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해진 '킨 룩' 4세대 프리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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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해진 '킨 룩' 4세대 프리우스
  • 안민희 에디터
  • 승인 2016.06.08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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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대로 돌아온 프리우스는 이제 스무 살 어른이 되었다. 밝고 생기 찬 청춘의 나이다. 프리우스와 함께 젊음의 거리를 달렸다

프리우스 4세대의 시승을 앞두고, 토요타 자동차의 토요지마 코지 수석 엔지니어를 만났다. 그는 3세대 프리우스 PHV와 4세대 프리우스의 개발·기획을 맡은 수석 책임자다. 그의 생각대로 4세대 프리우스가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에게 4세대 프리우스는 어떤 차인지, 어떤 마음으로 만들었는지 물었다. “자식이 어른이 되어가는 기분이었습니다. 프리우스는 이제 사람으로 치면 어른의 나이지요. 1세대가 초등학생이었다면 중학생, 고등학생을 거쳐 이제 대학생입니다. 어엿한 사회인이자 멋진 어른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프리우스를 만들었습니다. 즐거운 친환경차를 목표로 삼았습니다. 친환경이라는 본질에 충실하면서도, 운전이 즐거워 언제까지나 타고 달리고 싶은 자동차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프리우스를 자식처럼 여기는 설명에 엔지니어의 애착이 묻어 있다. 그런데 프리우스가 벌써 어른이라니 기분이 묘하다. 국내시장에 친환경 자동차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시점이라 생경하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다른 모델들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프리우스만 앞서간다는 느낌. 아무튼 토요타가 친환경 시장에서는 어른과 아이의 차이만큼 앞서 있다는 생각이다. 디자인 부분에선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지만.
 

기자는 신형 프리우스의 디자인을 반기는 편이다. 기술적인 의미와 방향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가장 앞선 FCEV 기술을 선보였던 미라이에 적용한 비례와 플로팅 루프 등이 녹아들었다는 점이 예사롭지 않다. 미라이와 프리우스 모두 토요타의 친환경 기술을 상징하는 차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앞으로 프리우스의 디자인 일부가 토요타 친환경 라인업 전체로 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토요타의 패밀리룩인 ‘킨 룩’(Keen Look)의 수위는 점점 과감해지고 있다. 프리우스의 화살촉만큼 날카로운 헤드램프, 활처럼 휘어진 테일램프의 디자인은 독보적이다. 옆면의 캐릭터 라인과 하단의 로커 패널 라인 등 비스듬히 차체를 가로지르는 선으로 날카로운 느낌을 냈다. 미래적인 이미지를 담으려는 의도지만, 단순히 이미지에 그치지는 않는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반영됐기 때문.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지붕의 가장 높은 부분을 170mm 앞쪽으로 끌어당겼다. 동시에 보닛, 윈드 실드 라인, 트렁크 끝의 높이도 낮췄다. 공기저항계수는 0.24Cd로 상당히 낮다.


실내는 기존 모델에 비해 한결 간결해졌다. 기존 모델이 센터페시아와 센터터널을 통합해 운전자를 감싸는 구조였다면, 신형 프리우스는 대시보드와 도어트림의 연결을 통해 운전자를 감싼다. 또한 편리한 사용을 위해 최대한 조작부를 줄이고 단순화한 인상이다. 기존 모델의 경우 컵홀더에 큰 페트병을 놓기 어려웠지만, 신형 프리우스는 페트병 2개를 일렬로 놓고, 무선 충전 패드를 통해 스마트폰도 편하게 두고 달릴 수 있으니 말이다. 먼 길 떠날 때 유리하도록 시트도 상당히 편해졌다. 쿠션 패드 및 스프링 특성을 개선해 엉덩이에 집중되는 압력을 주변으로 분산해 준다고. 오래도록 타도 엉덩이가 배기지 않았다.
 

대시보드의 높이가 꽤 낮아 바깥 시야가 좋다. 가운데 터치스크린과 에어컨 조작부를 검정 유광 플라스틱으로 감싸 시선이 집중되는 효과를 노렸다. 바로 아래 달린 기어레버와 드라이브 모드 버튼은 흰색 유광 플라스틱으로 감싸 대비되는 효과를 노렸다. 검정색과 흰색의 묘한 대조가 실내에 활기를 더한다. 계기판은 4.2인치 컬러 디스플레이를 연달아 붙인 구성. 왼쪽 속도계를 기본으로 두고 오른쪽 정보창을 바꿔 쓰는 구조다. 하이브리드 시너지 시스템 구동 상황, 에코 드라이브 점수 등 다양한 설정을 돌아가며 쓸 수 있다. 새로 적용된 컬러 HUD는 속도와 출력 게이지를 띄우고 달릴 수 있다. HUD만 봐도 정보 확인은 충분하다.


뒷좌석 다리 공간은 충분한 수준이지만 아쉬운 부분이 있다. 등받이가 상대적으로 짧다는 것. 뒷좌석에 아이들을 태우는 젊은 가정을 노린 것이겠지만, 키 180cm의 성인 남성이 뒷좌석에 정자세로 앉았을 때는 어깨를 제대로 받치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곳곳의 부피를 최소화했다는 것은 훌륭한 부분이지만, 뒷좌석을 청소년 기준으로 맞춘 것은 좀 아쉬운 부분이다.
 

4세대 프리우스는 신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얹었다. 시스템 출력은 122마력. 엔진은 최고출력 98마력, 최대토크 14.5kg·m를 내고, 모터는 72마력을 낸다. 기존 모델 대비 출력은 줄었지만 효율성은 더 늘어났다고 토요타는 밝혔다. 4세대 프리우스에 적용된 신형 구동계는, 가장 최신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앞으로 다른 모델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효율을 높이고 크기를 줄이기 위해 엔진, 모터, 배터리 등 구성 요소를 모두 새롭게 개발했다.


가속이 상당히 가볍다. 엔진의 구동력 전달 효율을 높여 직결감을 끌어올린 결과다. 반응성이 살짝 느렸던 기존 모델에 비해 좀 더 적극적으로 달리자 부추기는 느낌이다. 하지만 성능을 끌어내는 방식은 여전히 부드럽다. 반응은 빠르지만 힘을 한 번에 쏟아내는 타입이 아닌, 점진적으로 늘려 나가는 세팅이다. 힘을 모두 쏟아내면 속도가 순식간에 오른다. 작동과 동시에 힘을 내는 모터와, 최고 회전수를 계속 유지하는 엔진의 조합 덕분이다. 엔진회전수에 따라 출력이 오르내리는 일반적인 차들에 비해, 프리우스는 최고출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기 때문.
 

힘주어 달렸음에도 연비가 좋다. 직선 구간에서 호쾌하게 달려 연비를 떨어트려도, 막히는 도로에서 금세 손실분을 채운다. 느긋하게 달리는 사람이라면 더 쉽게 연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시스템 출력 그래프에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연비를 쉽게 높일 수 있다. 출력 게이지의 절반을 에코모드로 표시한데다, 모터만 사용해 달릴 때는 계기판에 ‘EV’ 표시등을 켠다. 그래서 가급적 에코모드로 다니려 노력하게 된다. 수시로 켜지는 EV 글자를 보면서 연료를 아끼고 있다는 뿌듯함이 든다. 가속페달을 더 밟으면 EV 글자가 꺼질까 싶어 부드럽게 가속하게 된다.


신형 구동계의 연비도 좋지만 가장 인상적인 것은 신형 TNGA 플랫폼이다. 토요타의 새로운 글로벌 아키텍처라는 뜻을 담은 TNGA 플랫폼은 향후 토요타 라인업의 핵심 기반으로 사용된다. 앞으로 등장할 차세대 라인업을 책임져야 하는 플랫폼인 만큼 상당한 공을 들였다. 그 결과 4세대 플랫폼은 3세대 프리우스의 약점이었던 승차감과 운동 성능을 개선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시대의 차이를 고려해야겠지만, 완전히 다른 모델을 타는 느낌이었다.
 

3세대 프리우스는 연비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다른 부분을 상당히 타협했다. 뒷좌석 승차감이 지나치게 딱딱했고, 풍절음이 꽤 들리는 편이었다. 하지만 4세대 프리우스는 승차감이 한결 편안해졌다. 타협한 부분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충격 흡수력이 상당히 늘어 승차감이 부드러워졌다. 단단한 차체가 서스펜션의 충격에도 의젓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풍절음도 상당히 줄었다. 행여나 차체 사이로 소리가 샐 수 있는 곳은 4중 흡차음재로 모두 틀어막았다. 차문, 창문, 바닥, 천장 등 실내를 감싸는 대부분의 구역에 흡차음재를 달았다.


토요타는 TNGA 플랫폼의 특징이 차체의 저중심화, 강성 강화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안전하게, 원하는 대로 달릴 수 있는 차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속도를 높여 달릴 때 그 이점이 확실히 느껴졌다. 무게중심을 낮추고 뒷바퀴 서스펜션을 더블 위시본으로 바꾼 덕분에 코너를 파고들기 한결 수월해졌다. 구름 저항을 낮춘 친환경 타이어가 비명을 질러대도, 원하는 방향을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코너를 빠져나갈 수 있다. 마음먹은 대로 달릴 수 있기에 신뢰가 생긴다.
 

스티어링의 직결성 또한 개선됐다. 노면의 반응을 읽어내는 편은 아니지만, 방향을 정확하게 잡고 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신뢰할 수 있다. 적극적인 반응으로 운전자를 들뜨게 하는 편도 아니다. 그저 정확하게 운전자의 반응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연이어 스티어링을 비틀 때 숨어 있던 재미가 빼꼼이 고개를 내민다. 코너링에 따른 차체 기울기 또한 상당히 줄었다. 수평적인 자세를 유지해 같이 타는 이들의 승차감 또한 고려했다는 이유에서다.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4세대 프리우스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생각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의 친환경성을 갖췄음에도, 패밀리카로의 쓰임새를 고려한 구성이 돋보여서다. 신형 구동계와 TNGA 플랫폼의 조합은 프리우스를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아무리 몰아도 좋은 연비를 내는데다, 4인 가족이 함께 타도 넉넉한 구성, 편안한 승차감 등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하는 요소를 모두 갖췄다.


매력적인 프리우스를 만들겠다고 했던 토요지마 코지 수석 엔지니어의 말은 정확했다. 어른이 된 프리우스는 팔방미인 같은 매력을 뽐낸다. 이런 청춘이라면 앞으로 원숙미를 갖출 때 어떻게 변할지 기대해볼 수 있겠다. 그래서 5세대 계획을 물었다. “차세대 프리우스요? TNGA 플랫폼이 어떻게 발전할지 기대해주세요. 4세대 프리우스는 TNGA 플랫폼을 적용한 첫 차지만, 앞으로 다른 모델에도 연이어 적용되며 TNGA 플랫폼은 성능을 계속 끌어올리게 될 겁니다. 그러면 5세대 프리우스는 진화한 TNGA 플랫폼을 얹겠죠. 지금껏 그래왔듯이 프리우스는 한결 더 발전한 차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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