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스턴 마틴과 레드불의 하이퍼카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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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스턴 마틴과 레드불의 하이퍼카 프로젝트
  • 맷 버트( Matt Burt)
  • 승인 2016.07.04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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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스턴 마틴과 레드불이 만들고 있는 새 차는 지금 우리에겐 그림 속의 희미한 초록색 선으로만 존재한다. 그 감질나는 형상은 그저 날씬하고 나직한 모델일 뿐이다. 그러나 디자이너 애드리안 뉴이와 마렉 라이크먼의 마음속에는 이미 경이적인 능력의 하이테크카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들은 도시의 복잡한 도로에선 능숙하게 빠져나가고, 트랙에선 F1 머신을 뿌리칠 만한 능력을 갖춘 차를 원했다. 


프로젝트는 이미 완성차 단계에 도달했다. 애스턴 마틴, 레드불과 AF 레이싱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공동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너무 일찍 정보가 공개되는 것에 대해 몹시 조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오토카>는 이 프로젝트를 독점취재했고, 뉴이-라이크먼과 첫 인터뉴를 할 수 있었다.


뉴이는 이미 오래전부터 F1 최고의 거장으로 알려졌고, 라이크먼은 그와 함께 애스턴 마틴의 신세대를 조형하는 공학적 예술가이자 창작책임자로 협력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작업과정에서 사고의 흐름이 비슷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엄청난 보너스였다. 그들은 지금 뉴이에겐 ‘유산’이 될 만한, 애스턴 마틴의 후광모델이 완전히 새로운 스포츠카를 만들어 내고 있다.
 

뉴이는 일생동안 모터스포츠에 전력투구해 왔다. 사춘기 이후, 로드카는 그의 상상력을 떠난 적이 없었다. “아버지는 자동차를 능란하게 요리하는 장인이었다. 미니 쿠퍼 S, 로터스 엘란 등을 대를 이어가며 사들였다. 그리고 모든 정비작업을 자기 손으로 직접 했다. 소규모 작업장을 만들어놓고 차를 개조했고, 그때마다 내가 거들었다.” 그 뒤 뉴이는 자기 차를 스케치하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작업장에서 알루미늄과 파이버글래스를 써서 내 디자인을 바탕으로 실물을 만들었다.”


그는 사우샘턴 대학교에서 진행된 마지막 프로젝트에서 지면효과와 공력성능을 중대과제로 다루게 되었다. 당시 F1계의 각 팀이 치열한 연구경쟁을 벌이고 있었던 것과도 연관이 있었다. 도로를 달리는 스포츠카에 어떻게 그 원리를 적용하느냐가 문제였다. “나는 내 차의 실물크기 풍동모델을 만들었다. 그게 전부였다. 하지만 내가 모터스포츠계에서 일자리를 얻는 데는 도움이 됐다.” 뉴이의 말이다.


그는 섀시의 측면에서 볼 때 현행 모터스포츠 규정이 지나치게 제약이 크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F1에 푹 빠져있을 때도 로드카 디자인에 관한 관심을 끊을 수 없었다. “나는 <오토카>의 애독자이고 늘 로드카에 관심을 갖고 있다.” 뉴이가 말을 이었다. “나는 드라이브를 즐긴다. 2010년 우리 팀이 F1 타이틀을 쟁취했을 때, 나는 애스턴 마틴 밴티지 한 대를 샀다. 그리고 날씨가 맑을 때는 DB4 GT를 로드카로 이용한다. 나는 늘 스포츠카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고, 언제나 애스턴 마틴 브랜드를 좋아했다.”

 

현재 애스턴 마틴 CEO인 앤디 파머는 닛산에서 넘어왔다. 뉴이는 인피니티와 레드불 F1팀이 협력할 때 파머와 인연을 맺었다. 그리고 애스턴 마틴과 레드불의 F1 머신급 로드카 개발에서 다시 손을 맞잡게 된 것이다. 이 사업은 상호이익을 위한 결합 이상의 중대한 의미를 갖고 있다. 지난 1월 프로젝트에 착수하면서 레드불과 애스턴 마틴의 디자인 총책은 그들의 비전이 서로 비슷해서 오히려 놀랐다. 라이크먼의 첫 로드카는 오스틴 힐리 스프라이트였다. 공교롭게도 뉴이가 초기에 푹 빠졌던 재미있는 소형 스포츠카를 깔끔하게 반영했다. 따라서 두 디자이너가 그리는 완벽한 스포츠카가 비슷한 것은 놀랄 일조차 되지 않았다. 


미드십은 애스턴 마틴의 양산계획에 들어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라이크먼은 이미 머릿속으로 미드십 애스턴 마틴 한 대를 그려놨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2014년 그란 투리스모 컴퓨터게임의 가상세계에 DP 100 비전 그란 투리스모라는 미드십 컨셉트를 올렸다. 드디어 기술제한이 거의 없는 양산모델을 만들 기회가 찾아왔다. 올초 두 디자이너는 각자 컨셉트를 내놨다. 라이크먼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그들(=레드불)의 비전이 애스턴 마틴을 위해 그린 ‘미드십’과 엄청난 차이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뉴이와 라이크먼은 최종 스타일을 밝히기를 꺼렸다. 그런데 몹시 조심스런 어조로 그 정체를 밝힌다면 입이 떡 벌어질 거라고 시사했다. 라이크먼은 “프로포션을 보면 애스턴 마틴이라는 걸 당장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 다음 이전의 어떤 애스턴 마틴과도 닮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AM-RB 001의 프로포션은 거의 완벽하다. 성능, 섀시 밸런스와 승객 vs 엔진 패키지가 빈틈없이 균형을 잡았다.”
 

그들에 따르면 신장 185cm에 가까운 어른 2명, 어지간한 짐과 재래식 미드십 엔진을 실을 공간이 있었다. 이 프로젝트를 설명하면서 그들은 ‘순수성’과 ‘경량’과 같은 표현을 썼다. 출력/무게는 1:1이 되리라 예상했다. 그 밖의 스펙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그래서 각자 상상력을 총동원하여 때려맞출 수밖에 없었다. 뉴이와 라이크먼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물론 다른 어떤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예산의 제약이 있었다. 하지만 예상가격이 200만~300만 파운드에 이르기 때문에 99대를 만들게 될 애스턴 마틴의 주문형 Q 디비전은 큰 재량을 누리며 제작할 수 있었다. 부품의 이색적 소재, 파워트레인과 제작방법을 거의 제한없이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러면 이 차의 스타일은 어떨까? 뉴이의 일생에 걸친 집념인 정교한 공력과 기술 해법, 그리고 라이크먼의 최신 애스턴 마틴 디자인 화법을 통해 추리해 볼 수 있다. 우리의 상상력에 불을 댕기면 그란 투리스모를 밀어붙일 뉴이의 드라마틱한 레드불 X2010과 X2014가 떠오른다. 거기에 앞서 말한 라이크먼의 DP 100이 겹쳐진다. 여기서 AM-RB 001의 2개 버전이 그려진다. 물론 첫째는 도로를 달릴 로드카이고, 다른 하나는 철저히 군살을 뺀 트랙 버전으로 F1 머신을 앞지르는 랩타임으로 매스컴을 떠들썩하게 만들 괴물이다.
 

뉴이에 따르면 “로드카는 두 가지 성격을 갖추게 된다. 도로를 달리는 LMP1(=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의 최고 클래스)을 디자인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런데 도로에서 그런 스릴을 맛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우리는 원할 땐 극한적인 성능을 발휘하고, 런던 중심가에서 체증에 걸렸을 땐 편안한 차를 겨냥했다.”
애스턴은 탄소섬유 보디를 쓰긴 하지만 도로를 달리는 레이싱카 이상의 무엇이라고 강조했다. “LMP1의 스타일은 일정한 기능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난폭한 기질을 갖고 있다. 그런데 AM-RB 001은 체증에 걸렸을 때 편안해야 하고 정체의 대열 속에서도 아름다워야 한다. 이 차의 중요한 면모의 하나다. 어떤 형식에 얽매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공력성능의 기술과 아름다운 예술적 디자인을 아우를 수 있었다.” 그 이상은 추측에 맡길 수밖에 없다. 그들은 실버스톤 서킷에서 F1 머신을 따돌리는 랩타임을 약속했다. 어떤 방법으로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


이것은 뉴이가 현실, 이론 또는 가상 세계에서 빚어낸 지난날의 창작품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뉴이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지면효과 역학, ‘액티브’ 공력기능(차체 주위의 기류에 적응하는), ‘과급’ 디퓨저를 갖췄다. 게다가 배기와 ‘팬카’ 기술을 살려 주위 기류를 다듬었다. 후자는 캔암 시리즈의 채퍼럴팀과 F1의 브래범이 개척했다. 뒤쪽에 달린 팬이 차 밑에서 공기를 끌어내어 압력을 줄이고 다운포스를 키웠다. 그밖에도 F1에서 허용하지 않는 수많은 장비를 받아들였다. 트랙션 컨트롤, 액티브 서스펜션, 앤티록 브레이크, 네바퀴굴림, 수퍼그립 타이어를 갖췄다. 한마디로 뉴이는 모터스포츠의 엄격한 제약에서 해방됐다.
 

라이크먼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 관계자들은 ‘무제한’의 재량을 마음껏 누렸다. “수많은 최신 모델은 이처럼 자유롭게 출발할 수 없다. 그들은 곧잘 기존의 어떤 모델이나 메이커가 필요한 무엇에 바탕을 둬야 한다. 그런 경우와 달리 이 차는 독특한 접근방식을 따랐다.”


파워를 강화할 하이브리드 세팅도 있다. F1 머신이나 르망 프로토타입이 사용하는 에너지 재생시스템을 단순화한 방식이다. 뉴이의 말을 들어보자. “하이브리드화는 극히 흥미로운 분야를 탐색할 길을 열었다. 그 기술을 이전에 시도한 적이 없어 기대가 크다.” 아주 희소한 모델 애스턴 마틴 벌컨의 오너들에게 AM-RB 001을 우선 주문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로 했다. 새 차는 보답이 큰 고성능 모델이다. 이 차를 몰고 트랙에 나가려면 사전에 고속운전 경험을 쌓아야 한다.
 

“그와 동시에, 원한다면 출퇴근 때 몰고 다닐 수도 있는 차를 만들고 있다.” 뉴이의 말이다. 가당찮은 소리로 들린다. 하지만 라이크먼과 뉴이는 느긋한 표정이었다. 그들은 모든 스펙을 면밀히 시험했고, 도로와 트랙에서 AM-RB 001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 이름에 붙은 ‘001’은 시리즈의 첫 번째 모델이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뉴이는 레드불과 애스턴 마틴의 관계는 ‘간단한 결혼’이라고 말했다. “때로 두 기업이 마지못해 손을 잡는 경우가 있다. 그런가 하면 때로는 아주 쉽게 협력할 수도 있다. 내 생각으로는 이번 일은 ‘아주 쉬운’ 카테고리에 들어간다. 우리는 생각과 아이디어가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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