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 브랜드 독립의 시작, DS4 크로스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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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 브랜드 독립의 시작, DS4 크로스백
  • 안민희 에디터
  • 승인 2016.08.10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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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로엥 DS4가 돌아왔다. 이제는 시트로엥 이름을 뺀 DS4다. 이름과 디자인을 모두 바꾼 것을 보면, 단순한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아니다. 생각보다 더 많은 메시지가 숨어 있다고 봐야 한다. 시트로엥의 서브 브랜드에서 PSA 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거듭난 DS의 향후 행보를 제시하는 차이기 때문이다.
 

DS가 첫선을 보인 것은 2009년이다. 시트로엥의 서브 브랜드로 등장해 좀 더 럭셔리한 시트로엥을 꿈꿨다. 하지만 PSA 그룹은 지난해 DS를 독립 브랜드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고급화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맞춰 DS 라인업의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했다. 이름 바꾸는 김에 디자인도 바꿔 새로운 이미지를 더하려는 시도다. 사실 DS 브랜드의 분리는 지난 2012년 시도된 바 있다. 바로 중국시장에서다. PSA 그룹의 판매 구조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높다. 2015년 PSA 그룹은 총 297만3천대의 자동차를 팔았다. 안방인 유럽에서 186만4천대, 중국에서 73만6천대가 팔렸다. 중국시장이 전체 판매 비율에서 24.7%를 차지한다. 소형차 잘 만드는 이들의 능력과 적당한 가격의 소형차를 찾는 시장 구조가 잘 맞물린 결과다.
 

확실한 기반을 거뒀으니, 이제 브랜드 이미지를 확실히 고정할 때다. 그래서 PSA 그룹은 지난 2012년부터 중국시장에 한해 DS 브랜드를 분리하고 전용 모델들을 출시해왔다. 그 결과 DS 브랜드는 안착에 성공했다. DS의 판매고는 유럽 7만6천500대, 중국 2만1천450대다. DS 전체 판매량의 21%를 중국이 차지하는 셈이다. PSA 그룹의 내부 평가에 따르면, 중국에서 DS가 ‘프렌치 럭셔리’로 인식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자신감이 DS4 라인업 중에서도 좀 더 색다른 ‘크로스백’(Crossback) 모델의 동기가 됐다. 크로스백은 DS4 트림 중 최상위 등급으로, 최저지상고를 30mm 높이고 오프로드 감각으로 마무리했다. 해치백의 형태를 유지하지만 SUV와 같은 감각을 느끼라는 이유에서다. 노면 상태 및 도로사정이 좋지 않은 나라에서 유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DS 브랜드의 새로운 디자인 방향은 눈에 쉽게 들어온다. 강한 파격을 쫒지 않았음에도, 전체적인 인상이 한결 명료해졌다. 더욱 커진 눈매, 새로운 그릴과 범퍼, 알루미늄 포인트의 조합이 인상적이다. 헤드램프의 새 이름은 DS LED 비전. 이름과 마찬가지로 헤드램프 안에 LED를 수놓아 모양을 냈다. 각 헤드램프마다 84개의 LED를 달고 제논 램프를 달았다.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기 위해서다. 시야 개선은 물론, 일반 할로겐 램프에 비해 20배의 수명을 자랑한다고. 앞 세대 DS에 적용됐던 코너링 라이트 기능도 있다. DS의 특징으로 내세우는 이유다. 
 

신형 그릴의 이름은 ‘DS 윙’이다. 육각형 모양의 양쪽 끝을 무광 금속재질로 처리해 포인트를 줬다. DS 이름을 강조할 크롬 배지도 달아 차별화했다. 크로스백 모델 한정으로 그릴과 범퍼 일부분, 알로이 휠, 리어 스포일러 등 곳곳을 검게 칠해 강한 분위기를 냈다. 실제로 DS4 크로스백의 특징은, 포장도로를 달리는 해치백에 험로를 달리는 크로스오버의 분위기를 덧씌운 것이다. 지상고를 높인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험로 주행에 따른 손상을 막기 위해 곳곳에 보강재를 더하고 펜더를 감쌌다. 전반적으로 검은색 플라스틱 소재와, 크롬, 알루미늄 등 금속 소재의 대비를 강조한 분위기다.
 

실내 기본구조는 변하지 않았다. 대신 사용자 편의를 위해 곳곳의 디자인을 바꿨다. 센터 터널에 작게 달렸던 전자식 기어레버는 앞으로 옮기고 크기를 키웠다. 손에 꽉 맞는 크기라 수동모드로 놓고 달릴 때 요긴하게 사용했다. DS를 비롯한 PSA 그룹 차들의 특징이라면 이용자를 배려한 깨알 같은 구성. 버튼을 눌러 계기판의 색을 바꾸거나, 햇빛 가리개를 밀고 당겨 개방감을 조절한다. 심지어 에어컨의 자동모드도 3단계로 나뉜다. 원하는 바람세기에 맞춰 편하게 즐기라는 이유에서다.
 

이런 사소한 기능은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DS4 크로스백의 뒷좌석 창문은 열리지 않는다. 디자인을 위해 큰 창문을 쓰다 보니 도어 패널 안으로 유리가 들어가지 않아서다. 그리고 짧은 휠베이스 때문에 뒷좌석 다리 공간이 상대적으로 좁다. 그래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앞좌석을 살짝 높여 앉는 것을 추천한다. 분명히 해야 할 점은 DS4 크로스백은 앞좌석을 위한 차라는 것. 매력적인 디자인을 위해 뒷좌석을 줄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유다. 앞좌석 양쪽에 에어쿠션 마사지 기능도 역시 마찬가지다. 허리 쿠션에 바람을 넣고 빼며 슬쩍 밀어준다. 작고 고급스러운 차라면 앞좌석을 중시하는 것이 당연하다.
 

엔진은 유로 6을 충족하는 1.6L 디젤 엔진. SCR(선택 환원 촉매) 시스템에 DPF(디젤 입자 필터) 기술을 더한 구성이다. SCR 시스템은 모든 주행 조건에서 작동한다. 최고출력은 120마력으로 3500rpm에서, 최대토크는 30.6kg·m으로 1750rpm에서 나온다. 아주 뛰어난 성능은 아니지만 1435kg의 무게를 감당하기에는 넘치고 남는다. 가속은 빠르다기보다는 활기차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PSA 그룹의 디젤 엔진은 분명한 성격이 있다. 세련미를 중시하는 브랜드처럼 전 영역대에서 고른 힘을 끌어내는 것은 아니지만, 중간 회전대에서 강력한 느낌을 안겨주기 때문. 가속 페달을 살짝 밟아도 발 끝 아래에서 거센 바람이 부는 기분이다. 바쁘게 달릴 때는 1750~3500rpm 선을 유지하며 즐기는 것이 좋겠다. 4000rpm쯤 되면 힘이 빠지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신형 EAT 6 변속기와 엔진의 궁합도 좋다. 싱글 클러치 변속기는 완전히 잊어버려도 좋을 정도. 자동변속기지만 낮은 회전수부터 엔진과 단단히 맞물려 록업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변속 속도는 적당한 수준이고 충격을 찾아보기 어렵다. 기어비의 구성이 제법 독특하다. 2개 기어씩 속도 영역을 구분한 것. 1~2단의 기어비 차이는 좁지만 2~3단의 기어비 차이는 크다. 그런데 또 3~4단의 기어비 차이는 좁다. 1~2단을 초반 가속, 3~4단을 중반 가속, 5~6단을 후반 가속으로 잡은 구성. 여유롭게 달릴 때면 빠르게 윗단으로 변속하지만, 회전수를 너무 낮게 유지하려는 성향이 보인다. 수동모드로 달렸을 때는 록업 기능 때문에 1200rpm 대에서 엔진 진동이 약간 생기지만, 자동모드에서는 이럴 일이 없었다.
 

PSA 그룹의 설명에 따르면 최저지상고를 높인 덕분에 충격 흡수력이 더 좋아졌고, 다양한 노면에 대응할 수 있다고 한다. 이들의 특기인 유연한 서스펜션 세팅은 여전하다. 탄력적인 움직임을 선보이면서도 안정감이 뛰어나다. 좌석 높이나 전방 시야는 소형 SUV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안정감과 코너링은 비교를 불허한다. 차고를 좀 더 높였다는 것은 댐퍼와 스프링의 강도를 바꿨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직선보다는 코너를 적극적으로 달릴 때 본 모습이 드러난다. 단단한 거동을 앞세우는 요즘 차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특유의 유연성이 돋보인다. 차체를 슬쩍 기울여 타이어에 무게를 싣고 돌아나가는 맛이 있다. 줄곧 탄탄한 감각을 유지하는 차를 타다 넘어오면 생경할 수 있겠다. 방향전환이 DS3만큼 발랄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DS4의 핸들링 또한 충분히 탄력적이다. 스티어링으로 방향을 잡고 가속 페달로 궤적을 조절하며 달리기에는 충분하다.
 

제동력 또한 뛰어나다. 처음에는 브레이크를 밟는 것 이상으로 속도를 줄인다고 느꼈다. 하지만 곧 익숙해지고, 코너를 앞두고 미묘하게 속도를 줄이는 것도 가능하다. 행여나 급한 상황에서 타이어 접지력 이상으로 몰아붙인다고 해도 거동을 쉽게 잃진 않았다. 비상 제동 시스템이 개입해 차체를 똑바로 유지하고, 제동 거리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온 DS4는 두 가지 생각을 남겼다. 하나는 뛰어난 핸들링 성능. 맥퍼슨 스트럿과 토션 빔이라는 오래된 구조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도 핸들링 성능을 높여왔다는 점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두 번째는 DS 브랜드가 아직은 마니아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프리미엄 브랜드는 응당 자신만의 색깔을 가져야 한다. 이는 어디까지나 철저한 대중성이라는 기반을 바탕으로 한다. 선망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대중에게 인정받기 위해 전자식 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이유도 마찬가지. 그런 부분을 고려하면 DS는 이제 한 걸음을 뗐다. 지금까지의 행보와 달리 전자 장비를 대폭 추가하고, 더 큰 차체와 더 호사스러운 실내 공간을 목표해야 한다. 지금의 DS4는 그 길 위에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DS4 크로스백이 갖는 이점은 뭘까? 2명이 주로 타고 가끔 사람들을 더 태울 멋진 소형 크로스오버를 원하는 이들에게 DS4 크로스백은 적절한 해답이 될 수 있다. 독보적인 디자인에 희소성도 갖춘 해치백형 크로스오버로서의 존재감이다. 어차피 2명이 주로 탈 차라면 뒷좌석은 쿨하게 넘겨야 한다. 공인 연비를 가볍게 뛰어넘는 경제성과 괜찮은 핸들링 성능까지 갖췄으니 말이다. 앞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제대로 구축한다면 마니아들의 관심을 끌긴 충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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