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일상 속으로 다가온 카 쉐어링
상태바
어느새 일상 속으로 다가온 카 쉐어링
  • 나윤석 칼럼니스트
  • 승인 2016.04.29 10: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카 쉐어링은 생각보다 편리하고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다. 도시형 커뮤터의 성격이 더욱 강해질 미래의 자동차들은 카 쉐어링에 더욱 적합하다

친구의 전화다.
“우리 사무실 집기를 바꿨어. 네가 전에 의자 필요하다고 했던 것 같아서. 관심 있어?”
“응 맞아. 두 개 정도. 언제 가지러 갈까?”
“지금 올 수 있니? 두 시간 후에 가구 업자가 가져가기로 했는데, 네가 가져간다면 빼놓을게.”
“응, 금방 갈께. 고마워.”
아차. 오늘 집사람이 차를 가져갔구나. 그렇다고 택시를 타고 가자니 배보다 배꼽이 크겠고. 아 참, 세단형인 우리 차로는 어차피 큰 의자 두 개는 실을 수가 없구나. 난감하다.

하지만 내게는 방법이 있다. 스마트폰을 꺼내서 카 쉐어링 앱을 연다. 주변에 지금 사용할 수 있는 차가 있는가 살핀다. 비용이 저렴한 경차 가운데 공간이 넓은 기아 레이가 좋겠다. 요금 할인 중이니 30분에 2천500원이면 된다. 거리가 20km 정도니까 왕복해 봐야 6천원 정도 추가된다. 2만원 조금 넘겠네. 오케이. 아차 레이가 인기가 많구나. 그러면 스포티지나 QM3도 괜찮다. 한 5천원 추가면 된다. 2만5천원에 의자 두 개다. 그래도 커피는 사야겠지?

아주 극적인 경우이기는 하지만, 나는 꽤 쓸 만한 사무용 의자 두 개를 2만원 남짓의 투자로 획득할 수 있었다. 물론 좋은 친구가 있었기 때문이지만, 내게 카 쉐어링이 없었다면 그림의 떡이었을 것이다. 상황에 바로 대응할 수 있는 순발력, 그리고 저렴한 비용이라는 두 가지 카 쉐어링의 강점이 제대로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만일 내가 용달차를 불렀다면 비용은 최소 4만원 전후가 들었을 것이고 곧바로 갈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을 것이다. 택시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의자 두 개를 실을 수가 없다. 내 차도 마찬가지다.
 

카 쉐어링의 가장 큰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필요할 때 꼭 필요한 만큼만 빌려서 사용할 수 있다는 효율성이다. 그 첫째는 비용이다. 예를 들어 위의 내 경우처럼 20km 떨어진 곳에 갔다 와야 하는 경우 카 쉐어링은 공간 활용성이 우수한 경차 레이 기준으로 거리 비용과 시간 비용을 모두 포함해서 2만원 남짓이다(주중 대여 기준). 시간을 넉넉하게 3시간으로 계산한 결과이므로 가서 의자만 싣고 돌아오는 것으로 계산하여 2시간으로 단축하면 1만5천원 수준으로 비용은 더 절약된다. 이는 택시로 왕복할 경우에 드는 약 4만원의 택시비에 비해서 절반 이하의 수준이다.

 

물론 혼자 움직일 때는 버스나 지하철 등의 대중교통이 가장 저렴하다. 하지만 여러 명이 이동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성인 4명이 10km 떨어진 시내에 다녀오는 경우, 1천250원인 버스를 네 명이 왕복 이용하면 총 비용이 1만원이다. 하지만 카 쉐어링은 이보다 더 저렴할 수도 있다. 궂은 날씨, 무거운 짐이 있는 경우, 어린이가 있는 경우 등의 편리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 이외에도 주중 할인과 심야 할인, 24시간 사용 시 10시간 비용 청구 등의 상시 할인 제도나 특별 이벤트 등을 이용하면 더 저렴하게 차량을 사용할 수 있다.
 

카 쉐어링이 효율적인 또 다른 이유는 대도시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차가 많아서 어디서나 빌리기가 좋다는 점이다. 렌터카는 사무실로 찾아가야 빌릴 수 있다. 하지만, 카 쉐어링은 수많은 주차장에 차량이 준비되어 있으므로 접근성이 훨씬 좋다. 내가 사는 상봉동의 경우 집 근처 반경 1km 이내에 십여 대의 카 쉐어링 차량이 업체마다 준비되어 있다. 원고를 작성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지금 예약하고 곧바로 사용할 수 있는 차량이 한 업체에서만 8대나 있다.
 

카 쉐어링의 두 번째 장점은 여러 가지 차종을 마음대로 고를 수 있다는 점이다. 혼자 시내를 재빠르기 움직이기에 적합한 경차로부터 손님을 모시기 위한 고급 승용차, 많은 사람이 움직이기에 적합한 승합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차량이 준비되어 있다. 여기에 또 다른 면이 있는데 그것은 ‘평소에 타보기 힘들 차’를 저렴하게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니나 피아트 500같이 귀여운 차를 서너 시간 빌려서 여친과 분위기를 내는 데에 2~3만원이면 충분하다. 프리우스와 같은 평소에 접하기 힘든 차를 구입하기 전에 영업사원을 신경 쓰지 않고 편하게 시승하고 싶다면 카 쉐어링에서 한두 시간 속 편하게 빌려서 탈 수도 있다.
 

내가 카 쉐어링을 처음으로 이용하게 된 계기도 전기차 시승이었다. 자동차 브랜드에서 제공하는 시승 기회보다는 실제로 생활에서 전기차가 얼마나 실용적이고 어떤 제약이 있는가를 직접 겪어보고 싶었기 때문에 카 쉐어링을 사용했던 것이다. 2012년부터 지식경제부 주관 하에 한국전력 컨소시엄이 한시적으로 시행했던 Ev쉐어(Evshare)를 통하여 레이 전기차를 카 쉐어링으로 빌릴 수 있었다. 당시 시간당 요금은 6천원이었으며 주행거리에 따른 추가 요금은 없었다. 세 시간 동안 레이 전기차를 빌려서 시내를 다니면서 전기차의 매력에 푹 빠졌었고, 인프라의 부족이 더욱 절실하게 느껴졌었다. 지금도 레이나 SM3, BMW i3 등의 전기차를 대여할 수 있다. 주행거리 당 요금이 없는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카 쉐어링을 이용한 신차 시승회도 심심찮게 이루어진다. 즉, 자동차 브랜드가 지정한 이벤트에 참가하기 어렵거나 영업사원과의 동승이 불편한 가망 고객들을 위하여 선착순 이벤트 또는 SNS 공유를 전제로 한 무료 또는 대폭 할인 프로그램을 통하여 신 모델을 자유롭게 시승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소비자와 자동차 브랜드, 그리고 카 쉐어링 업체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윈윈 마케팅의 대표적 사례이다.
 

물론 카 쉐어링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마치 24시간 운영되는 식당이나 사우나의 위생 상태가 걱정되는 것처럼 24시간 운영되는 카 쉐어링 차량의 청결 및 정비 상태가 미덥지 못하기는 하다. 그러나 이미 세상은 빌려서 쓰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다. 정수기나 비데, 사무용 복사기 등은 유지 관리의 부담을 덜고 신제품으로 바꿔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렌탈이 이미 대세가 되었다. 승용차도 리스 또는 렌터카의 장기 임대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원하든 원치 않든 집도 월세 방식의 렌탈 시장으로 급격하게 전환되고 있다. 이렇듯 부담스럽게 고가의 자산을 보유하는 것보다 상황 변화에 따라 가볍게 대처할 수 있는 렌탈 시장이 불안감이 높아가는 요즘 사회에는 더 어울리는 것이다.

특히 앞으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도심형 커뮤터의 성격이 더욱 강해질 미래의 자동차들은 카 쉐어링에 더욱 적합하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2014년 통계를 봐도 지난 12년 동안 비사업용 승용차의 일평균 주행거리가 16.3km로 30%나 줄어들었다고 한다. 차들이 주차장에서 자는 시간이 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보유할 이유도 점점 희박해지는 것. 자동차 업계에는 사형 선고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그래서 자동차 회사들은 스스로 카 쉐어링 사업에 앞다투어 진출하고 있다. 시장이 작아진다면 점유율을 높이는 것만이 살아남을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