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 교수와 류청희 평론가의 10월 신차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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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와 류청희 평론가의 10월 신차 비평
  • 구상 교수, 류청희 평론가
  • 승인 2016.11.0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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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뉴 i30

구상: 세 번째의 진화를 거친 i30이 나왔다. 현대자동차의 승용차 모델 중 ‘i’로 명명되는 모델들은 유럽시장을 지향하는 콘셉트 차종들이다. 사실 미국은 i30 같은 해치백보다는 아반떼 같이 트렁크가 독립된 차량이 중심이 되는 반면에 유럽에서는 3도어든 5도어든 간에 해치백 차량들이 승용차의 주류를 이루는 특징을 보인다.


새로 공개된 3세대 i30은 헥사고날 그릴을 발전시킨 캐스캐이딩 그릴에 의한 앞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뒤 범퍼와 테일 게이트 구성을 보면 형태의 조합을 통해 매우 조형적인 구성을 볼 수 있다. 이런 형태 처리를 통해 후면 반사기나 안개등 같은 기능적 부품이 유기적으로 배치된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으로 쿼터 글래스(quarter glass)의 형태는 테일 게이트 분할선의 경사각과 조금 다른 각도로 디자인해서 아래에서 위로 갈수록 C-필러가 굵어지는 것과 같은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한편 디스플레이는 승용차 인테리어 디자인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목록으로 자리잡았지만, 적용시키는 방법은 메이커마다 조금씩 다르다. 새로운 i30은 마치 떠 있는 듯한 구조의 플로팅 타입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것은 물론이고, 거기에 직접 조작 가능한 인터페이스를 더했다. 여기에 속도감 있게 디자인된 벤틸레이션 그릴 등의 형태를 통해 전위적 디자인의 미래지향적 이미지도 보여준다.


3세대의 진화를 거친 새로운 i30이 존재감과 기능적 형태 이미지로 무장한 디자인으로 우리들 대다수가 가진 ‘해치백’의 선입관을 뛰어넘는, 이른바 ‘i30’이라는 독립된 이미지의 모델로 받아들여지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류청희: 벌써 3세대라니. 강산이 바뀌는 데도 10년은 걸리는데, i30은 9년 만에 두 번이나 모델이 바뀌었다. 그래도 반갑다. 무려 ‘핫 해치’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달아서 기대가 더 크다. 꾸밈새와 주행특성이 유럽 차에 가까웠던 1세대에 비해 꽁지 빠진 아반떼나 다름없던 2세대에 대한 안 좋은 평가를 의식한 변화도 보인다.
 

뒤 서스펜션을 멀티링크 방식으로 바꾸면서 핸들링도 나아졌을 테고, LF 쏘나타나 AD 아반떼 등 요즘 나온 현대차를 보면 달리기에 관한 기본기에도 충실해서 좋은 해치백의 자질은 갖췄으리라고 본다. 적어도 최고출력이 204마력인 1.6리터 T-GDi 엔진 모델만큼은 핫 해치의 영역에 다가간 듯하다.


물론 요즘 해치백들은 큰 덩치 탓에 최고출력이 200마력을 넘어도 과거처럼 ‘핫’한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그렇게 보면 i30이 기대에 성능이 미치지 못해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두루 살펴보면 그간 쌓인 노하우 덕분인지 공간구성과 꾸밈새도 좋아 보인다.


해치백의 맏형 격인 폭스바겐 골프를 들먹일 수 없는 마당에, 현대가 해치백의 민낯으로 세단이나 SUV 소비자를 끌어올 비법이 궁금하다. 해치백 이미지를 ‘해치는’ 런칭 광고를 보면 뭔가 맥락을 잘못 읽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볼보 S90

구상: 볼보 S90은 볼보의 승용차 중에는 최고급의 플래그십 모델이다. S90의 뿌리는 과거의 960 모델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겠지만, 차체 스타일은 과거와는 크게 달라졌다. 물론 안전한 자동차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볼보 차들의 특징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샤프한 엣지를 강조한 조형이 과거의 조금은 투박했던 디자인과는 변화된 모습이다.
 

지금의 볼보 디자인 수장 토마스 잉엔라트(Thomas Ingenlath)의 부임 이후 볼보 디자인은 큰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볼보의 디자인 변화는 이미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됐고, 이제는 볼보 차량들의 디자인이 각진 디자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그다지 많지 않기도 하다. 그런 맥락에서 최근의 볼보가 보여주는 디자인의 감성은 스칸디나비안 디자인(Scandinavian Design)이다.


새로운 볼보 S90은 쿠페와도 같은 차체 프로파일과 극히 짧은 데크에 의한 스포티함이 눈에 띄지만, 더더욱 눈을 붙드는 건 일명 토르의 망치(Thor’s hammer) 라고 불리는 주간주행등이 들어간 헤드램프 디자인이다. 북유럽의 전설을 차용한 디자인이다. 또한 음각 곡면의 라디에이터 그릴 또한 특징적인데, 이것은 1970년대 볼보의 승용차 P1800ES모델의 라디에이터 그릴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이다.


사실 요즈음의 자동차 디자인은 물론 창의성, 즉 얼마나 새로운 형태를 보여주느냐에 방점이 있지만, 그보다 더 치열(?)한 다툼은 얼마나 고유의 헤리티지를 발굴해 보여 주느냐일 것이다. 기능적이면서도 무덤덤한 듯한 감성, 그 속에서 느껴지는 은근한 중독성, 이것이 볼보의 디자인 감성이라고 말하고 싶다.
 

류청희: 한동안 볼보는 애매한 브랜드였다. 규모는 작고, 시장 입지는 어중간했다. 기함인 S80도 볼보의 처지와 비슷했다. 차는 좋았지만 크기, 꾸밈새, 값은 어정쩡했다. 심지어 장수하기까지 했다. 작은 회사의 숙명이다. 그러나 중국 자본이 힘을 보태며 볼보가 바뀌기 시작했다. 주변만 맴돌던 럭셔리 시장에 작정하고 뛰어들 여력이 생겼다.


XC90에 이어 새로 나온 S90은 볼보의 변화와 공세를 대표하는 차다. 디자인과 꾸밈새, 안전성 같은 과거의 장점은 이어받아 발전시켰고, 제법 제대로 만든 럭셔리 카의 분위기가 난다. 크기도 럭셔리 시장을 이끄는 E 세그먼트 경쟁차들을 압도할 정도로 커졌다. 지금까지 나온 다른 볼보 차들처럼 달리기에서 뚜렷한 개성이 드러나지 않을 수는 있다. 그러나 XC90처럼 정제된 느낌을 준다면 싫어할 사람은 없을 듯하다.


정작 걱정스러운 부분은 파워트레인이다.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이 차급의 차를 살 사람들은 아직 파격적인 다운사이징에 익숙하지 않다. 2.0리터 엔진은 아무리 힘을 키우고 하이브리드 기술을 더해도 충분한 출력이 알찬 느낌을 줄지언정 풍성함을 느끼기는 어렵다. 어쨌든 과거의 약점을 많이 떨쳐버린 것은 사실이다. 눈여겨볼 만하다.

르노삼성 QM6

구상: 국내의 중형 SUV 시장이 그야말로 이제 격전의 장이 되어가고 있다. 그동안 현대 싼타페와 기아 쏘렌토가 주류를 이루었던 시장이다. 사실 쏘렌토와 싼타페는 플랫폼은 같고, 외부 스타일만 다른, 사실상 같은 차였다는 사실로 미루어보면, 국내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은 정말로 좁았다. 그 중형급 시장에서 제대로 경쟁하기 위해 나온 모델이 바로 QM6이다.

전면부의 인상은 최근에 등장한 SM6과 아이덴티티를 이루는 라디에이터 그릴과 ㄷ 형태가 마주보는 이미지의 주간주행등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육중한 볼륨의 후드와 건장한 비례의 휠과 휠아치, 그리고 앞쪽 주간주행등을 모티브로 해서 특징적인 형태로 만들어진 뒤 범퍼와 테일램프 등이 결합돼 있다. 그리고 헤드램프에서 시작해 앞 펜더를 가로질러 흐르는 크롬 몰드는 차체의 육중함을 강조하는 박력있는 스타일 요소를 더했다.


크롬의 사용은 도어에 만들어진 환기구 형태의 가니시와 도어 핸들, 도어 섀시와 도어 아래쪽의 프로텍터 몰드 등에서도 나타나고 있어서 전반적으로 높은 품질감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앞 범퍼 하단에서 시작해 앞 뒤 휠아치, 도어 아래쪽과 뒤 범퍼까지 이어지는 프로텍터 처리로 인해 전천후 SUV와 같은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게다가 차체 전체의 육중한 양감은 얼핏 아우디 Q7을 연상시킬 정도이다. 이런 디자인 감성은 현대의 싼타페와 기아의 쏘렌토와 확연한 대조를 보여준다.


새로 등장한 르노삼성의 QM6는 단번에 싼타페와 쏘렌토와 맞서는 강력한 3강 체체를 구축할 것으로 예측된다. 적어도 내/외장 디자인에서는 강력한 라이벌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앞으로 국산 중형 SUV의 관전포인트는 명확히 대비되는 디자인 특징이 될 것이 틀림없다. 저마다의 개성을 가진 중형 SUV 시장의 대결이 궁금해진다.
 

류청희: QM6은 르노삼성에게 큰 의미가 있는 차다. 르노삼성 SUV 라인업의 꼭대기에 있던 QM5의 크기는 중소형과 중형 SUV의 중간 정도였다. 다른 모델들에 의해 굳어진 우리나라 SUV 차급에서 낄 자리가 마땅치 않았다. 그러나 QM6은 그보다 큰 차체로 중형 SUV 대열에 끼었다. 사실상 QM5의 후속 모델이지만 모델 이름에서 QM5보다 하나 큰 숫자를 쓴 것에 그런 의미가 담겨 있다.

그리고 수요가 큰 시장에 들어서며 앞서 나온 SM6과 함께 시장 몫을 더 키울 기회를 잡았다. 새로운 패밀리 디자인도 중요한 변화다. 강렬하고 스포티한 모습으로 정리되며 차에 대한 관심을 끌 뿐 아니라 모델마다 따로 놀았던 이미지도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실내 구성과 꾸밈새는 새 차 느낌이 뚜렷하고, 대중차의 범주 안에서는 고급스럽고 신선하다.


그러나 값이 절묘하게 경쟁차의 틈새를 파고든 것이야말로 QM6을 주목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일 것이다. SM6과 너무 비슷한 안팎 디자인, 익숙하지 않은 프랑스식 투박함이 여기저기 엿보이는 실내처럼 아쉬운 부분들도 있다. 그래도 소수의 뻔한 차밖에 없던 국내 중형 SUV 시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차가 늘었다는 것만으로도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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