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 교수와 류청희 평론가의 12월 신차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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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와 류청희 평론가의 12월 신차 비평
  • 구상 교수, 류청희 평론가
  • 승인 2016.12.29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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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6세대 그랜저

구상: 그랜저 6세대 모델이 나왔다. 새로운 그랜저는 매우 다이내믹한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것은 최근의 고급승용차 디자인이 전반적으로 역동성을 강조하는 경향과 같은 맥락이다. 신형 그랜저의 앞모습은 새로운 형태의 캐스캐이딩 그릴이다. 하지만 제네시스 브랜드의 크레스트 그릴과 차별화가 크지 않다. 거시적 시각에서 본다면 현대 브랜드의 플래그십 모델 그랜저가 마치 제네시스 브랜드의 또 다른 모델처럼 보이는 것은 그랜저를 위해서나 제네시스 브랜드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현대자동차가 만든 고급 브랜드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제 현대 브랜드는 제네시스 브랜드와는 다른 길을 가야 한다.
 

가령 토요타가 만드는 고급 브랜드 렉서스와 토요타 브랜드의 승용차를 비교해보면 서로의 지향점 차이가 명확하다. 이들 중 앞바퀴굴림 캠리 플랫폼으로 만든 두 차종 렉서스 ES와 토요타의 아발론은 모두가 미국 시장을 겨냥한 모델이라는 점에서 같지만, 두 모델이 지향하는 소비자 층과 차량의 성격은 완전히 다르다. 렉서스 ES는 비교적 젊은 소비자 계층을 바라보고 있지만, 아발론은 가치를 중시하고 점잖은 이미지와 실용성을 추구하는 장년층 소비자를 지향한다. 두 모델은 상하관계가 아니라 수평적인 위치에서 완전히 다른 시장을 지향하고 있다.
 

최근의 현대, 기아 차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젊고 역동적이고 스포티하다. 그랜저도 스포티 하고 K7도 스포티하다. G80도 스포티하고 K9도 스포티하다. EQ900도 최고급 승용차로서는 스포티하다. 이들 차량들은 현대와 기아 배지와 디테일 디자인 차이를 통해 다른 가격을 매기고 있지만, 디자인의 지향점 차이는 사실 명확하지 않다. 그런 관점에서 단종된 오피러스는 다양성의 측면에서는 보수적 이미지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바가 적지 않았다. 현대와 기아, 그리고 제네시스의 세 브랜드에서 내놓는 차량의 성격이 단지 엠블렘의 차이가 아니라, 차량 성격의 다양화로 나타나기를 바란다.
 

류청희: 6세대 그랜저가 선보이는 올해는 마침 그랜저 데뷔 30주년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그랜저의 상징성은 매우 크다. 대중차의 고급화, 고급차의 대중화에 가장 큰 기여를 한 모델이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모두 존재하지만, 국산차의 상품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 온 것은 사실이다.
 

원고를 쓰는 시점까지 구체적으로 알려진 정보가 많지 않아,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하기는 어렵다. 뻔한 얘기지만, 오너 중심의 편안하고 조용한 세단이 될 것은 분명하다. AD 아반떼와 LF 쏘나타가 그랬듯, 달리기의 질감도 이전보다 한층 더 치밀해졌을 것이다. 편의성과 안전성을 높여주는 최신 첨단 장비들도 많이 들어갔을 것이다. 다만 이런 모든 부분들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것들이다. 앞서 나온 기아 K7을 예고편이라고 생각하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소비자의 기대치에 부응하기 위해 잘 만들었을 것이고, 그만큼 많이 팔리기도 할 것이다. 관건은 잘 팔리는 것이 양적으로 어느 수준에 이를 것이며 얼마나 오래 지속할 것인가다.
 

현대가 국내 시장에서 작은 차들의 지위를 깎아내리고 수익성 높은 대형 고급 모델에 집중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아슬란의 선례를 보면 성공여부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이미 쏘나타의 지위를 이어받아 대중성이 짙어진 탓에, 혁신이 웬만큼 두드러지지 않는다면 부동 수요층에만 의지하기도 버거울 것이다. 게다가 소비자들의 시선은 점점 더 따가와지고 있다. 차도 회사도 우물 안 개구리라는 느낌을 주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메르세데스-벤츠 GLS 클래스

구상: 벤츠 SUV의 플래그십이라고 할 수 있는 GLS가 출시됐다. GLS는 S 클래스를 기반으로 하는 도시지향형 SUV라고 할 수 있다. 벤츠 SUV에서 가장 정점에 있었던 G바겐은 1960년대 이후로 각진 디자인을 고수해오고 있는 오프로드용 하드코어 네바퀴굴림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 출시된 GLS는 기술적으로 보나 차체 이미지로 보나 벤츠의 크로스오버형, 즉 도시지향형 SUV의 정점에 있는 모델이다. 그래서 G바겐과 달리 육중하면서도 곡면이 많이 쓰인 차체 디자인을 보여준다.
 

차체 측면의 벨트라인이 높고, 측면의 곡률이 적어서인지 일견 미니밴 같은 인상도 얼핏 든다. 헤드램프의 구성은 S클래스 세단이 연상된다. 차체 측면은 2m에 달하는 크기이면서도 길이가 강조된 모습으로, 실내에서도 3열 시트가 적용된 7인승으로 여유로운 공간이 특징이다.
 

국내에는 AMG 사양의 외관을 가진 모델이 도입되는데, 무려 21인치에 이르는 거대한 휠이 적용된다. 실내는 우드트림과 가죽시트 등에 의해 벤츠 브랜드다운 고급 질감에 의한 마무리다. 벤츠 브랜드가 보여주는 안락함과 고급감의 최상위 모델 승용차가 S클래스라면, SUV에서는 S클래스의 역할을 하는 차량이 바로 GLS인 것이다. 차체의 중량감과 존재감이 고급 자동차 디자인에서 중요한 요소라고 한다면, 새로운 GLS는 그 어떤 벤츠의 차량보다도 확고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류청희: 메르세데스-벤츠는 빠르게 SUV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다. 시장 흐름에 따라 국내에도 그동안 내놓지 않았던 모델까지 공격적으로 들여오기 시작했다. GLE 쿠페와 함께 세 꼭지 별 엠블럼을 단 SUV 중 가장 큰 GLS까지 들어오면서 국내에도 메르세데스-벤츠 SUV 라인업이 꽉 찼다. SUV의 S클래스라는 표현은 라인업에서의 입지를 이야기하는 것이지, 실제로는 S클래스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
 

미국식 풀 사이즈 SUV와는 차이가 있지만, GLS는 거대하다. 실내는 7명이 타고도 적당한 크기의 짐 공간이 남는다. 이 정도 크기에 디젤 엔진을 얹은 SUV가 흔치 않다는 점이 GLS의 장점이기도 하다. 편안하고 듬직한 움직임과 승차감도 벤츠답다. 다만 우리나라에는 지금 들어왔지만, 2011년에 데뷔한 3세대 ML(지금의 GLE) 플랫폼에 뿌리를 두고 있어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꾸밈새가 좀 더 화려하기는 해도, GLE처럼 한 세대 이전 것처럼 보이는 실내 디자인과 장비 구성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GLS와 직접 경쟁할 모델은 흔치 않다. 아우디 Q7이 있지만 성격이 좀 더 보수적이다. 그러나 조만간 경쟁할 차들이 나올 것이다. 국내 기준으로 GLS는 비어 있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이고, GLE를 지원사격하는 역할도 한다. 훌륭하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여러 면에서 중요한 모델인 건 사실이다. 


쉐보레 뉴 트랙스

구상: 소형 SUV 쉐보레 트랙스의 페이스 리프트 모델이 등장했다. 물론 기본형 모델의 가격도 얼마간 내려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실 트랙스는 페이스 리프트 이전의 디자인도 그다지 나쁜(?)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장에서 존재감이 약했던 것은 아무래도 국내의 소비자 구매 유형에 기인한 바가 클지 모른다. 국내의 자동차 보급대수가 2014년을 기준으로 2천만대가 넘었고, 세컨드 카를 가진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차량 구매 유형이 미국과 우리나라는 사실 큰 차이를 보인다.
 

미국 시장에서 트랙스가 겨냥하는 소비자는 대학생이나 젊은 신혼부부 등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기본적으로 자동차를 사적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의식이 강해서 다른 사람과 차를 동승하는 문화가 보편적이지 않다. 따라서 세컨드 카로 소형 차량을 구매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우리는 세컨드 카를 구입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경승용차도 아닌 소형 SUV에 대한 접근이 쉽지 않은 이유일 것이다.
 

페이스 리프트 된 트랙스의 전면부는 쉐보레의 새로운 브랜드 디자인인 듀얼 포트 그릴이 적용됐는데, 상단 그릴이 날렵하게 바뀐 헤드램프와 이어져 보인다. 게다가 고급 모델에는 프로젝션 헤드램프에 LED 주간주행등이 더해진다. 새로운 트랙스가 시장에서 부진을 털어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자들이 만만하지는 않다. 크기의 인상은 조금 다르지만, 기아의 니로와 쌍용 티볼리, 그리고 르노 삼성의 QM3의 면면을 떠올려보면 결코 녹록치 않다. 트랙스의 선전을 기대해 보자.
 

류청희: 기아 쏘울에 이어 국내에 소형 도심형 SUV 시장을 개척한 모델이 트랙스다. 다만 시장은 나중에 나온 르노삼성 QM3과 쌍용 티볼리가 휩쓸어 버렸다. 선구자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탓이다. 먼저 나온 차가 먼저 새단장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가장 빠른 페이스리프트로 잃어버린 시장 몫을 되찾는 것이 새 트랙스에게 주어진 역할이다.
 

페이스리프트라는 말에 충실하게, 변화는 눈에 보이는 부분에 집중되어 있다. 외부에서는 앞부분, 실내에서는 대시보드가 크게 달라졌다. 직선과 평면을 주로 써 간결했던 모습이 곡선과 치장을 더하면서 좀 더 화려해졌다. 최근 쉐보레 디자인 흐름이 반영된 결과다. 공격적인 디자인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 취향에 가까워진 셈이다. 편의성은 개선되었지만 그래도 빈틈이 없지는 않다. 전반적인 장비 고급화 흐름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느낌이다. 뼈대나 파워트레인 구성이 달라지지 않은 것도 장단점이 있다. 안정감 있고 다루기 쉽다는 점은 여전히 매력 있지만, 돋보이지 않는 연비도 그대로다. 값이 거의 오르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일 것이다.
 

기본기는 좋은데 피부에 와닿는 장점이 두드러지지 않는 일은 한국지엠 차에 흔하다. 그러나 소비자는 가려운 곳을 빠르고 정확하게 긁어줘야 좋아한다. 이번 뉴 트랙스는 뭔가 긁다 만 느낌이다. 트랙스의 변신이 반갑지만, 한국GM은 아직 더 분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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