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모습 골고루 갖춘 SUV, 재규어 F-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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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모습 골고루 갖춘 SUV, 재규어 F-페이스
  • 오토카 코리아 편집부
  • 승인 2016.12.2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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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런 발걸음.’ SUV 무대에 처음 들어올 때 재규어의 자세가 어떠했던가를 암시한 구절이었다. 그런 자세를 가지게 된 논거는 아주 명료했다. 아마도 재규어가 SUV를 팔 자신이 있었다면 벌써 몇 년 전에 시도했을 터였다. 그러지 않은 까닭은 재규어의 판매량 때문이다. 물론 재규어는 영국 자동차 고객과 마니아들의 레이더에는 늘 큼직하게 잡히게 마련이다. 그러나 라이벌인 독일 메이커들에 비하면 피라미에 불과하다. 독일 라이벌들의 제품들은 판매량이 각각 수십만 대에 이르고, 한해 판매량이 100만대가 넘는 데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재규어는 한해 통틀어 10만대를 넘기기도 어렵다.
 

F-페이스는 그런 재규어의 상황을 바꾸기 위해 태어났다. 이 차는 재규어 왜건의 장래를 위협한다. 아울러 솔직히 중역형을 만드는 메이커로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심지어 독립된 중역형 SUV 담당 기구가 필요한 단계에 이르렀다. 그래서 재규어 SUV가 늦게 나왔다는 주장도 나왔다. 재규어 4x4가 레인지 로버 4x4의 시장을 빼앗아 올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폭스바겐 그룹은 폭스바겐과 아우디 브랜드(그리고 슈코다와 세아트도)를 그렇게 했듯이 재규어도 그 방식을 따랐다.
 

어쨌든 SUV 사업은 상당한 이익이 따랐다. 게다가 F-페이스의 제작정신에 따라 의도적으로 차별화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스펙과 지금까지 우리가 체험한 운전성능에서 그 의도가 두렷이 드러났다. 재규어 랜드로버 공장에서 나오는 그밖의 차와는 뚜렷이 달랐다. 재규어에 따르면 F-페이스는 가장 스포츠성이 강한 SUV. 오프로드 능력을 슬쩍 담아낸 키 크고, 드라이브를 좋아하는 차다. 거기에는 으레 가벼운 갈등이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말 BMW가 X5를 시장에 내놓은 뒤 SUV는 우리의 관심을 끌어왔다. 지금까지 우리는 이러저런 차에 실린 F-페이스 엔진을 모두 시험했다. 여기서 시험한 엔진이 가장 중요하다. 가장 많이 팔릴 2.0L 디젤이기 때문이다.
 

Design and Engineering
독일 메이커의 어떤 SUV를 골라도 거의 마찬가지다. 독일 메이커에서 나온 다른 SUV는 다른 모델과 플랫폼을 함께 쓸 공산이 크다. 재규어 랜드로버(JLR)는 수많은 4x4를 만들고 있다. 거기에다 재규어 엠블렘을 단다면 랜드로버나 레인지 로버의 위상을 뒤엎거나 재규어가 갈망하는 역동적 자질을 살리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따라서 F-페이스는 XE, XF와 같은 플랫폼을 깔았고 보디의 80%가 알루미늄이다. 게다가 마그네슘도 빠지지 않았다. 십자 섀시 레일을 마그네슘으로 만들었다. 덕분에 강철이나 알루미늄을 썼을 때보다 마그네슘이 무게중심을 낮췄다. 여기서 강철 트렁크 바닥이 도움을 줬다. 무게를 뒤쪽으로 돌려 무게배분을 50/50으로 끌어가는 데 이바지한 것이다.
 

한편 F-페이스는 앞쪽에 더블위시본, 뒤쪽에 통합링크 서스펜션을 달았다. 엔진은 앞쪽에 세로로 놓였다. 그리고 스펙에 따라 6단 수동박스나 8단 자동박스를 달게 된다. 출시와 동시에 3개 엔진이 등장했다. 우리가 여기서 시승한 4기통 2.0L 디젤이 선두에 나섰다. 그리고 V6 3.0L  휘발유와 디젤 버전이 있고, 이들은 자동박스뿐이다. 네바퀴굴림이 라인업의 주력이 될 것이다. 하지만 2.0L는 뒷바퀴(RWD)만으로도 나온다. RWD 모델은 6단 수동박스뿐이다.
 

우리 시승차에 달린 네바퀴굴림은 F-타입으로 데뷔한 것과 인연이 있다. 따라서 대체로 뒷바퀴굴림으로 쓰인다. 한데 슬립이 일어나자마자 파워의 50%를 앞바퀴로 보낸다. 그러면 F-페이스는 S(스포츠)의 요소가 큰 SUV로 탈바꿈한다.
 

Interior
숱한 SUV 드라이버들은 으레 다리를 굽히고 미어캣처럼 스티어링을 잡게 마련이다. 만일 재규어에서도 그렇게 한다면 재규어라 할 수 있을까? 지금 당장 그 질문에 대답할 수는 없다. F-페이스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이 차의 엉덩이 위치는 상당히 높아 좌석에 내려앉기보다는 편안히 올라앉을 수 있다. 게다가 바깥시야가 좋았다. 팔과 다리를 뻗을 수 있었고, 높은 도어카드와 대시보드, 비교적 높은 센터콘솔, 비스듬한 A필러와 상당히 홀쭉한 유리집에 에워싸였다. 때문에 F-페이스는 전혀 SUV다워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재규어 실내 디자인은 기존의 관행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았다. XE와 현행 XF 세단에서 옮겨 탄다면 시원스레 휘어진 대시보드와 내리꽂히는 자유형 장비가 눈에 익을 것이다. 모두가 시각과 감각면에서 매력적이었다. 소재의 품질은 탁월하기보다는 XF와 XE 수준으로 양호했다. 맞춤과 마무리도 마찬가지. 일부 트림은 자세히 살펴보니 약간 허술했다. 쓸모 있는 편의장비도 있었다. 큼직한 도어 수납공간, 상당히 큰 중앙 공간, 2개의 듬직한 컵홀더가 돋보였다. 게다가 센터콘솔 양쪽의 직립 수납공간은 스마트폰을 비롯해 다양한 물건을 담을 수 있었다.
 

그보다 훨씬 뒤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러자 공간과 다양한 쓰임새가 점차 재래식 SUV를 닮아갔다. 뒷좌석은 덩치가 작은 승객 3명이 편안히 앉을 수 있었고, 어른 2명에게 충분했다. 아울러 메르세데스-벤츠 GLC보다 다리 공간이 더 컸다. 뒷좌석은 등받이를 40/20/40으로 접을 수 있어 최대한 융통성 있게 짐을 실을 수 있었다. 그러면 넓고 깊은 공간이 나왔다. 뒤집을 수 있는 바닥 반대쪽에는 깨끗이 씻을 수 있고 미끄러지지 않는 코팅이 돼 있었다. 그리고 짐칸 커버를 걷을 때 보관할 공간이 바닥 아래 있었다. 재규어의 실내는 일부 독일 라이벌의 제작과 소재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동급의 어느 모델보다 쓸모가 있고 발상이 뛰어났다.
 

Performance
재규어의 4기통 인제니움 디젤 엔진은 이미 본 적이 있었다. XE와 XF만 아니라 레인지 로버 이보크와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가 그 엔진을 달았다. 하지만 F-페이스가 제일 강력한 버전을 자랑하게 된다.
이 차는 동급에서 가장 스포티한 SUV일 뿐 아니라 연비와 CO₂배출량 성적이 가장 뛰어난 모델. 한편 CO₂배출량은 뛰어난 수준인데도 성능은 그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따라서 고객들에게 실망을 안겨줄 약점이었다.
 

프리미엄 브랜드 디젤 SUV 가운데 회사차로서 유리함을 얻는 것은 GLC 250d가 단연 선두를 달린다. 0→시속 97km 가속에 7.8초이고 시속 48→113km 추월가속도 비슷했다. 그에 비해 F-페이스는 제로 97km 가속에 9.2초였고, 시속 48→113km 추월가속은 더 떨어지는 9.7초였다. 구매에 있어 상당히 큰 약점이었다.
 

엔진은 주관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별로 자신 있는 반응을 보여주지 못했다. 짐을 많이 실었을 때 약간 시끄럽고 조잡했으나 정지출발 반응은 충분했다. 그러나 8단 기어박스를 더듬어 올라가자 수상하게 지척거리기 시작했다. 자료를 들여다보자, F-페이스는 대등한 XF 세단보다 눈에 띄게 기어비가 짧았다. 도로에 나가자 그 영향이 두드러졌다. 짧은 기어비에도 대다수 라이벌보다 가속과 추월에 뒤졌다. 저회전대에서 상당한 토크를 발휘했으나 속도가 올라갈수록 힘이 떨어졌다.
 

테스트 트랙에서 나오자 F-페이스는 시골길에서 상당히 경쾌하고 자신 있게 달렸다. 고속도로에서는 제대로 예리하게 노면을 삼켰다. 킥다운 때 기어를 잘 고르면 기어박스는 잽싸게 반응했다. 게다가 느긋하게 달릴 때는 엔진의 저중회전대의 토크를 아주 효과적으로 살렸다.


F-페이스가 짐말과 같은 SUV 가운데서 스포츠카라는 주장을 지나치게 강조하지 않았다고 하자. 그러면 괜찮다고 할 만했다. 하지만 그런 주장에 좀 더 신뢰감을 불어넣으려면 좀 더 강력한 디젤 엔진이 필요했다. 솔직히 도입시기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을 것이다.
 

Ride and Handling
이제 가장 중요한 항목을 냉철하게 들여다볼 때가 됐다. 이전의 시승에서 우리는 영리한 옵션인 적응형 댐퍼를 달고 나온 F-페이스를 몰았다. 그러나 R-스포츠 트림의 기본형 피동적 댐피 서스펜션은 시험한 적이 없었다. 따라서 F-페이스 고객들은 스펙을 폭넓게 고를 수 있다. 옵션인 20인치 휠과 우리 시승차의 저프로필 타이어는 댐핑과 스티어링 시스템의 영역을 넓혔다. 그렇다고 필수적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아무튼 전체적으로 시승용 F-페이스는 제구실을 했다. 요컨대 한층 예리하고 침착하며 정확한 차였고, 동급의 다른 SUV보다 좀 더 큰 재미를 맛볼 수 있었다.
 

따라서 약간의 타협은 피할 수 없었다. 서스펜션은 단단했고, 때로 약간 재규어답지 않은 승차감을 보여줬다. 돌발적인 노면변화에 댐핑력이 떨어져 신경질적으로 튀어올랐다. 게다가 적어도 20인치 휠일 경우 험한 노면에서 갑자기 껄끄럽게 반응했다. 다른 SUV들은 눈에 띄게 편안했다.


하지만 시승용 재규어가 또 다른 디스커버리 스포츠나 GLC가 아니라고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 F-페이스를 코너에 몰아넣자 모든 라이벌보다 신속하게 반응했다. 그립이 더 강력했고, 엉덩이를 약간 흔들었으며, 중립적 코너링 밸런스가 앞섰다. 진정한 드라이버즈카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 필요한 거의 모든 조건을 잘 처리했다.
 

그러나 F-페이스는 드라이버즈카로 칭찬할 때 약간 신중해야 할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앞 항목(승차감과 핸들링)에서 이미 밝힌 내용과 연관이 있다. 둘째, 스티어링은 아직도 발전단계에 있다. ZF 전자기계식 랙은 지고한 핸들링의 XF보다 F-페이스에서 더욱 힘든 일을 해야 한다. XF보다 접촉면이 훨씬 작은 느낌이 들었고, 정중앙을 벗어난 스티어링 반응에 유격과 마찰이 있고 약간 흐리멍덩했다. 스티어링의 중앙감각이 부족해 고속도로에서 조금 불안했다. 다시 말해 스티어링은 개발할 여지가 컸고, 재규어에는 그럴 능력이 있다.
 

Buying and Owning
F-페이스와 라이벌의 가격을 비교하자, 재규어는 약간 대담하게 쇼룸가격을 결정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여기서 시승한 차는 동급 톱5 가운데 가격이 2위. F-페이스의 최저 네바퀴굴림 버전은 대등한 BMW X3보다 2000파운드(약 345만원)가 더 비싸고, 아우디 Q5나 볼보 XC60보다 3000파운드(약 517만원)나 높다.
장비수준은 높아 내비게이션, 가열 가죽시트, 크루즈 컨트롤, DAB 라디오와 파워 테일게이트가 들어있었다. 그래서 값이 비싸도 어지간히 보상을 해주고, 강력한 중고차 가격이 경쟁력을 보태고 있다. 아무튼 더 활발해진 재규어의 판매성공이 자신을 더하고 있다. 결국 터무니없는 판단이 아니었다는 증거를 보여줬다.


2.0L 디젤 엔진은 이전에 위력을 발휘하지도 않았고, 우리 트루 MPG 테스터에 연비기록을 남기지도 않았다. 15.6km/L는 대등한 디스커버리 스포츠 이후 동급 연비로는 최악이었다. 그보다 좋은 대다수 라이벌들은 네바퀴굴림을 달고도 그렇게 해냈다.

 


AUTOCAR VERDICT
엔진을 제외한다면 대체로 우리가 기대했던 재규어 SUV였다

F-페이스는 가장 완전하거나 유능한 패밀리 4x4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스포티한 매력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재규어 섀시 기술진에 지나치게 의존했다고 할 수도 있다. 게다가 한층 탁월한 디젤 엔진을 달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SUV로서 충분한 편의성, 실용성, 강인성과 세련미를 빼어난 핸들링과 아울렀다. 따라서 전폭적인 추천을 받을 만하다. 게다가 가격에 비춰 동급 정상에 한 자리를 차지할 만큼 원만하다. 폭넓은 시험을 통해 다른 섀시 스펙일 때 운전성능이 더 뛰어날 수 있는 저력을 보여줬다.


솔직히 우리는 엄청나게 폭넓은 능력을 과시하는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로 기울었다. 사실 이 차가 발 뻗을 공간이 얼마나 좁은가를 보여줬다. 심지어 완벽한 F-페이스도 결코 완전한 SUV가 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이 차는 지극히 참신하고 현대적이며 맛깔스런 작품이다. 앞으로 더욱 좋아질 길이 열려 있을 뿐이다.
 

TESTERS' NOTES

Matt Saunders
재규어에 따르면 옵션인 인컨트롤 터치 프로 와이드스크린 인포테인먼트는 세계 최고다. 그에 비해 기본형 8.0인치 세팅은 구시대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Nic Cackett
재규어는 영국을 제외한 다른 유럽 시장에는 값이 더 싸고 트림수준이 낮은 3.0d F-페이스를 내놓는다. 그 엔진이 4기통보다 훨씬 뛰어나기 때문에 더더욱 아쉽다.

Spec Advice
재규어의 960파운드(약 165만원)짜리 어댑티브 다이내믹스 팩은 어느 모델에나 바람직하다. 특히 더 큰 옵션 휠을 달았을 때는 필수장비. 유달리 편안한 차를 원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R-스포츠 트림이 좋다. 150파운드(약 25만원)짜리 스페이스 세이버를 잊지 말기를….


JOBS FOR THE FACELIFT

●승차감을 좀 더 재규어답게 바꿔야
●파워스티어링의 마찰을 줄이고 지원수준을 좀 더 높여야
●고출력 인제니움 디젤 엔진을 최대한 빨리 내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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