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들의 대결, 페라리 488GTB VS 맥라렌 65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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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들의 대결, 페라리 488GTB VS 맥라렌 650S
  • 맷 프라이어(Matt Prior)
  • 승인 2016.07.0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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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무어의 현란한 코스에서 488 GTB는 지상 최강 라이벌, 맥라렌 650S와 각축전을 벌였다

결과는 뻔하다고? 좀 더 두고 보기로 하자. 페라리 488 GTB는 지난 가을 영국의 <베스트 드라이버즈카> 경쟁에서 정상에 올랐다. 당시 맥라렌은 참가하지 않았다. 그런데 2014년에 참가했던 650S는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슈퍼카 그룹 테스트는 정상급 스포츠카 경쟁과는 다르다. 게다가 자동차에는 좋고 나쁜 날이 없다. 자동차에 대한 평가는 객관적일 뿐이다.
 

페라리-맥라렌의 도로 경쟁은 대단히 흥미로웠다. 보통 일반 도로에서는 온갖 장애물이 튀어나온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그래서 차이가 날 가능성이 있었다. 488 GTB는 서킷에서 즐거웠다. 마치 토요타 GT86처럼 휘몰아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조절력이 탁월했고, 민첩했으며 정말 빨랐다. 그러나 도로에서, 정확히 말해 A39에서는 회의감을 느꼈다. 650S는 조향력과 완벽한 보디컨트롤로 경탄을 자아냈다. 내가 이 차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정확한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공정한 평가를 위해 이들 둘을 가장 적합한 경쟁장에서 맞붙이기로 했다. 
 

먼저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자. 슈퍼카로서 650S와 488 GTB는 서로 비슷하다. 슈퍼카 그룹 테스트는 판가름하기 쉽다. 시티카의 경우 차값과 크기 몇 밀리미터에 따라서 판정이 달라진다. 그러나 페라리와 맥라렌, 맥라렌과 페라리의 경우 그 차이는 훨씬 작다. 결국 그들이 갈라지는 지점은 디테일에 대한 자세와 접근방식이다. 두 2인승 모델은 미드십 엔진을 얹고 앞쪽에 짐칸을 마련했다. 둘 다 뒷바퀴굴림이고, 액티브 공력장비, 카본세라믹 디스크와 더블위시본 세팅에 적응형 서스펜션을 갖췄다. V8 터보 엔진에 7단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를 짝지었다. 
 

페라리는 끝까지 자연흡기 엔진을 고수할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458 이탈리아를 대체하면서 시대의 대세에 따라 V8 3.9L 트윈터보 엔진을 받아들였다. 650S 엔진보다 배기량이 103cc 크고, 20마력이 더 높은 661마력이다. 페라리는 주목해야 할 대상은 바로 반응속도라고 말했다. 과거나 현재나 페라리는 세계정상급 자연흡기 엔진을 만드는 비범한 실력을 갖고있다. 따라서 그런 수준에 못 미친 터보 엔진을 만든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때문에 전회전대에서 점차 상승하는 토크를 느낄 수 있도록 저회전대, 저기어 토크를 제한했다. 페라리는 라이벌보다 반응이 빠르다고 했다. 그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많은 그래프를 보여줬다. 물론 맥라렌은 반론을 펴고 싶었을 게다. 하지만 우리는 도로에 나가 직접 판가름하기로 했다.
 

먼저 차이점을 살펴보자. 페라리는 대체로 알루미늄을, 맥라렌은 거의 탄소섬유 복합소재를 썼다. 나중에 이 대목을 좀 더 설명하기로 한다. 다음으로 페라리는 전자제어 제한슬립 디퍼렌셜을 달았다. 그와는 달리 650S는 오픈 디퍼렌셜에 브레이크 스티어를 더했다. 앞서 있었던 개별 시승에서 이 작은 장비가 두 차의 감각차를 얼마나 키웠는가를 알 수 있었다.
 

제한슬립 디퍼렌셜은 액셀을 힘차게 밟을 때 안쪽 뒷바퀴의 슬립량을 제한했다. 적절한 환경에서 661마력을 끌어내면 토크는 3,000rpm부터 77.4kg·m에 도달했고, 트랙션을 풀기는 식은 죽 먹기였다. 고속에서도 조향기능이 뛰어났다. 장난기를 발동하면 오싹한 흥분을 맛볼 수 있었다. 
 

오픈 디퍼렌셜은 이론적으로 전자장비가 제동을 걸지 않는다면 안쪽 뒷바퀴가 겉돈다. 맥라렌은 그 상황에서 지원할 전자기능이 있어야 한다고 봤다. 브레이크 스티어는 코너에 들어갈 때 바로 그 역할을 담당하여 언더스티어를 줄였다. 맥라렌의 유압 안티롤바 대체기능이 보디를 강화하여 뛰어난 평형을 유지하고 안쪽 뒷바퀴의 저항을 줄였다. 그러면 코너를 힘차게 빠져나갔다. 페라리 또는 애스턴 마틴, 그밖의 제한슬립 디퍼렌셜 뒷바퀴굴림보다 훨씬 빨랐다.
 

영국 남서단의 엑스무어 황야에는 정상속도로 달리기에 그만인 구간이 있었다. 스티어링 반응과 도로감각, 민첩성,승차감과 보디컨트롤을 시험하기에 이보다 좋은 도로는 없었다. 객관적인 평가를 비롯해 다각적으로 시험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다. 운전재미가 뛰어나기로 유명한 곳이다. 까마득히 굽이치고 물결치는 도로가 끝없이 뻗어있었다. 
 

둘 가운데 맥라렌이 도로에서 좀 더 쓸모가 있었다. 다만 스티어링은 상대적으로 뒤떨어졌다 두 차 모두 대시보드가 낮아 시야가 좋았다. 하지만 맥라렌의 윙이 눈에 더 잘 들어왔고, 네 모퉁이를 더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운전위치 또한 알맞고 브레이크 페달이 중앙에 놓여 어느 발로도 조작하기 쉬웠다. 스티어링은 모양과 크기가 알맞았다. 페라리도 결코 초라하지 않았다. 더 크고 네모진 스티어링 탓에 바싹 가까이 갈 수 없었으나 뛰어난 운전환경을 제공했다. 콕핏의 다른 요소가 반영되어 있었다. 488 GTB는 다소 어지럽고 과시적이었다. 그와는 달리 650S는 절제된 분위기를 자아냈다. 각자 취향에 맞춰 선택하면 될 문제다.
 

운전환경은 이들의 주행성능을 끊임없이 반영했다. 둘 다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처음부터 그랬다는 점을 밝혀놔야겠다. 맥라렌은 조향능력이 더 정확했고, 도로감각이 더 예리했다. 아울러 스티어링 스피드 2.6회전은 페라리의 2회전보다 더 차분했다. 그렇다고 페라리의 조향성능이 나쁘다는 생각은 단 한 순간도 들지 않았다. 페라리는 보다 고전적인 V8 사운드를 내고 스로틀 반응이 더 빨랐다. 
 

승차감? 맥라렌이 살짝 앞섰다. 어디에서도 불편하지 않았다. 650S는 롤링 컨트롤의 강약을 조절할 능력을 갖췄다. 따라서 놀랍도록 평탄하게 코너를 돌파하고, 직선구간(혹은 코너 정점)의 범프를 흡수했다. 시장에 나온 어떤 차보다 뛰어난 보디컨트롤은 환상적이었다. 탄소섬유 차체의 타고난 강성이 안정성을 뒷받침했다.
 

스티어링? 역시 맥라렌이 한 발 앞섰다. 둘 다 유압지원시스템을 갖췄으나 맥라렌은 일반도로에서도 자연스러웠다. 이곳은 엑스무어의 저속 코너. 물론 488 GTB는 이 도로(페라리의 본고장 마라넬로에서 30분 거리의 헤어핀과 큰 차이가 없는)에 어울리는 상큼한 세팅을 자랑했다. 다만 고속 코너에서 만큼 예리한 감각을 보여주지 않았다. 650S는 로터스 엘리스를 제외한 최고의 스티어링으로 무장했다. 맥라렌은 488 GTB보다 범프를 더 수월하게 타고 넘었을 뿐 아니라 노면정보를 좀 더 자세히 알려줬다. 포르쉐 911 GT3 RS의 스티어링 성격을 닮았다. 650S의 승차감은 부드러웠다. 한마디로 비범했다.


엔진? 변속기? 전체적인 드라이브트레인? 페라리, 페라리, 페라리. 반응과 즉각적인 가감속 등 모두 페라리였다. 고속도로가 아니면 둘 가운데 어느 쪽도 자동변속기에 맡겨두고 싶지 않은 차였다. 그런데 488 GTB의 변속, 특히 감속 기능은 한층 난폭한 폭음으로 하늘을 찔렀다. 액셀을 밟을 때의 사운드도 더 좋았다.
 

그럼 이제 무엇이 남았나? 핸들링. 여기서 제한슬립 디퍼렌셜이 실력을 발휘했다. 맥라렌으로 488 GTB를 추격할 때도 알 수 있었다. 코너를 향해 브레이크를 끌며 스티어링을 돌렸다. 다시 액셀을 밟을 때 자세가 바뀌었다. 뒷서스펜션이 뒤를 받쳤고, 롤링은 거의 없었다. 심지어 안쪽 뒷바퀴가 구르지 않아도 맥라렌보다 한층 상큼하게 코너를 빠져나갔다. 650S로 뒤따를 때마저 인상적이었다. 뒷서스펜션도 거들었고, 롤링은 한정됐으며 스티어링은 한층 경쾌했다. 트랙에 나가도 그럴 공산이 컸다(오래지 않아 우리가 직접 밝혀낼 것이다). 코너링의 미시적인 차이 덕분에 488 GTB가 훨씬 자유롭고 열성적이고 예리한 즐거움을 안겼다. 그렇다. 슈퍼카인 페라리에 이 점은 대단히 중요하다.
 

이번 시승을 통해 몇 시간이나 장거리를 달렸다. 우리는 평점이 별 4.5개에서 5개를 오가는 슈퍼카를 몰고 한 번에 하나씩, 일일이 점검했다. 이같이 훌륭한 도로는 정밀 점검에 최적지였다. 650S가 좋은 차라는 것만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수려한 자태로 온갖 정상급 기능을 담아낸 488 GTB가 한걸음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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