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쾌한 주행감과 실용성, 아이오닉 일렉트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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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한 주행감과 실용성, 아이오닉 일렉트릭
  • 전상현 에디터
  • 승인 2016.09.30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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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아이오닉의 전기차 모델이 나왔다. 이름하여 아이오닉 일렉트릭. 나온 시점이 절묘하다. 한때 친환경 엔진으로 환영받던 디젤엔진에 대한 불신이 가득 찬 상황에서 말이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전기차 비중은 전체의 0.2%에 불과하다. 하지만 디젤게이트가 전기차에 관심을 갖는 계기를 만들어 수요가 조금씩 늘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이에 발맞춰 정책적으로 지원한다. 2020년까지 전기차 25만대를 보급한다는 계획 아래 보조금을 늘리고 충전 인프라 확충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는 여전히 전기차의 제한된 주행거리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다. 당장 기술발전을 통해 주행가능 거리를 비약적으로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를 잘 알고 있는 현대는 직접 찾아가는 ‘이동식 충전 서비스’를 시행해 소비자의 불안감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충전시간은 100kW급 급속 충전기를 사용하면 약 23분이 걸리고 50kW급 급속 충전기는 약 30분이 걸린다. 완속 충전의 경우는 약 4시간 25분이 걸린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첫인상은 다소 어색하다. 사실 외관의 전체적인 모습은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와 거의 같다. 가장 큰 차이점은 그릴과 뒤 범퍼. 엔진 냉각이 필요없는 만큼 프론트 그릴은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완전히 막힌 형태다. 아쉬운 점은 외장 색깔에 상관없이 모두 회색으로 마감한 것. 전면부는 차의 얼굴이나 마찬가지인데 다양한 색을 준비하거나 더 고급스럽게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뒤 범퍼도 디자인의 변화라기보다 가운데 부분을 회색 플라스틱의 막힌 구조로 바꾼 것뿐이다.

 

실내 또한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와 전체적인 모습은 비슷하다. 아이오닉 일렉트릭만의 요소를 살펴보면 스티어링 휠에 달린 회생브레이크 세기를 조절하는 패들시프트와 P, D, R, N이 각각의 버튼으로 구성된 전자식 변속버튼이다. 센터페시아 아래에 수납공간을 마련한 것도 하이브리드 모델과 다르다. 실내는 고급스러움과 거리가 있지만 마감 품질이 괜찮고, 넉넉한 공간이 장점이다. 

차에 올라탔을 때 이미 시동이 걸려 있는 상태였으나 바로 알아차리기 힘들었다. 전기차인 만큼 진동이나 소리가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운행 중에도 실내에서 전기모터의 특유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창문을 내리고 외부에서 들리는 소리에 집중했으나 역시 조용하다. 이는 운전자나 탑승객에게는 좋을지 모르지만 보행자에게는 위험이 될 만한 요소. 현대차는 보행자 안전을 위해 '가상엔진 사운드 시스템'을 달았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파워트레인은 88kw의 전기 모터와 28kWh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의 조합이다. 최고출력 120마력, 최대토크 30.0kg·m의 성능을 낸다. 전기 모터는 초반부터 최대토크가 나오는 것이 특징. 출발하자마자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았더니 휠 스핀을 일으키며 순간적으로 튀어나간다. 초기 토크가 강한 특성은 전기차는 밋밋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없애고 경쾌하게 운전할 수 있는 장점이 된다. 하지만 속도가 오를수록 가속은 점점 둔해진다. 단일 변속기의 한계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바로 회생브레이크가 작동해 아이오닉의 속도를 줄인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적응이 되면 회생브레이크만을 사용해 속도를 제어할 수 있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회생브레이크 세기는 회생브레이크를 사용하지 않는 것을 포함해 총 4단계로 설정돼 있다. 스티어링 휠에 달린 패들시프트를 통해 세기를 조절할 수 있다. 이 아이디어가 참으로 기발하다. 무엇보다 조작이 간편하고 마치 기어를 변속하는 듯한 재미를 준다.

승차감은 차를 단단하게 잡아주는 세팅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울렁거리는 것은 아니다. 도시고속도로 진입 코너에서 높은 속도로 진입을 해봤으나 의외로 쏠림 현상은 덜 했다. 전기차는 제한된 주행거리로 인해 주로 도심에서 일상용으로 쓰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무난한 성능이다. 속도가 시속 80km를 넘어가자 노면 소음이 조금씩 들린다. 친환경 타이어의 영향도 있지만 전기 모터로 인해 실내가 조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잘 들리는 것이다. 라디오나 음악을 듣는다면 크게 신경 쓰지 않을 정도의 소리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완전 충전이 됐을 때 주행가능 거리가 191km에 달한다. 일반주행 환경과 도심주행 환경, 고속주행 환경이 적절히 섞인 60km 정도 되는 거리를 달렸다. 사실 전기차를 타면서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은 주행중 배터리 부족으로 멈추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다. 특히 여름철에 에어컨을 틀면 그만큼 주행가능 거리가 짧아진다. 이를 시험하기 위해 에어컨과 통풍시트 등을 쾌적한 수준으로 맞췄다. 주행을 마쳤을 때 계기판의 남은 주행가능 거리는 118km가 표시된다. 약 12km의 차이는 일반적인 주행조건보다 급가속과 감속을 반복한 탓이리라.

 

주행가능 거리, 가격 등의 요소는 사실 2차적인 문제다. 전기차도 말 그대로 자동차다. 기술이 좋아져 먼 거리를 걱정 없이 가고 가격이 낮아진다고 해도 차로서 역할을 못한다면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 비록 3시간의 짧은 주행을 했지만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경쾌한 주행감각에 실용성을 더한 차로서 매력이 있다는 생각이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세제혜택 후 가격은 4천만원이다. 놀랄만한 가격이지만 여기에 정부보조금과 지자체보조금을 더하면 지역에 따라 1천800만원~2천300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하루 주행거리가 그리 길지 않다면 구매대상 후보로 고려해 볼 만 하겠다. 그리고 거주지 주변의 충전 인프라를 체크하는 것도 잊지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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