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디자인 비평 : 기아 프라이드, 쉐보레 말리부, 혼다 C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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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디자인 비평 : 기아 프라이드, 쉐보레 말리부, 혼다 CR-Z
  • 아이오토카
  • 승인 2011.12.05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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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의 카디자인 담론

기아 프라이드
신형 프라이드의 차체 디자인은 최근에 기아자동차가 추구하고 있는 조형 언어 ‘직선의 단순화’와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는 역동적이고 탄력이 들어간 선과 면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물론 신형 프라이드의 전반적인 인상은 직선과 아울러 곡선도 상당히 많이 쓰이고 있다. 그런데 사실상 곡선이 없다면 자동차를 디자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모든 차체의 선들은 기본적으로 곡선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직선’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상대적인 의미이고, 선 자체에 탄력(彈力, tension)이 들어가 팽팽한 이미지를 준다는 의미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신형 프라이드의 차체에는 탄력이 들어간 기하학적 곡선, 즉 직선의 이미지를 주는 선들이 많이 쓰였고, 그러한 선들이 차체를 단단하고 꽉 찬 이미지로 보이게 한다. 특히 해치백 모델의 C필러와 뒤 유리, 그리고 짧은 뒤 오버행은 마치 힘이 응축된 형태를 표현하고 있다.

앞 도어 패널의 캐릭터 라인이 특징적으로 적용된 것을 볼 수 있는데, 일견 이것은 A필러와 옆 유리의 이미지와 거의 동일한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차체의 볼륨이 음각으로 변화되면서 다차원적인 입체감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신형 프라이드는 흰색 같은 솔리드 컬러보다는 음영을 강조하는 메탈릭 컬러가 개성을 강조할 수 있다. 이러한 차체 형태에 투톤 컬러를 적용한 경우도 미국 차에서 볼 수 있었는데, 이러한 형태를 미국 등에서는 코브(cove)라고 부르기도 했다.

한편 A필러와 앞 유리창이 앞쪽으로 크게 이동돼있고 보닛이 매우 짧은 20%의 비례를 가지고 있어서, 거주성 중심의 비례를 가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차체 비례를 이렇게 극단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은 기술적인 자신감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이다. 또한 레이싱 머신에서 볼 수 있는 깃발 형태의 도어 미러와, 표정을 가진 동시에 디테일이 풍부한 헤드램프는 소형 승용차이면서도 기능성과 개성을 강조한 디자인을 보여준다. 기아자동차 패밀리 룩의 타이거 노즈(Tiger Nose) 라디에이터 그릴의 디자인 역시 진화된 모습이다. 오늘날에 와서 소형 승용차는 단지 ‘작은 차’로 받아들여지지는 않는 것 같다. 그것은 경제성을 추구하기보다는 기능성과 효율성을 추구하면서 강한 개성을 가진 차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이 등장한 신형 프라이드는 그러한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것이다.

쉐보레 말리부
쉐보레의 말리부가 중형차 시장에서 제4의 차로 등장했다. 조금 전에 필자는 제4의 차라고 쓰기 전에 제3이라고 썼다가 4로 고쳐 썼다. 필자의 의식 속에는 국내시장의 중형차가 세 종류뿐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사실 현대 쏘나타와 기아 K5, 그리고 르노삼성의 SM5가 있고, 또 그동안 모델체인지가 늦춰져 왔던 토스카 후속으로 말리부가 등장했으니, 토스카의 존재감이 그리 크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한때 토스카는 6기통에 6단 변속기로 존재감이 적지 않던 때도 있었지만, 모델 체인지 시기를 놓치면서 소비자들의 의식에서 조금은 멀어진 것도 사실이다.

GM대우의 이름에서 쉐보레 브랜드로 바뀌면서 쉐보레의 글로벌 신차가 그대로 국내에 출시됐다는 점에서 사람들이 말리부에 거는 기대치가 지금까지의 토스카 등의 중형 승용차보다 큰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말리부의 디자인 역시 쉐보레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로 다듬어졌기 때문에, GM대우와는 다른 이미지로 어필하고 있다. 상하 분할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금빛 나비넥타이의 쉐보레 엠블럼, 그리고 트랜스포머의 범블비로 더 잘 알려진 스포츠 쿠페 카마로의 이미지로 디자인된 테일 램프 등에서 새로운 쉐보레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국내시장에서 중형 승용차가 가지는 위치와 의미는 과거 십여 년 전의 그것과는 조금은 달라져 있다. 그것은 과거의 중형차는 중년의 가장이 주로 모는 가족용 차의 의미가 매우 컸다. 물론 지금도 그런 역할은 변화 없지만, 오늘날의 ‘중년의 가장’의 이미지는 과거의 ‘배바지’를 입던 ‘아저씨’들과는 사뭇 다르다. 영화 ‘아저씨’에서 배우 원빈이 보여준 신세대 아저씨의 이미지가 어쩌면 요즘의 가장들이 추구하는, 혹은 실제로 그들이 가진 이미지인지도 모른다. 단지 덩치 크고 실속 있는 차를 좋아하는 것에서 한 발 나아가, 자신을 표현할 수 있고 개성 있는, 그러는 한편으로 프로페셔널의 이미지도 풍길 수 있는 그런 중형차를 원하는 사람들이 바로 오늘날의 아저씨들인지도 모른다.

쉐보레 말리부는 가족용 차로써 매우 훌륭한 실속 있는 디자인을 가지고 있지만, ‘오늘날의 아저씨’들이 추구하는 차라는 성격에서는 의미에서 본다면, 지나치게 ‘모범생’의 이미지로 다가온다. 전체적인 가치에서는 나무랄 데 없지만, 감각적인 신세대 아저씨들에게는 조금은 ‘약발’이 부족한 것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다. 이를테면 ‘말리부 트랜스포머’버전이라도 내놔야 신세대 아저씨들의 디자인 감각을 자극할 수 있지 않을까?

혼다 CR-Z
혼다의 CR-Z는 혼다의 준중형 승용차 시빅의 3도어 해치백 버전에 붙는 이름이다. 혼다의 시빅은 첫 모델이 1972년에 나왔고, 그 시기에 오일쇼크와 맞물리면서 경제성 높은 소형 승용차의 붐이 일면서 미국시장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었던 모델이다. 이후 3도어 해치백 모델을 시빅 CR-X라는 이름으로 내놓았는데, 1980년대 중반에 나왔던 CR-X 모델이 전 세계적으로 히트하면서 독립된 차종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 시기에 인기를 얻었던 CR-X 모델은 마치 탄환을 연상시키는 형상의 차체에 높은 테일 게이트에 보조 유리창을 가진 디자인으로 마치 공상과학영화 속의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로 젊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었다.

이후 몇 번의 모델 체인지 끝에 새로 등장한 CR-Z 역시 앞서의 CR-X의 미래지향적이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디자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CR-X의 다음 모델이 CR-Z가 된 것이 일견 의아한 느낌도 없지 않지만, 만약 X, Y, Z의 순서로 이름을 지었다면 CR-X의 다음 모델은 CR-Z가 아니라 CR-Y가 됐을 것이다. 그러면 영어의 CRY(엉엉 운다는 동사)가 연상되어 부정적인 이미지를 줬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CR-X의 다음 모델은 CR-Z로 곧바로 바뀐 것인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본다.

아무튼 일본의 소형 승용차들은 공통적으로 매우 높은 품질 수준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국산 승용차들의 품질 역시 크게 향상돼서, 품질만으로 본다면 일본제 승용차들의 뚜렷한 장점을 찾기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혼다의 CR-Z 같은 차들은 우리나라 차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전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물론 최근에 국산 차들 중에도 벨로스터 같은 새로운 감각의 디자인이 나오고 있지만, 일본차들의 그것은 또 다른 맛이다.

이제 디자인 특징이나 감각적 차이만으로 자동차를 선택할 수도 있는 시대가 되긴 했지만, 수입차라는 의미에서 가격의 벽은 존재한다. 국산 준중형 승용차와 큰 차이가 없는 물리적 품질을 가지고 있지만, 디자인이라는 소프트웨어적 차별성으로 어필하는 것이 수입 소형 승용차들의 특징일 것이다. 그러나 국산 준대형 승용차 수준의 가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이들 수입 소형 승용차들의 소프트웨어적 디자인 특징을 약화시키는 요인의 하나가 될지도 모른다.

글ㆍ구상(국립 한밭대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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