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카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리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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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카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리스토어
  • 전상현 에디터
  • 승인 2016.10.21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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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토어(restore)를 영어사전에서 찾아보면 회복시키다, 부활시키다, 복원하다 등 다양한 뜻이 나온다. 여기서 ‘복원하다’는 일반적으로 가구, 예술품 등을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가구나 예술품으로 범위를 한정지을 필요는 없다. 자동차도 그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문화 선진국에서는 ‘올드카’, ‘올드타이머’ 등 옛날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많다. 일부 마니아의 문화일 수도 있지만 분명 자동차 문화로서 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그 안에서도 여러 갈래로 나뉜다. 부자들이 취미로 수집을 하는 경우가 있고, 특정 모델이 너무 좋아서 손수 고쳐가며 타는 경우가 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자동차회사가 박물관에 전시하기 위해 관리하기도 한다. 그리고 옛 모델을 타는 고객을 위해 회사가 직접 나서서 처음 상태로 복원을 해주기도 한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회사가 운영하는 복원프로그램을 이용할 경우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일단 회사의 전문가가 작업을 함으로써 자신이 아끼는 소중한 차가 망가질 확률이 거의 없다. 또한 부품 등이 없는 경우 생산 당시 설계도를 바탕으로 똑같은 자재를 사용해 똑같은 방식으로 제작을 한다. 문제가 생겼을 시 사후 관리를 받을 수 있다. 회사마다 복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한 대의 올드카를 복원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각 과정에서 어떤 작업이 진행되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고객이 의뢰를 하면 사진을 바탕으로 전문가가 복원할 차의 초기 견적을 작성한다. 고객이 복원에 대해 관심이 있으면 차를 작업장으로 가져와 정밀 검사를 한다. 작업장에서 전문가가 모여 최대한 정확하게 복원 비용을 산출한다. 고객이 전체 복원대신 부분 복원을 원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엔진, 변속기, 전장, 섀시, 보디, 페인트 마감, 실내 등 세부적으로 나눠서 복원 비용을 산출한다. 비용 산출이 끝나면 전문가와 고객이 만나 차를 꼼꼼하게 검사하고 작업의 범위에 대해 의논하고 결정한다.
 

부분 복원의 경우는 작업의 내용이 복잡하지 않지만, 완전 복원의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차를 완전히 분해해 차체에서 모든 부품을 제거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드카의 경우 겉모습은 멀쩡하지만 안에서 부식이 진행되는 경우도 있고 각종 전기배선이나 케이블이 낡아 끊어진 경우도 있다. 즉 차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최상의 상태로 복원하기 위해서는 부품 하나하나를 정밀 검사해야 한다.


복원에서 가장 신경쓰는 부분이 바로 엔진과 변속기다. 물론 모든 복원 과정이 중요하지만 엔진과 변속기가 차를 움직이게 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 먼저 엔진과 변속기의 모든 부품에 대해 정밀검사를 한다. 특별한 이상이 없으면 완전히 분해하고 청소를 해 최상의 상태로 만든다. 하지만 고장 난 부품이 발견될 경우 정품으로 대체하거나 정품이 없을 경우 생산 당시 설계도를 바탕으로 한 복제품을 만들어 대체한다. 엔진 세팅은 설계도에 명시된 측정 수치에 맞춘다. 모든 작업이 끝나면 기준에 따라 시험을 한다. 결과는 문서와 도표로 만들며 이 과정이 끝나야 비로소 엔진과 변속기가 기술적으로 원래 상태로 완벽하게 복원된 것을 의미한다. 고객에게 엔진과 변속기만 복원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엔진과 변속기만 복원하더라도 주행성능이 어느 정도 예전의 상태로 돌아온다고 말한다.
 

차체에서 부식상태가 아주 심한 부분은 제거한다. 그리고 그 부분을 중심으로 속까지 정밀하게 검사한다. 부식을 제대로 잡지 않은 상태에서 도색을 하면 금방 부식이 진행돼 차체가 망가진다. 너무 부식이 심한 경우 보디에서 잘라내고 새로운 부품으로 바꾼다. 프레임은 측정기에 올려 정밀하게 측정한다. 측정을 통해 잘못된 부분을 차의 원형 그대로 되돌린다. 일반적으로 도어와 윈도가 변형된 경우가 많다. 상황에 따라 전문가가 변형된 부분의 모양을 바로잡는다. 사람의 힘으로 다룰 수 없는 부분은 측정기의 도움을 받아 완벽하게 조립한다. 규격과 기능이 제대로 맞는지 조사하고 최적의 세팅으로 조정한다.


엔진, 변속기, 차체에 대한 복원 작업이 끝나면 도색작업을 진행한다. 완벽하게 옛날 색을 찾는 것이 핵심. 이를 위해 도색 작업은 크게 3가지 단계를 거친다. 먼저 차체를 음극 특수처리된 페인트 시설에 완전히 잠기도록 한다. 그 다음 에폭시 합성수지를 물에 녹인 특수 페인트를 만든다. 마지막으로 양극 특수처리 된 페인트 시설에 차체를 넣는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페인트 입자가 차체에 정밀하게 들러붙는다.
 

실내 복원은 상대적으로 단순한 작업에 속한다. 전문가가 실내의 상태를 진단하고 생산당시 부품과 완전히 같은 품질의 재료를 사용해 보수한다. 부품이 없는 경우에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초기 생산 당시 부품의 재료, 생산 방법 등을 기록한 자료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새것처럼 복원된 차는 각 전문가가 시험을 통해 상태를 확인한다. 시험주행을 통해 엔진과 변속기의 성능을 확인하고 차체와 페인트 마감 상태 등을 면밀히 조사한다. 여기서 합격해야 고객에게 복원된 차가 전달된다.
 

자체적으로 복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브랜드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포르쉐 등 독일 브랜드가 적극적이다. 벤츠는 지난 1993년 독일 펠바흐에 클래식 센터를 처음 열고 2006년에 미국 캘리포니아에 두 번째 센터를 열었다. 차량의 복원 이외에도 공식 부품을 조달하고 올드카 판매까지 담당한다. BMW 또한 2010년에 뮌헨을 시작으로 스위스, 미국 등에서 클래식 센터를 운영 중이다.


포르쉐는 2015년 공식 포르쉐 클래식 센터를 네덜란드에 열고 포르쉐가 생산한 모든 차량의 복원 작업을 한다. 또한 포르쉐는 클래식 파트너를 전 세계 16개국에서 운영하고 있다. 포르쉐 클래식 파트너는 오래된 포르쉐를 소유한 고객을 위해 개인 맞춤형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올드카 관리 및 복원에 관해 브랜드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이 없다. 가령 오래된 현대 포니를 갖고 있더라도 처음 상태로 복원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올드카 복원은 단순히 개인적 추억의 복원뿐 아니라 자동차문화의 다양성에 기여한다. 거기에는 시간을 뛰어넘는 가치가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올드카 복원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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