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 교수와 류청희 평론가의 8월 신차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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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와 류청희 평론가의 8월 신차 비평
  • 구상 교수, 류청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16.09.01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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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718 박스터 

구상: 포르쉐의 대표적인 특징은 엔진이 차체 뒤쪽에 탑재돼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엔진의 무게 중심이 뒷바퀴 축보다 뒤에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것은 후륜구동 스포츠카에서는 매우 유리한 구조일 것이다. 그런데 박스터는 엔진이 차체 중앙에 탑재된 미드십(mid-ship) 구조이다. 그런 구조적 차이점을 차체 디자인에서도 역시 나타내야 한다. 즉 포르쉐의 디자인과 공유되는 DNA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 엔진을 뒤에 탑재한 보통의(?) 포르쉐와 이미지에서 차별화해야 한다는 아이러니를 가지는 것이 바로 박스터 시리즈의 딜레마일 것이다. 그래서 앞모습의 인상도 다르다. 둥근 헤드램프로 일명 ‘왕눈이’가 포르쉐의 표정을 대표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박스터는 타원형, 혹은 물방울 같은 형태의 헤드램프를 가지고 있다. 이런 차이는 뒷모습에서도 나타난다. 그래서 역시 조금은 큼직한 마름모 형태의 테일 램프가 뒷모습의 차이점을 보여준다. 전체의 조형 구성으로 본다면 모든 포르쉐 모델들이 유사한 구성인 것으로 보이지만, 그 형태의 구성에서는 적잖은 차이를 보여준다. 마치 사람들이 모두 눈 둘, 코 하나, 입 하나로 똑 같은 구성이지만, 얼굴 생김새는 전혀 다르듯이 말이다. 이런 세부적 차이는 같은 포르쉐지만 박스터만이 가진 성격의 차이를 말해주는 디자인을 암시한다.
 

류청희: 올해는 포르쉐 박스터가 탄생한지 20년이 되는 해다. 코드네임 986에서 시작되어 두 세대를 거쳐 온 박스터는 981에서 페이스리프트와 함께 718이라는 이름을 새로 얻었다. 60년 전 4기통 미드십 엔진 2인승 스포츠카로 나온 오리지널 718의 이름을 계승한 것이다. 718 박스터 역시 처음으로 4기통 엔진을 얹으면서 과거와의 연결고리가 완성된 셈이다. 터보차저의 힘을 빌린 다운사이징 2.0L 엔진 덕분에, 718 박스터는 포르쉐 라인업에서 윗급 모델인 911과의 구분도 더 뚜렷해졌다. 981이 되면서부터 부분적으로 디자인에 차이를 두고 있지만 여전히 911과 공유하는 요소들이 많아서 거주성이나 실내의 핵심적인 인터페이스는 큰 차이가 없다. 애플 카플레이 연결 기능과 터치스크린 등 최신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더하며 실용적인 면은 보강되었다. 실린더 두 개를 줄이고 그 대신 터보차저 두 개를 더하면서 성능은 크게 좋아졌지만, 달리기의 감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엔진 변화를 감안해 하체 등 곳곳에 이루어진 손질은 718 박스터의 운전 재미를 더 키웠다. 순수한 운전의 즐거움을 중시하는 마니아들에게는 반가운 변화다. 멋과 재미를 함께 누릴 수 있는 차로 기대가 크다.
 

메르세데스-벤츠 E 클래스

구상: 벤츠의 신형 E 클래스가 나왔다. 새로 등장한 10세대 E 클래스는 지난 2009년에 나온 W222를 대체하는 모델이다. 사실 필자는 개인적으로 E 클래스의 6세대 W124와 7세대 W210, 그리고 8세대 W211를 참 좋아했다. 각지고 심플한 디자인이었던 6세대 모델은 지금 보아도 전혀 낡은 느낌을 주지 않는다. 그 당시 벤츠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브루노 사코의 걸작 중의 걸작임에 틀림없다. 이후 둥근 헤드램프로 혁신의 상징이었던 7세대 역시 멋졌고, 타원형 헤드램프를 보여줬던 8세대 역시 우아하면서도 역동적 디자인의 대표격이었다. 그러나 날이 선 직선적 디자인으로 2009년에 등장했던 9세대 E 클래스는 사실 필자에게는 충격이었다. 디자인의 퇴보라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벤츠 스스로도 형태적 완성도가 낮은 걸 인정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색했던 9세대 모델의 뒤 휠 아치 디자인은 2013년에 페이스 리프트 되면서 사라지기도 했다. 무릇 자동차 메이커들이 의문스러운 디자인을 내놓는 데에는 모두가 그 나름의 사연(?)들이 있기 마련이다. 아무튼 이제 새로 등장한 10세대 E 클래스에서는 디자인의 완성도가 크게 높아졌다. 기구적으로 최고를 추구하는 벤츠이기에 전반적으로 잘 다듬어진 새로운 E 클래스가 디자인을 통해 선전하기를 기대해본다.
 

류청희: 메르세데스-벤츠 세단 라인업에서 E 클래스는 별격의 존재였다. 시장에서의 비중을 고려해 오랫동안 디자인은 C 클래스나 S 클래스와는 차이를 두면서도 S 클래스에도 쓰이지 않은 신기술을 담아 존재감을 뚜렷이 했다. 새 E 클래스는 디자인은 다른 모델과 통일하면서도 기술면에서는 앞선 차의 전통을 잇는 데 주력했다. 브랜드 전체의 라인업 확장전략에 ‘맥락’을 부여하려는 의도다. 이전 모델보다 휠베이스가 길어졌어도 전체 크기의 변화는 억제했다. 외형보다는 내실을 다진 셈이다. S 클래스 못지않은 호화로운 실내 구성과 꾸밈새, 발전된 자율주행 기능 등은 메르세데스-벤츠의 풍요로움을 잘 표현하고 있다. 국내에는 디젤차에 대한 인식변화와 인증절차 등을 고려해 휘발유 엔진을 얹은 E 300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이 차에 얹힌 최신 M274 엔진 역시 다운사이징 흐름을 따른 것으로, 2.0L 터보 구성으로 이전의 V6 3.5L 엔진을 뛰어넘는 성능과 연비를 보여준다. 주행질감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새로운 9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리면서 보완과 타협이 이루어졌을 듯하다. 시장에서의 인기와 관계없이 조금 힘 빠진 티가 났던 구형과 달리, 새 E 클래스는 작정하고 만든 티가 난다.
 

혼다 HR-V

구상: 혼다 HR-V는 쿠페형 스타일링을 가미한 혼다의 소형 크로스오버 SUV이다. HR-V는 전반적으로 사각형의 모티브보다는 물방울 형태의 조형 요소가 헤드램프라든가 측면 유리창, C 필러 등에 사용되면서 더욱 더 소형 승용차 같은 인상을 준다. 앞 범퍼 모서리 선이 앞 펜더의 휠아치를 타고 곡선으로 올라가 앞문의 도어 핸들까지 연결되지만, 차체 측면에서 시작되는 또 다른 캐릭터 라인이 C 필러까지 올라가서는 뒤 문의 감추어진 도어 핸들로 연결된다. 이런 선의 흐름이 SUV보다는 승용차에 가까운 스포티함을 만들어내지만, 17인치 휠과 앞 범퍼 하단에서 시작돼 휠 아치와 로커 패널과 뒤 범퍼 하단까지 이어지는 검은색 플라스틱 프로텍터는 4WD 차량의 이미지를 충실하게 만들어낸다. 사실상 최근의 거의 대부분의 크로스오버 SUV들이 승용차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개발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혼다 HR-V는 특히 소형 승용차와 소형 SUV를 적절하게 혼합해놓은 차체 디자인으로 인해 도심지에서 탈 수 있는 SUV 형태의 소형 승용차라고 말해도 좋을 듯하다.
 

류청희: 요즘 한창 유행인 콤팩트 크로스오버 대열에 혼다도 HR-V로 동참했다. 2013년에 도쿄 모터쇼에서 베젤이라는 이름으로 공개되었고 국내에는 지난해 서울모터쇼에서 첫 선을 보였으니 출시가 조금 늦은 느낌이다. 그러나 시기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를 끌어당길 매력과 상품성이다. 닛산 쥬크 외에 동급 경쟁 상대가 국산차뿐이라는 점에서 보면, 3120만 원이라는 값이 부담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혼다는 작은 차를 잘 만들고, HR-V는 혼다의 잘 만든 소형차인 피트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가치를 추구한 차임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딱히 뛰어나 보이는 점이 많지는 않아도, 실제 써보면 편리한 요소들도 구석구석 담겨있다. 앉는 부분만 접어 올릴 수 있는 뒷좌석 매직 폴딩 시트가 대표적이다. 소비자들이 대개 SUV에 기대하는 디젤 엔진 대신 1.8L 휘발유 엔진만 쓰이는 것이 아쉽지만, 디젤차에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좋은 대안이다. 휘발유 엔진 차치고는 비교적 연비가 좋은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선풍적인 인기를 얻기는 어렵겠지만, CR-V처럼 실제 구매자를 만족시키는 스테디셀러가 될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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