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속 있는 SUV, 기아 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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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속 있는 SUV, 기아 니로
  • 안민희 에디터
  • 승인 2016.05.31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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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SUV 시장의 새로운 강자 니로는 한국형 하이브리드라는 새로운 무기로 디젤 경쟁자들을 노린다. RV의 명가, 기아의 반격이 시작됐다

니로란 이름. 입에 착 붙는다. 픽사의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 때문에 ‘니모’라는 발음이 익숙해졌기 때문일까. 자동차와 물고기인 둘의 연관성은 없지만, 문득 환경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친환경적인 하이브리드와 맑은 바다에 사는 물고기를 묶는 유일한 단어일 것이다.


사실 니로라는 이름은 결점 없는 기술력을 뜻하는 ‘니어 제로’(Near Zero)와 영웅을 뜻하는 ‘히어로’(Hero)의 합성어라고. 기아차의 첫 소형 SUV에 거는 기대를 듬뿍 담은 이름이다. 니로를 마주하니 신입생을 뜻하는 ‘프레시맨’(Freshmen)이라는 영단어가 떠올랐다. 아, 80년대생들이 비디오 가게에서 접했을 5명의 영웅이 등장하는 ‘후뢰시맨’과는 관련 없다. ‘후뢰시’는 영단어 ‘플래시’(Flash)의 잘못된 표기다.


‘신선한, 산뜻한, 생기 넘치는’ 등의 뜻을 담고 있는 ‘프레시’(Fresh)란 단어는 니로와 은근 잘 어울린다. 하이브리드 구동계 때문이다. 연비 좋고 친환경적인 하이브리드 구동계에 대한 호감 때문이다. 그리고 니로는 소형 SUV 시장과 기아차 SUV 라인업의 신입생이니까.
 

그렇다고 니로가 젊은 사람들만을 위한 차는 아니다. 기아차는 니로가 나이를 불문하고 고른 인기를 끌고 있다고 밝혔다. 구매자 층을 살펴보면 20대 20.5%, 30대 27.4%, 40대 18.7%, 50대 18%라고. 소형 SUV 세그먼트에서 이와 같은 고른 지지를 얻은 것이 인상적이다. 요즘 인기 높은 세그먼트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소형이라 주저할 것이라 생각했던 장년층의 선택이 많아서다. 이는 니로가 갖는 두 가지 장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내공간도 넓은데다 조용한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갖춰 기존 소형 SUV와는 차별화되기 때문이다.


니로의 디자인은 슬쩍 심심하게 느껴진다. 최근 선보였던 신형 K7에서 읽을 수 있듯 날을 세운 디자인으로 브랜드 이미지에 스포티함을 더하려는 기아차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든다. 완전 신형 모델인 니로를 시장에 안착시키기 위해 기아차가 상당히 고심했을 것이라는. 이미 시장에서 안정적인 기반을 쌓은 모델이라면 화려한 변화도 무리 없이 통하겠지만, 니로는 완전 신형 모델이니 시장에서 편안한 이미지를 먼저 쌓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요즘의 소형 SUV들이 내세우는 작지만 큰 차라는 모순 같은 이야기. 이는 니로도 마찬가지다. 차급 대비 실내공간이 아주 넉넉하기 때문이다. 작은 차에서 넓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부피를 최대한 줄인 대시보드의 디자인이 눈에 띈다. 실내공간을 넓게 만들기 위해 대시보드가 실내에서 차지하는 면적을 최소화한 것이다. 작은 차에 맞게 조금은 아기자기한 느낌도 든다. 검은색 유광 플라스틱으로 곳곳에 액센트를 줬고, 금속 같은 색상의 플라스틱 패널을 적용해 멋을 냈다.


계기판의 모양이 나름 독특하다. 가운데 긴 스크린을 두고 왼쪽은 파워게이지, 오른쪽은 속도계를 뒀다. 아기자기한 구성의 파워게이지는 출력 사용량, 연료량, 배터리량, 주행 가능 거리를 알려준다. 주행 가능 거리를 크게 띄운 것은 연비 운전을 부추기기 위함이다. 주행 가능 거리가 줄어들 때마다 ‘좀 더 알뜰하게 운전할 걸 그랬나?’라는 생각이 들도록.


니로의 실내공간은 소형 SUV 중에서는 최고 수준이다. 니로의 크기는 길이 4,355mm, 너비 1,805mm, 높이 1,545mm, 휠베이스 2,700mm다. 주목할 부분은 휠베이스다. 니로의 휠베이스는 상위 모델인 스포티지보다 30mm 더 길다. 물론 니로의 실내가 스포티지만큼 크다는 것은 아니다. 스포티지가 휠베이스는 30mm 짧다고 해도 길이 125mm, 너비 50mm, 높이 90mm 더 크기 때문에 실내공간도 더 넓다. 하지만 차급 차이를 고려해 상위 모델의 수치를 넘기지 않는 자동차 제조 방식을 고려하면 하극상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기아가 니로를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란 생각이다.
 

그 결과 뒷좌석 다리 공간이 무척 넓다. 키 180cm 성인 남성이 앞뒤로 앉아도 뒷좌석 다리 공간이 충분했다. 휠베이스가 2,700mm로 넉넉한데다, 뒷좌석의 위치를 최대한 끝으로 몰았기 때문이다. 헤드룸은 적당한 수준이나 넉넉하지 않다. 트렁크 공간 확보를 위해 하이브리드 배터리를 뒷좌석 아래 달았기 때문. 적재용량은 427L로 차급에 비춰보면 평균적인 수준이다. 트렁크보다 뒷좌석을 강조하는 영리한 구성이다. 대형 할인점에서 잔뜩 물건을 사오거나, 캠핑을 떠나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오디오는 K7에서 선보였던 크렐(Krell)의 제품을 썼다. 밸런스를 중시하는 브랜드로 알고 있는데 고급 음향 효과 중 라이브 다이내믹 기능을 사용하니 전반적으로 소리에 활기가 더해진다.


니로의 엔진은 직렬 4기통 1.6L 직분사 엔진. 최고출력은 105마력으로 5,700rpm에서 나오며, 최대토크는 15kg·m로 4,000rpm에서 나온다. 성능을 낮춘 대신 연비를 끌어올린 하이브리드 전용 엔진이다. 모터 출력은 43.5마력이다. 모터토크는 17.3kg·m다. 둘을 합친 시스템 출력은 141마력, 시스템 토크는 1단에서 27kg·m, 2단에서 6단까지 24.5kg·m로 나뉜다. 주행 상황에 따라 모터 토크를 바꾸기 때문이다.
 

니로의 하이브리드 구동계는 빠른 가속과 응답성이 돋보인다. 기대했던 것보다는 빠르게 엔진을 깨우고, 모터와 엔진을 합쳐 빠르게 가속하고, 이후 모터로 순항하는 주행이 잘 어울렸다. 부드럽게 가속페달을 살짝만 밟으면 모터로만 가속하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엔진이 개입해 활기차게 달린다. 빠른 가속성능을 중시하는 국내시장을 고려한 세팅으로 보인다. 인상적인 부분은 빠른 반응성. 하이브리드임에도 가속페달에 지체 없이 반응한다. 이는 구조 특성 때문이다. 현대·기아차의 하이브리드 모터는 DCT(듀얼 클러치) 변속기와 하나 된 형태. 출력 전달 손실이 적은 DCT 변속기에 모터를 바로 맞물리니 효율성이 좋다. 그럼에도 약간은 자동변속기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 모터가 토크 컨버터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언제나 막히는 서부간선도로의 5km 구간을 거의 모터로만 달렸다. 모터로만 조용히 가속하고 멈추기를 반복하다보니, 트립 컴퓨터의 연비가 오른다. 길이 막히면 막힐수록 연비가 오르는 하이브리드의 이점을 만끽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 모터만으로 가속할 수는 없었다. 원하는 속도까지 엔진과 모터를 사용해 빠르게 가속하고 순항하는 것이 더 어울리는 세팅으로 보인다. 일반적인 주행에는 적당한 수준의 가속성능이다. 0→시속 100km 가속시간은 11.5초, 80→120km 가속에는 8.8초가 걸린다. 기아차는 시속 120km에서도 전기모터만으로 달릴 수 있다고 하지만, 가속페달로 이렇게 달리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켜니 대부분의 상황을 모터로만 달리려 든다. 빠르게 가속하고 순항을 이어가는 국내 주행 상황에 최적화된 세팅으로 보인다.
 

서스펜션의 세팅은 앞이 약간 무르고 뒤가 단단한 세팅. 무른 댐퍼에 단단한 스프링을 끼워 적극적으로 충격을 받아내는 앞부분에 비해, 뒷부분은 단단하게 버티는 쪽이다. 적극적으로 스티어링 휠을 휘저을 때면, 앞이 먼저 움직이고 뒤가 따라오는 느낌을 준다.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은 적당하나 노면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받기에는 무리였다. 브레이크 감각은 일반적인 유압식 브레이크와 비슷한 수준이나, 좀 더 적극적으로 밟는 양을 늘릴 필요가 있었다. 대다수의 기아차와 달리 좀 더 깊게 밟아야 제동력을 적극적으로 늘리는 타입이다.
 

특이한 부분은, 가속페달을 아무리 얇게 밟아도 엔진을 깨우는 구간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내비게이션과 연결된 ‘에코-DAS’ 시스템 때문으로 보인다. 내비게이션을 통해 연비 운전을 지원하는 시스템인데, 전방에 오르막길이 있는 경우 배터리 상황에 따라 미리 엔진을 깨워 배터리를 충전한다고. 힘을 많이 필요로 하는 구간에서 모터를 사용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비책이다. 이후 내리막길에 접어들면 가속페달을 떼고 관성 주행을 하라고 표시해준다.
 

문득 하이브리드가 우리 삶에 깊게 들어왔음을 실감한다. 현대 아이오닉과 기아 니로의 출시 때문이다. 이전부터 현대차는 계속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였지만 시장 분위기가 적극적이진 않았다. 그랜저나 쏘나타에서 하이브리드는 선택할 수 있는 구동계 옵션 중 하나에 그쳤기 때문이다. 적극적으로 시장을 흔들기에는 파급력이 부족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달라졌다. 사람들의 시선이 바뀌었달까. 하이브리드가 이제는 ‘모터를 더해 전기로도 가는 차’, ‘연비 좋은 차’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여기서 현대·기아는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 출시라는 초강수를 뒀다. 국산차로는 최초의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 출시다. 여기에 기아 니로의 존재 이유가 있다. 디젤과 하이브리드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을 이끌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니로는 소형 SUV 중 가장 매력적인 모델로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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