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oque vs Riva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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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oque vs Rivals
  • 아이오토카
  • 승인 2011.11.29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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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지로버 이보크가 베이비 SUV 클래스의 정상에 오르려면 당연히 BMW와 인피니티의 라이벌들을 꺾어야 한다

이보크는 기존의 규칙을 고쳐 쓰기보다는 독자적인 규칙을 만들어낸 차다. 랜드로버는 일찍부터 시장의 빈자리를 찾아내는 신비로운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다음 새로운 차로 그 빈자리를 메웠다. 레인지로버가 최초의 럭셔리 SUV가 아니듯 오리지널 랜드로버도 최초의 오프로드가 아니었다. 하지만 둘 다 그 이전과 그 이후의 어떤 차보다 시대정신을 잘 살렸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까지 보아온 것에 비춰 이보크도 소형 스포티 SUV의 세계에서 바로 그런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그만큼 좋을까?

시승 결과에서 그렇다는 증거가 나왔다. 그리고 이를 증명하려면 경쟁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다. 그러기 위해 라이벌을 모으는 일은 쉽지 않았다. 처음 우리가 고른 BMW X1은 진정한 경쟁자이고 연말에 나올 아우디 Q3도 이 역할을 할만하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그 자리에 인피니티 EX30d를 내세울 수밖에 없다. 인피니티는 EX가 BMW X3과 아우디 Q5의 진정한 라이벌이라고 한다. 따라서 그에 알맞은 대가를 요구한다.

첫 고객 인도시기를 훨씬 앞서 우리 손에 들어온 이보크는 고급 모델인 3도어 SD4 프레스티지. 따라서 한층 강력한 포드/PSA(푸조-시트로엥)의 4기통 디젤 엔진(187마력)에 실내는 가죽으로 덮고 가격은 3만9천900파운드(약 7천200만원)였다. 하지만 바로 옆의 X1 x드라이브 23d SE는 파워가 더 크고, 성능이 앞서면서도 가격은 1만 파운드(약 1천840만원) 남짓이나 싸다. 하지만 자동변속기, 내비게이션, DAB 라디오, 18인치 합금 휠과 이보크에는 기본인 가죽내장을 보태면 이 가격차는 4천 파운드(약 730만원) 남짓으로 줄어든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프리미엄 스펙의 인피니티는 기본장비의 무게에 눌려 끙끙거렸다. 그와 동시에 4만5천270파운드(8천320만원)의 가격표를 내밀었다. 인피니티 EX30d에는 대형 V6 엔진이 들어있지만 너무나 무거워 온갖 도움을 받아야 한다. BMW와 랜드로버 어느 쪽보다 3분의 1톤이 더 무겁다. 실제로 출력/무게비는 새로 찾아낸 두 라이벌의 중간을 가른다.

따라서 예비조사는 완전히 끝났다. 이제 이보크에 던져진 간단치 않은 의문에 대해 해답을 찾아야 할 때다. 눈요기만큼 운전성능이 좋기를 바란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6단 자동변속기와 연결된 엔진에 담겨있는 이보크의 성능은 가격을 생각하면 간신히 받아들일 만하다. 그러나 엔진을 들여놓은 방식이 아주 뛰어나다. 그리고 세련된 실내 수준은 레인지로버와 대등하다.

하지만 BMW가 훨씬 빠르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다. X1에 어떤 변속기를 달든 상관없이 둘 사이의 0→시속 100km 가속에 확실히 1초가 넘는 격차가 있다. 하지만 정숙성에서는 이보크가 앞섰다. 여기 나온 인피니티 EX는 3.0L, 6기통과 7단. 당연히 앞서나가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았다. 확실히 3대 라이벌 중 엔진이 가장 매끈했다. 그렇지 않다면 오히려 이상하다. 하지만 그 위에 2톤의 무게를 싣고 있어 이보크를 멀리 떼놓지 못했다. 또한 우리는 자동변속기만 있는 차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아울러 이따금 오른발의 지시에 대한 반응이 느렸다.

그러나 인피니티의 파워트레인이 유럽의 라이벌들과 폭넓게 경쟁할 수 있다고 해도 그 섀시는 짜 맞춘 데 불과하다. 차가 얼마나 무거운지 뻣뻣한 서스펜션을 골랐다. 롤링을 줄이기 위해서라 생각하지만, 그에 걸맞은 댐퍼 조정력이 없었다. 그래서 매끈하고 건조한 도로에서는 아주 차분하고 빨랐다. 하지만 너울지는 빗길에서는 금방 맥을 추지 못했다. 따라서 3대 라이벌 중 제일 감칠맛이 없고 결함이 많은 핸들링과 함께 승차감이 제일 떨어졌다.

이보크와 X1을 갈라놓기는 훨씬 어렵다. 여기서 랜드로버는 이보크에 이중목적 타이어를 신겨 싸움터에 내놨다. 마치 기관총으로 근대적인 나팔총에 맞서는 꼴이어서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지나치게 가벼운 이보크의 스티어링을 좋아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적어도 이 타이어는 너무 공격적이어서 불안했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섀시 그 자체는 이런 차치고는 아주 뛰어났다. 치분하고 유연하면서도 민첩하고 영국 도로를 거침없이 달릴 만큼 나긋했다. 너울 같은 장애물도 짜증을 내지 않고 잘 타고 넘었다.

BMW가 더 좋은가? 그렇더라도 큰 차이는 없다. 이보크에서 바로 X1으로 옮겨 타자. SUV에서 일반 세단으로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BMW가 그립이 더 강하고 롤링이 적었다. 전체적으로 SUV를 소유하지 않은 대다수 고객들에게 더 친숙한 느낌을 줬다. 그러나 지불해야 할 대가도 있었다. 승차감이 이보크를 따르지 못했다. 스티어링은 3대 중 최고였으나 묵직하면서 무기력한 느낌이 들었다. 따라서 심지어 오프로더 중 가장 뛰어나고 부드러운 모델도 대등한 예전 모델에 비해 여전히 뒤떨어졌다.

이보크가 자기 영역이라고 할만한 것은 차를 세워놓고 이모저모 따질 때다. BMW의 기능적 실내 또는 여성의 내실같은 인피니티의 실내와 비교해보자. 이보크의 환경은 그보다 단연 격이 높다. 인체공학적으로 사용한 소재로 보나 완벽하지 않지만 라이벌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자연스런 품위와 호사를 느낄 수 있었다. 대시보드 디자인, 가죽의 품질과 당당한 운전위치가 어우러져 에누리 없이 특별한 경험을 안겨줬다. 선망하는 고객의 호주머니에서 4만 파운드(약 7천240만원)를 힘들이지 않고 빼낼 수 있을 만했다.

그럼에도 두 가지 결함이 있다. 우편함 구멍처럼 생긴 뒷창을 통한 후방시야는 너무 비좁다. 제멋에 겨운 이 ‘쿠페’형 이보크 뒷좌석에 올라가려면 전동식 앞좌석을 완전히 앞으로 보낸 뒤 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간다. 그런 다음 앞좌석을 다시 완전히 제자리로 돌려놔야 한다. 일단 뒷좌석에 올라가면 머리공간은 알맞다. 하지만 무릎공간은 인색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인피니티는 더 넓지만, 큰 차이는 없다. 그래서 메이커가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한 차급 높다기 보다는 같은 차급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실내는 소재나 장비의 품질이 결코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조립품질이 이보크처럼 아귀가 잘 맞지 않다. 패키지가 제일 뛰어난 차는 BMW. 어느 라이벌보다 뒷좌석 공간이 좀 더 넓고 머리공간은 훨씬 여유가 있다. 하지만 실내는 가장 단조롭고 품위가 떨어진다.

이 비교시승에서 제일 먼저 타고 나갈 차를 고르기는 쉽다. 인피니티는 잘 생겼고, 장비가 좋으며 상당히 빠르다. 그럼에도 들어간 돈에 비해 더 값싼 라이벌의 수준을 넘기는 어렵다. 게다가 값이 똑같다 해도 제일 나중에 선택할 차라고 한다면 지나치다.

이보크와 X1의 어느 한쪽을 고르기는 그보다 훨씬 어렵다. 데이터를 갖고 따진다면 값이 더 싸고 더 빠르며 더 경제적이고 실내가 넓은 BMW가 손쉽게 이긴다. 하지만 실제로 거리에 나서면 랜드로버의 외관과 실내 그리고 품질이 확실히 입맛을 돋운다. 솔직히 상당히 못생긴 X1은 재미없는 실내와 함께 이보크의 근처에 갈 수도 없다. 스펙을 일일이 대조하면 가격차는 생각만큼 중요하지 않다.

누가 뭐래도 이보크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주행성능을 비교하면 X1을 몰아보고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일상적으로는 단연 이보크와 함께 살고 싶고, 비싼 값을 하고도 남는다. 이런 차를 다룰 때 그 점이 가장 중요하다.

글 · 앤드류 프랭클(Andrew Frank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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