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같은 재미와 감동...포뮬러E 최종 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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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은 재미와 감동...포뮬러E 최종 라운드
  • 전상현 에디터
  • 승인 2016.08.30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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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스티앙 부에미, 포뮬러 E 월드 챔피언 등극 

모터스포츠를 주제로 영화를 만든다면 포뮬러 E(Formula E, 이하 FE)의 2번째 시즌 마지막 10라운드를 눈여겨봐야 한다. FE의 월드 챔피언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세바스티앙 부에미와 루카 디 그라시가 다소 황당한 방법으로 결판을 지었다. FE의 독특한 포인트 제도(FE는 퀄리파잉에서 폴 포지션 드라이버에게 3점을 주고 본 경주에서 패스티스트 랩을 기록한 드라이버에게 2점을 준다)와 대회 방식(배터리의 한계로 인해 드라이버는 2대의 레이싱카를 사용해 경주를 한다)이 만들어낸 장면이다.

9라운드까지 월드 챔피언 포인트에서 루카 디 그라시는 153점으로 1위, 세바스티앙 부에미는 150점으로 2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부에미가 퀄리파잉에서 폴 포지션에 올라 3점을 얻으면서 두 드라이버의 포인트는 153점으로 동점이 됐다. 결국 마지막 10라운드 본 경주를 통해 월드 챔피언이 결정되는 상황. 하지만 경주가 시작되고 채 30초가 지나지 않아 3번째 코너에서 두 드라이버가 서로 충돌하며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갔다. 부에미와 그라시는 바로 피트로 돌아와 남은 1대의 레이싱카를 타고 다시 서킷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두 드라이버는 스스로 월드 챔피언이 되기 위한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이미 1대의 레이싱카로 33랩을 돌아 완주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따라서 패스티스트 랩을 기록해 2점을 얻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 됐다. 그렇지 않으면 복잡한 계산을 거쳐 월드 챔피언을 가려야 했다.


부에미와 그라시는 서킷에서 좋은 기록을 낼 수 있을 때까지 상황을 보며 기다렸다. 그라시가 먼저 서킷으로 나가 1분 27초 37을 기록했다. 그러자 부에미는 1분 26초 56을 기록하며 앞서갔다. 이후 두 드라이버 사이에 한 바퀴의 빠른 기록을 위해 쫓고 쫓기는 접전이 이어졌다. 결국 경주 종료까지 한 바퀴를 남겨둔 32랩에서 모든 것이 결정됐다. 배터리로 인해 제 성능을 못내던 그라시는 피트로 들어갔다. 세바스티앙 부에미는 1분 24초 15를 기록하며 패스티스트 랩에 이름을 올리며 그라시를 2점 차로 제치고 월드 챔피언에 올랐다.
 

두 드라이버는 시즌 내내 다른 드라이버를 압도하며 그들만의 경쟁을 펼쳤다. 총 10라운드에서 세바스티앙 부에미와 루카 디 그라시는 각각 3번씩 우승을 했다. 부에미는 마지막 10라운드를 제외한 모든 경주에서 10위 안에 들었으며, 4, 5, 6라운드에서는 포디엄에 올랐다. 그라시는 2번의 탈락을 제외한 모든 경주에서 4위 이내로 들어왔다. 특히 5라운드에서 탈락하지 않았다면 8라운드 연속 포디엄에 오르는 기록을 세울 수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을 버티지 못하고 부에미에게 월드 챔피언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FE의 2번째 시즌은 극적인 결과와 함께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2015년 10월 24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작된 일정은 10개월 동안 10개의 경주를 하며 2016년 7월 3일 영국 런던에서 끝났다. 단 두 시즌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F1 보다 시청률이 높게 나오며 흥행을 이끌고 있다.
 

FE는 3개월의 휴식 기간을 보낸 다음 10월 9일 홍콩을 시작으로 2017년 7월 30일까지 3번째 시즌에 들어간다. 3번째 시즌에는 대회가 열리는 도시와 나라에 약간의 변동이 있다. 중국은 베이징에서 홍콩으로 도시를 변경했고, 미국도 롱비치에서 뉴욕으로 바꾸었다. 말레이시아와 영국이 빠지고 독일, 캐나다 등이 그 빈자리를 채웠다. 참가 팀도 늘어난다. 오랜만에 재규어가 공식적으로 자동차 경주에 복귀하며 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미국의 전기 슈퍼카 제조업체인 패러데이 퓨처의 참가도 확정됐다. 이외에도 혼다가 참가를 고려하는 등 흥행을 이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친환경 자동차 경주에 어울리는 타이어 규정 

FE는 FIA가 주관하는 대회 중 유일한 전기 자동차 경주다. 그동안 모터스포츠는 수많은 연료와 타이어를 사용해 환경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래서 FIA는 환경과 모터스포츠가 공존할 수 있는 모델을 목표로 전기자동차 경주인 FE를 만들었다. 따라서 FE의 타이어 규정은 매우 까다롭다.


가장 큰 특징은 연습주행과 퀄리파잉, 본 경기까지 한 종류 한 세트의 타이어로 경기를 해야 한다. 날씨와 노면의 상태와 상관없이 타이어 한 세트만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터스포츠와 다르다. FE에 참가하는 모든 팀은 미쉐린에서 개발한 전기차 전용 레이싱 타이어 ‘파일럿 스포츠 EV’(Pilot Sport EV)를 사용한다. 미쉐린은 타이어를 개발할 때 젖은 노면을 포함한 모든 노면 환경에서 안전을 보장하고 수명을 길게 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또한 전기 자동차에서 중요한 배터리의 효율을 높이고자 초저구름저항 기술을 적용했다. 또한 FE 타이어에는 처음으로 전자칩(RFID)을 넣어 타이어의 생산부터 사용한 다음 회수될 때까지의 정보를 추적할 수 있다. 온도와 압력을 체크하는 센서와 연결해 주행 조건을 확인할 수 있다.


FE는 일반 승용차에서 볼 수 있는 18인치 타이어를 쓴다. 앞바퀴는 24/64-18(일반도로용 기준 255/40 R18), 뒷바퀴는 27/68-18(305/30 R18)이다. 미쉐린은 FE에서 쌓은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전기차의 특성에 맞는 일반용 타이어를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FE에 가장 잘 어울리는 세이프티카 ‘BMW i8’

BMW는 FE에 세이프티카로 i8을 공급한다. 비록 완전한 전기차는 아니지만 하이브리드 슈퍼카인 i8과 세계 최초 전기자동차 경주인 FE와 어울리는 조합이다. 세이프티카는 경주에서 사고 등이 발생하면 서킷이 정리될 때까지 레이싱카 앞에 서서 경주를 통제하고 이끈다.


BMW는 i8 세이프티카를 위해 최신 기술을 넣어 이곳저곳을 손봤다. 먼저 퀄컴 사의 새로운 충전시스템을 달아 충전시간을 줄이고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더 많은 힘을 내도록 했다. 충전 방식 또한 플러그를 꽂을 필요 없이 충전장비가 있는 곳에 주차를 하면 된다. i8 세이프티카에는 전통적인 리어뷰 미러가 없다. 일반 i8과 달리 뒤 유리창이 없기 때문이다. BMW는 뒤 유리창 대신 카본파이버 패널을 달고 리어뷰 미러는 카메라와 고해상도 모니터로 바꿨다.


세이프티카는 레이스카 대열 앞에 서서 이끌어야 하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성능이 필요하다.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의 정확한 제원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일반 i8의 3기통 1.5L 엔진을 튜닝했다. BMW는 엔진의 성능을 높이면서 에너지를 덜 사용하게끔 만들었다고 말했다.


세이프티카 전용으로 개발한 휠과 타이어를 달고 스티어링을 정교하고 묵직하게 다듬었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AP 레이싱 캘리퍼와 패드로 업그레이드했다. 실내는 롤 케이지를 달아 강성을 높였고 차고는 일반 i8보다 10mm 낮춰 공기역학적인 부분을 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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