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R의 심장과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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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R의 심장과 영혼
  • 아이오토카
  • 승인 2011.12.13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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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서트클립(Steve Sutcliffe)의 오토 라이프

닛산이 ‘GT-R의 아버지’라며 찬양하는 미즈노 카즈토시는 어딘가 차분하면서도 영웅적인 구석이 있다. 다시 만난 그는 건강에 문제가 있어 보였다. 2007년 말, 당시 새롭게 출시된 GT-R을 발표하고 시승했던 일본 동북부 센다이에서 그를 처음 만났을 때와 비교하면 너무나 왜소해보였다. 미즈노가 직접 그 이유를 밝혔다.

“3개월 전 큰 수술을 받았다” 자기 가슴을 가리키며 그가 말했다. “다른 사람이라면 아직도 병원에 있을 처지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병원에 누워있기만 한다면 생명력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가 말할 때, 지혜로운 노안에 스르르 웃음이 번졌다. “GT-R도 인간과 마찬가지다. 어디에나 강한 생명력을 품고 있다”

그의 영어는 훌륭하지 않았지만 말하려는 뜻은 아주 분명했다. GT-R은 심장과 영혼을 가진 차라는 것. 사람과 아주 비슷하다. 따라서 그는 자기 건강을 들먹이려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새 차가 얼마나 좋아졌는지를 알려주려 정성을 다했다. 2012년식 모델은 보다 강한 생명력을 위해 대담하게 힘을 키웠다. 미즈노의 말이 이어졌다. “나는 매년 새로운 GT-R을 내놓고 싶다. 이는 대단한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올해의 GT-R은 우리가 세운 목표를 거의 모두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11월 7일에서야 닛산은 공식적으로 그 목표가 무엇이고, 그 목표를 달성하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는지를 밝힌다. 신형 GT-R은 최고출력이 560마력(구형은 525마력)으로 상당히 위력적이었다. 아울러 무척 재미있는 서스펜션을 자랑한다. 운전석의 스프링률이 조수석보다 50%나 강성이 높다.

“완벽한 운전을 하려면 뛰어난 밸런스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위한 논리를 빨리 알아낼 수 있었다” 미즈노의 설명. 미즈노 같은 위인에게 그런 영감은 번개처럼 갑자기 들이닥칠까? 아니면 훨씬 깐깐하게 치밀한 계산을 통해 찾아올까? “둘 다” 그는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그다음 운전을 시작하라고 손짓했다.

우리는 영국의 유명한 서킷 실버스톤에서 신형 GT-R을 시승하게 됐다. 으레 그렇듯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원래는 미즈노가 운전대를 잡고 우리가 옆에 타기로 예정돼 있었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마지막 순간에 그는 마음을 바꿨고, 내가 대신 운전석에 들어갔다. 나는 그 노인에게 겁을 주고 싶지 않아 적당히 몰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무엇이 개선됐는지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새 차는 구형과 크게 다를 바 없어보였다. 하지만 최고조에 도달했을 때의 파워는 확실히 더 위력적이었다. 아울러 방향전환이 훨씬 예리했고 어디서나 발걸음이 더 가벼웠다. 말을 바꿔, 이전의 어느 모델보다 빨랐다. 시간이 지난 뒤, 좀 더 깊이 생각해보니 오싹했다.

난 문득 몇 가지 의문이 생겨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앞으로 R35 GT-R을 몇 년이나 더 개발해나갈 작정인가? 미즈노가 답했다, “5년, 그 다음에는 완전한 신형이 나올 것이다” 이 모델이 수명을 다 했을 때, 600마력을 넘어서 있을까?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때, 뉘르부르크링 랩타임이 7분 이하로 내려갈까? “시가지용 타이어로는 안 된다. 하지만 트랙용이라면 할 수 있다”

미즈노의 다음 계획은 무엇일까? 그는 이제 건강이 좋지 않고 젊은 나이도 아니다. 그렇다면 은퇴? “노!” 미즈노상이 고함을 질렀다. 마치 사무라이가 상대방을 단칼에 날려버릴 듯한 자세였다. “나는 수많은 도전과 맞서야 한다. 훨씬 많은 생명력을 끌어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무슨 맛으로 사나?” 그는 목청을 높였다.

그만하면 증명이 되었어요, 미즈노. 그만하면 알겠어요.

글 · 스티브 서트클립(Steve Sutclif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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