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짜릿해진 쉐보레 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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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짜릿해진 쉐보레 볼트
  • 전상현 에디터
  • 승인 2016.12.08 1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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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 이름만 들어도 이 차가 어떤 차인지 대충 알 수 있다. 쉐보레는 볼트라는 이름을 쓰는 2개의 모델이 있다. 알파벳으로 표기하면 B와 V로 구분하지만 국내에서는 둘 다 볼트로 표기한다. 쉐보레의 설명에 따르면 볼트(BOLT)는 순수 전기차(EV)고, 볼트(VOLT)는 주행거리연장 전기차다. 쉐보레는 지난 2010년 1세대 볼트(VOLT)를 출시하면서 주행거리연장 전기차라고 강조했다. 사실 볼트가 나오기 전까지 주행거리연장 전기차라는 표현은 그 누구도 쓰지 않았다. 전기모터와 엔진이 결합된 방식은 일반적으로 하이브리드라 칭했기 때문. 물론 볼트도 크게 보면 하이브리드차나 마찬가지다. 다만 엔진이 배터리를 충전하는데 그 역할이 집중돼 있는 만큼 쉐보레의 주장에 수긍이 간다.
 

볼트의 파워트레인은 2개의 전기모터, 주행거리연장 엔진, 대용량 배터리로 구성돼있다. 전기모터는 1세대가 하나는 구동을 담당하고 하나는 발전을 담당했던 것과는 달리 2개 모두 구동과 발전의 역할을 동시에 한다. 주행 상황에 따라 2개의 모터가 같이 작동하기도 하고 따로 작동한다. 전기모터의 무게를 15kg 줄인 것을 비롯해 드라이브 유닛 전체 무게를 45kg 줄였다. 엔진 또한 기존 3기통 1.4L 휘발유 엔진에서 4기통 1.5L 직분사 휘발유 엔진으로 대체했다. 배터리의 용량은 18.4kWh로 늘어났다. 배터리 패키지는 1세대 288개에서 96개가 줄어든 192개의 리튬이온 배터리 셀을 사용해 무게를 9.8kg 줄였다.


2세대 볼트는 내부 성능만큼이나 디자인도 많이 발전했다. 1세대 볼트는 투박하고 어색한 모습이었으나 이제는 상당히 세련된 모습으로 변했다. 보통 친환경차들은 공기역학적인 요소를 고려하다 보니 일반차들과는 다른 독특한 디자인으로 나오기 마련이다. 그러다보니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미적 매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2세대 볼트는 세단에 가까운 패스트백 디자인으로 일반차들과 견주어도 전혀 어색함이 없고 오히려 볼트의 매력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
 

앞모습은 미래지향적인 요소가 들어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날렵한 인상을 준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액티브 셔터 그릴. 크롬으로 된 그릴은 평소에는 닫혀 있지만 주행 환경에 따라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면서 공기저항을 최소화한다. 범퍼 아랫부분도 그릴과 같은 재질로 덮어 공기흡입구를 최소화했다. 얇게 디자인된 헤드램프에는 LED 주간주행등으로 포인트를 줬다. 옆모습은 뒤로 갈수록 올라가는 실루엣으로 역동적이다. 일반적으로 친환경차는 기능적인 이유로 휠의 디자인에 한계가 있지만 쉐보레는 과감한 디자인의 17인치 알로휠을 달아 옆모습을 한층 빛낸다. 뒷모습은 실제로 트렁크가 높이 올라갔지만 넓고 낮은 시각적 효과를 줘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테일램프는 투명한 재질에 LED로 꾸몄다.
 

실내는 전기차로서 특별함을 강조하기보다 일반적인 느낌이다. 센터페시아는 좌우 균형을 맞춘 구성으로 대시보드 윗부분에 터치스크린을 배치했다. 계기판은 8인치 컬러 클러스터를 적용했다. 가운데는 원형의 속도계와 각종 차량정보가 나타나고 왼쪽과 오른쪽에 각각 배터리로 주행가능한 거리와 총 주행가능 거리가 표시된다. 파란색 플라스틱 장식을 한 기어레버가 그나마 전기차를 나타내는 요소. 하지만 좀 생뚱맞다. 시트포지션은 낮은 편이나 시야를 방해하는 수준은 아니며 착좌감은 편하다. 뒷좌석은 센터 터널이 이어져 2명만 탑승하는 구조다. 하지만 공간이 넉넉해 키가 큰 성인이 앉아도 큰 불편함은 없다.

 

다양한 안전장비와 편의 장비 또한 볼트의 매력 포인트. 차선이탈 경고시스템이나 사각지대 경고시스템. 후측방 경고시스템 등은 상황 발생 시 바로 운전자에게 알려줘 안전 운전을 돕는다. 또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자동주차 보조시스템 등은 운전을 편리하게 한다. 그 외에도 프리미엄 보스 서라운드 시스템, 애플 카플레이,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 등 차 안에서 운전자와 탑승자 모두를 편하게 해주는 다양한 기능을 넣었다.

 

파란색 시동 버튼을 누르니 ‘휘이잉’하며 마치 SF영화에서 UFO가 날아다니는 듯한 효과음이 난다. 시동을 끌 때도 마찬가지. 전기모터를 단 차는 시동을 걸어도 진동과 소음이 없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재밌는 효과음으로 명확히 구분해주는 센스가 인상적이다. 배터리가 완전 충전된 상태로 계기판에 표시된 주행가능거리가 각각 89km와 676km로 뜬다. 터치스크린을 화면을 ‘파워 플로우 스크린’으로 설정해 두니 그 짧은 시간에도 주행 상태에 따라 에너지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아 서서히 속도를 높여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오는데 그 느낌이 어린 시절 놀이동산에서 탄 범퍼카와 비슷하다. 여전히 조용한 가운데 속도를 올리니 전기모터 특유의 토크가 나오면서 차가 튀어나간다. 2개의 모터가 내는 출력은 149마력, 토크는 40.6kg·m이다. 성능이 강화된 모터 덕분에 0→시속 100km 가속에 8.4초가 걸린다. 배터리가 남아있는 상태에서는 속도를 올려도 엔진이 개입하지 않는다. 보통 전기모터를 단 차는 고속에서 확연하게 둔해짐이 느껴지는데 볼트는 그런 느낌 없이 치고나간다.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면 회생제동이 걸려 순간 멈칫한다. 2세대 볼트는 스티어링 휠 뒤에 ‘리젠 버튼’을 두어 운전자가 능동적으로 회생제동의 강도를 조절할 수 있게 만들었다. 회생제동의 이질감이 싫다면 최대한 약하게 조절하면 된다.

 

볼트의 주행감각은 상당히 안정적이다. 특히 고속에서 안정감은 준중형을 뛰어넘는 수준. 하지만 서스펜션은 딱딱한 편으로 도로의 이음매를 지날 때 충격이 살짝 전해진다. 핸들링의 경우 정교한 느낌은 아니지만 적절한 무게감이 더해져 고속에서도 전혀 불안하지 않다.
 

볼트가 지원하는 주행모드는 정상, 스포트, 산악 그리고 대기 총 4가지로 나뉜다. 정상 모드는 최적화된 효율로 배터리 소모를 억제한다. 도심주행에서 가장 효과적이다. 스포트 모드로 바꾸니 가속이 좀 더 빨라지며 적극적으로 변한다. 고정 모드는 엔진을 계속 활성화 시켜 장거리나 고속주행 시 배터리를 계속 충전한다. 산악 모드는 가파른 지형을 오를 때 엔진이 전기모터를 보조하여 힘을 더하는데 사실상 도심에서는 필요성이 떨어진다. 여기서 엔진은 차를 구동하는데 직접적으로 힘을 전달하는 것이 아닌 생산한 전기를 구동축에 보내거나 배터리를 충전하는 역할에 그친다.

 

볼트의 연비는 베터리 기준 5.3km/kWh, 휘발유 엔진만 계산하면 17.8km/L다. 하지만 계속 고속으로 달리자 배터리 주행가능 거리가 크게 줄어든다. 실제로 이동거리가 75km 정도 됐는데 이미 배터리는 바닥이 났다. 이때부터 엔진이 점점 바빠지면서 볼트가 소란스러워 진다. 배터리를 충전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완속 충전으로 4시간 30분(미국 기준). 전체 주행가능 거리에 여유가 있었지만 배터리 충전을 위해 대형마트에 들렸다.
 

이때 마주한 국내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실태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우선 그 많은 주차장 중에 전기차 충전 전용자리는 단 두 개뿐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의 대형 마트가 아니란 걸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전기차 충전 전용자리는 두 개인데 충전기는 그나마 한 개밖에 없다. 그리고 정부는 지난 4월 11일 전기차 급속 충전기를 유료화했다. 현재 요금은 313.1원/kWh. 민간 사업자의 경우 요금은 440/kWh로 더 비싸다. 요금 또한 언제까지나 무료로 공급할 수 없는 문제로 유료화가 필요하긴 하다. 하지만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다. 정부는 2020년까지 전기차 25만대 보급을 목표로 보조금 확대, 충전인프라 확충 등 정책을 내놓았다. 2015년 기준으로 판매된 전기차는 약 5500대 수준. 4년 정도 남은 기간 동안 이런 현실에서 어떻게 전기차를 25만대로 늘리려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볼트는 분명 매력적인 차다. 발전기 역할을 하는 엔진 덕분에 주행거리에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일일 출퇴근 거리가 짧다면 배터리로만 주행이 가능해 그 만큼 유지비를 절약할 수 있다. 볼트는 현재 카셰어링을 통해 만날 수 있는데, 일반 판매는 아직 정확한 출시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 아무튼 짧은 시간동안 만남이었지만 강력한 볼트에 감전되었다. 기분 좋은 감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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