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형 페이톤, '피데온'을 런던에서 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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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형 페이톤, '피데온'을 런던에서 타다
  • 맷 프라이어(Matt Prior)
  • 승인 2016.10.0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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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중국 사람처럼 살지 않는 이상, 여러분은 이 차를 살 수 없다. 여러분이 살 수 없는 이유는 이 차가 폭스바겐 피데온이어서다. 신형 페이톤이라고 불러도 좋다. 대중을 위한 차라는 이름의 브랜드가 만든, 대중이 아닌 사람들을 위한 차라는 모순을 만든 바로 그 차다. 이 차는 최소한 두 곳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바로 중국과 볼프스부르크다.
 

폭스바겐의 본고장인 볼프스부르크는 이번에는 열외가 되었다. 거의 독일에서 개발되었으면서도, 피데온은 오로지 중국 시장만을 위한 차로 만들어졌다. 이미 알려진 대로 중국 사람들은 대형 세단을 좋아한다. 대부분 검은 색을 선호하고, 몇몇 차들은 못생겼다. 벤틀리 플라잉 스퍼의 60퍼센트 정도가 중국에서 팔린다. 그들이 페이톤을 좋아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폭스바겐은 피데온에 벤틀리의 기술이 일부 담겨 있다고 한다. 페이톤은 오로지 폭스바겐 브랜드의 기술을 상징하는 역할을 했다. 페이톤에 관한 아이디어는 페르디난트 피에히(Ferdinand Piech) 당시 폭스바겐 감사회 회장에게서 나왔다.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그는 제품에 조금 까다로운 사람이었다.
 

그가 폭스바겐이 만들 럭셔리 승용차에 원했던 여러 가지 중에는 바깥 기온이 50도일 때 에어컨이 실내 온도를 22도로 유지하며 하루 종일 시속 300km로 달리는 능력이 있었다. 물론 그가 상상했던 차는 어마어마하게 놀라운 것이었음이 틀림없다.
 

부분적으로는 메르세데스-벤츠 A 클래스의 출시가 피에히에게 동기를 유발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S 클래스를 만드는 회사가 폭스바겐의 영역을 침범한 데에 약이 오른 그가 같은 방식의 공세를 반대 방향에서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훌륭한 차를 만들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개의치 않고 모두 S 클래스를 샀다. 중국은 예외였다. 당시만 해도 중국은 브랜드에 대한 선입견이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정교한 기술로 만들어진 유럽 브랜드의 대형 세단이라면 무엇이든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곳이었다.
 

후속 모델이 나와야 할 시기가 되자, 페이톤이 중국에서 인기를 얻은 결과로 드레스덴에 있는 유리로 지은 공장이 조용히 잊혀지고 폭스바겐의 중국측 협력사인 SAIC(상하이자동차)가 개발 협력을 위해 참여하게 되었다. 물론 대다수는 독일에서 완성되었고, 그와 관련된 작업은 여전히 대부분 폭스바겐이 맡았다. 피데온 조립은 상하이에 있는 폭스바겐/상하이 합작회사의 안팅(安亭) 공장에서 이루어지게 된다.
 

그들은 그 이유를 이런 말로 대신했다. “프라이어 씨. 저희가 구한 피데온을 몰고 런던에 있는 차이나타운 중 한 곳에 가서 사진을 몇 장 찍어보면 아시게 될 거예요.” 이런, 고약한 사람들을 봤나. 차이나타운에 관해 내가 아는 한 가지 사실이 있는데, 그건 월요일 점심시간에 자동차 사진 촬영을 하기에 이상적인 장소는 아니라는 것이다. 보행자 전용 도로이거니와 점심식사를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제대로 분위기를 살릴 만큼 충분한 시간은 없었지만, 사진가 브래드 쇼의 눈썰미 덕분에 어느 정도 제법 비슷한 분위기를 낼 수 있었다. 그리고 어쨌든 바쁘고 북적거리기는 런던이나 중국 도심 지역이 매한가지다. 베이징에 가봤던 기억을 되살려 보면, 런던보다 훨씬 더 운전하기 골치 아픈 곳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한 덕분에 피데온을 가까운 환경에서 둘러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만들어졌다. 아주 특이한 느낌을 주어서가 아니다. 항저우와 우한 중간쯤 어딘가에 있다고 알려주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아니라면, 운전석이 왼쪽에 있는 전형적인 폭스바겐 대형 모델에 타고 있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아마도 그래서 중국 사람들이 페이톤을 가장 먼저 좋아했는지도 모른다.
 

일단 내장재의 조립, 마무리, 모습은 다른 대다수 폭스바겐보다 더 낫다. 공차는 밀리미터 단위의 완성도를 지녔고, 각각 거의 목재와 알루미늄에 가까워 보이는 두 소재들이 특히 돋보인다. 두 소재가 진짜 목재나 알루미늄인지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광택과 마무리의 거친 정도를 보면 나무는 진짜 같아 보이지만 알루미늄은 그렇지 않다), 중국 사람들은 보수적인 인테리어가 담긴 보수적인 대형 승용차를 좋아하고 그래서 그런 소재들이 쓰였다. 앞좌석은 넓고 편안한 시트와 더불어 공간도 넉넉하고, 폭스바겐 고유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무척 논리적으로 배치된 대시보드도 있다. 뒷좌석 이야기는 잠시 뒤에 하겠다.
 

폭스바겐은 피데온에 꽤나 대단한 특징들을 넣었다. 이 차는 처음으로 폭스바겐의 새로운 모듈형 세로배치 매트릭스(MLB) 플랫폼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시승한 모델에는 V6 3.0L 300마력 가솔린 엔진과 4모션 네바퀴굴림이 쓰였고(앞바퀴굴림 2.0L 엔진 버전도 있고 나중에 하이브리드 모델도 추가될 예정이지만 디젤 모델은 없다), 폭스바겐 차 중 처음으로 카메라 기반의 나이트 비전 시스템을 달았다. 다만, 시승차를 쓸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은데다가 일년 중 낮이 가장 긴 날이 겨우 일주일 지난 시기였기에 나이트 비전 기능을 검증하는 것은 다음 기회를 기약했다.
 

버튼을 눌러 폭스바겐의 시동을 건다. 귀를 기울이면 히드로 공항에 착륙을 위해 접근하는 비행기 소리는 들리지만 엔진 소리는 그 정도에도 미치지 않는다. 그런 점은 좋다. 8단 자동변속기의 기어 레버는 구식 아이템 중 하나지만 실제로는 단계마다 쉽게 움직여 드라이브(D) 위치에 놓인다. 이제 슬슬 출발이다.
 

음……. 예상했던 그대로다. 딱 알맞은 무게와 감각을 지닌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면 딱 알맞은 정도의 크리핑이 이어진다. 액셀러레이터 페달은 크고, 무게와 반응은 예상했던 만큼 딱 알맞은 수준이다. 큰 엔진이 내는 소리는 변속할 때에나 겨우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고요하다. 페이톤 W12 모델에서 느꼈던 것보다는 완벽함이나 기술적인 정교함이 덜하다.
 

다만, 그런 느낌이 확실히 적게 느껴지기는 해도 페이톤 역시 극적인 면이 크지는 않았다. 그러나 전통적인 대형 세단 바탕의 리무진에서 나타나는 특징을 찾는다면, 그런 점들은 무수히 많다. BMW 7 시리즈나 메르세데스-벤츠 S 클래스에는 계속해서 즐기고 쓸 수 있는 장비들이 더 많고, 인테리어는 두 차 모두 폭스바겐보다 확실히 더 혁신적이고 특별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딱히 다르리라고 기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에어 스프링이 뒷받침하는 승차감은 노면의 거친 부분들을 대부분 부드럽게 누그러뜨린다. 다만 에어 스프링을 쓴 차들이 대부분 그렇듯, 서스펜션에 이미 어느 정도 무게가 실린 상태에서 움푹 파인 곳을 지나면, 가볍고 거칠게 ‘통’ 하고 튀는 반응이 나타난다(기술에 관해 쓸 만한 단어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슨 뜻인지는 이해하리라고 본다. 압축된 플라스틱 물통 위에 앉아 물통을 고무망치로 세게 쳤을 때 드는 느낌을 떠올려 보자). 그러나 이 차는 충분히 편안하다.
 

그리고 차이나타운 주변에서 여러 차례 불법인지 아닌지 확실하지 않은 회전과 조작을 반복하면서 회전반경이 훌륭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시야도 나쁘지 않다. 폭스바겐은 이 차의 스타일에서 파사트의 미래 모습을 읽을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나쁘지 않은 일이다. 이상하지는 않지만 조금 더 공격적이고 날카롭기는 하다.
 

나아가, 중국계 런던 사람들은 이 차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 사람들이 폭스바겐을 배경에 놓고 셀카를 찍거나 폭스바겐 세단을 가리키며 들뜬 모습을 보여주는 일은 무척 드물다. 그러나 런던 사람들이 자신의 일에만 관심을 보이는 모습처럼 그들은 피데온에 관심을 나타냈다. 나는 배달원, 짐차 운전자, 자전거족들이 거슬리지 않도록 차 안에서 꽤나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우리 사진가와 어시스터는 질문에 답하느라 무척 정신이 없었다. 네. 올 3/4분기면 중국에 팔리기 시작할 거예요. 네. 중국에서 만듭니다. 네. 값은 우리 돈으로 11만 5000파운드(약 1억 6500만 원)쯤 할 거예요.
 

사람들이 보이는 관심은 슈퍼카를 촬영할 때와 비슷했다. 아무 것도 볼 수 없거나 차를 돌리기 어려운 일, 저속에서 까다로운 클러치 때문에 고생하고 차도 경계석마다 휠을 긁는 일 등 엄청나게 불편한 일들이 없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길이 5.05m, 너비 1.87m인 피디언은 큰 차이기는 해도, 쉽고 부드럽게 돌아가는 스티어링에 아주 편하게 방향을 바꿔, 이렇게 복잡한 상황에서조차 눈물겹도록 운전하기가 쉽다.
 

그러나 역시 중국의 기업 중역들은 뒷좌석에만 이 차를 경험할 테니, 나 역시 그런 경험을 해보기로 했다. 뒷좌석에는 세 명이 앉을 수 있지만, 가운데 좌석은 거의 팔받침으로 쓰일 것이다. 커다란 팔받침을 내리면 시트 조절(마사지, 열선, 통풍, 조절범위가 작은 각도 조절 기능) 장치, 오디오 및 공기 조절장치가 나타난다. 머리 위로는 5cm 남짓 여유 공간이 있고 무릎 공간은 15cm 정도다.
 

앞좌석 등받이 뒤에도 테이블이 설치되어 있는데, 광택이 있는 쪽이 드러나 있다. 내장재 품질은 뒷좌석 쪽도 앞좌석과 같아서, 꼼꼼하게 잘 조립된 느낌이다. 다만 S 클래스나 7 시리즈, 심지어 폭스바겐 그룹 식구인 아우디의 대형 고급 세단 A8보다 소재의 질이 약간 떨어지고 매력이 조금 부족하다.
 

물론 시간을 보내기에 나쁜 공간은 전혀 아니다. 소음 수준은 앞좌석 공간만큼이나 낮지만, 승차감에서는 살짝 진동이 더 크다. 좌석 위치가 뒷차축에 좀 더 가깝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좋은 차다. 영국에서도 먹혀들 만한 차일까? 내 생각에는 애매하다. 그래서 폭스바겐이 부담없이 우리에게 차를 내어주었을 것이다. 폭스바겐 엠블럼은 슈퍼미니나 픽업 세그먼트에서는 프리미엄 이미지가 있지만, 정통 럭셔리 브랜드 경쟁차들과는 비교할 바가 못 된다. 중국에서 그들만의 페이톤이 계속 나오지만 우리가 그런 사실을 놓치고 있지 않다는 것만 알아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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