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망 24시간 우승으로 스타덤에 오른 닉 탠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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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망 24시간 우승으로 스타덤에 오른 닉 탠디
  • 더그 레볼타(Doug Revolta)
  • 승인 2016.11.07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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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닉 탠디는 르망 24시간에서 우승해 무명에서 일약 스타로 날아올랐다. 그의 여로야 말로 실로 경이적이었다. 모터스포츠는 카트에서 출발하는 것이 일반적인 출세가도다. 그러나 영국 남동부 베드퍼드에서 태어난 탠디는 단거리 오벌 레이스에서 기술을 갈고 다듬었다. 거기서 F3 1인승 레이스로 올라갔다. 그런 다음 스포츠카로 전향하고 마침내 2013년 포르쉐 워크스 드라이버로 계약했다. 지금 나이 31세로 르망 타이틀에 이름을 올린 32번째 영국인이다.


올해 탠디는 한달에 두 차례 24시간 내구 레이스를 치러야 했다. 그처럼 육체적으로 견디기 어려운 레이스에 도전하려면 치밀하고 엄격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탠디는 그보다 훨씬 느긋해 보였다. “지난밤 나는 햄버거와 감자칩을 먹었다.” 그가 내게 한 말이었다. 르망 24시간 레이스의 첫째 스틴트에 출전하기 위해 포르쉐 911 RSR에 오르기 2시간 전이었다.


빗속에서 세이프티카를 뒤따라 레이스가 막 시작되고 있었다. 그때 우리는 포르쉐 피트에 있었다. 수중전에 강한 911에 유리한 날씨였다. 눈에 띄게 들뜬 탠디는 피트 주위를 어슬렁거렸다. 그때 내가 <오토카 모터스포츠 영웅상>을 전달했다. 그가 2015 시즌에 이룩한 탁월한 업적에 합당한 결정이었다. 그러자 탠디는 긴장을 풀고 무척 기뻐했다.  “인생은 변하지 않았다.” 지난해 르망 승리에 대한 반응을 둘러싸고 탠디는 소감을 밝혔다. “많은 사람이 그 일을 알지만 곧 잊어버린다. 그리고 오로지 다음 레이스에 관심을 기울인다.”


올해 탠디는 르망 왕관을 방어할 기회가 없었다. 디젤게이트가 폭스바겐 그룹의 모터스포츠 예산에 큰 타격을 줬다. 때문에 포르쉐는 LMP1 클래스에 2대만 출전시키게 됐고, 그는 최고 클래스에서 물러나 GTE Pro로 뛰게 됐다. “드라이버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오로지 승리에 대비해야 한다”고 탠디는 말한다. “경주차가 달라져도 대비태세는 똑같다.” 그는 레이스에 대비하는 일을 둘러싸고 소란을 피우지 않았고, 자신의 드라이빙 테크닉에 대단히 겸손했다. 대화를 계속하면서 한 가지, 단순성이라는 덕목이 거듭 강조됐다. “무엇이든 단순하게 할수록 좋다. 그러면 평소에 몸에 익은 무엇이 없어져도 훨씬 단순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따라서 레이스 전의 복잡한 절차는 사라졌다. 무엇보다 경기에 앞선 준비작업이 중요하다는 말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경주차의 무게다. 무게를 몇 그램 또는 몇 킬로 줄이기 위해 수백만 파운드를 쓴다. 그래서 드라이버는 다이어트에 과도한 신경을 쓸 이유가 없다.” 하지만 햄버거와 감자칩은? “레이스가 다가올 때도 배가 고프면 먹고 싶은 걸 먹는다.” 그는 빙그레 웃었다. 칼로리가 중요하고, 사전에 치열한 훈련을 해야 한다. 그러나 레이스를 앞두고 탠디는 긴장을 풀었다. 르망에서도 벌써 두 차례 팀동료들과 볼링을 했다.


그가 소속된 포르쉐팀은 2주 전에 뉘르부르크링에서 24시간 레이스에 출전했다. 그러나 이상 사태가 벌어졌다. 탠디의 911 GTS R이 불과 2바퀴 만에 충돌로 탈락했다. 기술상의 문제로 제대로 달려보기도 전에 스스로 무너진 것이다. “실망을 털어내기는 어렵지 않으나 좌절감은 대단하다. 우리 팀은 6개월간 준비한 뒤 정상에 도전하는 장정을 막 시작하려는 순간이었다. 한데 시작하기도 전에 주저앉고 말았다.”


내구 레이스에서는 절정과 바닥, 영광과 굴욕이 결코 멀지 않다는 철리를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드라이버는 가능한 한 빨리 다음 레이스에 초점을 돌릴 수 있어야 한다. 그처럼 짧은 기간에 2개 레이스를 치르게 됐는데도 탠디는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신체 훈련에 결코 이상적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나는 레이스를 2주 앞두고 트레이너와 함께 집중적인 훈련을 받는다. 그런 다음 긴장을 풀고 약간 가벼운 훈련에 들어간다. 하지만 N24(=뉘르부르크링 24시간)가 르망 대비작전을 훨씬 어렵게 만들었다. 
 

“신체의 어느 일부, 또는 레이스카 드라이버의 어느 일면을 강조하는 것은 옳지 않다. 문제는 온몸의 내구성이 중요하다. 24시간 레이스를 향해 점차 신체를 강화하게 된다. 하지만 1년 내내 그래야 한다. 그리고 운전을 하면 할수록 운전테크닉은 좋아지게 마련이다.” 신체는 레이스의 일면에 불과하다. 탈진과 싸우는 신체와 동시에 정신의 내구력이 시험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이 모드가 탠디에게는 자연스레 다가온다. 지난해 그의 야간주행이 포르쉐의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정신적으로 지난 여러 해에 걸쳐 준비를 마쳤다. 이제 레이스에서 나는 정상상태에 도달했다. 나는 지치면 잠을 잔다. 그렇지 않으면 새벽 5시까지 깨어있으면서 레이스를 본다. 나는 레이스중 한잠도 자지 않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24시간중 통틀어 1시간 이상 자지 않는다.” 설사 자고 싶더라도 미리 계획을 세울 수는 없다. 경주차 한 대마다 드라이버 3명이 교대로 운전대를 잡는다. 그러나 언제 경주차를 넘겨받게 될지 알 수 없다.


“차에 실린 연료에 따라 결정된다.” 탠디가 말했다. 그는 폭우속에 서킷을 돌아가는 포르쉐 팀동료를 흘낏 봤다. “대체로 1스틴트에 풀탱크 2개의 연료를 쓰게 되고, 르망에서는 14주에 필요한 양이다. 하지만 이마저 융통성있게 대처해야 한다. “각 스틴트 사이에는 약 4시간의 여유가 있다. 일단 운전을 마치면 30분 동안 레이스 경과를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원할 경우 신체검사를 받을 수 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1시간 전에 여기 나와 있어야 한다. 즉시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준비할 1시간 30분의 여유가 생긴다.”


지난해 우승한 드라이버로 탠디는 레이스에서 압력을 더 받게 되나? “그래서 압력을 좀 더 받게 된다. 하지만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더 보여줘야 할 게 없다.” 탠디가 컨트롤룸에 들어가기 전에 말했다. 불행히도 그 뒤 경기 중 또 다시 실망할 사태가 벌어졌다. 그의 포르쉐 911 RSR은 135주를 마치고 다시 중도탈락했다.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그래서 승리는 그토록 대단한 것이다.” 탠디의 말이었다. “준비는 단순하다. 하지만 남들보다 잘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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