으로 만든 후드 캐릭터 라인과 연결된 라디에이터 그릴의 리브 형태가 그렇다. 역동적인 측면 캐릭터 라인의 흐름에서 최근에 현대가 강력하게 내세우는 고유의 조형 언어 ‘플루이딕 스컬프쳐’의 강한 개성이 묻어난다.

사실 자동차를 만든다는 것은 본질적으로는 여러 종류의 기계부품들을 만들어서 조립한다는 것이지만, 한편으로 단지 ‘만든다’는 차원의 것은 아니다. 거기에는 만드는 사람들의 의식과 문화적 수준, 그리고 세상에 대한 태도와 관점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신형 i30은 최근에 현대의, 그리고 한국 자동차산업의 글로벌 역량과 자신감이 들어있다.

한 가지 염려되는 점은 자신감에 빠져 사려 깊게 뒤돌아보지 못하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신형 i30은 정말로 잘 만들었지만, ‘이정도 쯤이야’ 하는 식의 진지하지 않은 느낌이 보이기도 한다. 선대 i30이 지나치게 심사숙고한 느낌이었다면 2세대 i30은 너무나 자신감이 넘치는 느낌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할 수도 있다.

토요타 시에나
토요타의 미니밴 시에나가 국내에도 출시되었다. 토요타 시에나는 1998년에 나왔던 모델에 이어 두 번째로 나온 모델이지만, 주로 미국시장을 중심으로 판매가 됐었고,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98년에 나왔던 시에나가 마치 크라이슬러의 캐러밴과 포드의 미니밴 윈스타를 교배시켜 만든 것 같은 느낌의 디자인이었지만, 2세대 시에나는 보다 일본차 같은 느낌, 특히 토요타 차 같은 느낌으로 변화되었다. 과연 토요타의 차 같은 느낌이란 어떤 것을 의미하는 걸까? 필자는 그것을 ‘개성이 적은 개성’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말장난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상 대부분의 토요타의 차들이 그러한 성향을 가지고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토요타를 비롯한 몇 종류의 글로벌 대중 브랜드의 차들은 브랜드 중심의 아이덴티티보다는 제품 중심의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사실상 거의 모든 대중 자동차 브랜드들이 가지고 있는 ‘숙명’과도 같은 성향이다. 즉 각 모델들의 개성이 브랜드의 통일성보다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신형 시에나도 만약 토요타 엠블렘을 떼고 본다면, 이 차가 닛산인지 혼다인지, 토요타의 것인지를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일본 메이커가 만든 미니밴 같은 이미지는 분명해진다. 거기에 더해진 그다지 강하지 않은 개성은 이미 일본 자동차의 높은 품질에 익숙해진 미국의 소비자들에게 ‘부담 없는’ 선택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어쩌면 이것이 토요타의, 혹은 일본 자동차들의 디자인 전략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사실 한 대의 자동차에서 ‘디자인’은 단지 차체의 옆면에 만들어진 날카로운 캐릭터라인의 곡률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개성 있는 형태로 만들었다고 해도, 그 차의 품질이나 물리적인 성능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선택되지 못한다. 최근에 글로벌마켓에서 급격한 신장세를 보이는 우리나라 자동차 메이커들의 판매는 물론 일차적으로는 소비자들의 감성적인 측면에 어필하는 창의적인 디자인의 힘이 바탕이 됐겠지만, 역설적으로 그것은 단지 디자인만의 문제는 아닌 게 틀림없다.

얼핏 개성이 없어 보이는 디자인의 시에나를 보며, 개성 있는 디자인만이 진정한 디자인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개성 없는, 아니 모두가 부담 없이 선택하는 디자인을 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혼다 시빅
혼다의 대표적인 소형 승용차(사실은 준중형 승용차이다) 시빅의 풀 모델 체인지 차가 등장했다. 최근 혼다의 디자인은 여러 모로 필자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최근 혼다의 차들은 디자인의 성향에서 방향을 찾아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필자가 찾아내기 어렵다고 해서 디자인이 부정적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필자가 볼 때 혼다 디자인의 전성기는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의 10여 년 동안이었던 것 같다. 그 시기에 나온 혼다의 차들은 차의 성격이나 디자인의 방향이 명확했고, 형태의 정리나 통일성 같은 디자인의 완성도 역시 매우 높은 수준을 가지고 있었다. CR-X나 어큐라 레전드(우리나라에서 아카디아라는 이름으로도 판매됐던 모델)는 다른 브랜드의 차들은 흉내내지 못할 정도의 독창성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 나오는 혼다 차들의 디자인에서는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읽기가 쉽지 않다. 물론 차의 하드웨어에서는 새로운 시도들이 보인다. 신형 시빅만 보더라도 극단적으로 짧은 후드와 트렁크의 비례는 시빅만의 독창적인 차체 프로포션을 보여주고 있다. 사람이 쓰는 공간을 최대로 확보하고, 기계가 차지하는 공간을 최소한으로 한다는 혼다의 기술 철학, ‘Man Maximun, Machine Minimum’을 보여주는 비례를 가지고 있다. 이런 기술철학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하드웨어를 감싸는 소프트웨어로써의 디자인은 하드웨어의 성격을 강조하고, 또 그것을 역동적으로 보여주는 역할을 해야 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지만 몇 년 전에 등장했던 어코드에서부터 ‘왜 저렇게 디자인했을까?’하는 의문을 가지게 만드는 선과 면의 처리, 그리고 의도적인지 우연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 선의 부조화 같은 디테일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CR-X나 레전드에서 보여줬던 간결함과 명쾌함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신형 시빅의 뒤 범퍼의 측면에 잡혀 있는 구겨진 듯이 보이는 면 처리, 별안간 구부러진 뒷문의 웨이스트라인, 어디가 어딘지 구분하기 어렵게 혼란스럽게 배치된 2층으로 나뉜 클러스터 하우징과 인스트루먼트 패널 등등은 공상과학영화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고는 있지만, 잘 만들어진 차라는 느낌을 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모든 브랜드들이 항상 잘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느낌의 차를 내놓는 것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다. 신기술에 대한 실험일 수도 있고, 또는 새로운 형태의 제시를 통한 새로운 디자인의 유행을 선도하려는 적극적인 의지일 수도 있다. 무엇이 됐던 보다 직관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디자인이 나오기를 바란다.

글ㆍ구상(국립 한밭대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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