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혜의 영화와 자동차] 탐정 홍길동 - 현대 스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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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혜의 영화와 자동차] 탐정 홍길동 - 현대 스텔라
  • 신지혜
  • 승인 2016.07.08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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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 시크하다. 나름 귀여운 얼굴에 진지한 표정, 그러다 바로 돌변해서 보여주는 코믹함까지 매력적이다. 어릴 때 겪은 큰 사건으로 트라우마가 있어 잠을 잘 자지 못하는 그. 복수심에 불타는 마음과 섣불리 다가가기 어려운 차가움. 어리숙하고 평범해 보이지만 많은 것을 내면에 지니고 있는 그. 그의 이름은 홍길동이다. 그는 엄청난 재력을 가진 황회장과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랐고, 황회장이 악에 대적하기 위해 엄청난 자금을 들여 조직한 활빈당의 탐정이다.
 

홍길동은 지금 누군가를 쫓고 있다. 눈앞에서 어머니의 죽음을 보아야 했던 소년. 꼭 복수해달라는 어머니의 마지막 말을 들은 소년은 복수를 위해 20년을 기다려왔으며, 그 원수와 직면한다. 그런데 난데없이 타이어가 터져버리고, 발이 묶여있는 동안 생각지 못한 변수가 생기고, 그 변수가 또 다른 변수들을 하나둘씩 몰고 오면서 홍길동은 거대한 세력과 그 세력 속에 드리워진 악의 실체와 대면하게 된다.
 

조성희 감독이다. 일찍이 미장센 영화제에서 <남매의 집>으로 대상을 수상하며 관계자들의 입에 오르내린 그는 <늑대소년>이라는 독특한 미장센과 이미지를 가진 영화로 단번에 흥행 감독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 <탐정 홍길동 : 사라진 마을>로 그의 세계를 또 한 번 보여준다. 조성희 감독의 영화는 그만의 색채가 있다. 현실과 동화 혹은 판타지의 경계가 모호하게 얽혀있는 시공간. 그 속에서 역시 현실적이기도 하고 판타지적이기도 한 캐릭터들이 어디로 어떻게 튈지 모르는 대사와 몸짓으로 이전에 보지 못했던 신선하고 산뜻한 공기를 드라마에 불어넣는다.
 

히어로. 신화와 히어로의 시대를 지나 현실적인 히어로의 시대로 이미 한참 전에 접어든 지금, 조성희의 홍길동은 히어로물의 좌표에 또 하나의 새로운 점을 찍어버렸다. 홍길동, 활빈당 등의 이름이 나오지만 이건 시대극이 아니다. 그는 적을 효과적으로 저지하기 위해 권총을 쓰고 기동력을 위해 자동차를 몬다. 수많은 직종의 명함과 예리한 관찰력에서 비롯된 정보력으로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다.


홍길동의 차는 현대 스텔라. 살짝 지나버린 시간대, 다른 차원의 공간 같은 그 ‘마을’로 우리를 데려가는 타임머신이다. 우리가 사는 현실의 우주에서 ‘스텔라’는 과거라는 시간 속에 묻힌 차다. 그러나, 영화 속 홍길동이 사는 현실의 우주에서 ‘스텔라’는 ‘현재’의 시간대에서 그에게 기동성을 주고, 그의 은신처가 되고, 그의 유용한 도구이며, 탐정노릇을 수행하는 데 필요불가결한 그 무엇이다.


우리의 우주와 홍길동의 우주가 살짝 뒤엉킨 듯한, 묘하게 뒤틀린 시공간에 ‘스텔라’만큼 잘 어울리는 차가 또 있을까 싶다. 왜냐하면, 현재인 듯 현재가 아닌, 현재가 아니라고 할 수도 없는 <탐정 홍길동:사라진 마을>의 시공간은 ‘홍길동’이라는 보편적이면서도 그 누구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이름이 주는 비현실성과 현실성을 내포하고 ‘활빈당’이나 ‘탐정’ 같이 익숙하지만 일상적이지 않은 단어를 가져와 그것들이 주는 이미지마저 재해석, 변형해 낯익은 듯 낯선, 그래서 묘하게 강력한 매력을 발산하기 때문이다.
 

그 시공간을 누비는 홍길동의 차가 슈퍼카나 머슬카면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다. 2016년의 보편적인 명품차도 그렇고 ... 그런 와중에 현대 스텔라는 딱 그 시공간에 들어맞아 버린다. ‘지금’이라는 시간과는 어째 어울리지 않지만 ‘지금’인데 ‘지금’이 아닌 홍길동의 시간과는 어딘가 잘 맞는 옷 같은 스텔라. 그 차는 적절한 때 타이어가 펑크 나고, 적절한 때 아이들을 태우고, 적절한 때 달려주고, 적절한 때 기다릴 줄 안다. 그렇게 스텔라는 홍길동의 가상의 시공간에 현실감을 불어넣는 산소 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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