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세그먼트를 뛰어넘는 가치, 피아트 500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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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세그먼트를 뛰어넘는 가치, 피아트 500X
  • 강병휘 본지 로드 테스터
  • 승인 2016.05.12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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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 깊은 500 디자인에 실용성을 보강하고 운전 재미도 빼놓지 않았다. B 세그먼트를 뛰어 넘는 가치를 지닌 모델이다

소형 3도어 해치백 500으로 하나의 브랜드를 이끄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그런 피아트에게 마침내 더 실용적 구성의 5도어 해치백이 지원군으로 합세한다. 500X는 체구가 500과 비교해 현저하게 커지고 넓어졌다. 제대로 된 뒷좌석을 갖추고, 다양한 레저 활동에 대응할 수 있는 적재 공간, 그리고 최첨단 9단 자동변속기에 디젤 엔진을 조합해 효율성에 대한 걱정까지 덜어낼 전망이다. 피아트가 장기적으로 계획하고 있는 500의 브랜드 전략 확장에 따른 상품 기획으로 500L과 500X가 출시되었다. 500L은 에스테이트 개념의 공간 확장에 초점을 맞췄고, 500X는 고유한 500의 스타일링 큐와 실루엣을 간직한 크로스오버 형태의 가지치기 모델이다.

미니는 먼저 발 빠르게 브랜드의 5도어화를 앞당겨 큰 재미를 보았다. 미니 컨트리맨의 국내 도입으로 브랜드 판매량에 가속이 붙었고, 현행 미니는 기본 해치백 모델에까지 5도어 스타일을 제공해 실리를 추구했다. 피아트 500은 이탈리아 소형차의 매력을 담뿍 담아낸 컬트카이지만, 국내시장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작고 사랑스럽고 유쾌하게 달리지만, 공간 활용성이 부족했고 가솔린 엔진뿐인 라인업은 연비가 아쉬웠다. 500X는 그간 500의 구매를 망설이게 했던 대부분의 문제점을 한 번에 해결해줄 것으로 예상한다. 피아트 브랜드의 영토 확장 성공 여부를 쥐고 있는 모델이기에 그 책임이 크다.
 

500이 마냥 귀여웠다면 500X는 근육과 볼륨이 좀 붙었다. 그럼에도 500X는 500의 얼굴을 그대로 키운 형태다. 6개의 원형 헤드램프 배열과 그 중심의 콧수염 모양의 그릴 배치 형태도 유지했다. 측면 실루엣은 실용적인 2열 도어가 추가되었음에도, 루프 라인과 C필러 낙하 각도를 500과 흡사하게 맞추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바퀴도 커지고 높이도 높아져서 전체적 비율은 멀리서 봤을 때 500과 구분이 쉽지 않다. 후면 디자인은 유럽 시장용 500 페이스리프트 모델과 흡사하다. 사각 테일 램프 가운데 턴 시그널을 품었다.

500X는 이렇게 500의 오리지널 디자인 DNA를 간직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500과 다른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다. SUS-W 플랫폼은 FCA 그룹의 소형 아키텍처로 500X 외에 500L과 지프 레니게이드와도 함께 쓴다. 500X는 레니게이드와 함께 이탈리아 멜피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따라서 500X는 이미 국내시장에 상륙한 레니게이드와 여러 면에서 비교할 수 있다. 두 차종은 사륜 독립식 현가장치와 엔진, 자동변속기 및 와이어링 등 많은 구성품을 공유한다.
 

500이 그러하듯, 500X의 인테리어도 동그라미의 연속이다. 세 개의 원형이 겹친 클러스터 디자인은 스포티하면서 실용적이다. 좌우 끝에 굵은 바늘의 스피도미터와 타코미터가 자리하고 중앙은 컬러 디스플레이를 배치해 다양한 차량 정보를 제공한다. 센터 페시아의 스위치들도 하나같이 동글동글하다. 작은 체구에 듀얼존 오토 에어컨을 달아 호사스럽다. 겨울철에만 손이 가게 될 히팅 스위치들은 센터 스택 하단 멀리에 배치했다. 6.5인치 터치스크린 방식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사용이 직관적이다. 브라운 색상의 시트는 꼭 야구 글러브 안에 안기는 기분이다. 도어 트림도 같은 색상으로 덧대었는데, 눌러보면 푹신한 소파 팔걸이의 느낌이다. 시트 포지션이 높지 않아 안정감이 있고 SUV가 아닌 커다란 해치백을 모는 기분이 든다.

스티어링 휠은 패들시프트와 D컷 스타일로 마무리해 스포티함을 강조한다. 열선 스티어링 기능과 여유로운 텔레스코픽 조정 범위를 갖췄다. 페인팅으로 마감한 대시보드는 500의 혈통임을 가늠하는 단서. 글러브 박스는 2단으로 마련해 수납의 재미를 높였다. 플래그 타입의 윙 미러는 A필러 주변의 사각지대를 현저하게 줄여줘 탁 트인 운전 시야를 제공한다. 여기에 뒤쪽 코너에 내장한 사각지대 감지 레이더가 능동적 안전성을 보장한다. 방향지시등의 조작 느낌은 다소 거칠지만, 다섯 번씩 똑딱거리는 소리가 상큼하다. 시프트 레버는 수동 변속 모드를 지원하고 당기면 시프트업, 밀면 시프트다운으로 레이싱카 감성이다. 2열 공간도 4명의 성인이 함께 여행하기에 공간의 부족함이 없다. 500의 아킬레스건에 대한 시원스런 해답을 제시한다.
 

500X 최상위 모델인 크로스 플러스는 2.0 디젤과 ZF 9단 변속기,사륜 구동계가 기본이다. 170마력을 내는 레니게이드와 달리, 부스트 압력을 낮춘 140마력 멀티젯 2 유닛이 피아트의 엔진룸을 채운다. 출력 변화에 따라 기어비도 새롭게 손봤다. 0→시속 100km 가속은 13초 이내에 끝낸다. 5단까지 기어가 올라가야 100km에 도달하는 기어비 때문에 수치상 손해를 봤지만, 일반적인 교통 흐름에서 힘 부족을 느낄 수 없는 가속력이다. 9단 기어에서 100km 주행 시 엔진회전수는 1,700rpm 근처이고 20km 이상 측정거리에서 확인한 정속주행 연비는 최대 23km/L를 기록했다. 고속도로에 올린다면 20km/L는 쉽게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500X는 실용적인 세 가지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오토는 기본 모드로 가급적 이륜구동으로 토크를 배분해 연료를 아끼다가 미끄러짐을 감지하면 사륜으로 변환한다.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전환하면 rpm 사용 영역이 올라가고 스로틀 반응이 확연히 민감해진다. 8단 기어까지만 변속하여 모든 속도 영역에서 가속성을 향상시킨다. 계기판에는 현재 터보의 부스트 게이지까지 띄운다.
 

트랙션 모드는 레니게이드의 오프로드 성능을 응용한 저마찰 노면 프로그램이다. 디스플레이는 전·후륜으로 배분되는 구동력을 보여주고 오토 스타트-스톱 기능이 자동으로 꺼져 험로 탈출 시 곤란한 상황을 방지한다. 레니게이드처럼 구동력 전후 배분 고정 기능은 준비되지 않았지만, 500X의 주행 모드가 대응할 수 있는 스펙트럼은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모두 아우르기 때문에 활용성이 더 낫다. 작은 차에서 각 주행 모드별로 뚜렷하게 달라지는 동력 성능의 차이가 반갑다.
 

네 바퀴에 스트럿 타입의 독립 현가를 적용하고 이탈리아 차량 고유의 탄성력 가득한 하체 움직임을 잘 간직했다. 18인치 대구경 휠을 장착했음에도 500X는 제법 얌전한 승차감을 자랑한다. 서스펜션의 스트로크는 긴 편이지만 포용력이 좋아 노면 요철에도 부드럽게 대응한다. 긴급 회피 동작에서 회두성은 빠르고 이후 롤링은 부드럽게 그러나 꾸준히 증가한다. 다행히 하중 이동이 점진적이어서 통제력을 쉽게 잃지 않는 모습이다. 타이어를 확인해보니 놀랍게도 스포츠 성향의 모델들이 애용하는 미쉐린 파일럿 스포트 3이 달렸다. 크로스오버로 핫 해치를 잡겠다는 피아트의 의도일까? 부드러운 타이어 덕분에 제동 성능도 우수하다. 급제동 시 엄청난 노즈다이브가 발생했지만, 정지 궤적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제동거리와 페달 감각 모두 합격점을 줄 만했다.
 

변속 충격은 약간의 숙제를 남긴다. 주로 매끄럽게 변속하지만, 가끔 변속 충격을 감추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클러치 록업이 강력해서 각 단마다 뿌듯하게 밀어주는 힘이 좋은 대신 치합 타이밍의 세심한 튜닝이 필요해 보인다. 고속 주행 시 안정감도 눈에 띄는 부분. 휠베이스가 더 긴 차량을 운전하는 착각에 빠진다. 외부 소음 유입은 충분히 막아내진 못했다. 하지만 엔진과 주행 중 바람 소리가 주행의 박진감을 더하는 매력이기도 하다. 원래 500도 외부 환경을 다 느끼며 달리는 재미가 있었다.

500X는 조금은 작고, 조금은 부족했던 500의 여러 면모를 훌륭하게 채워냈다. 동시에 형제 차량인 지프 레니게이드와도 차별화된 구성과 특징을 잘 담아냈다. 투박하지 않은 외모와 공간 때문에 골프 같은 C 세그먼트 해치백 고객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겠다. 과연 피아트 브랜드는 500X로 세력 확장에 성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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