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전략형 i40, 한국적 감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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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전략형 i40, 한국적 감성은?
  • 아이오토카
  • 승인 2011.12.0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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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i40은 뼛속 깊이 유럽 시장, 유럽 고객을 겨냥한 차. 제품의 완성도는 높아 보이고 경쟁력도 있어 보인다. 그런데 내수시장에서 세그먼트가 불명확하다

“2006년 제네바모터쇼에서 선보인 제너스 컨셉트카를 보고 사람들은 어떤 차인지 궁금해 했다. 바로 오늘 선보이는 i40이 바로 그 차다. 제너스 컨셉트의 차체 높이를 낮추고 스포티하게 튜닝했다”

지난 9월 부산에서 열린 현대 i40 보도발표회에서 VF(i40) 프로젝트 총괄실장 황정렬 이사가 한 말이다. “쏘나타가 드디어 미국 시장에서 토요타 캠리와 혼다 어코드를 앞질렀다. 이번에는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i40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제너스 컨셉트카는 현대유럽디자인센터의 작품. 이미지를 찾아보니 i40과 정말 흡사하다. 헥사고날(6각형) 그릴은 이때부터 완성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프런트 그릴과 헤드램프 라인, 그리고 왜건 타입으로 이어지는 리어뷰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는 컨셉트카에서부터 차곡차곡 양산단계를 밟아가는 스탠다드 과정을 제대로 견지하고 있는 셈이다.

아무튼 현대는 최근 유럽 시장 공략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지난 1976년 포니 5대를 에콰도르에 처녀수출한 현대는 현재 미국 시장 점유율이 5%에 근접하고 있고, 중국은 7%, 인도는 20%에 육박한다. 하지만 유럽은 아직 3%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유럽의 벽을 넘는 것이 과제가 된 셈이다.

이날 현대차 양승석 사장은 “유럽은 스스로 자동차의 원조라고 생각하는 까다로운 시장이고, 수많은 메이커가 독보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현대가 i시리즈로 유럽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미진한 점이 있었다. i40으로 유럽 시장 점유율 3%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스타일은 최근 현대의 조형언어인 플루이딕 스컬프처에 충실하다. 모던 플로어 컨셉트는 ‘흐르다’라는 이미지와 모던한 면의 구성, 유기적 스타일을 표현했다. 강한 그래픽과 실용성이라는 양면을 하나에 버무렸다. 낮은 차체는 안정적인 스탠스로 넓어 보이는 이미지를 준다.

감성적인 스케치로 섬세함을 강조한 인테리어는 날개 모양을 펼친 듯한 이미지. 쏘나타보다는 좀 더 차분하게 정돈된 분위기다. 디테일한 수납공간이 많고 실내 화물공간을 최대화한 것이 특징. 선명한 계기와 히팅 및 통풍 기능이 있는 시트, 스톱-스타트 버튼과 스포츠 모드 버튼,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패들 시프트를 단 자동 6단 변속기 등 프리미엄급이라 할만한 장비에 충실하다. 뒷좌석 하단 수납네트는 우산을 놓기 좋고, 화물칸의 레일 시스템은 현대차의 특허다.


시승차는 2.0L GDI 178마력 엔진. 1.7L 디젤 모델이 궁금했으나 시승차로 준비되지 않았다. 시승 코스는 부산 도시고속도로를 달려 삼랑진, 밀양을 거쳐 언양 분기점에서 하행선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돌아오는 길. 200km가 넘는 꽤 긴 코스다.

보통 왜건이라 하면 뒤쪽의 화물칸 공간이 무척 넓은 것으로 생각하지만 i40은 쏘나타보다 오히려 차체 길이가 짧다. 그러면서 충분한 화물칸을 마련했으니 공간효율이 좋은 셈이다. 일단 운전대를 잡으면 왜건이라는 감각이 들지 않는다는 얘기다. 뒤쪽의 무게를 의식할 필요 없이 세단 감각 그대로 차체를 이끈다.

하체는 다소 단단한 듯하지만 무게감은 크지 않다. 스티어링 휠의 그립 감각은 쏘나타보다 스포티하다. 손에 잘 잡히고 운전하기 좋은 느낌을 준다. 차체가 낮아 도로와의 밀착감도 더 가까워지는 느낌. 도로에 대한 장악력이랄까, 좋은 핸들링은 도로에 적응하는 차체를 내 마음대로 쉽게 다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다. 소음 수준은 특별히 뛰어난 것은 아니고 속도가 올라갈수록 그에 맞는 소리를 들려준다.

핸들링은 날카롭지는 않지만 정확하게 방향을 잡아나간다. 효과가 크지는 않지만 스포트 모드가 있어 주행감각을 달리 해볼 수도 있고, 클릭은 다소 투박하지만 시프트 패들이 있어 빠른 가감속을 즐길 수도 있다. 줄기찬 가속력은 시속 160km에서 180km대의 고속영역을 가볍게 넘나드는데, 이때의 속도감이나 자세가 상당히 안정적이다.


무엇보다 신경 쓰이는 것은 승차감이다. 내수용은 유럽과 다르게 부드러운 승차감을 가미했다고 했다. 이게 문제가 아닐까. 결과적으로 무난한 선택을 하다 보니 어중간한 성격이 되고 만다. 승차감이 아예 단단하다면 거기에 맞게 대응을 하겠지만 노면조건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지므로 와인딩이나 저속 구간에서 속도와 브레이킹 포인트를 잡기가 애매해진다.

i40의 캐치프레이즈가 ‘유러피안 프리미엄’인 것처럼 i40은 철저하게 유럽 취향에 중점을 두었다. i40이 속하게 될 유럽 D세그먼트 시장을 연구하고 소비자의 입장에서 개발했다는 설명이다. 이미 유럽에 진출한 i30, i10 등이 비교적 괜찮은 평가를 받았기에 나름 자신감도 있어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내수시장이다. 유러피안 프리미엄이 강조되다보니, 한국적 감성이 모호한 느낌이다. 그리고 세그먼트가 불명확하다. i40 발표회장에서 국내상품팀 관계자는 “과거 마르샤의 포지셔닝을 떠올리면 될 것”이라고 했다. “마르샤가 크로스오버 세단으로 부활했다고 하면 어떨까요?”라고 되물었다. 이 말은 사실 공감하기 어렵다. 1995년 나온 마르샤는 쏘나타와 그랜저 사이를 메우는 세그먼트로서 준대형차 개념을 처음 들고 나온 모델. 당시 대형차였던 그랜저가 나중에 준대형차로 다운사이징하면서 사라지게 되었다.

그런데 i40을 마르샤와 비교하는 것은 i40의 세그먼트를 쏘나타 윗급으로 두겠다는 포석이다. 데뷔 전 i40은 오히려 i30과 쏘나타 사이 또는 아반떼의 왜건형 정도로 예견되었다. 하지만 쏘나타 윗급으로 포지셔닝 되면서 그에 맞춘 가격대 또한 다소 예상치를 웃도는 것이어서 혼란스럽다. 그리고 왜건은 유럽에서는 인기 있는 장르지만 국내에서는 정반대다. 오죽하면 ‘왜건의 무덤’이란 말이 생겼을까. 그런데 조금 달리 생각해보면 그동안 제대로 된 왜건이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i40은 어느 모로 보나 제대로 된 왜건의 자격을 갖춘 듯 보인다. 그런데 이것을 왜건이라 부르지 말라 하면 답답해진다. 크로스오버? 이건 용어의 남용이라는 생각이다. 차라리 “나는 왜건이다” 하고 정면승부를 걸면 어떨까. 그동안 왜건에 대한 우리 시장의 잘못된 편견을 바로잡고 이토록 실용적이고 매력적인 차가 왜건이라 하면 우리 자동차문화의 수준도 한 단계 더 성숙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글 · 최주식 <오토카 코리아> 편집장

유럽형 모델과 내수용의 차이점
앞모습에서 프런트 그릴 모양이 약간 다르다. 내수용은 크롬을 더해 좀 더 반짝이는 느낌이 난다. 리어범퍼의 경우 유럽형이 45mm 짧다. 내수용은 2.5마일 범퍼 규정으로 다소 튀어나와 있다. 유럽형은 핸들링 위주로 세팅했고, 내수용은 부드러운 승차감을 가미했다고. 미국 시장에는 쏘나타만 판매하고, i40은 수출하지 않는다. 유럽 시장 역시 YF 쏘나타를 팔 계획이 없다. i40은 연간 10만대 생산 계획. 왜건형이 먼저 나왔지만 세단형도 나올 예정이다. 내수용도 나온다.

FACT FILE
HYUNDAI i40 2.0 GDI PREMIUM
가격 3천75만원
크기 4815×1815×1470mm
휠베이스 2770mm
무게 1475kg
엔진 1999cc, 직분사, 휘발유
최고출력 178마력/6500rpm
최대토크 21.6kg·m/4700rpm
연비 13.1km/L
CO₂ 배출량 179g/km
변속기 자동 6단
서스펜션(앞/뒤) 스트럿 / 멀티 링크
브레이크(앞/뒤) V 디스크 / 디스크
타이어 225/45 R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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