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랜드로버 헤일우드 공장 야간근무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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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랜드로버 헤일우드 공장 야간근무 체험기
  • 존 에반스(John Evans)
  • 승인 2016.06.07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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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로버는 가파른 상승세를 타면서 24시간제를 도입했다. 공동묘지라 불리는 야간작업은 어떨까?

재규어랜드로버 헤일우드 공장은 영국 제조업계의 빛이다. 지난해 18만4천대의 레인지 로버 이보크와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를 만들었다. 카슬 브롬위치와 솔리헐 공장까지 합하면 약 49만대에 이른다. 2015년 영국 최대 메이커가 되기에 충분한 물량이었다.


나는 헤일우드 공장의 야간근무조에 끼었다. 이보크에 레인지 로버(RANGE ROVER) 배지를 붙이면서 생산라인의 동료 작업자에게 물어봤다. 영국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든 시간에 헤일우드에서 일하는 기분이 어떠냐고….


한밤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생산 구역의 벽에는 창문이 없었다. 그리고 돌아다니는 사람을 보지 못 했다. 주요 부품을 옮기는 장면을 볼 수 없었고, 잡담 소리도 듣지 못했다. 그렇더라도 야근을 할 때 뭔가 다른 게 있으리라 상상했다.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 시간은 오후 10시30분부터 다음날 오전 6시30분까지였다. 작업은 금요일 이른 아침에 끝났다. 오후 근무(2시30분~10시30분) 그리고 오전 근무(6시30분~2시30분)와는 대조된다. 3교대제는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계속된다.
 

모두가 꿈나라에서 요정을 만나고 있을 때 머지사이드의 1천명은 머리 위 트랙의 미로 속에서 일한다. 완성 단계가 각기 다른 이보크와 디스커버리 스포츠가 움직이고 있었다. 완성차는 싸늘한 밤공기 속으로 80초(코일 강판에서 완성차가 나오기까지는 48시간이 걸린다)마다 한 대씩 완성차가 나온다.


대다수 관리직은 침대에 들어가 코를 골고 있다. 그들은 낮에 헤일우드 공장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기웃거리고 다그친다. “야간에는 사실상 우리밖에 없다.” 어느 작업반장이 내게 귀띔했다. 은근히 흐뭇한 표정이었다. “문제가 생기면 우리가 고친다.”


그렇다면 ‘우리는 하나’라는 정신이 우러날 것 같았다. 실수를 하거나 어떤 일이 벌어지면 동료와 작업반장이 도와준다는 걸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더 강력한 요소가 있었다. 이곳 헤일우드에서 10시30분~06시30분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재규어랜드로버 뿐만 아니라 영국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컸다. 레인지 로버 이보크는 2011년 처음으로 세상에 나왔다. 바로 대박을 터뜨려 재규어랜드로버는 발칵 뒤집혔다. 2012년에 배차 기간이 9개월에 이르자 24시간 생산체제로 전환했다. 1천명 모집에 3만5천명이 몰려들었다.
 

작업반장인 존 위키가 그 당시의 중대한 의의를 분명히 밝혔다. 이날 밤 공장에서 일하던 1,000명이 빠짐없이 명심하고 있었다. 위키는 “여기서 일하는 대다수 직원들과 같이 과거에 나는 모든 일을 해봤다. 1주일에 3일간 일한 쓰라린 시절을 겪었다. 어느 누구도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공장은 하루 24시간 100% 가동하고 있다. 그러니까 우리가 제대로 일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계속해서 제대로 일을 한다면 모두의 일자리가 보장된다. 가족과 은행 대출이 있는 나와 같은 사람뿐만 아니라 사회에 갓 진출해 생계와 커리어를 다지는 젊은 세대도 마찬가지다. 우리 모두에게 야간근무는 큰 축복이다"고 했다.


야간근무를 감사하는 사람은 재규어랜드로버 직원들만이 아니다. 하루 24시간 근무제 중 6천명이 공장 문을 통과한다. 거기에는 계약직과 공급업자 약 1천800명이 포함된다. 계약직 중 일부는 주로 DHL 사원(재규어랜드로버의 배송서비스 공급자)으로 야간근무조에 들어가있다. 부품을 생산라인으로 분주히 옮겼고, 제때 집어 차에 맞추는 일을 도왔다.
 

하루 24시간의 마지막 교대조라 불리는 팀이 일을 마칠 즈음 나는 생산라인에 도착했다. 필요 이상으로 일이 지체되지 않도록 대다수 야근 팀은 서둘러 작업을 넘겨받았다. 그러면 떠나는 작업자들은 10시 30분정시에 일자리를 떠난다. 벽에 걸린 시계가 10시 27분을 가리킬 때 야근 대열은 줄잡아 15명이나 늘어섰다. 동료라 부르는 앞선 근무조는 말없이 허공을 보며 8시간 작업을 마무리했다. 10시 30분이 되자 근무 확인기에 사원증을 긁고 공장을 떠나는 소리가 요란했다. 10시31분부터 헤일우드는 야근 팀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1명의 신참인 내가 끼어 있었다.


이날 밤 나는 생산라인을 차례로 지나가는 이보크에 신성한 레인지 로버 배지를 달았다(패널을 보라).  나는 지쳤고, 잠자리가 그리웠다. 다른 사람도 모두 이런 느낌이 아닐까? 그렇지 않았다. 45세의 존 화이팅은 나를 돌보는 사람이었다. 그는 즐겁게 배지를 붙일 뿐 아니라 디스커버리 스포츠의 제3열을 달고 있었다. 화이팅은 “수요일에 가서야 야근 리듬을 제대로 타게 된다. 월요일 밤의 수면 패턴은 최악이다. 겨울에 집으로 가면 곧 잠이 든다. 그러나 여름에는 금방 잠이 오지 않는다. 대체로 오전에는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아침식사를 한 뒤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든다. 오후 2시에 일어나 이것저것 하다 보면 공장에 갈 시간이 된다. 날이 갈수록 익숙해진다”고 말했다.
 

다음 작업 위치에는 21세의 게마 피츠기븐이 있었다. 그녀는 부품을 골라주는 로봇팔의 도움을 받아 대시보드를 잽싸게 장착했다(차종에 따라 정확한 대시보드를 고르도록 바코드가 붙어 있다. 골라야 할 40만 개의 부품이 있다). 도어 공간으로 대시보드를 집어넣어 몇 초 만에 달았다. 그녀는 정말 능숙했다. 어떻게? 그녀의 말이다. “야근조의 마지막 날이다. 적응하려면 이틀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지쳐 말이 없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익숙해진다. 오늘 오전 6시30분에 끝나고 긴 주말을 맞게 된다. 다음에는 오후 교대근무에 들어간다. 월요일 오후 2시30분에 시작한다.” 교대제는 주일마다 바뀐다.


3교대제는 오후, 오전과 야근으로 나뉜다. 여러모로 살펴볼 때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3주일마다 4일 야근 뒤에 주말 휴일을 맞는다. 그날 밤 나는 첫 번째 이보크에 배지를 달았다. 그때 나는 다음 재규어랜드로버 인력모집 때 내가 합격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를 생각해봤다. 35 대 1의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하는데 말이다.

레인지 로버 배지 달기

서로 다른 모델이 잇따라 생산라인을 타고 지나갔다. 때문에 랜드로버 디스커버리는 오렌지 고무보호판을 씌우고, 레인지 로버 이보크는 회색을 씌워 구별했다. 한밤중에 멍청하게 있다가 엉뚱한 배지를 달았다면 어떻게 뒬까?


커다란 플라스틱 프레임에서 자동접착 레인지 로버 배지를 들어낸다. 그런 다음 배열장비의 도움을 받아 이보크 보닛에 붙인다. 위치와 방향이 어긋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뒤쪽 보호판을 잘 떼고 배지를 꽉 눌러 붙인다. 떨어질까 불안하지만 접착제가 꽉 잡아준다. 라인의 몇 단계 아래쪽에 품질관리사가 작업결과를 자세히 살핀 뒤 엄지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때서야 안도의 한숨이 새나왔다….


야근 생존법
야근은 오후 10시30분에서 다음날 오전 06시 30분까지 계속된다. 처음에는 힘들지만 날이 갈수록 수월해진다. 다음과 같은 요령을 지킨다면….


-집에서 잠잘 때 귀마개를 할 것
-침실에 빛을 완전히 막을 커튼을 칠 것
-2회의 휴식시간에 잘 먹고 잘 마실것
-월요일에는 긴장을 풀고 체력을 보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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