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100년을 빛낸 5대의 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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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100년을 빛낸 5대의 걸작
  • 앤드류 프랭클(Andrew Frankel)
  • 승인 2016.09.09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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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프리미엄카의 제왕 BMW가 창사 100주년을 맞았다. 브랜드 100년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걸작 5대는 무엇일까? 얼마전 영국 남부 웨스트 서식스에서 열린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에서 그 해답을 찾기로 했다. 연례행사인 자동차 제전 굿우드는 올해 무대 중앙을 BMW에 열어줬다. 5대 걸작을 찾기 위해 몸을 꾸부리고 바닥을 기어 다니다 벽에 머리를 들이받고 비명을 지르며 이를 갈았냐고? 천만에. 톱3은 이미 그 자리에 나와 있었다(물론 우리가 판가름할 순서에 따라 늘어서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4위 후보도 나왔다. 그렇다면 5위에 어느 모델을 들여놓아야 할까?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그 마지막 자리에 넣지 말아야 할 모델을 골라내야 했다. 여기서 우리는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고민했다.


그리고 상당한 독자들이 하나같이 또 물을 터이다. “그 멋진 배트모빌은 어디 갔느냐?”고. 만일 우리 자매지 <클래식&스포츠카>라면 덜 알려진 3.0 CSL를 넣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로서는 M5를 몽땅 빼버릴 수 없었다. 개중에도 가장 뛰어난 E34 시리즈가 유난히 마음에 걸렸다. 그리고 거의 모든 세대를 뛰어넘어 단순하고 정직한 320d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였다. 이 차는 도로생활의 질을 개선하는 데 그 어떤 모델보다 더 오랫동안 더 많이 이바지했다. 따라서 5위에 오를 만한 자격이 있었다. 이렇게 우리는 끈질기게 선별작업을 계속했다. 솔직히 모든 사람은커녕 단 한 사람도 우리의 선택에 동의하기를 기대하지 않았다. 우리가 여러분의 토론 - 뜨겁든 미지근하든 - 에 불을 댕기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 자리에서만은 우리가 선택한 5대 걸작에 축하를 보냈으면 한다. 그들 사이에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글쎄, 얼핏 생각하면 제2차대전 이전의 328과 i3은 프로펠러 로고와 뒷바퀴굴림 이외에 공통점이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러나 나는 의견을 달리하고 싶다. 그들은 당대 최고의 기술을 살려 드라이버의 삶을 개선하는 데 이바지했다. 여기 서있는 다른 3대에 대해서도 똑같은 말을 할 수 있다.


어느 다른 메이커는 전통을 저버려도 받아들였고, 경우에 따라서는 바람직했다. 그런데 최고의 BMW는 결코 그런 적이 없었다. 이들 5대 걸작의 어느 하나도 복고적인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제각기 설정한 과녁의 중심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지금의 i8은 상당히 파격적이고 미래주의적이다. 역시나 1938년의 328도 당시에는 저 먼 행성에서 날아온 창작물과 마찬가지였다.
 

5위 BMW i3 : i3은 더없이 몰기 좋은 차다. 굳이 ‘전기차’로 갈라놓을 필요가 없었다

일부 고객에게 이 차는 약간 이상해 보인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선뜻 사기에는 외모와 작동원리가 너무 생뚱하다. 그러나 운행과 유지 그리고 세제상 대단한 이점이 있다. 아무튼 어디서나 앞장서는 고객이 한바탕 쓸고 지나가자 i3 판매는 BMW의 기대를 밑돌았다. 하지만 시장의 실적이 위대한 차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는 없다. 맥라렌 F1은 시장에서 완전히 파국을 맞았다. 하지만 그 뒤 실적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그런 경우라면 BMW M1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 i3은 만인을 위한 차가 아니다. 주로 주행반경을 둘러싸고 한계가 드러났다. 하지만 앞으로 때가 오게 마련이다. 그때 전기차에 앉아 늘어난 주행반경을 누리게 될 것이다. 우리가 두려워했던 것만큼 따분하지 않고 i3은 새로운 길을 열어준 선구로 받아들여지게 됐다.
 

BMW가 이 차에 기울인 노력은 우리에게 믿음을 준다. 전기차는 무겁다? 그러나 이 차는 무겁지 않았다. i3은 BMW가 만든 제일 가벼운 차다. 탄소섬유 코어 덕분에 무게를 많이 줄였다. 탄소섬유를 입은 BMW는 완전히 장비를 갖춘 토요타 아벤시스보다 그다지 비싸지 않다. 게다가 5000파운드(약 743만원)의 정부지원금을 계산에 넣으면 오히려 싸다. 


그보다 몰기 쉽다는 게 더 좋은 점이라 할 수 있다. i3을 ‘전기차’로 구분할 필요가 없었다. 일반 기준, 심지어 BMW의 기준을 따르더라도 i3은 맛깔스럽고 재미있었다. 정지 가속력은 실로 황당했다. 오늘날 다른 어느 차도 내기 어려운 순간적인 전기 토크와 핸들링이 뒤를 밀었다. 단순히 재미만 아니라 파격적인 기질도 갖췄다. BMW는 1시리즈 실내를 이 차에 살려 상당한 이익을 올릴 수 있었다. 게다가 친숙한 분위기가 신뢰를 주기도 했다. 그러니까 BMW는 가장 창의적인 콘텐츠의 일부를 활용했고, 실내 일부에 지속 가능한 소재를 썼다. 출퇴근에 친환경차를 이용하게 되면 i3은 꿈을 몰고 다닐 뿐 아니라 꿈과 더불어 살아갈 머신이다. 
 

4위 BMW 328: 수많은 라이벌이 시속 80km를 넘으려고 버둥거릴 때 BWM 328은 최고시속 160km로 치고 올랐다

이 차는 난데없이 불쑥 나타났다. 1936년까지 BMW는 몇 가지 좋은 차를 만들었고, 재미있는 차가 끼어있었다. 그런데 328은 전혀 달랐다. 그 영향력은 오랫동안 지속되었고, 어느 곳보다 영국에서 두드러졌다. 여러모로 328은 BMW의 정상이었다.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의 지평과 브랜드가 지속할 수 있는 대상을 넓혔다. 지금의 i8과 같았다. 섀시는 단순했고, 엔진은 과거의 디자인에 바탕을 뒀다. 독자적인 소재 처리방식을 통해 다른 모든 모델과 차별화하는 데 성공했다. 아울러 오늘날까지 BMW가 누리는 기술상 우월성과 혁신의 명성을 가꾸는 씨앗을 뿌렸다.
 

앨리스터 퓨의 328은 지금도 변함없이 좋다. 아름다운 오리지널 오른쪽 운전석 모델이고 영국 수입자 프레이저 내시 배지를 달았다. 그게 영국과의 첫 인연이었다. 엔진은 직렬 6기통 2.0L. 크로스플로 헤드, 반구형 연소실과 독특한 밸브기어 시스템을 갖춰 단 하나의 캠샤프트로 트윈캠 엔진의 장점을 거의 살렸다. 1936년 최고출력은 80마력이었다. 배기량이 1.5배나 되는 엔진의 출력에 당당히 맞섰다. 유선형 보디를 입고 무게는 꼭 800kg. 대다수 모델이 시속 80km를 내려고 버둥거릴 때 328은 거의 2배나 되는 시속 160km로 치고 올랐다.
 

실제로 몰아보니 1950년대의 첨단 디자인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쉽고 유연하고 재미있었을 뿐 아니라 상쾌하게 빨랐다. 80년이나 지난 디자인이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일깨워야 했다. 그 밖에도 영국과의 인연이 있었다. 브리스틀은 제2차 세계대전의 쓰레기 더미에서 엔진 디자인을 구출했다. 그래서 브리스틀의 로드카, 스포츠카와 나아가 쿠퍼와 리스터 경주차에 오랫동안 살아남았다. 그 밖에도 재규어와의 인연도 있었다. 2차대전 이전의 328을 보라. 그러면 전후에 등장한 XK-120의 그림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328의 영감을 받지 않은 모델을 찾기 어려웠다.

 

3위 BMW M1: 엔진은 걸작이었고, 역사상 가장 위대한 6기통의 하나로 꼽혔다

시장에서는 실패작이었고, 도로 그리고 원래 목표였던 트랙에서도 M1은 완전히 실패했다. 그럼에도 이 차는 최초의 M카였고, 지금까지 BMW의 유일한 다기통, 클래식, 미드십, 뒷바퀴굴림 슈퍼카다. 실로 경이적이다.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그린 스타일은 1970년 말의 쐐기를 박는 완벽한 디자인이었다. 거기에 캄파뇰로 휠은 디자인의 아이콘이었다. 솔직히 실내는 엉망이었다. 스위치기어는 끔찍했고, 운전위치도 빗나갔다. 품격을 높이려는 자취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마저 어쩐지 유쾌할 만큼 개성이 있어 보였다.
 

엔진은 걸작이었다. BMW 모터스포츠의 트윈캠 24밸브 엔진의 첨단이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6기통 엔진에 당당히 끼었다. 3.5L 엔진의 출력은 277마력(레이스 모델의 트윈터보 엔진은 최고 800마력). 5단을 넣고 급격히 굽은 도로로 나갔다. 빨리 달려야 할 차였다. 그냥 어슬렁거리고 있으면 놀랍도록 평범했다. 승차감은 좋았고, 실내는 상당히 조용했다. 그러나 그런 용도로 나온 차가 아니었다. 엔진 사운드와 회전수를 높인 뒤 기어를 낮추고 섀시에 맡겼다. 그러자 M1은 강력한 최면을 걸어왔다. 가벼운 차체, 비파워 스티어링과 좁은 타이어가 어우러져 감각과 밸런스를 살렸다. 제대로 세팅된 M1은 도로를 날고 액셀의 지시에 따라 코너에 뛰어들고 정점을 빠져나갔다. 심지어 당대의 페라리 복서처럼 몰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등골이 짜릿했다.
 

M1이 실패했다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웠다. 만일 성공했다면 잇따라 등장했을 슈퍼카 대열이 BMW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끌어갔을 터였다. 그럴 경우 BMW는 30여 년 전 또 다른 미드십 슈퍼카를 시도했을 것이다. 나중에 알게 되겠지만 그토록 오랫동안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2위 BMW i8: 어느 시대를 가리지 않고 BMW i8은 가장 비범한 주류 양산차의 하나로 꼽힌다

원래 익숙했던 영역으로 움츠려 들어가면 더할 나위 없이 안전하다. 그러나 진정으로 발전하려면 새 방향을 찾을 지평을 열어야 한다. 먼저 나가기 전에 남의 실패를 지켜보는 것은 정말 쉽다. 그러나 참다운 선구자는 앞장서 창의적인 비전을 제시할 줄 알아야 한다.


BMW의 용기는 놀랍다. i8은 10만파운드(약 1억4870만원) 짜리 주니어 슈퍼카. 1차 동력원은 미니에 실린 1.5L 3기통. 용감한 고객이 늘어난다면 i8 BMW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거기서 태어나는 모델은 시각예술의 작품에 그치지 않고, 기술의 승리로 귀결된다. 머리와 가슴을 동시에 자극하는 축제가 되고, 시대를 초월하여 가장 비범한 주류 양산차가 될 것이다.
 

그 스타일은 랜드마크가 되어, 전위적 디자인과 진정한 아름다움이 함께 갈 수 있다는 증거를 보여줬다. 이 차의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배기의 침묵 속에서 40km를 달릴 수 있었다. 아울러 미니 엔진이 제공하는 성능은 그 스타일에 어울리는 위력을 발휘했다. 사운드가 황홀하면서도 하루 종일 연비는 17.0km/L를 지켜냈다. 포르쉐 911과는 달리 무한히 강력한 초경량 탄소섬유 터브를 갖췄다. 사실 이에 맞설 라이벌이 없다.


i8은 조작성이 쉽고 인공적이며 부품의 영리한 조합이지만 진정으로 순수한 슈퍼카는 아니라는 말도 들린다. 이 차의 진정한 역할을 곡해한 말이다. i8의 핵심 목표는 다른 차와 달라지려는 데 있지 않다. 이처럼 그랜드 투어링 능력과 스포티 열망의 균형을 잡았던 차는 1970년대의 포르쉐 928이었다. 그러나 그마저 i8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 차는 독특하고 포스트모던적이며 개척자의 선두다. 바로 이 차가 미래의 친환경 고속차의 길을 밝혀줬다. 그 미래가 이만큼 좋거나 그 이상이라면 조금도 걱정할 까닭이 없다.

 

1위 BMW M3 (E30): 결코 특별히 빠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고객의 가슴을 움켜잡고 놓지 않는 기질이 있다

너무나 뻔한 선정 결과여서 미안하다. 하지만 오리지널 M3은 으레 정상을 넘보고 있었다. 오직 i8만이 그에 도전했다. 도전의 근거는 새 차라는 데 있었고, 우리 잡지는 새 차를 다루는 게 1차적인 목표다. 그러나 다른 모든 조건을 무시하고 그것만이 사상 최고의 BMW를 선발하는 기준이 될 수 있을까? 우리는 그렇게 생각지 않았다.
 

심지어 1980년대 말의 전성기에도 M3은 결코 특별히 빠르지 않았다. 하지만 고객의 가슴을 움켜잡고 놓지 않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 그보다 빠르고 강력한 M카가 아무리 많이 나와도 마찬가지였다. 오늘날 M5는 오리지널 200마력 M3보다 3배나 비싸다. 하지만 정상에 자리잡은 M3의 지위는 어느 때보다 탄탄하다. 왜? 3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접근 가능성. 새 차일 때 M3은 어지간하면 손에 넣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4명의 어른을 편히 싣고 다닐 수 있었다. 게다가 큼직한 트렁크를 갖췄다. 아주 쓸모 있는 차였다. 둘째, 그 뿌리는 모터스포츠에 있었다. 본격적으로 경기규정에 맞춘 스페셜. 로드카 자격을 갖췄으면서도 다른 차에 절대로 쓰지 않은 완전 경주용 엔진을 얹었다. 독특한 보디, 주문형 서스펜션과 레이스용 기어박스를 달았다. 이래서 그 뒤에 나온 모든 M카에 영향을 줬다. 셋째, 운전 재미가 절대적이다. 섀시는 절묘하고 경주차의 밸런스를 자랑했다. 지금까지 나온 최고의 파워스티어링을 갖췄고, 값이 2배나 되는 스포츠카보다 도로와 트랙에서의 재미가 뛰어났다. 드라이버에게 주는 즐거움이 핏줄에 흐르고 있었고, 우리가 BMW에 바라는 모든 것을 담아냈다. ‘궁극적 드라이빙 머신’ 바로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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