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감성 하이브리드 세단, 렉서스 GS450h F 스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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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감성 하이브리드 세단, 렉서스 GS450h F 스포트
  • 최주식 편집장
  • 승인 2016.09.19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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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리드 차는 그동안 유가변동 또는 내연기관의 인기도에 따라 어느 정도 부침을 겪었다. 렉서스는 그러거나말거나 하이브리드에 집중했고 그만큼 진보의 과정을 거쳤다.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고집스레 지켜온 철학은 일관성 있는 차를 만드는 유용한 가치일 것이다. 렉서스 GS450h F 스포트는 그런 노력들을 통해 하이브리드 차의 매력을 끌어올렸다. 어떤 의무감에서가 아니라 갖고 싶은 차로서 말이다.
 

GS라는 이름은 그랜드 투어링 세단(Grand Touring Sedan)의 이니셜을 따온 것. GT라는 이름이 많기에 세단의 S에 방점을 찍었다. 그런 만큼 초창기부터 지향점은 분명했다. 장거리를 편안하게 달릴 수 있는 중형 세단. 여유 있는 실내 공간과 답답하지 않은 개방감, 쾌적한 승차감이라는 목표는 세대를 거듭하며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위한 기술적 진화를 차곡차곡 쌓아갔다.

신형 GS는 차체의 재설계를 통해 강성을 14% 높였다. 이전보다 차체 길이를 5mm 줄이고, 너비 20mm, 높이 30mm를 키웠다. 트레드는 앞 40mm, 뒤 50mm 늘려 접지면을 더 넓혔다. 크기 변화는 최대한 억제하고 실내 공간을 넓히며(앞좌석 천장 높이 30mm, 뒷좌석 천장 높이가 20mm 커졌다) 주행성능을 향상시키는데 주안점을 둔 패키징이다. 그리고 공기흐름 관리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으로 에어로다이내믹 댐핑을 시도했다는 설명이다. 공기의 흐름이 보다 차체에 밀착되게 함으로써 핸들링 안정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앞모습을 보면 SF 영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스타일이다.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 또는 스톰트루퍼를 떠올리게 하는 외모는 악당 같기도 하면서 친근하다. 초기에는 다소 과장되어 보이던 스핀들 그릴은 이제 많이 익숙해져 강인한 인상으로 다가온다. 여덟 팔(八) 자 형상의 그릴은 F 고유의 메쉬 타입으로 입체적이면서 지면에 다가가는 안정감을 보여준다.
 

그릴 내부는 브레이크 냉각 덕트와 연결되어 브레이크 냉각 성능을 높인다. 3개의 눈으로 구성된 풀 LED 헤드램프와 화살촉 모양의 주간주행등이 날카로운 얼굴을 완성한다. 트렁크 리드의 스포일러, LED 리어 램프가 선명한 인상을 보여주는 뒷모습은 차분하다. 듀얼 머플러는 낮게 깔린다.
 

GS 450h F는 IS F, LFA, RC F 에 이어 F의 계보를 잇는 4번째 모델. 잘 알려진 것처럼 F는 일본의 대표적인 서킷, 후지 스피드 웨이(Fuji Speed Way)의 이니셜. 시리즈 모델 중 가장 고성능을 상징하며 ‘일상에서 서킷까지’라는 렉서스의 드라이빙 캐치프레이즈를 실현하는 모델이다. 하이브리드 모델에 F-스포트를 추가했다는 것부터 의미심장하다. 원하는 것을 실현하고 말겠다는 렉서스 엔지니어들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실내는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의 견고하고 고급스러운 질감이 그대로 묻어난다. 거기에 F 전용 스포츠 시트와 전용 스티어링 휠, 기어 노브, 알루미늄 페달 및 스커트 플레이트를 달아 더 한층 스포티한 느낌을 더한다. 드라이브 모드는 기존 4가지(노멀, 에코, 스포트 S, 스포트 S+)에 운전자가 직접 세팅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즈(CUSTOMIZE) 모드를 추가했다. 뒷좌석 공간은 꽤 여유롭다. 용량 532L에 달하는 트렁크는 깊숙하지는 않지만 넓다.
 

센터 콘솔의 뚜껑을 여는 방식도 다른 차와 다르다. 스르륵 밀고 잡아당기면 12V 아웃렛과 2개의 USB 포트가 벽면에 부착된 수납공간이 드러난다. 마치 비밀요새가 열리는 것 같다. 사소한 부분이지만 만화적인 감수성이 묻어나는 디테일이다.
 

모니터는 손을 뻗어도 닿을 수 없을만큼 대시패널 커버 아래 깊숙이 자리한다. 작고 네모난 마우스(RTI, 리모트 터치 인터페이스)로 손쉽게 조절할 수 있다. 손목 부위를 받쳐주는 팜레스트 좌우에 클릭(Enter) 버튼과 앞쪽에 뒤로가기(Back) 버튼이 추가되었다. 이전보다 사용의 직관성이 더 좋아졌다. 또 하나 장점은 빛 반사를 확실히 막아 시인성이 좋다는 점이다.
 

가장 이질감을 느끼는 부분은 시동 버튼을 누를 때이다. 엔진이 깨어난 느낌이 전혀 없기 때문에 시동이 걸렸는지 잠깐 고민해야 한다. 이때는 말하자면 전기차라고 생각해야 한다. 계기판에 들어온 조명들로 달릴 ‘준비’가 되었음을 확인한다. 금세 EV 모드가 사라지고 V6 휘발유 엔진의 부드럽고 강력함이 차를 움직이지만 이 전환에 위화감은 전혀 없다.
 

GS450h는 뒷바퀴굴림 하이브리드 전용으로 개발된 앳킨슨 사이클 V6 3.5L D-4S(포트+직분사 병용) 290마력 엔진, 200마력을 내는 전기모터를 결합해 총 시스템출력 342마력의 파워를 낸다. 에코 모드에서의 조용한 출발에 이어 액셀러레이터에 힘을 싣는다. 보통 에코 모드에서는 가속이 억제되는 느낌이지만 GS450h F 스포트는 좀 다르다. 가속에 거침이 없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나타나는 속도표시 왼쪽으로 ‘차지/에코/파워’ 표시(계기판과 똑같다)가 나타나 주행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내비게이션을 세팅한 상태라면 화살표로 주행방향을 표시해준다) 속도는 고속으로 올라가지만 대부분 에코 영역에 머물며 파워 영역은 잠간씩 다녀올 뿐이다. 가속에 거침은 없지만 부드러움은 유지된다. V6 사운드는 낮게 깔린다. 회전이 무척 매끄럽기 때문에 사운드의 압도감은 크지 않다.
 

에코에서 노멀 모드로 전환하고 난 뒤의 달리기는 고속으로 갔을 때 가속이 조금 더 열린 느낌이지만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스포트 S 모드로 다이얼을 돌리면 봉인이 해제되었음을 느낀다. 하체의 움직임에서부터 강력함의 차원이 달라진다. 오락실에서 주먹으로 펀칭볼을 칠 때 갑자기 힘이 세져 점수가 쑥 올라간 기분이다. 하체는 말랑말랑하면서도 견고한 느낌. 폭발적인 가속력에 허둥대지 않는 섀시는 믿음직하다. 핸들링은 정확하다.
 

한 칸 더 스포트 플러스(+) 모드로 가면 펀치력이 더 세진 기분이다. 한층 노면과의 일체감이 강화됨을 느낄 수 있다. 킥다운의 반응이 너무 빨라서 앞 시야에 먼 점이라도 다른 차가 없음을 확인해야 한다. 가속의 단계는 안정적이다. 가변 제어 서스펜션은 차체의 움직임을 안정감 있게 컨트롤한다. 직선이나 회전 구간에서의 지지력이 무척 좋다.
 

핸들링은 물론 조향성능이 좋아진 점도 눈에 띈다. 프론트 휠과 리어 휠 조향각 제어 시스템을 통합해 조향 응답성이 향상되었음을 확인한다. 강화된 섀시의 강성은 고속주행에서의 안정감으로 느낄 수 있다. 성능의 한계가 궁금해진다. 렉서스가 자꾸 서킷으로 손짓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일상적인 중형 세단-그것도 하이브리드 세단-이면서 트랙 데이에 몰고나갈 수 있는 차는 흔치 않다. 슈퍼 하이브리드 세단이라 불러도 손색없는 이유다.
 

에코 또는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라도 다이얼을 아래로 누르면 기본 모드로 돌아간다. 에코와 노멀 모드에서는 엔진회전계 눈금은 따로 없다. 속도계 역시 눈금은 없고 디지털로 표시될 뿐이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는 순간 rpm 게이지가 나타난다. 하얀색 링 테두리에 6천~7천rpm 사이가 붉은색으로 표시되며 레드존을 나타낸다.
 

근데 이 차에 달린 것은 무단변속기. 무단변속기지만 자동 8단 세팅으로 각단이 물리는 느낌을 준다. 수동 변속 기능과 패들 시프트로 가감속을 즐기는데 이상하지 않다. 시프트업보다 시프트다운 반응이 더 또렷하게 나타난다.
 

정체가 이어지는 낮은 속도에서는 EV 모드가 켜졌다 꺼지기를 반복한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곧 해체되지만 브레이크를 밟거나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면 다시 EV 모드가 작동한다. 속도를 높일수록 승차감이 좋아지고 안정적인 느낌이 드는 것은 450h F 스포트의 속성이 어디에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공력특성이 그만큼 좋다는 얘기인데, 상대적으로 낮은 속도에서는 그저 평범한 중형 세단이 되어버리는 기분이다.
 

편안한 시트와 다루기 쉬운 인터페이스, 풍요로운 실내, 그리고 ‘운전 재미’는 그랜드 투어링 세단이라는 본래 목적에 부합한다. 한 가지 흠이라면 우리가 하이브리드 차에 기대하는 수치에 못 미치는 연비다. 이렇게 달리기 좋은 차를 만들어놓고 연비를 따진다는 게 모순 같기도 하다.
 

그러나 일상에 접어들면 연비를 요리하는 방법에 익숙해질 것이다. 그리고 가끔 서킷을 찾을 것. 거기서 슈퍼 세단 이상으로 불꽃 튀는 스포츠 주행 감성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게 렉서스의 해답. 물론 공도에서도 즐길 수 있지만 도로사정이 맞아떨어져야 한다. 고성능에 감성적 요소를 더한 GS450h F 스포트는 다양한 자질을 갖추고 운전자의 응답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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