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안정감과 정교한 움직임, 마쓰다 악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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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안정감과 정교한 움직임, 마쓰다 악셀라
  • 안민희 에디터
  • 승인 2016.05.27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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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저만의 속도로 흐르는 교토에서 마쓰다 악셀라와 벚꽃비가 내리는 산길에 올랐다. 거짓말 같은 시간이었다

 

3월과 4월 사이. 나는 교토에 있었다. 천년이 넘도록 일본의 수도였던 교토. 이곳에서 시간은 저만의 속도로 흐른다. 발길 향하는 곳마다 고즈넉한 정취가 가득했다. 작은 도시에 세계문화유산이 17곳이나 있다. 그래서일까. 작은 골목 사이를 채운 집들도 모두 옛스럽다.

바람을 따라 걷자 수천의 붉은색 도리이가 서 있는 산길, 후시미이나리로 왔다. 도리이는 전통적인 일본의 문. 열고 닫을 수 있는 문은 아니지만, 불경한 일반의 세계와 신성한 세계를 구분 짓는 경계선이다. 한 발씩 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현재의 세계에서 멀어져간다. 때로 몰린 관광객의 북적이는 소리도 멀어져간다. 사람에게서 멀어질수록, 사람에게 지친 마음이 평온을 찾는다. 그렇게 걷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빛나던 해는 어느새 주홍색 노을이 됐다. 바람이 수천의 도리이를 지나며 소리를 낸다. 그렇게 환상과도 같은 풍경에 빠졌다. 어느새 시간은 과거로 흘렀다.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그리움이 쏟아졌다. 산을 내려왔을 때에는 어느덧 까만 밤이었다.
 

다음날 아침. 이제 교토를 달릴 차례다. 관광객 북적이는 도심을 빠져나와 아라시야마로 향한다. 아라시야마는 교토의 외곽. 세계문화유산에 오른 사찰 ‘덴류지’와, 덴류지를 감싸는 대나무 숲 ‘치쿠린’이 유명한 곳이다. 이곳 근처에는 산길 둘러 만든 길이 가득하다. 그 경치가 빼어나 관서지방에서 달리기 좋은 곳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이번 여정의 동행은 렌터카로 구한 마쓰다 악셀라. 미국에서는 마쓰다 3으로 팔리는 모델이다. 마쓰다의 한국 진출 소식이 들리기에 미리 한번 경험해보고 싶었다. 사실 MX-5를 원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하지만 주력 모델을 통해 마쓰다 브랜드의 특색과 기본기를 알아보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주행거리 810km의 나름 따끈따끈한 신차라는 부분도 마음에 들었다.
 

마쓰다 악셀라는 한국 차와 비교하면 현대 아반떼 또는 i30과 비슷한 포지션의 자동차다. 크기와 휠베이스가 거의 같다. 차체 종류는 두 가지로 세단과 해치백이다. 차이 없이 악셀라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다. 구동계가 아주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휘발유, 디젤, 하이브리드의 세 가지 구동계를 모두 지원하기 때문. 모두 직렬 4기통으로, 휘발유는 1.5L와 2.0L, 디젤은 2.2L, 하이브리드는 2.0L가 있다. 또한 네바퀴굴림 구동계를 옵션으로 달 수 있다. 그래서 입맛에 꼭 맞는 선택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시승차는 직렬 4기통 1.5L 휘발유 ‘스카이 액티브’ 엔진에 자동 6단 변속기를 맞물린 앞바퀴굴림 해치백 모델이다. 기본형 모델로 가격은 176만400엔. 한화로 약 1천847만원이다. 최고출력 111마력을 6,000rpm에서. 최대토크 14.7kg·m를 3,500rpm에서 낸다. 수치로만 따져보면 성능보다는 연비에 집중한 세팅. 하지만 공차중량이 1,260kg에 불과해 움직임은 아주 가볍다. 연비는 일본 기준 20.4km/L다.
 

작고 옹골찬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 움직임의 본질을 담아낸다는 마쓰다의 디자인 언어 ‘코도’는 잘 자리 잡은 듯하다. 마쓰다의 모든 모델에 자리 잡은 삐쭉한 헤드램프와 그릴의 조합도 나름 이색적이다. 팽팽하게 펼친 면과 맞물려 휘어지는 이중의 캐릭터라인이 뒷부분의 볼륨감을 더한다. 전반적으로 균형이 뛰어난 디자인이라는 생각이다.

실내의 디자인은 정갈한 분위기다. 필요한 부분만 정확하게 만든 느낌이다. 매끈하게 다듬은 가로형 대시보드의 디자인은 수수하다. 옵션으로 단 터치스크린은 내비게이션 및 어플리케이션을 위한 용도. 센터 페시아도 에어컨 조작부만 남겨두고 간소화했다. 오디오 조작은 전부 센터 터널의 컨트롤러 또는 스티어링 휠의 스위치로 한다. 기어레버와 컨트롤러만 남긴 센터 터널은 인체공학을 고려한 것인지 주행 중에도 쉽게 다룰 수 있었다. 직물 시트의 촉감은 매끄럽고, 몸을 잘 받쳐준다. 더운 기후 때문인지 직물시트를 선호하는 일본시장에 맞춘 것이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자 원형 속도계 옆으로 디지털 계기판이 떠오른다. 중앙의 속도계 옆으로 왼쪽은 타코미터, 오른쪽은 트립컴퓨터와 유량게이지다. 스티어링 휠의 버튼을 눌러 트립컴퓨터를 넘겨야 유온 등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실용성 위주의 단순한 배치다. 시인성은 적당한 편이나, 아무래도 타코미터가 좀 더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든다. 회전수를 정확하게 읽고 달리기는 좀 어려웠기 때문이다. 실내 디자인은 간결한 반면에 공간 구성이 아주 뛰어나다. 앞뒤 모두 키 180cm의 성인이 앉아도 뒷좌석 다리 공간은 적당한 수준이다.

벚꽃으로 가득한 산길에 올랐다. 천길 낭떠러지를 옆에 두고 산의 굴곡을 따라 구부러지는 길. 하지만 풍경만은 매혹적이었다. 푸른 나무 가득 찬 숲을 옆에 두고 달리면 절로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이었다. 다만 날씨만큼은 예외였다. 점점 비가 거세지기 시작했다. 속도를 살짝 낮춰 달리는 대신 차의 모든 것을 파악하겠다는 각오로 달렸다. 분명 마음을 달래기 위해 시작한 ‘여행’인데 자동차를 달래기 위한 ‘수행’으로 바뀌는 기분이다.
 

엔진의 회전 질감이 아주 매끄럽다. 칭찬할 부분이 많은 엔진이다. 회전수의 상승이 균일한데다 반응성도 정확하다. 기대한 것보다 느리게 반응해 여유를 추구한다거나, 빠르게 반응해 스포티한 감각을 부추기지는 않는다. 스로틀을 여는 만큼, 엔진회전수를 올리는 만큼 정확하게 힘을 더한다. 엔진회전수를 높여 적극적으로 달리면 새로운 매력이 고개를 내민다. 출력 특성을 강조한 세팅 덕분에 엔진회전수에 비례한 힘의 상승이 적극적으로 느껴진다. 출력이 높은 편이 아닌데도 힘을 끌어내는 감각을 생생히 느낄 수 있는 것이 좋다. 그래서 계속 고회전을 탐하게 된다. 수치 이상의 성능과 매력을 갖춘 엔진이다.

정상에 올라 내려가는 길에는 길고 짧은 코너가 연달아 이어져 까다로운 복합 코너가 많았다. 여기서 마쓰다만의 특색이 확연히 드러났다. 탄탄한 서스펜션은 차체 기울임을 억제하며 달리면서도 노면의 충격을 적당히 흡수한다. 일본 차와는 달리 독일 차의 서스펜션 세팅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스티어링 휠 세팅도 아주 정교하다. 어떤 불안함 없이 확실히 움직이는 인상이다. 자신감을 갖고 원하는 궤적을 정확하게 그릴 수 있었다.
 

운전의 즐거움에 취해 연거푸 코스를 맴돌았다. 믿을 수 있는 차. 안정감이 뛰어난 차라는 이유에서다. 점점 속도와 자신감이 붙는다. 재미가 따라오기 시작한다. 철저한 만듦새는 운전의 즐거움을 위한 것이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적극적으로 코너의 안을 찌르고, 가속페달을 밟아 다시 라인을 부풀리기를 수도 없이 반복했다.

어떤 속도에서도 변치 않는 부분이 있다. 뛰어난 기본기가 안겨다주는 신뢰와, 지금까지 경험했던 나긋한 일본 차와는 다른 특색이다. 마쓰다 악셀라는 준중형급 해치백에 불과함에도 뛰어난 안정감과 정교한 움직임이 돋보였다. 해치백의 대명사인 폭스바겐 골프와 비교할 수 있을 정도다. 준중형급의 소형차에서 이런 감각을 느낄 수 있을 줄은 전혀 몰랐다.
 

마쓰다의 운전 감각은 BMW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 만드는 차종과 회사의 포지션은 철저하게 다를지라도 이 두 브랜드는 비슷한 철학을 공유한다. 바로 운전의 즐거움이다. BMW가 운전의 즐거움을 위해 최고의 드라이빙 머신을 만든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면, 마쓰다는 운전의 즐거움을 위해 사람과 자동차가 하나 된다는 철학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둘의 셋업에서 비슷한 느낌이 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접근하는 방식은 다를지라도 목표하는 바가 같기 때문이다.

산길에서 내려온 것은 점심시간을 한참 넘긴 후였다. 숙소로 가 낮잠을 잤다. 산길을 달리며 모든 정신을 집중했더니 머리가 살짝 아팠기 때문. 저녁에 잠을 깨어 다시 악셀라의 키를 손에 쥐었다.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녀석이 대견해 지붕을 쓰다듬고 밤거리로 나섰다. 정적의 거리를 지나 번화가로 향했다. 늦은 밤까지 꺼지지 않는 불빛의 거리를 달린다. 낮에는 그렇게 터프하게 달렸건만, 밤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하고 매끄럽게 달려 나간다. 거리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모습이다.
 

마쓰다는 일본적인 감각이 묻어나는 차다. 작은 디테일까지 신경 써 만드는 일본의 좋은 물건 만들기처럼 정교한 주행감각이 매력적이다. 조용하게 거리를 달릴 때면 목소리 낮춰 말하는 그들의 특성이 생각나기도 한다. 하지만 몰아붙일 때면 화끈하게 변하는 열정이 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이들의 열정적인 부분 또한 담고 있는 차라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부분은 좋은 자동차 만들기에 대한 철학이 분명하다는 것. 그들의 기함도, 스포츠카도 아닌 작은 소형 해치백인 악셀라에도 그들이 추구하는 자동차 만들기가 또렷하게 보였다. 마쓰다 악셀라(북미명 마쓰다 3)가 국내 수입될 가능성은 아직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적정가격을 맞춘다면 한국에서 분명한 입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좋은 차에 대한 수요는 분명 있으므로.

마쓰다 악셀라와 함께 새벽이 올 때까지 교토의 정취를 만끽했다. 바람은 차가워졌지만, 녀석에게는 히터와 열선시트가 있다. ‘4월은 너의 거짓말’이라는 클래식 음악을 담은 만화의 OST를 틀고 달빛 아래의 교토를 달렸다. 꺼질 줄 모르는 번화가의 불빛 아래를 지나, 달빛 아래 은은하게 빛나는 옛 건물의 거리를 달렸다. 믿을 수 없을, 거짓말 같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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