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 교수와 류청희 평론가의 9월 신차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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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와 류청희 평론가의 9월 신차 비평
  • 구상 교수, 류청희 평론가
  • 승인 2016.09.30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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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 F-페이스

구상: 재규어 브랜드의 첫 SUV로 F-페이스(Pace)가 나왔다. Pace의 우리말 표기는 p와 f의 구분이 없이 모두 페이스여서 조금 헷갈리기도 하지만, 재규어의 신 모델 F-Pace는 pace라는 단어를 쓴다. Pace는 우리말로 걷는 속도나 보폭(步幅) 등을 의미한다. 모델명에 쓰인 알파벳 F는 대체로 강하거나 빠른 운동능력 등을 상징하는 글자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F-Pace라고 만들어진 이름은 추측하건대 ‘빠른 걸음걸이’ 등의 의미로 쓰였을 것이다.
 

전면의 인상은 둥근 모서리의 사각형 라디에이터 그릴 프레임에 메쉬 형태의 그릴 중앙에 박힌 둥근 배지가 모든 재규어 모델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물론 쿠페 모델은 좀 더 심플한 타원형 그릴을 쓴다. 그래서 F-Pace의 전면 인상은 멀리서 보아도 한 눈에 재규어임을 알 수 있는 명확한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측면에서는 차체와 유리창에서 재규어 모델의 디자인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C-필러(물론 D-필러지만)의 경사는 세단이나 쿠페 모델들만큼 날렵하지는 않지만, SUV로써는 꽤나 많이 누워 있다. 그리고 테일 램프 역시 마치 표범이 먹이를 사냥하기 전에 응시하는 눈빛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다.
 

전체적으로 맹수의 추상성이 높은 재규어 디자인 특징은 수석 디자이너 이안 칼럼 취임 이후 더욱 명확한 재규어만의 특징이 되고 있다. 자동차는 단지 효율과 성능만으로 좋은 차, 갖고 싶은 차가 되지 않는다. 바로 우리들의 마음을 움직여주는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재규어는 이미 그 답을 가지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재규어 F-Pace로 인해 딱딱한 디자인이 더 많은 SUV 시장에서 부드러운 감각으로 어필하는 것이 재규어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내는 건지도 모른다.

 

류청희: F-페이스는 재규어 역사에 처음으로 이름을 새긴 SUV다. SUV 명가 랜드로버와 한솥밥을 먹는 식구이니 최소한 SUV로서 기본기는 탄탄하리라는 예상은 충분히 할 수 있다. 물론 뼈대는 XE와 XF 등 재규어의 최신 모델에 쓰인 것에 뿌리를 두고 있다. 안팎의 모습이나 실내 꾸밈새, 장비 구성 등 여러 면에서 이 차의 근원을 알 수 있다. 충분히 고급스럽고 현대적이다.
 

그러나 랜드로버의 시장을 빼앗을 수는 없기 때문에, 좀 더 승용차에 가까운 운동특성을 추구해 영역 구분을 뚜렷이 했다. 오프로드 주행능력도 갖추고는 있지만, 민첩하면서도 세련된 온로드 주행감각을 구현하려고 애를 썼다. 유행과 실용성을 반영해 왜건의 키를 키운 차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최근 재규어가 내놓은 다른 차들을 바탕으로 미루어 짐작하면, 동급에서 성능과 주행감각, 실용성 등 여러 면에서 경쟁력을 갖추었으리라 여겨진다. 그러나 이미 시장에는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 동급 모델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그들과 비교하면 값이 조금 비싸 보이고, 값을 정당화할 배경이 부족하다. 차도 차지만, 소비자가 동급 차들을 놓고 자연스럽게 F-페이스를 떠올리도록 브랜드 가치와 인지도도 높일 필요가 있다. 


쉐보레 카마로 SS

구상: 쉐보레의 스포티 쿠페 카마로(Camaro)의 2016년형 모델의 고성능 버전으로 카마로 SS가 등장했다. 사실 그 동안 모든 세대의 카마로는 고성능 모델로 SS버전을 가지고 있었지만, 국내에는 수입되지 않아 ‘그림의 떡’ 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국내에서 시판되기 시작한 것이다. 본래 카마로 SS는 높은 출력과 토크를 가진 그야말로 미국식 머슬카의 8기통 5.7L 엔진을 얹은 모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6.2L 엔진으로 더욱 커졌다. 그럼에도 이정도 엔진을 탑재한 모델이라면 ‘스포티 쿠페’가 아니라 ‘슈퍼카 쿠페’가 틀림없다. 그래서 카마로 SS는 대형 엔진을 상징하는 기호로써 몇몇 디테일을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신형 카마로는 전체적으로는 차체의 모서리를 더욱 강조하고 뒤 펜더의 어깨 선이 꺾인, 이른바 코크 바틀 스타일(Coke-bottle style), 즉 마치 코카콜라 병 모양으로 굴곡진 형식의 1960년대 스타일 모티브를 강조한 차체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전 모델에 비해 그릴과 헤드램프가 더 슬림해졌고, 거기에 더 과격(?)해진 디자인의 범퍼를 달았다. SS모델에도 수평 리브에 수직 방향의 주간주행등을 단 모델이 있는가 하면, 메시형 그릴에 수평형 주간주행등을 단 모델도 있다. 호불호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직각 주간주행등을 단 쪽이 더 카리스마 있어 보인다.
 

오늘 우리가 만나는 카마로 SS는 전체적으로 샤프한 디자인에 더해진 약간의 근육질 디테일로 인해 미국 머슬카의 감성을 전해주고 있다. 미국의 스포츠카들은 유럽의 그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그래서 호불호가 나뉘지만, 반대로 골수팬들도 많다. 머슬카의 본고장에서 건너온 카마로 SS를 통해 국내 소비자들의 디자인 안목이 더 넓어지기를 바래본다.
 

류청희: 반세기 남짓한 역사를 지닌 대표적 포니카가 카마로다. 전형적인 미국식 스포츠카의 틀을 6세대째 이어온 새 모델로, 뼈대부터 완전히 바뀌었다. 근본적인 부분에서부터 유럽 스포츠카를 따라잡으려는 의도를 반영한 것이 핵심이다. 전통적인 요소들은 남아 있지만 편의장비나 인터페이스는 최신 트렌드에 충실하다. 일상적으로 쓰기에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앞좌석, 특히 운전자 중심의 실내 구성 덕분에 상대적으로 뒷좌석 거주성과 트렁크 편의성은 좋지 않다. 2인승 개념의 차로 보아야 하니 큰 문제는 아니다. 가장 중요한 달리기는 새 카마로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큰 엔진으로 고성능을 얻는다는 공식은 이어지고 있지만 허술함은 찾아보기 어렵다.
 

정확하고 민첩한 핸들링은 유럽 스포츠카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비슷한 가격대에 이만한 성능과 운전재미를 줄 수 있는 차는 찾기 어렵다. 미국 스포츠카에 대한 선입견을 떨쳐버리는데 큰 역할을 할 차인 것은 분명하다. 물론 국내 시장에서 쉐보레 브랜드 이미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이전처럼 그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도 분명하다.


시트로엥 C4 칵투스

구상: 시트로앵 C4 칵쿠스는 ‘별종’이다. 디자인에서 매우 매우 별종이다. 대개의 프랑스 차들이 그렇지만, 창의성을 중시하는 예술 성향이 자동차에서도 여지없이 나타난다. 칵투스의 앞 모습에서 눈에 띄는 건 슬림한 LED 램프이다. 물론 이건 헤드램프가 아니라 주간주행등이다. 실제의 헤드램프는 마치 아래쪽 범퍼의 안쪽에 달려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높이가 보통의 높이이다. 앞모습은 범퍼도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범퍼가 있어야 할 높이에 범퍼가 만들어져 있다. 다만 범퍼처럼 보이지 않고 차체의 일부처럼 보이게 디자인 돼 있을 뿐이다.
 

옆으로 돌아와 보면 차체 측면에 우레탄으로 만들어진 에어 범프가 있다. 이건 일명 ‘문콕’으로부터 차체를 보호해주는 건 물론이고, 디자인 지체도 매우 스포티하고 캐주얼 한 인상을 준다. 게다가 이 범프의 색상도 고를 수 있다고 한다. 차체 측면의 디자인 이미지는 에어 범프와 휠아치를 비롯한 로커 패널, 앞 뒤 범퍼 하단 등을 두른 플라스틱 커버 등으로 인해 정말로 캐주얼하면서도 머치 SUV 같은 인상을 준다. 게다가 뒷모습의 인상은 차체 측면의 에어 범프와 같은 재질의 피니셔와 범퍼 디자인으로 인해 마치 귀여운 불독 같은 인상이 들기도 한다. 북유럽의 환경을 고려한 넓은 유리창의 지붕은 열리지는 않아서 우리나라의 무더운 여름이 조금은 걱정되기도 한다.
 

실내 역시 패셔너블한 인상인데,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디자인은 마치 가죽 패션 제품 같은 인상이 들고 스티어링 휠 주변의 클러스터와 내비게이션 화면 등등은 미래지향적 우주선의 분위기가 들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현재의 차들과 정말 다른 입맛을 주는 칵투스는 자동차의 선택에서는 의외로 보수적인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는 약간은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연 국내 시장에서 칵투스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흥미롭다.
 

류청희: 시트로엥은 전통적으로 대중차이면서도 남다른 색깔을 지닌 차를 만드는 데 강했다. 시트로엥뿐 아니라 프랑스 차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시트로엥은 특히 그렇다. C4 칵투스는 그 중에서도 유별난 스타일과 꾸밈새가 돋보인다. 많은 자동차 회사가 이런 개념의 차에 허세 부리는 치장을 하기 마련인데, C4 칵투스는 다른 노선을 택했다.
 

꾸밈새는 색다르지만 철저하게 실용적으로 접근한 것이다. 공기층이 들어 있어 작은 충격을 흡수하는 플라스틱 패널로 차체를 감쌌다거나, 실내 곳곳에 쓸모 있게 배치된 수납공간 등이 좋은 예다. 가방 등 패션 소품을 연상시키는 인테리어 디테일에서도 알 수 있듯, 여성 오너를 염두에 두고 만든 흔적이 엿보인다. 감각적인 접근은 좋지만 어쨌든 보통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표현일 것이다. 그리고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평범한 차에 당연히 있는 기능이나 배려가 빠진 것도 우리 기준에서는 낯설다.
 

장점들이 단점들을 덮을 정도로 훌륭하다면 괜찮다. 그러나 여러 면에서 아직 차 고르기에 보수적 성향이 강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폭넓은 인기를 얻기는 어려워 보인다. 결국 C4 칵투스의 성공 여부는 차의 개성을 납득하게 만들고 그들을 열성 팬으로 만드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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