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마력 내뿜는 최상위 TT, 아우디 TT 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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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마력 내뿜는 최상위 TT, 아우디 TT RS
  • 닉 캐킷(Nic Cackett)
  • 승인 2016.12.29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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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T RS 보도자료 세 번째 문장에서 아우디는 단호한 분위기를 내비쳤다. “운전의 즐거움을 보장합니다!” 그렇게 자신감 넘치는 선언과 함께 아우디는 점점 더 높아지는 출력을 과시하고 있다. 일부러 느낌표로 강조한 것은 읽는 사람들이 확실히 차의 성격을 받아들이기를 바라는 장난스러운 표현이기도 하지만, 실망감에 발끈하는 독일식 표현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이젠 이 차를 좋아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강력한 차란 말이다! 영국놈들아!”


이전 세대 TT RS는 으스대며 뻔뻔스럽게 고성능을 강요하는 모습으로 몇몇 사람에게 매력을 호소했다. 그러나 그런 부류의 팬들은 소수에 불과했다. 대다수 사람은 TT RS를 엄청나게 빠르고 기가 막히게 멋진 소리를 내지만, 달리기의 묘미에 있어서는 아마도 당대 가장 기분 좋게 달리는 스포츠카로 꼽을 수 있는 포르쉐 카이맨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여겼다.
 

구형 직렬 5기통 2.5L 터보 엔진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우디는 꽤 오랜 시간을 투자해, 그 개성 있는 엔진을 60마력 더 이끌어내는 동시에 전체 무게를 26kg 줄이는데(철제 크랭크케이스를 알루미늄 소재로 바꾼 것이 무게를 줄이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성공했다.


이제 400마력까지 솟구친 터무니없이 높은 최고출력에 힘입어, 쿠페 버전(로드스터 모델도 있다)은 0→시속 100km 가속에 3.7초만 걸릴 뿐이다. 718 카이맨 S 수동 모델보다 거의 1초 가까이 빠른 수치다. 한편, 섀시는 일반 TT의 것을 익숙한 방식으로 다시 손질했다. RS에는 현재 쓰이고 있는 전기유압식 4륜구동 시스템의 반응 속도를 빠르게 만든 버전을 쓰면서 서스펜션, ESC, 스티어링 랙을 RS 전용으로 튜닝했다. TTS와 비교하면 더 단단한 스프링을 끼워 차체가 10mm 낮아졌고 부싱도 더 단단한 것을 끼웠다. 마그네틱 댐퍼로 업그레이드하지 않으면 일반적인 스프링을 그대로 쓴다. 콰트로 구동계는 RS3에서 이어받았지만, TT RS에서는 RS3에서와 달리 뒤 차축으로 큰 구동력을 보내는 재미가 훨씬 덜하다.
 

아우디는 최상위 모델로서 RS라는 이름이 갖는 매력을 강조하려고 한다. 넓어진 공기 흡입구와 고정식 뒤 스포일러는 인터쿨러의 효율을 높이고 에어로 파츠를 더 박력 있어 보이게 만들지만, 시장에서 모델이 차지하는 입지를 고려하면 기능적인 면보다는 공격적인 모습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모든 종류의 TT가 그렇듯, 실내 역시 모든 부분이 큰 성과를 거둔 모습이다. 보기 좋은 아우디의 버추얼 콕핏(Virtual Cockpit)이 기본사양이고, 그와 더불어 편안한 스포츠 시트와 S 트로닉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 변속 패들과 함께 처음으로 원격 제어 버튼이 더해진 것이 특징이다. 원격 제어 버튼 중 하나는 드라이브 셀렉트(Drive Select), 다른 하나는 시동 기능을 조절한다.
 

빨간 시동 버튼은 R8에서 V10 엔진을 깨울 때 쓰인 것과 같다. TT RS에서는 R8 엔진의 절반을 자른 직렬 엔진이 쓰인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엔진은 1-2-4-5-3이라는 색다른 점화 순서에서 비롯되는 대단한 카리스마를 내뿜는다. 낡고 퇴폐적인 리듬의 배기음이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처음에 이전 세대에서 보여준 성능을 충실하게 재현한 것은 예상보다 좀 더 낫다.


1700rpm에서 나오는 48.9kg·m의 최대토크는 TT RS가 가볍게 달려나가기에 충분한 힘이지만, 중간 회전영역(주행 중 대부분 쓰게 될 영역이다)에서 주는 RS의 아슬아슬한 느낌은 이전 세대 모델보다 더 나아진 것이 없어 보인다. 높아진 최대토크가 겨우 1.7kg·m에 머무른 결과이기도 하고,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가 연료소비를 줄이려는 목적에 충실해 이전처럼 약간 답답한 느낌을 주는 성향을 이어받은 탓이기도 하다. 그렇다 보니, 이전보다 더 높은 속도를 낼 수 있음을 입증하려면 RS의 파워를 있는 힘껏 쥐어 짜내야한다. 
 

높아진 출력이 두드러지지 않고 차분한 특성을 유지하기 때문에, 구동계를 혹사시키기보다는 법적 제한속도를 철저히 지키는 쪽이 더 낫다. 아우디는 떨림이나 튀는 현상이 없음을 표현하기 위해 콰트로 시스템의 높은 접지력을 설명할 때 ‘정확함’이라는 단어를 쓴다. TT RS 역시 출발할 때부터 도착할 때까지 접지력만큼은 전혀 문제가 없음을 확실히 보여준다. 믿음직한 접지력을 바탕으로, 미미하게 높아진 성능은 주행 특성이 개선되는 데 힘을 보탠다. 차체 앞쪽이 더 가벼워지고, 시승차에서는 선택사항인 20인치 휠에 맞춤 제작된 피렐리 P 제로 타이어가 끼워진 앞 서스펜션은 캠버가 커졌다. 그 덕분에 코너링 때 회전력은 좀 더 날카로워졌다. 다소 심하게 개입하는 토크 벡터링 시스템에 힘입어 접지력은 이전 세대보다 훨씬 더 끈끈하다.
 

 

기술적으로는 쓸 수 있는 토크 100퍼센트를 한쪽 뒷바퀴로도 보낼 수 있지만, 실제 그렇게 되는 일은 드물어 보인다. 운전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RS3에서처럼 차체 앞쪽을 차지하고 있는 구동계에서 활기찬 감각을 자주 이끌어내기를 기대한다. RS3 해치백에서는 차를 마음껏 다루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워도 좀 더 쉽게 용서할 수 있었지만, 다루기 좋은 뒷바퀴굴림 스포츠카들과 경쟁할 목적으로 특별히 만든 쿠페가 탁월한 핸들링 특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나머지 능력들은 사실상 2차원적인 수준에 머물고 말 것이다. 
 

TT RS라는 모델 이름이 지닌 카리스마와 호감도, 폭발적인 가속력, 유별나게 특출난 5기통 엔진의 색다른 소리는 물론 탁월한 실내 같은 것들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저돌적이면서 안정감이 넘치는 이 차의 주행 특성 역시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햇빛 찬란한 스페인 농촌의 국도와 텅빈 하라마(Jarama) 서킷을 달릴 때에는 특별한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단지 더 느리고 소리도 덜 매력적이면서 겸손해지기까지 한 718 카이맨과의 격차가 여전히 크다는 점을 확인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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